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저자 인터뷰_ 질문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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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08 17:33 조회 1,580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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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림책 질문수업』 이한샘 저자 인터뷰
‘쟤는 왜 저렇게 못생겼어요?’, ‘쟤는 뭐가 잘났다고 저런 행동을 해요?’라는 물음도 무시하려 하지 말고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유를 꼭 물어봤어요. (2022.01.24)
엉뚱해 보이는 질문도 의미 있게 받아주는 열혈 교사 ‘쌤크라테스’ 이한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질문을 이끌어 내는 실천적인 노하우를 풀어냈다. 『그림책 질문수업』은 9가지 질문기법을 소개하며 질문을 ‘어떻게’ 만드는지 섬세하고 적확한 문장으로 들려주는 책이다. ‘심화편’ 격인 내용도 놓치지 않았다. 질문 기법들을 활용해 주제별 그림책 질문수업에 관한 생생한 사례도 실려 있다. “얘들아, 질문 있니?”라는 교사의 말 앞에서 입을 꾹 다물고 마는 아이들과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총체적인 방법을 다뤘다고 할 수 있다.
‘그림책 질문수업’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많은 아이가 수업 시간을 지루해하고, 딱 10분밖에 안 되는 쉬는 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리죠. 초임 시절, 수업을 재미있게 그러면서 의미 있게 하고 싶었는데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이리저리 연수와 책을 찾아다니다가 ‘하브루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기존 수업이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형태였다면, 하브루타 수업은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직접 질문으로 만들고 그것을 토의하고 탐구하며 능동적인 학습이 가능해요.
‘선생님이 가르쳐야 할 것을’ 배우는 수업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이 방식이야말로 진짜 재미있는 수업이 될 수 있는 첫걸음이지요. 그래서 하브루타 연수를 들은 다음 날부터 당장 질문수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특히 그림책과 함께하며 질문수업의 매력을 더 폭발적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그림책은 그림에도, 글에도, 함축적인 이야기의 특성상 그림책의 행간에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질문이 숨어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이 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이들은 말문이 트이면서부터 “이건 뭐야?”, “저건 뭐야?” 하면서 질문을 쏟아내죠. ‘질문하기’는 자연스러운 본능 같은 일인데 학교에 오면 질문이 턱 막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수업 마지막으로 정해져 있어요. 수업이 끝날 즈음, 선생님이 책을 탁 덮으며 “오늘의 배운 내용 중에 궁금한 것 있니?” 묻는 게 일반적이죠. 이렇게 던지는 질문은 질문의 역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을 묻는 것’이라고 한정시켜 버립니다. 아이들은 시험을 보는 것처럼 긴장하게 되고, 그러면 수업에서 ‘다 배운 내용도 모르는 아이’가 되어 버리고요.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점점 질문하는 것을 꺼리고, 고학년이 될수록 질문을 기피해요.질문하기를 어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질문하는 법을 알려 주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질문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질문이야말로 고도의 사고 과정이 필요한 일이거든요. 상대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어야 하고, 출처와 사실 여부도 알아야 하며, 논리적 추론의 전제를 되짚기도 해야 하니까요. 질문하는 것도 충분한 연습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이를 연습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이 책에 실린 질문 기법들은 하브루타를 바탕에 두고 있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이 녹아들었는지 궁금합니다.
하브루타란 ‘하베르’라는 어원에서 온 말로, 하베르는 친구 또는 짝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짝을 지어 질문을 나눈다는 것, 그리고 토의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만든다는 것인데요. 맨 처음 질문 수업을 시작하며, 꾹 다문 아이들의 입을 열게 하는 [너랑 나랑 연결 질문] 기법은 ‘질문 짝’을 바탕으로 하여 서로 질문 꼬리잡기를 하며 말문을 여는 방법이지요, 그 뒤로 ‘열린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주인공 체인지] 기법으로 나와 집단에 그림책 속 상황을 대입하는 ‘만약’이라는 질문을 만들고, 자기 삶의 양식과 문제 해결법을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어요. [나만의 가치, 감정 연꽃 만들기] 기법으로 그림책에서 다루고 있는 가치와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만들고 대화를 나눠 볼 수도 있고요.
아이들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9가지 기법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기법은 무엇이고,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소개해 주세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법은 [단어 팝콘 오디션] 기법이에요. 팝콘 기계가 옥수수 알맹이를 튀겨 내듯 그림책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단어들을 팡팡 뿜어내는 브레인스토밍 과정으로 시작하여, 그 단어들을 연결해 질문까지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부담 없이 툭툭 말한 단어들이 그림책과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굵직한 질문으로 변하는 과정도 재미있어하고요.
이렇게 탄생한 질문 여러 개 중 마음에 드는 질문을 골라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기도 해요. 특히 그 좋아하는 쉬는 시간도 무시하며 방과 후에 집에도 안 가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이 수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가슴 한쪽이 벅차오를 때가 많답니다.
