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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청소년에게 도서관을]언제든 방문해도 참여할 수 있는 청소년 프로그램 패시브 프로그램 passive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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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2-09 15:16 조회 12,4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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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하 작가·강사·연구자·기획자
 
그림 전시회를 한번 상상해 봅시다. 관람자는 주로 그림을 감상합니다. 그리고 미술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미술관은 크게 두 가지 양식의 참여 프로그램을 준비합니다. 하나는 시간을 정해두고 함께 도슨트의 해설을 듣거나 작품을 만드는 등의 참여 프로그램이지요. 이런 프로그램은 미리 시간을 알리고, 접수를 받고, 참여자가 모두 집합 해야 가능합니다. 시간을 놓치고 홀로 온 관람자는 이를 경험할 도리가 없습니다.
또 다른 양식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개인이 방문해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셀프 가이드로 작품 해설을 듣거나, 미리 준비되어 있는 활동지로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양식은 개인이 원하는 시간에 와서 원하는 시간 동안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참여라서 다른 감상자와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은 없지요.
도서관의 참여 프로그램도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도서관 안내 프로그램도 두 가지 양식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사서가 정해진 시간에 청소년들을 데리고 다니며 도서관을 안내하는 프로그램은 첫 번째 양식입니다. 반면, 미션이 있는 도서관 지도를 만들어 놓고, 이용자가 자유롭게 뽑아 미션을 수행하며 도서관의 공간을 안내받는 방식은 두 번째 양식이지요.
이번에 소개할 청소년 참여 프로그램은 이 두 번째 양식입니다. 사서나 프로그램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끌지 않아도 된다 하여, 패시브 프로그램(passive program)이라 부릅니다. 에너지를 따로 쓰지 않고 온열을 유지하는 집을 ‘패시브 하우스’라고 부르는데, 그 ‘패시브’와 비슷한 의미입니다. 액티브(active)의 반대말로, 외부의 에너지나 힘이 없이도 저절로 운영된다는 뜻이지요. 교육자가 주도하지 않고 학습자가 스스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하여, 자기 주도적 프로그램(self–directed program)이라고도 부릅니다. 패시브 프로그램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린이와 성인 등 모든 도서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쉽게 시작하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서관에서 청소년의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면, 패시브 프로그램으로 먼저 시작하길 권하고 싶습니다. 패시브 프로그램은 인력과 공간, 예산의 제약을 가장 덜 받기 때문입니다. 청소년 이용자가 많지 않고, 이들을 경험해 본 전담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별로 없는 도서관에서 가장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참여 프로그램입니다. 도서관이나 청소년이나, 양쪽 모두 부담이 덜합니다.
도서관의 입장에서는 첫째, 한 번에 모을 수 있는 청소년이 많지 않아도 됩니다. 청소년들은 방과 후에 다양한 일정이 있기에 한 공간에 모을 수 있는 시간을 정하기가 쉽지 않지요. 둘째, 청소년들을 집중시킬 노련한 진행자 없이도 패시브 프로그램은 가능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별도의 예산이 없어도 되고요. 사서가 어린
이·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프로그램 자체보다 아이들을 관리하거나 행동을 통제하느라 진이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패시브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집단으로 다루는 데서 오는 피로감을 덜어 줍니다. 셋째, 개인적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집단 활동을 위해 시선과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없어도 가능합니다. 넷째, 패시브 프로그램을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오랜 기간 동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 해에 다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다른 도서관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가져다 쓰기도 편합니다. 다섯째, 패시브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시판을 새로 만들려는데, 4가지 후보군 중 원하는 디자인에 스티커 붙이기”, “수서했으면 하는 만화책에 투표하기” 등의 참여 활동을 통해 여러 아이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습니다. 집합 활동 후의 설문조사가 짧은 시간에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면, 패시브 프로그램을 통한 조사는 장기간에 걸친 의견 조사이기에 더 많은 사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청소년의 입장에서도 패시브 프로그램은 참여하기가 쉽고 부담이 없습니다. 첫째, 정해진 시간에 오지 못할 사정이 있거나 잊어버리고 오지 못하더라도,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활동의 지속 시간을 자기가 조절할 수 있고, 활동이 끝날 때까지 제자리를 지키지 않아도 되고요. 둘째, 도서관에 혼자 오거나 친구와 오거나 가
