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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그림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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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05-09 13:40 조회 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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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초등 특수학급 처음 독서교육


새로운 학교에서 개성 강한 다섯 아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느라 쑥스러워 작은 소리로 말하던 아이들이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처음 봤던 그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커지고 수다쟁이가 되었다. 수업 시간에는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하거나 하고픈 질문이 산더미라 떠오르는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또는 내 대답이 틀릴까 걱정돼 고개를 푹 숙이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경 지그재그 특수교육연구회 셋업(SET-UP) 유닛




책 읽기가 쉬워지는 마중물 활동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또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가 되길 바랐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생긴 교사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그림책을 통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 보자!’ 호기롭게 첫 수업을 준비했다. “이번 시간에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겠다”라며 그림책을 꺼냈다. 아이들은 ‘책’을 보자 거부감부터 보였다. 재미있는 수업이라더니 왜 책을 꺼내냐고 했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첫째, 책으로 도미노 쌓기

그림책 수업을 할 때는 항상 ‘그림책과 친해지기’를 목표로 진행했는데, 이 학생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책놀이 활동을 열었다. 책상과 의자는 뒤로 밀어 두고, 교실에 있는 모든 책을 바닥에 쏟았다.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에 가서 아무런 기준 없이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빌려 오게 했다. 책을 도미노처럼 쌓고, 높게도 쌓아 보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늘 한 놀이처럼 앞으로 그림책으로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 보겠노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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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에 가서 아무런 기준 없이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빌려오게 했다. 책을 도미노처럼 쌓고, 높게도 쌓아 보았다.”



둘째, 그림책 만져 보기
이제 다양한 책들을 직접 만져 보며 그림책의 여러 물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 두 곳에 가서 다양한 그림책을 빌렸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림책의 판형, 표지, 겉싸개, 면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교사는 다음과 같이 독려했다. “책을 쫙 펼쳐 봐. 끝도 없지 펼쳐지지?” “우와∼ 엄청 긴 책이다!” 흥미를 북돋으며 직접 경험하는 수업이 제일 재미있음을 느끼게 했다(『물이 되는 꿈』, 『리본』 등을 활용했다). 팝업북을 펼쳐보던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이것도 책이에요?” 우와∼ 신기해요. 우리 학교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는 줄 몰랐어요. 빌려 볼래요!” 원하던 반응이었다. ‘책은 재미없다.’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림책 표지를 보며 다양한 퀴즈 놀이도 하고, 숨은그림찾기 등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 그림책을 교실에 두어 학생들이 그림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놀이 공간 근처에 그림
책을 전시해 두어 자주 볼 수 있도록 했더니,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스스로 놀이 공간에 가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럴 땐 읽었던 책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독서기록장을 작성하도록했다. 기록장은 각 학생들 수준에 맞게 자신이 적고 싶은 것을 선택해 작성할 수 있도록 했다스마트폰은 ‘보는 글’이며 책은 ‘읽는 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책은 스마트폰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으며 이해하는 과정에 훨씬 더 많은 힘이 듭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정말 재밌다!”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요즘처럼 글자보다 영상이, 그것도 빠르게 바뀌는 짧고 강렬한 동영상에 길들여진 학생들에게는 10분, 20분 글자를 읽는 일 자체가 낯설고 힘듭니다. 하지만 친해지려면 그 서먹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사람도 자꾸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져야 정이 들고 애정이 가듯 책도 그렇습니다. 독서가 좋아져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되려면 자주 접하며 정이 들어야 하고, 참고 견디며 읽어내는 그 과정 속에서 문해력이 향상됩니다. 책을 읽기만 해도 문해력이 향상된다면 좋겠지만, 단순 읽기만 한다면 문해력 수준의 향상을 기대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읽기와 쓰기 활동을 함께해야 문해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힘을 키우고자 합니다.


본격! 그림책 수업 실천


 학생들이 고르게 그림책에 흥미를 붙인 것을 확인한 다음 수업

을 시작했다. 수업 주제도서는 『고민 식당』이다. 이 책에는 우리

반 아이들 같은 또래들이 등장한다. 고민이 많은 이 아이들은

‘고민 식당’을 찾아간다. 식당에는 고민이 있는 사람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셰프 아저씨가 각자의 고민에 딱 맞는 음식

을 만들어 주신다. ‘쭉쭉 늘어 달걀말이’ ‘이가 딴딴 우유’ ‘똑

똑 박사 호두파이’ 등 요리들의 이름도 독특하다. 예를 들자

면, “키가 작아서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어린이에겐 “우리 몸

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가득 들어 있는 ‘쭉쭉 늘어 달걀먈이’ 어

때요?” 하고 셰프 아저씨가 요리를 추천해 주신다. 저마다의 고

민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것.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고민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한 셰프의 음식으로 우리 반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들었다. 국어 교과에 연계하여 수업을 구성했는데, 성취 기준과 개별화 교육목표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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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와 연계한 그림책 수업 계획안


