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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기는 영주, 책 쓰는 아이들] 함께 읽고, 함께 듣고, 다시 쓰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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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6-09 17:25 조회 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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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고, 함께 듣고,

다시 쓰는 시간


4월에 단서를 찾고, 5월에 인물과 갈등을 세워서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면, 6월은 그 글을 다시 읽고 고쳐 보는 달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퇴고’라는 긴 수정 과정은 대개 지루하고 어려운 일로 느껴진다. 어디를 어떻게 손봐야 할지 막막하고, 이미 한 번 써 낸 글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인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지현 영주서부초 사서교사



1단계피드백 회의: 수정, 틀린 것을 찾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달 쓰담쓰담은 혼자 원고를 붙드는 시간에만 머물지 않고,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라는 독서 나눔 활동을 함께 했다. 동생들에게 읽어 줄 책을 고르고, 소리 내어 읽는 연습을 하고, 실제로 읽어준 뒤 반응을 살피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다시 한번 책의 힘을 느꼈다. 책이 정서를 나누고 마음을 잇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경험은, 자신이 쓰는 글을 끝까지 밀고 나가게 하는 또 다른 동력이 되어 주었다. 초고를 다 쓴 뒤 아이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선생님, 이제 끝난 거예요?” 하지만 책 쓰기는 초고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다음부터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처음 쓴 문장은 마음속 생각을 꺼내 놓은 상태에 가깝고, ‘퇴고’라 불리는 수정은 그 생각을 남에게 더 잘 닿도록 다듬고 또 다듬어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등 고학년에게 퇴고는 여전히 막막하다. 어디를 손봐야 할지 모르고, 다시 쓰자니 힘들다. 그래서 6월 첫 시간에는 ‘피드백 회의’를 먼저 열었다. 초고를 출력해 돌려 읽되, 비판의 자리가 되지 않도록 말의 틀을 정해 주었다.


- (초고에서) 좋았던 점 한 가지
- 더 궁금한 점 한 가지
- 더 또렷해지면 좋을 점 한 가지


이 규칙을 정하고 나니 반응이 훨씬 구체적으로 나왔다. “재미있어요” 대신 “삼판서 고택에 들어갈 때 목소리가 작아지는 장면이 좋았어”라는 말이 나오고, “이상해요” 대신 “주인공이 왜 그 비밀을 끝까지 쫓는지 조금 더 알고 싶어”라는 말이 나왔다. 피드백 회의는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쓰는 사람’과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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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가 되어 ‘섬세한 귀’를 기른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 준다는 것은 예상보다 큰 변화가 된다. 혼자 조용히 글을 쓸 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또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다른 활동으로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를 제안했다. 5, 6학년 동아리 학생들은 2인 1조가 되어 아침 시간마다 1∼2학년 교실로 찾아가 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책을 읽고 끝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짧게 감상을 나누거나 질문을 주고받으며 동생들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을 하는 시간까지 함께 만들었다. 이 활동이 더 의미 있었던 것은 준비 과정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꾸려 갔다는 점이다. 어떤 책을 읽어줄지 고르는 일부터, 서로 역할을 나눠 읽기 연습을 하는 일, 읽고 난 뒤 어떤 질문을 던지면 좋을지 의논하는 일까지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뤄졌다. 활동을 몇 차례 해 본 뒤에는 동아리 아이들 쪽에서 먼저 의견이 나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간단한 퀴즈를 내고, 작은 간식을 선물처럼 건네면 동생들이 더 즐겁게 참여할 것 같다는 제안이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직접 해 보니 무엇이 더 즐거운 독서 나눔이 되는지를 스스로 발견한 셈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아이들의 만족감이었다. 한 학생은 동생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나오며 “책을 읽어 줄 때 숨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오래 남았다. 누군가에게 책을 읽

어 준다는 일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건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아이 스스로 느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한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 활동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이 단원은 1학년 국어 교과서 전체를 통틀어 협력수업에 가장 적합한 단원이라 할 수 있다. ‘2. 책에 관심 가지기’ 부분 또는 ‘배운 내용 실천하기’ 중 한 가지만 협력수업으로 할 수도 있지만, 두 활동을 연계하여 모두 협력수업으로 진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1학년 교과교사와 협의해 협력수업을 시도해 보자. 예를 들어 사서교사는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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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 가는 대표 독서 나눔 활동

이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자기 글을 다시 읽고

고쳐 보는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잘

들리는 문장이 무엇인지, 어떤 말이 마음을 움직이

는지를 몸으로 느낀 아이들은 자기 원고를 대할 때

도 이전보다 더 섬세한 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3단계 작은 보상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관계는 글을 다시 살린다

아이들의 수고에는 작은 보상을 주는 것이 내가 정한 원칙이다. 그래서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 활동이 끝난 뒤에는 함께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떡볶이를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한목소리로 마라탕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 선택부터가 무척 아이들다웠다. 얼핏 보면 이런 시간이 책 쓰기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런 시간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좋은 피드백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편하게 느끼는 관계 안에서 어린이들은 더 잘 자라기 때문이다. 내 글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읽히는 경험은 설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꽤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라탕을 앞에 두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아 있던 어색함이 자연스럽게 풀린다. 그 시간에는 형식적인 감상보다 진솔한 찐(?) 반응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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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은 다시 원고를 펼쳤을 때 훨씬 큰 힘이 된다. 관계의 온도가 올라가면, 다음 수정 시간에 오가는 말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아이들은 친구의 글을 더 진지하게 읽게 되고, 자기 글에 대한 조언도 덜 방어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책 쓰기 동아리는 결국 함께 쓰는 공동체라는 사실을, 마라탕 한 그릇이 다시 알려 준 셈이다.


4단게 다시 쓰기: 초고는 버리는 글이 아니라 살아나는 글

책 읽어 주는 언니·오빠 활동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자기 문장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본다. 정확히 말하면 다르게 듣는다. 눈으로 혼자 읽을 땐 괜찮아 보인 문장도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으면 금세 알 수 있다. 전문 작가들도 글이 막힐 때는 소리 내어 글을 읽어 보며 어색한 부분을 찾는다고 한다. 너무 길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 설명이 많아 장면이 흐려지는 대목, 반대로 짧지만 귀에 잘 남는 문장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피드백 회의와 낭독, 문장 다듬기를 거친 뒤에는 다시 쓰기로 넘어갔다. 이때도 처음부터 전부 새로 쓰게 하진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고쳐 볼 대목을 먼저 정하게 했다. 첫 장면, 인물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야 하는 장면, 결말로 가기 전 선택의 순간 같은 식으로 범위를 좁혀 주었다. 그렇게 해야 수정이 막막한 작업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일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학생은 무섬마을 악어 소동을 따라가는 장면을 다시 쓰며, 사건보다 “왜 그 일을 포기하지 못하는지”가 훨씬 또렷하게 드러나게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삼판서 고택 장면에서 마당의 고요함을 묘사한 문장을 덧붙였을 뿐인데, 글의 분위기가 한층 깊어졌다. 아이들은 이 과정을 통해 초고는 버리는 글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6월의 끝에서 아이들은 완성된 책을 손에 쥐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 글을 다시 읽고, 듣고, 고치며 끝까지 써내려 갈 힘은 조금씩 익혀 가고 있었다. 수정은 지루한 마무리가 아니라, 아이들이 작가의 기술을 가장 많이 배우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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