족과 함께 오거나 상관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낯을 많이 가리는 청소년은 집합활동보다 개별 활동을 더 편하게 여깁니다. 새로운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불편한 아이들이라도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른 참여자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지는 못하지만, 다른 참여자들의 활동 결과를 보면서 간접적으로나마 공동체의 활동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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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패시브 프로그램 사례
책 얼굴 사진 찍기
그럼, 패시브 프로그램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우선 시선을 확 끄는 재미있는 해외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책 얼굴 (Book face) 만들기’ 활동입니다. 책 표지의 인물 사진에 맞도록 얼굴을 대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의 게시판에 전시하거나 도서관 SNS에서 공유합니다. 아래의 <사진1>에는 한 소녀의 책 얼굴 모습이 보입니다.
스페인의 지로나(Girona)에 위치한 보히가스(Bohigas) 공공도서관에서 진행한 책 얼굴 만들기 사진을 감상해 보시지요. 책 표지의 그림에 따라, 몸의 일부분만 혹은 동물로도 책 얼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사진5>의 공룡에 맞춘 사진도 재미있지요. 인스타그램에서 ‘#bookface’로 검색하면, 8천 개가 넘는 책 얼굴 사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공
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 책 얼굴 사진들을 몇 가지 사례로 보여 주고, 아이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모아 보세요. 한 달 동안 책 얼굴 사진 공모를 하고, 사진을 휴대폰이나 이메일로 받습니다. 도서관에서는 2~3일마다 받은 사진을 인쇄하여 책 얼굴 게시판에 전시합니다. 가장 기발한 책 얼굴 사진에 상을 주어도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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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링, 종이접기, 종이 오리기 미술 및 공예 활동
테이블 하나를 패시브 프로그램용으로 두고, 여러 가지 미술, 공예활동 재료를 마련해 주어도 좋습니다. 『비밀의 정원』(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클, 2014)과 같은 컬러링북의 몇 페이지를 여러 장 복사해 놓고 색연필을 마련해 주어도 좋습니다. 테이블 주변에 도서관에서 소장한 컬러링북들을 전시해 두거나 컬러링 북 목록을 제공해 주면 더 좋겠지요. 최근 출판된 컬러링북에는 북마크 도안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북마크를 색칠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마련하면 어떨까요.
마찬가지로 종이접기 책을 따라 종이접기를 하거나, 종이 오리기 책을 따라 종이 오리기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을 꾸릴 수도 있습니다. 테이블이 상하지 않도록 방수 원단으로 싸고, 박스에 색종이, 가위, 풀 등의 재료를 둡니다. 그리고 풀칠을 할 수 있는 이면지를 담은 박스 하나, 종이 쓰레기를 담아 두는 박스 하나를 만들어 둡니다. 물품 아껴 쓰
기, 물품 제자리에 두기, 쓰레기 깔끔하게 처리하기, 풀 뚜껑 잘 닫아두기 등 몇 가지 규칙을 세워 적어 둡니다.
동화작가인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 1805~1875)은 평생 동안 종이 오리기 작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덴마크의 오덴세 시립 박물관이 소장한 안데르센의 종이 오리기 작품은 웹사이트(http://visitandersen.com/paper–cuts)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소멸되었으므로, 컬러로 인쇄하여 벽면을 꾸며 놓고, 안데르센의 문학작품, 안데르센 전기, 종이 오리기 관련 책자를 함께 놓으면 좋겠지요. 청소년들의 작품은 가능한 벽면에 게시하거나 도서관의 청소년 블로그나 SNS에 올려두어 함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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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수행하기
도서관의 평면도를 만듭니다. 지도에서 청소년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다 싶은 공간, 혹은 아이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묻는 공간에 빈 칸을 만들어 둡니다. 예를 들어, 종이 분리수거함, 화장실, 검색대, 정수기, 반납대, 복사기, 게시판, 참여 테이블 등이요. 혹은 신간, 잡지, 자연과학, 역사, 만화, 신화 등 서가를 빈칸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 평면도를 여러 장 복사해 두고 미션 수행방법을 적어 놓습니다. 아이들은 도서관 지도에서 빈칸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면서 빈칸을 채우는 미션을 합니다. 도서관에서 자기가 원하는 공간을 하나 더 제안해서 그려 넣으라고 하거나, 청소년 전용 게시판을 만들려는데 어디가 좋겠는지 표시하라는 미션을 추가해도 좋습니다. 공간에 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 공간뿐 아니라 도서관에서 알아두면 좋을 사항들로 미션으로 수행하도록 해도 좋습니다. 10가지 정도의 미션을 적어, 돌아다니며 수행하도록 하는 거지요. 예를 들어, 안내 데스크로 가서 사서의 명찰이나 명패를 보고 이름 적기, 도서관 입구에서 도서관이 쉬는 요일과 운영 시간 알아 오기, 대출대의 설명서를 보고 대여 기간 알아 오기, 신간 안내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책 제목 적어 오기, 검색대에서 ‘자전거’를 주제어로 도서관에 소장된 책 3권의 제목 적어
오기, 청구기호, ‘813.6 김234ㅇ’의 책을 서가에서 찾아 초판의 출판연도 적어 오기 등을 미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미션을 하나 더 만들라는 미션을 주어, 다음에 반영해도 좋습니다. 미션을 잘 끝낸 아이들에게는 사탕 하
나 정도의 자그마한 상품을 주어도 좋겠지요.
 
