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그림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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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생각하는 힘을!
초등 특수학급 처음 독서교육
새로운 학교에서 개성 강한 다섯 아이를 만났다. 처음에는 낯을 가리느라 쑥스러워 작은 소리로 말하던 아이들이었는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처음 봤던 그 아이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목소리가 커지고 수다쟁이가 되었다. 수업 시간에는 달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해하거나 하고픈 질문이 산더미라 떠오르는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또는 내 대답이 틀릴까 걱정돼 고개를 푹 숙이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경 지그재그 특수교육연구회 셋업(SET-UP) 유닛
책 읽기가 쉬워지는 마중물 활동
학생들이 자기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에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또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관계가 되길 바랐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는 게 많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생긴 교사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그림책을 통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 보자!’ 호기롭게 첫 수업을 준비했다. “이번 시간에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겠다”라며 그림책을 꺼냈다. 아이들은 ‘책’을 보자 거부감부터 보였다. 재미있는 수업이라더니 왜 책을 꺼내냐고 했다. 생각지 못한 아이들의 반응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첫째, 책으로 도미노 쌓기
그림책 수업을 할 때는 항상 ‘그림책과 친해지기’를 목표로 진행했는데, 이 학생들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과 책놀이 활동을 열었다. 책상과 의자는 뒤로 밀어 두고, 교실에 있는 모든 책을 바닥에 쏟았다. 학생들에게 학교도서관에 가서 아무런 기준 없이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빌려 오게 했다. 책을 도미노처럼 쌓고, 높게도 쌓아 보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늘 한 놀이처럼 앞으로 그림책으로 재미있는 수업을 준비해 보겠노라 선언했다.
본격! 그림책 수업 실천
학생들이 고르게 그림책에 흥미를 붙인 것을 확인한 다음 수업 을 시작했다. 수업 주제도서는 『고민 식당』이다. 이 책에는 우리 반 아이들 같은 또래들이 등장한다. 고민이 많은 이 아이들은 ‘고민 식당’을 찾아간다. 식당에는 고민이 있는 사람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데, 셰프 아저씨가 각자의 고민에 딱 맞는 음식 을 만들어 주신다. ‘쭉쭉 늘어 달걀말이’ ‘이가 딴딴 우유’ ‘똑 똑 박사 호두파이’ 등 요리들의 이름도 독특하다. 예를 들자 면, “키가 작아서 속상해요.”라고 말하는 어린이에겐 “우리 몸 에 필요한 영양소들이 가득 들어 있는 ‘쭉쭉 늘어 달걀먈이’ 어 때요?” 하고 셰프 아저씨가 요리를 추천해 주신다. 저마다의 고 민에 딱 맞는 음식을 만들어 주시는 것.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고민과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가득한 셰프의 음식으로 우리 반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리라 예감이 들었다. 국어 교과에 연계하여 수업을 구성했는데, 성취 기준과 개별화 교육목표는 다음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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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 활동 나의 고민과 이미지 찾기
수업 첫머리는 각자 자신의 고민을 생각해 본 후 패들렛에 적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말해야 하나 망설였다. 운을 먼저 띄우기로 했다. “선생님이 매일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오늘 저녁에 뭐 먹을까 하는 고민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어떤 고민이든 좋다고 북돋았다. 그러자 학생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진을 검색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보기도 하고, 입력이 어려운 학생을 서로 도와주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살펴보며 나의 고민을 적절하게 수정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완성된 학생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국수 많이 먹고 싶은데 배가 나와요.” “요즘 움직이기 싫어서 고민이에요.” “라면 먹을까 말까 고민돼요.” 등 다채로운 고민과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한 페이지에 모았다.