아이들의 질문 중에서 인상 깊었던 질문도 많으실 것 같아요.
모든 질문이 다 인상적이었지만, “죽음 뒤의 세계가 있을까?”라는 질문이 특히 기억에 오래 남아요. 그림책 『여행 가는 날』을 읽고 성찬이가 던진 질문이었어요. 이 질문을 두고 반에서는 ‘있다/없다’로 거의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이야깃거리가 끊기지 않았거든요. 그때의 치열한 생각이 결국 8쪽의 그림책으로 탄생하기도 했죠. 성찬이는 이 질문수업 끝에 ‘죽음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다.’라는 정의를 내리고 창작으로 나름의 답을 정리했어요.
성찬이가 만든 이야기에는 비밀의 도서관이 나와요. 세상 모든 사람의 삶을 담은 책이 있는 곳이지요. 이야기의 주인공 ‘태형이’는 자신과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 담긴 책을 찾아 마지막 페이지를 바꾸려고 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의 페이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아요. 태형이의 결말이 궁금하시면 『그림책 질문수업』 176쪽을 봐 주세요! 이 이야기에는 반전도 있는데요. 성찬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담겼기에, 저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답니다.
그림책 질문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어떤 능력을 기를 수 있나요?
질문수업은 책 한 권을 읽고 묻는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그림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볼까?”
아이가 그림책을 어떤 단어로 어떻게 소화했는지 잘 알 수 있는 질문이지요. 이때 아이는 그림책 속 단어를 말하기도 하고, 그림책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를 말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를 읽고 아이들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말인 ‘경주’부터 ‘페어플레이’까지 다양한 단어를 말하지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함께 책 내용과 연관 지어 새로운 단어를 접하고 그 뜻을 알아가며 나이에 알맞은 수준의 어휘력을 늘리면서 문해력을 향상시킵니다.
그런가 하면 그림책 속 핵심 단어를 자기 나름대로 정의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키우기도 합니다. 토끼와 거북이 속 등장한 ‘꾸준함’에 대해 윤정이는 이렇게 정의했어요.
‘꾸준함이란 쇠똥구리다. 왜냐하면 쇠똥구리에게는 소중한 똥 덩어리를 더럽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듯 나 외에는 누구도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일에도 혼자 믿음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자기 생각과 행동을 정의한 후, 윤정이는 물론이고 저희 반의 다른 아이들까지 자기 나름의 ‘꾸준함’을 실천하기 위해 작은 프로젝트를 기획했지요. ‘도전! 꾸준함!’이라고 이름 짓고 이 문장을 교실 뒷문에 크게 붙여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았어요. 우유 잘 먹기, 책 읽기 등 사소하지만 꾸준함이 필요한 일을 열심히 실천하고 그 과정에 관해 이야기도 나눴지요. 이렇게 질문수업을 통해 가깝게는 단어와 문장의 맥락을 파악하는 문해력부터 더 멀리 나아가 자기 삶의 철학 구축, 프로젝트 실행력까지 기를 수 있어요. 질문수업이 품고 있는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책에는 그림책 질문수업을 진행하며 겪은 시행착오 그리고 해결법도 담아 주셨는데요. 수업을 진행하며 특히 더 어려웠던 부분, 고민됐던 부분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엉뚱한 질문을 던질 때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특히 그림책 속 특정 인물에 대해 “쟤는 왜 저렇게 못생겼어요?”라는 외모 평가형 질문이나, ”쟤는 뭐가 잘났다고 저런 행동을 해요?”라는 비난형 질문이 나올 때 다른 아이들도 동조하는 분위기가 되면 목뒤에서부터 땀이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날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런 질문은 무시하려 하지 말고 ‘왜’ 그런 질문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꼭 물어봤어요. “그냥요.”, “재밌잖아요.”와 같은 단순한 대답이 나오는 경우, 그 질문으로 이야기를 해도 몇 마디 왔다 갔다 하면 더 말할 거리가 없게 되죠.
반면 나름의 뚜렷한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의 콤플렉스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거나, 평소 자신이 궁금하게 생각해왔던 주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지요. 이런 경우 질문을 흘려보내지 않고, 적용 질문이나 종합 질문으로(책 51~52쪽) 갈무리해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지도했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바를 ‘비난형’이 아니라 다른 형식의 질문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과정도 거쳤지요.
‘아이가 왜 질문을 안 할까?’ 걱정하며 고민하는 학부모와 교사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많은 사람 사이에서 손을 번쩍 들어 질문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특히 아이에게는 더 그렇고요. 일대일로 질문 짝을 만들어 수다 떨 듯 질문을 나눌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처음부터 그림책 한 권을 통째로 소화해서 질문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한 장면’부터, 그리고 ‘한 문장’부터 질문 만들기를 차근차근 시도해 보세요. 그렇게 하나씩 질문을 만들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정답이 있는 세계에서 벗어나 생각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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