<사진8>은 여름방학 동안 자신이 정한 주제로 5권의 책을 읽으면서 미션을 수행하는 패시브 프로그램입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안내하고 미션 참여자들의 통계를 전하는 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친 참여자
를 위해 상장과 에코컵이 마련되었지요.
<사진9>는 인천 학나래도서관의 여름 독서챌린지 미션지 세트와 주제별 책 목록입니다. 파란색 봉투 안에 미션이 담긴 카드들이 들어 있습니다.

 
 
 
 
 
투표하고 평가하기
중·고등학교 도서관에서 많이 하고 있는 활동으로, 청소년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패시브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웃긴 책 배틀’, ‘우리가 뽑은 청소년 책’, ‘내 말이 그 말–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소장하고 싶은 만화책’, ‘못 읽어 봤지만 읽은 척하고 싶은 책’, ‘표지를 믿지 마–기대보다 재미있었던 책’, ‘최고의 반전이 담긴 책’ 등을 주제로 책 제목을 받습니다. 게시판을 만들어 포스트잇 등에 자유롭게 책 제목을 적어 붙이게 합니다. 아이들이 제목을 잘 떠올리지 못하면, 6~8편 정도의 후보작을 만들어 두고, 이 중에서 스티커를 붙여 투표하도록 해도 됩니다.
청소년들이 책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책 맛보기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급 식당처럼 메뉴를 만들어 놓습니다. 전채요리(에피타이저)–주요리(메인코스)–후식(디저트)으로 구분해서, 각 코스별로 책 3권씩을 엄선하여 전시해 놓습니다. 전채요리는 입맛을 돋우어 주는 요리이므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일으킬 만한 책들을 놓습니다. 주요리는 묵직하게 지적 양분을 줄 수 있는 책, 후식으로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고릅니다. 아이들에게 메뉴판을 나누어 주고, 코스별로 책을 맛보도록 합니다. ‘책의 표지와 저자 설명, 목차를 둘러보고, 본문은 3페이지만 읽기’가 규칙입니다. 각 메뉴 옆에 별점을 매기고 간단한 인상이나 소감을 덧붙이게 합니다. 청소년들은 새로운 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고, 도서관은 아이들의 선호도를 알 수 있습니다.

도서관에 패시브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면, 아이들이 도서관에 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활동 거리와 볼거리가 생깁니다. 책을 읽다가 쉬고 싶거나 지루할 때, 재미있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지요. 도서관에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도 있고요. 청소년들은 도서관이 자신들을 환영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하며, 그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독서 동아리나 청소년 도서 위원회처럼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주 작은 활동으로도 도서관 공동체의 일원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을 오가며 돌탑을 쌓는 것처럼 말이지요.
 
 
‘패시브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우리말이 없을까요?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아직 관련 논문이 없어 번역어를 고르지 못했습니다. 독자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literacy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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