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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IB교육을 시작합니다] 사서교사의 이름으로, IB 관점을 세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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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6-04-07 15:41 조회 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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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이름으로,

IB 관점을 세운다는 것


국제 바칼로레아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을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가 종종 빠르게‘ 실천’으로 넘어간다.“ 무엇을 도와야 하나요?”“ 자료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모두 중요한 질문들이다. 하지만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서교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가 더 근본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한혜주 대구삼영초 사서교사



역할보다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것

IB교육은 역할을 단순히 ‘기능’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사서교사 역시 ‘독서교육과 도서관 운영을 담당하는 교사’라는 직무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IB가 사서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일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다르게 옮겨 보라는 제안에 가깝다.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은 탐구가 확장되는 중심부의 학습 환경으로 재정립된다. 즉, 공간이나 장서를 바꾸는 것을 제안하기보다, 사서교사를 자료 제공자가 아닌 사고가 일어나는 조건을 함께 만드는 교육자로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시선 변화는 질문의 변화로 이어진다. “이 수업에 필요한 책은 무엇일까?”에서 “이번 탐구에서 아이들은 어떤 질문을 만들고, 어떤 이해에 도달하길 바라는가?”로 질문이 옮겨 간다. IB교육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은 이 질문을 교사와 함께 품는 데서 출발한다. 정해진 업무 목록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함께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관점 속에서 역할이 형성된다. 이 관점 위에서, IB교육 이론들은 비로소 실제 현장에서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학문적 진실성, 규칙이 아니라‘ 태도’

1) IB의 후보학교(Candidate School)로 승인받아 IB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는 학교를 뜻한다.국제 바칼로레아는 교육과정을 단순한 수업 체계가 아니라, 학교 문화 전반으로 이해한다. 이를 위해 IB 월드스쿨1)이 공통으로 따르는 교육 원칙을 여러 정책 문서로 제시한다. 언어, 평가, 입학, 포용성, 학문적 진실성 정책은 특정 교과나 담당 교사의 몫이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가 공유해야할 교육의 방향을 담고 있다.


1) IB의 후보학교(Candidate School)로 승인받아 IB 교육과정을 시범 운영하는 학교를 뜻한다.

이 가운데 사서교사가 먼저 마주하는 개념 중 하나가 학문적 진실성(Academic Integrity)이다. 흔히 표절이나 출처 표기 문제로 이해되지만, IB는 이를 신뢰받는 한 개인으로서 책임 있게 선택하고 행동하는 태도로 본다(IBO, 2018). 평가 규칙이 아니라, 지식을 대하는 방식이자 학습 전반에 스며들어야 할 윤리적 문화에 가깝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서교사는 학문적 진실성을 가장 일상적으로 다루는 교육자다.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고, 정보를 고르고, 타인의 생각을 자기 언어로 다시 표현하는 경험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질문한다. 어떤 정보가 믿을 만한지, 서로 다른 관점은 어떻게 공존하는지, 어디까지가 타인의 생각이고 어디서부터 나의 해석인지 말이다. IB는 이런 학문적 진실성이 PYP(초등) 단계부터 연령에 맞게 모델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서 교사는 규칙을 지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의 기준을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에 가깝다. 출처를 적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왜 타인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지, 왜 습득한 정보를 바탕 삼아 자기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학문적 진실성은 학교도서관에서 생활에 가장 가까운 교육으로 구현된다.



