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 저자 인터뷰_ 토론으로 사고력을 확장하는 고전 독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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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3-24 15:04 조회 831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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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으로 사고력을 확장하는 고전 독서 수업
『수업에 바로 쓰는 고전 토론 길잡이』 김길순·김윤진·박혜미 저자 인터뷰
학교 도서관에서 15년 넘게 학생들과 책 읽기를 해온 저자들은 '함께 읽기'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함께 읽고 토론하는 능동적인 고전 독서를 통해 학생들은 고전 읽는 재미에 서서히 빠져들었다. (2023.03.22)
김길순·김윤진·박혜미 저자
우리가 고전 읽기와 토론 수업에 관심을 둔 건 15년 전이예요. 한창 인문학 열풍이 불 때였는데, 그때 처음 아이들과 읽은 고전이 <논어>예요. 3명만 신청해도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는데 무려 30명이 지원했더라고요. 고전 읽기의 바람이 아이들에게까지 불었나 봐요. 2주 동안 함께 모여 소리 내어 읽고 좋은 구절을 찾아 발표하면서 고전 읽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좋은 기억을 갖게 되었죠.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학교 도서관도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졌었어요.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북적이던 도서관이 그리웠지요.
조금씩 재개되었을 때, 상황상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는 없었기에 더 알차고 의미 있는 것을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독서의 가치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고전'을 우선 선택하여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고전 읽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지 않는 학생들도 고전의 가치는 익히 잘 알고 있더군요. 혼자 읽기 어려운 고전을 여럿이 함께 읽어 좋다는 평이 많았어요. 그래서 수업에서 고전을 활용하면 금상첨화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어 그동안 수업에 활용했던 도서를 추려서 책을 내게 되었어요.
'책보다 재미있는 게 많아 책을 읽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말에 공감하는 다른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특히 '혼자 읽기 어려운' 고전에 학생들이 어떻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책 읽기를 재밌게 느끼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말에 공감이 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책 읽고 함께 수다 떠는 건 즐거워해요.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 귀담아듣고 공감해주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함께 읽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특히 고전은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해요. 어느 날 『파리대왕』을 대출해 갔던 아이가 사흘 만에 반납하길래 재밌게 읽었느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너무 어렵고 지루해서 세 장밖에 못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달의 인문 고전 천천히 읽기 프로그램에 그 책을 선정하고, 성공적으로 활용했던 적이 있어요. 물론 그 학생도 함께 참여하여 완독의 뿌듯함과 토론의 즐거움을 누리고 갔답니다.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 '어렵다'는 마음은 읽는 아이들 수만큼 나눠지고, '재밌다'는 마음은 아이들 수만큼 늘어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트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읽어보는 거'예요. 그러니 수업에서 또는 독서 프로그램에서 고전 독서의 계기를 자꾸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읽기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 재미없을 것 같다고 하던 학생 대부분이 읽고 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라고들 하거든요. 한 학생은 고전을 나물에 비유한 적이 있었는데요, 인상 깊어서 소개해 봅니다.
"고전은 먹기 전에는 엄청 맛이 없을 것 같은 나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먹어보니 먹을수록 건강하고 땡기는 맛이다!"
'명작'이라 불리는 훌륭한 고전들이 정말 많은데요. 그중 수업에 활용할 고전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사실 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딱히 고전 읽기에 적당한 기준을 논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학생들이 더 공감하는 고전은 분명 있더라고요. 『수레바퀴 아래서』에는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공 '한스'가 등장하는데 청소년기의 고민과 딱 맞아떨어지지요. 이야기 속에 자기 경험이 녹아있거나 자기 경험과 가까울수록 흥미를 갖기도 하고 몰입하게 되니까 등장인물로 청소년이 등장하거나, 청소년기의 고민과 밀접한 이야기를 찾으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 대한 고민과 사회에 대한 이해도 보편적 가치가 담긴 고전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다만, 고전 도서를 수업에 활용한다면 중간 정도나 중간 이하의 내용으로 선택하는 걸 권합니다. 너무 어려운 고전은 전체 아이들이 모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업이 실패할 확률이 높아져요. '책은 쉽게, 토론은 깊게'를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고전 수업을 하며 느끼셨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고전 읽기 수업 초창기에 있었던 일이에요. 고전 읽기에 참여했던 학생이 자기는 고전 읽기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운데, 선생님은 어떠냐고 물었어요. 너희들과 함께 고전을 읽는 건 즐겁기는 한데 자료 준비도 해야 하고 진행도 해야 해서 부담도 된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그 학생이 진심이 잔뜩 담긴 얼굴로 "선생님도 저처럼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기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위로하더라고요.
순간 뒤통수를 때리는 듯한 깨달음이 있었어요. '내가 좀 더 전문적인 지식 전달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저명한 고전 해설 전문가였다면' 하는 아쉬움 때문에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었거든요. 아이의 말을 듣고 나니 이런 고민에 발목 잡혀 아이들에게 양질의 독서 기회를 주지 않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강의식 고전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공을 넘겨준다고 생각을 바꾸니 좀 편안해졌어요. 그 학생이 저의 스승이 되어준 셈이죠.
『수업에 바로 쓰는 고전 토론 길잡이』에는 고전에서 길어 올린 깊이 있는 발문이 많습니다. 발문을 끌어내는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 고전 토론 수업 때는 완독 자체에 더 의미를 두어 기억에 남는 문장과 느낌을 나누는 정도였어요. 그러다가 발문 도출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면서부터는 책을 이해하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사람을 향한 관심, 논의 여지가 있는 논제, 다양한 시각이 있을 만한 발문에 대해 고민하면서 읽으니 좀 더 체계적으로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읽은 고전 책과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보게 되고, 유튜브 강의도 찾아 듣고, 다른 사람들이 올려놓은 감상평도 읽어보고, 저희끼리 토론도 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이 있어요. 어떨 때는 저절로 눈에 띄기도 하더라고요.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을 때는 아침 뉴스에서 청소년 대상의 온라인 성매매에 관한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와서 그걸 발문에 넣기도 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경험이었어요.
수업에 바로 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지가 눈에 띕니다. 고전 토론 외의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한데요. 활용 범위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요?
책에 수록한 다양한 활동지는 독서 기반 수업에는 어디든 활용 가능해요. 텍스트를 읽은 후 내용에 대한 4단계 발문을 도출하여 균형 있고 조화롭게 활동지를 구성하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과학 교과와 협력한 '과학 시간에 과학 소설 읽기' 수업에도 이 활동지를 활용했어요. 과학 소설에 녹아있는 과학 교과 내용의 발문은 과학 교사가, 과학 소설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인문학적 발문은 제가 도출하여 함께 활동지를 구성했지요.
그동안 단순하게 '기억에 남는 문장과 그 이유'를 작성하는 활동지만 사용했던 학생들의 반응은 우리를 들뜨게 했어요. '단순한 텍스트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많아 놀랐다, 활동지 발문에 내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앞으로는 더 깊고 넓게 생각하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쌤과 사서쌤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는지 느껴진다' 등과 같은 소감을 들려주었어요.
다양한 독서 수업을 시도하고 있는 현장의 선생님들께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사 스스로 고전 읽기나 수업을 두려워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교사는 곁길로 새지 않도록 단단한 울타리 역할을 해주시고, 고전 도서를 만나 사유하고 즐기는 것은 아이들의 몫으로 공을 넘겨주세요. 그리고 그 언젠가 선생님도 자기처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던 아이의 말처럼 선생님들도 고전 읽기 시간을 같이 즐겨 보세요. 저희 책이 선생님들의 수업 부담을 줄여 그 시간을 응원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