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의 청소년 공간 -김은하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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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6-06-16 16:11 조회 8,334회 댓글 0건본문
싱가포르 공공도서관의 청소년 공간
김은하 『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처음 시작하는 독서동아리』 저자
공공도서관의 청소년실로 제 관심이 옮겨간 건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일로 가든, 살러 가든, 놀러 가든 간에 타국을 방문하면 어떻게 해서든 짬을 내어 공공도서관과 서점을 방문합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도서관 공간의 변화가 있습니다. 크게 네 가지로 추려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는 서가의 자리가 줄어들면서 함께 읽고 어울려 이야기할 수 있는 ‘모임방’이나 ‘카페’ 공간이 늘어난 것이고, 두 번째는 글로벌한 인구 이동의 확대로 ‘다언어, 다문화 자료’ 공간이 확대된 것, 세 번째는 IT 테크놀로지 문맹자 (혹은 경제적 이유로 접근성이 낮은 자)의 평등한 정보 접근을 위해 만들어진 전자매체 열람 공간, 강좌, 멘토링 등이 많아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네 번째는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확대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1)
1) 하나 더 덧붙이자면, 최근 1~2년부터 일기 시작한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 공간의 도입입니다. 3D 프린터등을 이용하여 자신이 디자인한 물건을 만드는 공간, 음악을 창작하는 뮤직 스튜디오, 영상을 만드는 영상 스튜디오 등 글을 넘어선 창작물을 만드는 공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이러한 공간은 청년들의 창작 스타트업(Start-up)을 편리하게 돕는 기능을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닿는 대로 별도로 논의해 보려고 합니다.
독립성과 연결성을 만족시키는 도서관 공간
올 초에 방문했던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에서도 청소년 공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싱가포르의 동북 쪽에 위치한 파시르 리스(Pasir Ris) 공공도서관은 대부분의 싱가포르 도서관이 그렇듯, 지하철 부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를 이용하기에 요건이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드는 싱가포르에서는 지하철이 대부분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합니다. 파시르 리스 도서관은 사진1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하철 역 바로 옆, 화이트 샌드(White Sands)라는 대형 쇼핑센터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올 초에 방문했던 싱가포르의 공공도서관에서도 청소년 공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 이야기를 풀어 볼까 합니다. 싱가포르의 동북 쪽에 위치한 파시르 리스(Pasir Ris) 공공도서관은 대부분의 싱가포르 도서관이 그렇듯, 지하철 부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를 이용하기에 요건이 까다롭고 돈이 많이 드는 싱가포르에서는 지하철이 대부분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합니다. 파시르 리스 도서관은 사진1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하철 역 바로 옆, 화이트 샌드(White Sands)라는 대형 쇼핑센터 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에 십대를 위한 복층 공간(mezzanine)이 있습니다. 사진2처럼, 도서관 입구의 자동도서출반납기 위가 바로 그 공간입니다. 별도의 공간이라서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도 성인의 서가나 열람실, 어린이 공간과도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청소년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일반 열람실(사진3)과 어린이실(사진4)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물이 고이면서 흐르듯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공공도서관은 아기부터 노인까지 여러 세대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스치고 섞이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적 공간이지요. 따라서 공간의 독립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쇼핑몰에 위치한 파시르 리스(Pasir Ris) 공공도서관. 도서관 화살표가 보이는 표지판 뒤로 가게들이 보인다.
2. 십대를 위한 복층 공간에‘ TEENS’라는 표시가 있다.
3. 청소년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일반 서가
4. 청소년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어린이 공간
2. 십대를 위한 복층 공간에‘ TEENS’라는 표시가 있다.
3. 청소년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일반 서가
4. 청소년 공간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본 어린이 공간
청소년을 위한 공간 구성과 청소년들이 꾸미는 서가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서 청소년의 도서관 및 독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라니타 라자라트남(Raneetha Rajaratnam)과 베레나 리(Verena Lee)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서관이 만들어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또한 학업과 입시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이 매우 강하기에,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 도서관에서 오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기꺼이 와서 책을 읽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론이 일어나게 됩니다. 주롱(Jurong) 지역 도서관에 처음으로 청소년 공간이 마련되고, 이의 성공을 계기로 청소년 공간을 확대하는 데 예산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게 맞는 매력적인 공간이 주어지고, 애정과 믿음으로 바라보는 사서들이 그들의 자율성이 보장한다면, 아이들이 몰려든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공도서관에 청소년 공간이나 코너를 만들게 됩니다. 파시르 리스 도서관은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많은 전통적인 주거 지역이면서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몰려다니는 쇼핑몰에 위치했기에 청소년 공간이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지요.
