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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박물관에서 만나는 옛이야기 - 오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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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4-01 01:55 조회 8,8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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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박물관’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갔던 박물관 어땠어?”라는 질문에 “정말 재미있었어!”라고 금방 대답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실 박물관 나들이는 아이에게나 어른에게나 꽤나 힘들다. 왜 그리 멀리 있는지 한번 가려면 큰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곳, 딱딱하고 어려운 설명과 어두운 실내,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곳이 박물관이기도 하다. 또 유물이 많아 무엇을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피로가 몰려온다.

그런데 어찌하리. 박물관은 책에서만 보던 인류의 문화유산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정말이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다. 고민이다. 딜레마다. 재미있게, 즐겁게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박물관은 도서관이다
도서관엔 책이 많다. 한 번에 모두 읽을 수 없으니 골라 읽어야 한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은 인류 문명의 발달사가 각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해도 현대까지 적어도 1만 년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어찌 한 번에 모든 것을 보고 올 수 있겠는가? 도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는 것처럼 박물관도 골라 보고, 나누어 보아야 한다. 어떻게 온 박물관인데 싶어 1전시실, 2전시실부터 시작해 전시장을 전부 둘러보고 지쳐버리는 방식은 이제 그만. 박물관 관람 기본 원칙 첫 번째, 욕심을 버리자!

박 물 관 은 백 과 사 전 이 다
박물관과 백과사전은 내가 알고 싶은 정보가 모여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정보가 아무리 많이 있다 한들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그저 정보의 바다일 뿐이다. 백과사전의 깨알 같은 지식도 내가 필요한 것을 찾아 볼 때 의미가 있는 것처럼 박물관에 있는 정보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진정한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려면 우선 박물관에 가서 무엇을 볼 것인지를 먼저 정한다. 그리고 정한 주제나 유물이 어느박물관에 있는지 찾아보고 관람하도록 한다.

내 가 보 고 싶 은 걸 보 자
국립중앙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 역사를 통째로 만날 수 있다. 전시장만 해도 1, 2, 3층에 기획전실, 어린이박물관까지 있다. 한 번에 보기 어려운 건 물론이다. 그러면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시간을 두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골라 보자. “선사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백자 중의 백자, 달항아리는 얼마나 크지? 뭘 담았을까?”, “신라금관에는 어떤 장식이 달렸을까?”
다른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지구 땅속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 “공룡은 왜 사라졌을까?” 이렇게 전시장에서 내가 궁금한 것부터 찾아 둘러보기 시작하면자연스럽게 박물관에 흥미가 생긴다.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람법이다.



박물관과 옛이야기의 만남
이번 여름방학엔 박물관과 옛이야기의 만남을 추천한다. 박물관엔 이야기가 많다. 갖가지 전시물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귀를 기울여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박물관 관람은 성공한 것.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먼저 박물관에 숨어 있는 옛이야기를 찾아보자. 쉽고 재미있고 간단한 옛이야기를 찾아 박물관과 만남을 이어주면 된다. 아하! 이렇게도 박물관을 볼 수 있구나 싶을 것이다. 물론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좀 유치하겠지만 어린 시절 들었던 옛이야기에 얽힌 추억을 꺼내오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서 만나는 까치와 호랑이
우리나라는 호랑이의 나라라고 할 만큼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있다. 특히 이야기 속에 나오는 호랑이는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반면 까치는 그 지혜가 하늘을 찌른다. 옛날엔 정초에 호랑이 그림을 대문에 붙여 액막이를 했다. 호랑이가 나쁜 것을 물리쳐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이다. 민화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은 강원도 영월에 있는 조선민화박물관이다. 민화에는 우리 조상들의 소망이 가득하다. 좋은 짝 만나 아들딸 많이 낳고 출세하여 부자로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을 용이 되어 하늘을 오르는 잉어로,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로, 커다란 모란으로 그려냈던 것이다. 이야기 속 호랑이도 찾아보고 까치도 찾아보자. 민화 감상의 재미가 쏠쏠해진다.



농업박물관에서 만나는 「팥죽할멈과 호랑이」
「팥죽할멈과 호랑이」에는 팥죽할멈을 도와 호랑이를 무찌르는 농기구들이 등장한다. 물론 여기에도 호랑이가 나온다. 오늘은 팥 농사 이야기와 농기구를 살펴보아야 하니 불쌍한 호랑이는 잠시 잊자.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래 농업은 생산 활동의 기본이었다. 언제부터 팥 농사를 지었을지, 농사를 짓기 위해 어떤 농기구들을 사용했는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멍석과 지게는 실제로 어떤 쓰임새가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그리고 내가 이야기꾼이 되어 옛이야기 한 편을 다시 만들어 보는 거다. “난 호미를 등장시킬 거야.”, “난 동장군이 오줌을 확 쏟아 붓는 장면을 넣어야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터져 나올 것이다.

