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시인 아빠랑 세상 책 읽기] 할머니가 아빠 때문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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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6-05 14:11 조회 5,280회 댓글 0건본문
할머니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는다고 아빠가 알려줬다. 그래서 할머니를 축하해 주려고 친척들이 모였다. 외할머니도 엄마가 할머니가 상을 받는다고 알려줘서 일찍부터 축하해주러 왔다. 그렇게 해서 나, 엄마, 아빠, 큰아빠, 고모, 고모부, 사촌 언니, 외할머니가 모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상식이 열렸다. 친척들이 모이니까 추석이나 설날처럼 큰 명절날이 된 것 같아 좋았다. 우리 가족은 꽃다발을 사 갔다. 엄마 아빠 외할머니 할머니는 무대에 가까운 동그란 식탁에 앉고, 나 고모 고모부 사촌언니 큰아빠는 관객석에 앉았다. 아빠 친구랑 시인 소설가 선생님들도 뒤쪽에 앉았다. 처음에는 축하공연으로 판소리를 하고 그다음엔 국민의례를 했다. 국민의례를 마치고 진짜 시상을 시작했다. 국악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무용 대중예술로 나눠서 상을 줬는데, 4명과 3명으로 구분해서 상을 줬다. 상을 주기 전에 4명의 어머니 소개 영상이 나왔다.
할머니는 두 번째로 나왔다. 할머니 소개도 나오고 아빠도 영상에 나왔다. 아빠는 영상 속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어머니는?’이라는 질문에 답했다. 아빠는 처음에는 말을 더듬더듬하더니 점점 눈시울이 붉어졌다. 영상 속의 아빠는 두 손을 꽉 쥐었다. 아빠는 울었다. 아빠는 아마도 할머니가 힘들어했던 때를 떠올린 게 아닐까? 그 모습을 보니 나도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내가 왜 우는지 나는 몰랐다. 그렇지만 아마도 내가 아빠 마음을 알아서일 거다. 내 옆에 앉은 고모도 우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젊어서는 농사를 지으시고 나중에는 아빠의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했다. 할머니는 청소 일을 할 때, 일도 오래하고 나이도 제일 많아서 별명이 왕언니다.
어떤 어머니는 소감을 말하며 손을 떨었다. 너무 기쁘고 좋아서 그런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우리 혁주는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겠지만….” 하고 말했다. 나는 ‘하늘나라’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계속 궁금했다. 그래서 나는 ‘하늘나라?’ ‘하늘나라?’ 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고모는 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저분 아들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데 돌아가셨어.” 하고 말해줬다. 그렇구나. 그러면 기뻐서 그런 것도,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슬프고 하늘나라에 가 있는 아들이 생각나서 그런 거다. 나는 아직 가족들 중에서 돌아가신 사람이 없어서 모르지만 우리 가족이 하늘나라에 있으면 되게 보고 싶고 슬프고 뭔가 허전할 것 같다.
할머니가 행복해하는 걸 보니 아빠가 대단해 보였다. 할머니가 아빠 때문에 웃으니까 말이다. 나도 아빠처럼 내 덕으로 엄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엄마한테 나도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게 해줄 거다.
* 사진을 보태주신 김병용 소설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사진을 보태주신 김병용 소설가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