읽기 중 활동 등장인물의 고민 살펴보기
이제 『고민 식당』을 함께 읽을 차례다.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에 등장한 인물들의 고민을 살펴보았다. 그런 후 같은 고민을 해 본 경험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림책 속에 나온 다양한 음식들도 살펴보았다. 학생들은 ‘쉐프 아저씨가 왜 이 음식을 만들어 주셨을까?’ 궁금증을 가지기도 하고, 각자의 생각을 발표해 보기도 했다. 자신이 가장 먹고 싶은 음식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 해 보았다.

읽기 후 활동 해결하고 싶은 고민과 어울리는 음식 선택하기
패들렛에 썼던 ‘나의 고민’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림책을 보며 새롭게 떠오른 고민을 적었다. 그리고 여러 고민 중 꼭 해결하고 싶은 한 가지 고민을 선택했다. 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음식 추천을 받기 위해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도 소개했다. 이후 서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반 고민 상자’를 통해 랜덤 뽑기를 했다. 학생들은 상대방의 고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학생은 태블릿을 활용해 검색해 보기도 했다. 추천하고 싶은 음식도 함께 떠올려 보았다.
고민타파 라디오 DJ
우리는 고민 상자를 통해 서로의 고민을 파악하고,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고민을 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려 보고, 고민에 어울리는 음식도 생각해 보았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오려 붙여 음식을 맛깔나게 표현하고, 그림책처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수식어를 붙여 이름도 지어 보았다. 그리고 그 메뉴를 추천하는 이유도 생각해 보았다. 이후 추천 음식을 패들렛에 공유해 서로가 볼 수 있도록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는 <고민타파!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자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 음악을 선택하고, 대본을 완성해 보았다. 각자의 고민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고 멋지게 고민 해결 방법 또한 소개해 주었다. 그런 다음 추천 음식과 음악 등을 패들릿에 공유했다. 서로의 추천 음식을 클릭해 자세히 살펴보기도 하고, 고민 해결 방법에 대해 칭찬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음식을 추천해 준 친구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어울려 표현하는 힘, 기를 수 있다
수업 초반만 하더라도 학생들은 고민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자기만의 이야기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다 어려울 때 “저도 쉐프 아저씨가 만들어 준 똑똑 박사 호두파이 먹고 싶어요.” 말하기도 했다(편집자 주: 책에서 어린이가 “어려운 문제도 척척 푸는 언니가 부러워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자 셰프는 “쓱 보면 저절로 외워진다는 ‘똑똑 박사 호두파이’ 먹어 볼래요?” 하고 고민에 맞는 요리를 추천해 준다). 책에 등장하는, 서운한 마음까지 몽땅 넣고 비벼서 먹을 수 있는 ‘비벼 짜장면’이 필요한 이유를 “엄마랑 화해해야 해요.”라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 책 내용을 이해하고 내놓은 답변이라 깜짝 놀랐다. ‘나’와 관련된 주제에 관해 여러 시간 함께 이야기 나누니,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답하는구나 싶어 교사로서 참 뿌듯했다. 이후 필자는 패들렛에 들어가 각 학생의 이름별로 구역을 나눠 ‘나의 고민-서로의 고민 살펴 보기-추천 음식-추천 음악’을 순서대로 정리해 두었다. 학생들에게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을 살펴 보고 댓글도 남기게 했다. 수업했던 내용들이 정리돼 있어서인지 학생들이 생각보다 자주 패들렛을 확인했다. 스스로 행동하는 모습에 또 한 번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추천 음식을 정할 때는 ‘신진붉라꼬 라면’ ‘살안쪄건면국수’ ‘수학왕짜장면’이라는 재미있고 기발한 음식들을 말해 ‘학생들의 표현 능력이 향상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아이는 독서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그림책 속 글뿐 아니라 그림 또한 읽으며 각 장면의 상황을 이해하는 모습도 발견하곤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쉬는 시간에 놀이 공간에 가서 그림책을 보기도 한다는 것!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그 모습은 정말 놀랍다. 독서에 관한 즐거움 경험이 하나씩 쌓여 가는 이 순간이 계속 모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