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눈 맞추는 성교육 Q&A] 19금 웹툰과 책 사이, 현명한 눈금을 기르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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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웹툰과 책 사이,
현명한 눈금을 기르려면요?
얼마 전, 한국 성인 여성의 성교육 경험을 연구하는 인터뷰에 참여했습니다. 1980년대생들은 어린 시절 어디서 성 지식을 얻었는지, 성교육 단행본이 언제부터 보이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연구였어요. 저에게 가장 확실한 기억은 <여성동아> 같은 여성 구독자를 위한 월간지를 통해서였습니다. 1990년대엔 어디서나 잡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고 그 안에는 패션, 미용, 경제 등 내용과 광고가 실려 있었습니다.
서현주 전 초등 교사, 폭력예방교육 전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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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하고 유쾌했던 우리의 ‘보물찾기'
그중 가장 흥미롭게 봤던 것은 가장 뒤쪽 페이지. 별자리 운세와 성에 대한 Q&A 코너였습니다. Q&A는 익명의 사연자가 부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편지로 전해 오면 전문가 혹은 편집자가 그에 답변해 주는 방식이었어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은밀한 페이지 구성에 어린이였던 저는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일간지 연재 소설에도 ‘성적 코드’가 간간이 담겼었고, 주간지는 헐벗은 여성의 몸을 표지로 설정하여 대놓고 자극적인 내용을 선보이곤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잡지를 넋 놓고 보다가 뒤에서 지켜보던 엄마께 혼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 독서 모임에서 성적 내용이 담긴 도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한 육아 선배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우리 집에 성적 내용이 들어간 도서를 책장에 조금씩 끼워 넣어 놔. 웹툰 같은 자극적인 것을
볼 바엔 차라리 안전한 고전 같은 단행본을 보는 것이 좋을 것 같거든.
애들도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조금씩은 알아가는 일종의 즐거움도 있어야지. 그것을 책에서 얻으면 더 좋고.”
당시 저는 어린아이를 키우고 있었고 겨우 그림책만 읽어 주었기에, 이 말씀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아이가 자라면 나도 똑같이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됐고요. 이제 아이가 청소년소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시기가 되니 육아 선배의 말이 다시금 와닿습니다. 양육자가 아이에게 성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제공한다는 것은 아이를 ‘성적인 존재’로 인정한다는 뜻이니까요. 어린이를 성적인 존재로 인지한다는 것은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도 이는 상당히 일리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성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독서 경험 중에 잡지라는 것이 손에 잡혔기 때문이고, 그것은 일종의 보물찾기와 비슷했습니다. 어쩌다가 얻는 본능적 쾌감을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경험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성교육을 하다 보면 ‘어린이는 성적인 것을 아예 몰라야 하지 않느냐’라고 질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번식하느냐 아는 것은 생물학적인 상식이고, 성적인 관계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사회성 발달에 꼭 필요한 공부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언젠가 알게 될 것이라면 안전한 매체를 통해서 배워야 합니다.

옛날이야기에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는 사랑, 질투, 분노, 욕망 이 반드시 들어갑니다. 최근 다시 영화화된 소설 『폭풍의 언덕』 이 대표작입니다. 긴 집중이 필요한 대서사 속으로 들어간 독자 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인생의 회오리 안에 는 선악, 사랑과 경멸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게서 내 영혼을 비춰 보는 일이 녹아들어가 있죠. 고전이 성교육 측면에서 청소년에게 적당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은 당시 시대 상이 결혼과 로맨스를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입니다. 1850년대 에 쓰인 강렬한 이야기에 성적인 코드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 만 묘사하거나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가치가 있어요. 『폭풍의 언덕』과 함께 한국 소설 『모순』을 읽어 보는 것은 어 떨까요? 1998년에 세상에 나온 이야기는 30년이 다 되어도 여 전히 유의미합니다.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해 보는 것은 청소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밖에 없 습니다. 무조건 웹툰은 나쁘고 책만 좋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인생의 어느 한 지점에서 진지하게 사색에 잠기게 하고 자신의 가치관 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웹툰이든 책이든 둘 다 좋겠죠. 하지만 상업적인 목적에 매몰되어 이목 끌기와 쾌락에만 집중하 는 콘텐츠는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특히 매회 성적인 묘사가 등장하거나, 상호 간 애정보다는 강 압적인 관계가 자주 묘사되고,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적인 표현 이 나오거나 성적인 코드를 빼놓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정도라면 결코 좋은 작품이 아닙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