한의약박물관·의학박물관에서 만나는 「방귀쟁이 며느리」
방귀 이야기에 웃지 않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방귀쟁이 며느리는 나무에 매달린배를 떨어뜨릴 만큼 엄청난 방귀 위력을 가졌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으면 큰일 아닐까? 방귀는 왜 나오는 걸까? 어디가 아픈 걸까? 아프면 병원에 갈까? 한의원으로갈까?

서울의 경동시장에는 한의원과 한약재 상점들이 몰려 있는데 이곳에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이 있다.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 우리 조상들의 건강을 지켜왔던 한방치료법, 의약기구, 한약재들을 만나보자. 허준박물관에서는 한의학 관련 전시물뿐만 아니라 『동의보감』과 조선 명의 허준선생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가 활약했던 내의원을 한눈에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병원은 지금의 서울대학병원 전신인 대한의원이다. 100여년 전에 지어진 당시의 병원 건물 안에 의학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의학박물관에는 서양 근대의학이 도입된 이후에 사용된 각종 의료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다,‘이런 기구로 수술을 했을까?’ 싶을 정도의 수술 기구들도 있어 새삼 오늘날의 첨단의료 장비들과 비교된다. 이밖에도 인천의 가천박물관, 산청의 한의학박물관에서도 우리나라 의료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꼭 알고 나오시라. 방귀쟁이 며느리가 왜 그렇게 방귀를 뀔 수밖에 없었는지…….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나는 신화이야기, 「마고할미」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자연사박물관에 가면 그 비밀을 알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생물의 진화 과정과 종류, 생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우주와 태양계의 생성, 지구 탄생의 비밀, 지층의 변화 등 지구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이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을까?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김장성 지음, 사계절출판사)를 보면, 처음 세상은 해도 둘, 달도 둘이었다. ‘마고할미’는 뚝딱뚝딱 세상을 빚어 놓는다. 호랑이에게 엄마도 잃고 쫓기는 신세가 된 오누이는 하늘의 도움으로 해와 달이 되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다.
옛이야기와 박물관을 통해 신화와 과학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이해해보자. 우주로 로켓을 발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세상은 옛이야기와 어떻게 다를까?
자연사박물관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이 있다. 국립과천과학관과 국립중앙과학관, 지질박물관에서도 지구의 탄생과 역사를 볼 수 있다.



쇳대박물관에서 만나는 「쇠를 먹는 불가사리」
‘쇳대’는 ‘열쇠’의 방언이다. 쇳대박물관에는 자물쇠와 열쇠가 전시되어 있다. 자물쇠와 열쇠로 박물관을 꾸린 관장님의 안목에 새삼 탄성이 나온다. 쇳대박물관은 건물 외형부터 예사롭지 않다. 동판으로 된 건물 외벽은 시간의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녹이 슬어 조상들의 손에서 닳도록 쓰였던 ‘쇳대’의 세월과도 연결된다. 문고리 하나, 자물쇠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였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과 미의식이 배어 나온다. 알을 많이 낳고 눈을 감고 자지 않는 물고기 모양의 자물쇠에는 재물을 불러오고 잘 지켜달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쇠를 녹여 만든 자물쇠와 열쇠는 가족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주었다. 「쇠를 먹는 불가사리」의 주인공, 불가사리는 누구를 지켜주었을까? 궁금하면 책을 보시라.

옛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최근엔 숨어 있던 옛이야기들도 세상에 많이 나오고 있다. 박물관도 많다. 가본 박물관보다 가보지 않은 박물관이 더 많을 것이다. 옛이야기와 박물관은 무궁무진하게 엮을 수 있다. 「흥부와 놀부」에서 부자가 된 흥부네 집에서 놀부가 욕심내 가져갔던 화초장은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심청전」을 읽고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은?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꽂혀 있는 옛이야기를 들추며 박물관과 짝짓기 놀이를 해보자. 가보고 싶은 박물관이 저절로 많아질 것이다. 그런 다음 재미있게 이야기책을 읽고 박물관으로 가자. 뿌듯하고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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