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IB교육을 만나다!

IB와의 첫 만남은 임용고시 2차 심층 면접 준비를 하며 읽었던 『대구광역시 교육시책』을 통해서였다. 당시 대구는 공교육에 IB교육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 등 기초 작업을 마치고, 실제적인 운영을 위한 자료 개발과 교원 양성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책자에 있는 내용만으로는 IB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었고, 인터넷에도 관련 정보가 많이 없어 함께 공부했던 수험생들과 늘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IB가 도대체 뭐야?!” 그렇게 고난의 임용고시를 치러 내고 합격의 기쁨도 잠시, 나의 첫 근무 학교는 IB학교 인증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던 IB후보학교¹⁾였다. 발령을 받고 학교에 처음으로 인사를 갔던 날, 교감선생님께서는 『IB를 말한다』(이혜정 외)라고 쓰인 책을 주시며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라고 하셨다. 사실 그때까지도 IB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였고, 무척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기억이 있다. 박혜림 대구 포산고 사서교사

1) IB학교 인증을 준비하는 학교. IB관심학교-IB후보학교-IB월드스쿨 단계로 인증이 이루어진다.

왜 IB인가?

현대 사회는 빠른 기술 발전과 세계화로 인해 교육의 역할과 방향성이 새롭게 재정립되고 있다.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력 능력 등 21세기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교육이 강조되는 가운데,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IB교육은 학습자 중심의 철학을 바탕으로 질문 기반 학습, 프로젝트 중심 학습, 그리고 다학문적 접근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 학습 역량을 강화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탐구(Inquiry)’를 중심으로 한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탐구하며 국제적 시각을 확장하고, 윤리적 책임감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IB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IB본부의 공식 인증 단계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증은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 단계는 IB교육에 관심을 갖고 준비하는 관심학교, 두 번째 단계는 인증에 필요한 교육활동을 전개하는 후보학교, 마지막 단계는 최종 인증을 받은 월드스쿨이다. 후보학교에서 월드스쿨이 되기까지는 평균 18∼24개월이 소요된다. 현재 대구는 초등학교(PYP) 9곳, 중학교(MYP) 9곳, 고등학교(DP) 5곳의 월드스쿨(2024년 기준)이 있다.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알아보기

초중고별 IB 교육과정은 어떻게 이뤄질까? IB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로,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하고 운영하는 국제인증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운영 과정은 초등학교 과정인 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과정인 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과정인 DP(Diploma Programme), 직업과정인 CP(Career-related Programme)가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과정은 각국의 언어를 사용하여 교수학습이 이뤄지고, 고등학교와 직업과정은 IB공식 언어²⁾로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도입된 고등학교 과정의 경우, 일반적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과 달리 IB 공식 언어 외에 한국어를 교수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디플로마 프로그램(Dual Language Diploma Programme)이다.

IB 프로그램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하며,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삶에서 그 지식을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교육 과정의 각 학교급에서 어떻게 연계되고, 운영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자.

2)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일컫는다.

1. 초등학교 과정: PYP(Primary Years Programme)

PYP(Primary Years Programme)는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을 형성하고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체제다. 지식의 습득과 더불어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고 정서적·사회적·신체적 성장까지 함께 추구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단위 전체로 운영하는데, 운영 초기에는 학년 단위로 순차적 운영을 시작한다. 교수 내용은 우리 국가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와 성취 기준을 사용한다. 이는 IB 프로그램에서는 수업 방식은 제시하지만, 가르치는 내용(contents)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교수 ‘내용’을 IB교육의 수업 ‘방식’으로 진행하고 그에 맞는 평가를 하는 것이다.

2. 중학교 과정: MYP(Middle Years Programme)

MYP는 학생들이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울 수 있도록 탐구, 토론, 발표 중심의 수업과 평가가 이뤄지는 교육 체제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을 더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 간다. 프로그램 운영은 초등학교 과정인 PYP와 같이 학교 전체로 운영하는데, 운영 초기에는 학년 단위로 순차적 운영을 시작한다. 8개의 교과군³⁾에서 1과목씩, 매년 각각 최소 50시간을 이수하는데, 과목 간 경계가 없는 ‘융합(간학문)’ 학습이 이루어진다.

3) 언어와 문학(국어), 언어습득(외국어), 개인과 사회, 수학, 과학, 체육과 건강, 예술, 디자인 과목.

3. 고등학교 과정: DP(Diploma Programme)

DP는 고등학교 마지막 2년⁴⁾ 동안 이수하는 교육과정이다.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의사소통 능력, 작문 및 연구 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둔다. 프로그램 운영은 희망자에 한해 학교 내 일부 학급에서 운영한다. 희망자는 고등학교 진학 시 지원을 받아 면접 등 심의 절차를 거쳐 선발된다. 일반적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과 달리 IB 공식 언어 외에 한국어를 교수 언어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디플로마 프로그램(Dual Language Diploma Programme)으로 운영된다. 영어 과목을 포함한 두 과목은 영어로, 그 외 다른 과목은 한국어로 수업과 평가가 이뤄진다.

4) 고등학교 2~3학년에 이수한다. 1학년은 우리 국가 교육과정을 이수한다.

IB교육이라는 걷지 않은 눈길, 학교도서관과 걷기

“IB교육에서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로 시작된 IB와의 만남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후보학교에서 최종 인증을 받고 월드스쿨이 되기까지는 교수학습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 원활한 운영을 위한 학교 시설 정비,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 등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학교도서관 역시 IB에서 규정한 시설과 장서 기준에 맞게 준비를 해야 했고, 사서교사로서 필요한 각종 연수6)에도 참여했다. 다른 학교의 사서교사들과 연구회 활동을 하며 IB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역할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하지만 실제로 운영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IB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고, 2021년 우리 학교는 월드스쿨이 되었다. 책에 있는 내용을 외워서 말하듯, 무작정 나의 IB교육이 시작되었다.

2021년 대구와 제주에서 시작된 공교육에서의 IB교육은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었다. 도입 후, 4년이 지난 지금 IB교육의 모습은 어떨까?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터넷 검색창에 ‘IB’ 두 글자를 입력하면 엄청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정보화 시대에 정보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많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IB교육에 관심이 있는, 또는 그냥 도대체 그게 뭔지 궁금한 우리 선생님들과 함께 IB월드스쿨에서 고군분투한 나의 IB교육 이야기를 나눠 보고자 한다. “지금, IB교육을 통해 성장한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도서관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