읽기 전 활동 나의 고민과 이미지 찾기

수업 첫머리는 각자 자신의 고민을 생각해 본 후 패들렛에 적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말해야 하나 망설였다. 운을 먼저 띄우기로 했다. “선생님이 매일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어떤 고민이든 좋다고 북돋았다. 그러자 학생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진을 검색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보기도 하고, 입력이 어려운 학생을 서로 도와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살펴보며 나의 고민을 적절하게 수정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완성된 학생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국수 많이 먹고 싶은데 배가 나와요.” “요즘 움직이기 싫어서 고민이에요.” “라면 먹을까 말까 고민돼요.” 등 다채로운 고민과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한 페이지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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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각자의 고민과 그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패들렛에 업로드한 화면 캡처


읽기 중 활동 등장인물의 고민 살펴보기

이제 『고민 식당』을 함께 읽을 차례다.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등장한 인물들의 고민을 살펴보았다. 그런 후 같은 고민을 해 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림책 속에 나온 다양한 음식들도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쉐프 아저씨가 왜 이 음식을 만들어 주셨을까?’ 궁금증을 가지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을 발표해 보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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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식당』을 읽고 기록한 독서활동지                                                  라면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 중인 친구에게 추천하는 요리를 표현한 학생
                                                                                                              그림. 친구의 고민과 해결하기 위한 행동, 추천하는 메뉴 이름과 함께 그
                                                                                       메뉴를 그리거나 사진으로 구성하도록 항목을 구성했다




읽기 후 활동 해결하고 싶은 고민과 어울리는 음식 선택하기

패들렛에 썼던 ‘나의 고민’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림책을 보며 새롭게 떠오른 고민을 적었다. 그리고 여러 고민 중 꼭 해결하고 싶은 한 가지 고민을 선택했다.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음식 추천을 받기 위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도 소개했다. 이후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반 고민 상자’를 통해 랜덤 뽑기를 했다. 학생들은 상대방의 고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학생은 태블릿을 활용해 검색해 보기도 했다. 추천하고 싶은 음식도 함께 떠올려 보았다.




고민타파 라디오 DJ


우리는 고민 상자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파악하고,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고민을 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고, 고민에 어울리는 음식도 생각해 보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오려 붙여 음식을 맛깔나게 표현하고, 그림책처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수식어를 붙여 이름도 지어 보았다. 그리고 그 메뉴를 추천하는 이유도 생각해 보았다. 이후 추천 음식을 패들렛에 공유해 서로가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고민타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자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음악을 선택하고, 대본을 완성해 보았다. 각자의 고민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고 멋지게 고민 해결 방법 또한 소개해 주었다. 그런 다음 추천 음식과 음악 등을 패들릿에 공유했다. 서로의 추천 음식을 클릭해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고민 해결 방법에 대해 칭찬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음식을 추천해 준 친구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울려 표현하는 힘, 기를 수 있다


수업 초반만 하더라도 학생들은 고민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자기만의 이야기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다 어려울 때 “저도 쉐프 아저씨가 만들어 준 똑똑 박사 호두파이 먹고 싶어요.” 말하기도 했다(편집자 주: 책에서 어린이가 “어려운 문제도 척척 푸는 언니가 부러워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자 셰프는 “쓱 보면 저절로 외워진다는 ‘똑똑 박사 호두파이’ 먹어 볼래요?” 하고 고민에 맞는 요리를 추천해 준다). 책에 등장하는, 서운한 마음까지 몽땅 넣고 비벼서 먹을 수 있는 ‘비벼 짜장면’이 필요한 이유를 “엄마랑 화해해야 해요.”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책 내용을 이해하고 내놓은 답변이라 깜짝 놀랐다. ‘나’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 여러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누니,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답하는구나 싶어 교사로서 참 뿌듯했다. 이후 필자는 패들렛에 들어가 각 학생의 이름별로 구역을 나눠 ‘나의 고민-서로의 고민 살펴 보기-추천 음식-추천 음악’을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다.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을 살펴 보고 댓글도 남기게 했다. 수업했던 내용들이 정리돼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생각보다 자주 패들렛을 확인했다. 스스로 행동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추천 음식을 정할 때는 ‘신진붉라꼬 라면’ ‘살안쪄건면국수’ ‘수학왕짜장면’이라는 재미있고 기발한 음식들을 말해 ‘학생들의 표현 능력이 향상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아이는 독서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그림책 속 글뿐 아니라 그림 또한 읽으며 각 장면의 상황을 이해하는 모습도 발견하곤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쉬는 시간에 놀이 공간에 가서 그림책을 보기도 한다는 것!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 모습은 정말 놀랍다. 독서에 관한 즐거움 경험이 하나씩 쌓여 가는 이 순간이 계속 모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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