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심완선 평론가 편>
오늘 모신 분은 'SF가 재미있다고 말하고, 사람들을 SF로 초대하는' 평론가입니다. 최근에 두 번째 비평서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을 쓰셨는데요. 심완선 평론가님을 모셨습니다.
황정은 : 저희가 녹음 시작하기 전에 장황하게 수다를 떨었는데, 작가님이 다녀오셨다는 보드게임 여행 이야기도 더 듣고 싶고 그렇습니다.
심완선 : 에세이 계약을 했으니까요. 책이 올해 11월에 나올 것 같습니다.
황정은 : 큰일났네요. 원고가 하나도 준비 안 된 상태 아닙니까.
심완선 : 저의 마음속에 있어요. 영혼에 있어요.(웃음)
황정은 : 누구나 그러죠. 어떤 작가든 자기 마음속에 원고는 1000매 2000매 다 있다, 그걸 또 문장으로 쓰는 건 별개의 일이다.(웃음)
심완선 : 하지만 이제 쓰기만 하면 되니까요.(웃음) 눈물이 나네요, 진짜.(웃음)
황정은 :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작가님이 올해 태국을 다녀오셨대요. 보드게임 하러. 그 이야기를 들어서 '왜 거기에서 보드게임을 하시죠?' 그랬더니 그냥 보드게임을 하러 가셨다고, 그리고 에세이를 계약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심완선 : 그렇죠. 뒷이야기가 있지만 나중에 쓰겠습니다.
황정은 : 하나도 안 쓰셨다고...(웃음)
심완선 : 아니에요, 썼는데 완성되지 않았을 뿐이에요.(웃음)
황정은 : 마음속에 썼는데 현존하지는 않는다.(웃음)
심완선 : 그렇습니다. 지금 상태로는 남에게 보일 수 없다.(웃음)
황정은 : 힘내십시오.
심완선 : 감사합니다.
황정은 : 심완선 작가님은 SF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도록 글을 쓰시는데요. SF를 좋아하는 작가님의 마음을 따라서 글을 읽다 보면 독자도 SF를 사랑할 수밖에 없도록 글을 쓰세요. 엄청난 사랑이 느껴지는데 이 사랑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혹시 기억하시나요?
심완선 : 기본적으로 중고등학생 때 책을 계속 읽는 학생이었고. 물론 네다섯 살 때부터 남의 집에 가면 책장을 보는 그런 아이였는데요. 그래서 도서관에 가서 아무거나 읽는 학생이 되었다가 SF도 읽는 학생이었죠. SF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다기에 갔는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뭔가 일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술자리에 갔는데 SF 판타지 도서관이 생긴다고 거기에서 운영 위원회를 하지 않겠냐고 하는 거예요. "네, 할게요" 했더니 일이 생기고, 원고 청탁이 들어오고, 그러면 더 많이 읽고, 그러다 보니 발달된 것 같아요. 자리가 저를 만들었다고 할까요.
황정은 : 도서관에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심완선 : 행사 기획을 많이 했어요. 작가와의 만남이라든가 관련한 행사들. 그래서 인터뷰집에 나온 분들이 사실은 그때 한 번씩 인터뷰나 대담을 했었던 분들이에요.
황정은 : 『우리는 SF를 좋아해』 인터뷰집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이미 이 작가분들을 한 번 다 만났군요.
심완선 : 네, 김초엽 님의 경우만 처음 뵀어요. 다른 분들에 비해서 김초엽 님은 데뷔가 최근이시니까. 사실은 인터뷰집을 만들 때 들었던 생각이 '이걸 내가 10년 전에도 할 수 있었고 10년 전에 했어도 좋을 만한 작업인데, 이제라도 할 수 있게 되어서 좋은 것 같다, 지금이 훨씬 더 괜찮은 환경인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황정은 : 그런 것 같습니다.
심완선 : 독자도 많이 늘어났고 작품도 많이 늘어났고, 인터뷰에 응하시는 분들도 그 10년 동안 훨씬 더 심화되셨고, 작품이 쌓인 만큼 이 사람의 작품 세계를 보기도 더 좋아졌고요. 그래서 여러모로 돌아서 왔지만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 심완선 작가님의 두 번째 SF 비평서인데요.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이 2월에 출간이 되었습니다. 책을 만든 계기를 '여는 글'에서 언급을 하셨어요. 국어 선생님들에게 SF강의를 하다가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강의였나요?
심완선 : 어느 국어 선생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강의를 기획하는데 거기에서 SF 얘기를 해주실 수 있겠냐는. 저는 잘 몰랐는데 국어 선생님이나 사서 선생님이나 아이들과 책을 어떻게 읽을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특히, 청소년 SF는 굉장히 많이 나오기도 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이슈이기도 하고, 그래서 여러모로 'SF 잘 모르는데 어떤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들어보고 싶다'라는 분들이 계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강의를 하게 되었고요. 강의 주제는 책과 완전히 다른데요. 원래는 다섯 강으로 구성해서 청소년, 페미니즘, 퀴어, 장애, 포스트휴머니즘으로 했었어요.
황정은 : 이 책에 포함된 키워드들이기도 하네요.
심완선 : 네, 그렇긴 한데 내용은 굉장히 다르고요. 책의 기반이 되었죠.
황정은 :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은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1장은 SF세계를 개괄하는 안내문을 짧게 쓰셨고, 2장은 SF에서 다루는 주제를 키워드로 정리해서 12개의 글을 쓰셨어요. 1장에서는 SF의 재미, SF에 대한 오해, SF의 정의, SF를 읽는 방법 등등을 소개를 하셨는데요. 'SF가 무엇인지 정답을 낼 수는 없다'라고 하시면서도 답변을 잘 정리해주셔서 저도 SF에 대한 모호한 생각을 정리를 해볼 수가 있었습니다. SF의 정체성에서 핵심적인 것을 꼽는다면 작가님은 무엇을 이야기하시겠어요?
심완선 : 일단은 재미와 오해와 정의와 읽는 방법으로 핵심을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나, 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중에서 키워드를 하나 꼽는다면 '낯설다'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은 'SF 독자는 자신이 기대하지 않은 결말을 기다린다'라는 말이거든요. SF 비평 이론 하시는 분들이 만든 말이죠. SF의 장르적인 특징을 분석을 하면서. 예를 들면 로맨스나 미스터리 같은 경우에는 서사 형식이 장르적 특징이잖아요. 그런데 SF나 판타지의 경우에는 다른 세상을 만든다는 것이 장르의 특징이고, 서사의 방식이 아니라 세계가 핵심이 되는 거죠. 이 다른 세계를 어떻게 끌고 가느냐, 라고 했을 때 아무래도 '새롭다', '낯설다' 이걸 잘 활용할 때 제일 재미가 있는 것 같고요. 그것을 위한 장르가 혹은 그것을 추구하다 보면 SF가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