 나만의 책표지 만들며 창작자 윤리 다지기

학문적 진실성을 학생들에게 경험으

로 전하고 싶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중심으로 독서프로그램을 운

영한 적이 있다. 나는 저작권을 규칙

으로 설명하기보다, 한 권의 책이 만

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창작

자의 선택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식

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책

을 읽으며 작가의 이름과 그림을 그

린 사람의 이름이 왜 함께 적혀 있는

지, 책 한 권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노력이 담기는지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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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활동은 ‘나만의 책표지 만들기’였다. 학생들은 출판된 책을 따라 그리는 대신, 책의 주제와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직접 디자인했다. 활동을 하던 중 누군가는 “이 그림은 내가 본 책이랑 너무 비슷한 것 같아요”라며 다시 고쳤고, 한 학생은 “제 생각을 더 넣고 싶어요”라며 표현도 바꿨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떠올랐을까?” “이 부분에는 네 생각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라는 질문만 건넸다. 아이들은 점차 ‘베끼면 안 된다’는 말보다, ‘내 생각으로 다시 표현해야 한다’는 감각을 갖게 되었다. 출처와 저작권이라는 개념은 활동의 마지막에 자연스럽게 익혔지만, 그때쯤 아이들은 이미 왜 그것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었다. 이 독서프로그램은 학문적 진실성이 규칙이 아니라, 생각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을 몸으로 경험하게 한 시간이었다.



학교도서관, 모든 학습자를 위한 포용의 공간

IB의 포용성 정책은 포용을 “장벽을 식별하고 제거하여 모든 학생이 학습에 참여하도록 돕는 지속적인 과정”으로 정의한다(IBO, 2018).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포용성이 특정 학생을 위한 보완 장치가 아니라, 학교 전체의 학습과 교수·평가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IB는 포용을 ‘추가 지원’이 아니라, 교육과정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돼야 할 가치로 본다. 이 관점에서 학교도서관은 포용성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간이다. 학생들의 읽기 수준과 언어 배경, 문화적 경험의 차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교실 수업이 하나의 자료와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학교도서관은 각기 다른 출발점에 선 학습자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탐구에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IB는 포용성이 평가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학습 경험 속에서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원칙은 사서교사의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사서교사는 다양한 읽기 수준과 언어 배경을 고려해 자료를 구성하고, 텍스트·이미지·영상·오디오 등 여러 형식의 자료를 통해 접근 경로를 넓힌다. 학생이 자기 방식으로 이해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설계한다. 이는 특정 학생을 위한 특별한 배려라기보다, 모든 학습자를 위한 보편적 설계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제·다문화 학생에게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모국어 도서 코너는 단순한 장서 확충이 아니라, 학생의 언어와 문화가 존중받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다. 국제·다문화 독서프로그램 역시 서로 다른 이야기와 관점을 나누며, 이주민 학생에게는 자기 경험을 표현할 기회를, 주변 학생들에게는 세계를 넓게 바라보는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IB는 포용을 학습 장벽을 낮추기 위해 환경을 설계하는 교육적 선택으로 본다. 학교도서관은 이런 선택이 가장 빠르고 일상적으로 구현되는 공간이며, 사서교사는 학생의 차이를 문제가 아니라 학습을 확장하는 자원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포용적으로 설계된 학교도서관은 학습 참여를 보장하는 공간을 넘어, 학생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가는 출발점이 된다. IB가 강조하는 국제적 감수성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많이 아는 상태라기보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이해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포용은 그 태도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며,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관점이 만나는 지점에서 국제적 감수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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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책을 보며 넓힌 ‘국제적 감수성’

이런 맥락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국제적 이슈를 독서프로그램으로 다룬 적 있다. 단순히 ‘한국 작가가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보다, 이 소식이 왜 세계적인 의미를 가지는지 아이들과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학생들과 노벨문학상이 어떤 상인지, 문학이 한 사회의 이야기를 넘어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며, 하나의 작품이 국제적 공감을 얻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우선, 한강 작가의 책을 함께 살펴봤다. 그 속에 어떤 주제와 질문이 담겨 있는지, 왜 작가의 이야기가 여러 나라의 독자에게 읽히게 되었는지 골똘히 들여다봤다. 학생들은 책제목과 표지, 간단한 소개글을 비교하며 “이 이야기는 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제적 이슈는 뉴스 속 먼 사건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엮어 내 해석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이 독서프로그램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은 국제적 이슈를 많이 소개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이 한 사건과 작품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의미를 스스로 연결해 볼 수 있도록 자료와 질문을 준비하는 데 있었다. 포용적으로 구성된 학교도서관은 이렇듯 국제적 감수성이 자라나는 일상 공간이 되며,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조금씩 넓혀 가는 과정에 조용히 함께 서 있는 존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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