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IB교육을 시작합니다] IB교육과 학교도서관, 함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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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교육과 학교도서관,
함께 길을 묻다
IB교육과 학교도서관 이야기를 시작한 순간을 떠올려 보면, 거창한 문제의식보다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이 좋은 교육철학이, 학교도서관과는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지난 3월부터 모두 아홉 번에 걸쳐 IB교육에 대한 소개, IB 교육과 연계한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사례, 그리고 IB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운영 사례 등을 나누었다. 이상적으로 보이는 ‘IB교육 속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사실 학교도서관이 지향하는 본연의 역할이다. 이것은 새로운 시도가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충분히 실천하지 못했던 가치에 더 가깝다. 그래서 IB교육을 학교도서관과 연결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지 않은가? 본연의 역할을 잘 해내는 것, 그 기본적인 것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는 끊임없이 해야 하는 고민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 글은 이 연재의 마지막 이야기다. 이 글을 통해 ‘학교도서관의 기본을 지키는 일’, 그리고 ‘그것을 잘 해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해보고자 한다.
박혜림 대구국제고 사서교사
수업 바깥이 아닌, 수업‘ 안’으로
오랫동안 학교도서관은 교실 수업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설명되어 왔다. 필요한 책을 준비해 주고, 자료 찾기를 도와주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 물론 이 역할은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IB교육이 지향하는 교수·학습은 학교도서관을 단순한 보조 공간이 아니라, 수업과 학습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핵심 공간으로 바라보고 있다. IB교육은 수업 안에서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때 ‘질문’은 교사가 제시한 하나의 질문에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학생 스스로 질문을 확장하고, 개념을 연결하고, 자신의 언어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때 학생이 만나는 자료는 교과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양한 관점이 담긴 책, 신문 기사, 연구 자료, 인터뷰, 통계 자료, 1차 사료 등 복합적인 정보 환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교도서관은 수업의 바깥이 아니라, 수업 그 자체로 스며들 수 있다. ‘학교도서관 활용수업’을 별도의 특별한 형태로 구분하기보다는 하나의 단원, 하나의 과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단순히 “과제에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자.”라고 하는 대신, “어떤 기준으로 자료를 고를 것인가?” “이 자료는 누구의 관점이 반영된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활동을 설계할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수업 속에서 학교도서관은 수업이 확장되는 또 하나의 교실이 된다. 이런 변화가 반드시 대규모 시설 개선이나 예산 확보에서 시작할 필요는 없다. 단 한 번의 단원 설계, 한 번의 수행
평가 구성, 한 번의 교과 협력수업만으로도 쉽게 출발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수업해야 한다’라는 의무감보다 ‘도서관과 함께하면 수업이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호기심이 오히려 변화를 이끌어 내는 힘이 될 것이다.
Library/ian System
IB교육에서는 학교도서관을 ‘Library/ian System1)’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도서관과 사서는 하나의 상호 의존적인 시스템이며,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작동할 때 가장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을 잘 아는 우리에게 이 설명은 다소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에게는 ‘도서관’과 ‘사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이 개념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도서관과 사서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도서관에는 반드시 전문인력이 있어야 하고, 도서관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사서의 역할이 핵심이라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사서’는 단순히 자료를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서관 운영과 교육, 그리고 지원을 담당하는 모든 전문인력을 포함한다. IB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학교의 경우, 대개 도서관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사서’와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에 함께 배치된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주체가 협력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매우 이상적이다!
1) Ideal Libraries: A Guide for Schools(IBO, 2018)
사서교사‘, 사서’와‘ 교사’ 사이
IB학교에서 6년째 근무하며 ‘사서로서의 역할’과 ‘교사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늘 IB학교에서 6년째 근무하며 ‘사서로서의 역할’과 ‘교사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늘중요한 고민이었다. 이는 IB학교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학교도서관이 지닌 공통 과제일 것이다. 두 역할을 모두 잘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연한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사서교사 학습과정을 함께 설계하는 교육자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빠르게 변화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도서관이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 사서교사의 역할도 더욱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 ‘책을 잘 정리하는 사람’이나 ‘자료를 찾아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학습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안내하는 ‘교육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사서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완성되기 어렵다. 교과교사와의 협력, 학교와 구성원들의 이해, 그리고 운영 구조의 뒷받침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IB교육이 말하는 Library/ian System 개념은 학교도서관의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지점을 제시한다. IB 교육과정에서 사서교사는 탐구 과제의 시작부터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 학생이 주제를 설정하고 자료 탐색 계획을 세우며, 수집한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해 자신의 언어로 내용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사서교사의 ‘교사로서의 전문성’이 분명하게 드러
나는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옆에서 ‘도와주는 역할’이 아니라, 수업을 함께 설계하고 고민하는 ‘동료 교사’의 역할에 가깝다. 이 역할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학교도서관 운영 역시 수업의 흐름과 긴밀히 연결되어야 한다.
학교도서관 교육 지원을 넘어‘ 배움의 중심’ 공간
그래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도 새로운 방향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독서 행사, 독서 주간, 작가 초청 강연은 여전히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프로그램이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학생들의 탐구활동과 유기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교육적 깊이가 더해진다. 독서가 토론으로 확장되고, 토론이 다시 탐구 주제로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학교도서관은 ‘지원 공간’을 넘어 진정한 배움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함께‘ 질문’을 품는 공간으로서의 학교도서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수행평가가 이뤄지는 시기가 되면 도서관이 학생들로 북적이고, 많은 책이 도서관을 떠났다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과목별 주제와 관련한 도서를 읽거나, 평가 준비를 위해 자료를 찾는 모습은 대부분 고등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수행평가를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교과선생님의 안내일 수도 있고, 평가 과정의 일부일 수도 있다. 물론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교과 학습과 수행평가를 위해 도서관이 실제로 ‘필요한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학교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모습은 ‘정답을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라 ‘질문을 함께 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도,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IB교육이 어렵지만 매력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교육은 완성된 답안을 제시하지 않고,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한다. 또 스스로 고민하고 타인의 관점을 통해 생각을 넓히도록 이끈다.

학교도서관 역시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 조용히 책만 읽는 장소를 넘어, ‘이 주제에 다른 관점은 없을까?’ ‘이 문제를 설명할 자료가 더 있을까?’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곳. 학생이 질문을 품고 머뭇거릴 수 있고, 교사가 새로운 수업을 고민하며 잠시 머무를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이 수업, 도서관과 함께해 보면 어떨까요?” “이 탐구 주제, 자료 탐색부터 같이 설계해 보면 좋겠어요.” 이런 말들이 부담 없이 오갈 수 있는 학교라면, 학교도서관은 이미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거창한 제도 변화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에서 시작된다. 함께 고민해 보고, 한 번 협력해 보고, 수업을 마친 뒤 잠깐 나누는 성찰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변화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꼭 IB교육을 하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떤 교육과정이든 교사와 사서교사가 함께 질문을 나누고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한 작은 실천들이 마침내 좋은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