싱가포르 국립도서관에서 청소년의 도서관 및 독서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라니타 라자라트남(Raneetha Rajaratnam)과 베레나 리(Verena Lee)와의 인터뷰에서, 이 도서관이 만들어진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또한 학업과 입시에 대한 사회적인 압박이 매우 강하기에,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 도서관에서 오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청소년들이 기꺼이 와서 책을 읽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론이 일어나게 됩니다. 주롱(Jurong) 지역 도서관에 처음으로 청소년 공간이 마련되고, 이의 성공을 계기로 청소년 공간을 확대하는 데 예산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청소년에게 맞는 매력적인 공간이 주어지고, 애정과 믿음으로 바라보는 사서들이 그들의 자율성이 보장한다면, 아이들이 몰려든다는 걸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공공도서관에 청소년 공간이나 코너를 만들게 됩니다. 파시르 리스 도서관은 주변에 중·고등학교가 많은 전통적인 주거 지역이면서도,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몰려다니는 쇼핑몰에 위치했기에 청소년 공간이 가장 잘 활용될 수 있는 도서관이었다지요.
도서관 측은 설계할 때부터 청소년의 의견을 조사했으며 지금도 그들이 공간의 디스플레이와 전시물을 꾸밉니다. 청소년 사서의 도움이 있지만, 최대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합니다. 2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영감을 주는 독자들의 모임(Inspiring Readers Society)’이라는 도서관 자원 활동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청소년이 꼽은 추천 도서를 선정하는 작업도 합니다. 이 목록은 청소년 공간의 한쪽에 있는 터치스크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십대의 공간은 사진5와 사진6에서 볼 수 있듯이, 의자에도 앉고 바닥에도 앉을 수 있는 너른 마루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형적인 책상과 의자를 빼고, 바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의자를 탁자로 쓰기도 하고 책상으로 쓰기도 하고, 이리저리 합치고 분리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공간은 떠들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말소리가 너무 크지만 않으면 친구들끼리 속닥거리며 읽고 나눌 수 있습니다. 각자의 숙제를 하거나, 모둠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하거나 책을 읽으며 나눕니다. 사진 뒤쪽으로 보이는 서가들은 십대들이 기획하고 만든 전시서가입니다. ‘세계문학’을 주제로, 친구들이 읽을 만한 여러 소설을 나라별로 전시해 놓았습니다.
5. 십대의 복층 공간
6. 친구들과 함께 책 읽는 십대들
7.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의자
8. 청소년 소설 서가
9. 전자기기 충전소에서 영상을 보고 있는 소녀
6. 친구들과 함께 책 읽는 십대들
7.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의자
8. 청소년 소설 서가
9. 전자기기 충전소에서 영상을 보고 있는 소녀
사진7에서처럼 홀로 온 아이들은 혼자 앉는 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는 서가 옆 조용한 공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소녀는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다리도 쉬고 책도 읽을 겸 이곳을 찾았다고 하네요.
남의 나라 이야기는 언제나 문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도서관 정책 또한 경제와 교육 및 복지정책, 역사적인 배경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지요. 다른 나라 도서관의 청소년 공간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들여온다고 해도 같은 효과를 얻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타국의 이야기는 우리가 ‘갇힌 줄도 모르는 채 갇혀 있는’ 편견을 깨는 하나의 창이 됩니다. 교과서 없이 책으로 수업하는 대부분의 독서 선진국을 접하면서, ‘교과서로 진행하는 수업이 정석이다’라는 관념을 깰 수 있듯이요. 타국의 도서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에게 주고 있는 책 읽기 공간에 대한 관념을 깨길 간절히 바랍니다. 청소년에게 독서실이 아닌 도서관을 줍시다. 저는 안달이 나고 마음이 바빠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