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문해력 수업을 앞둔 사서선생님을 위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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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수업을 앞둔
사서선생님을 위한 Q&A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나는 이 일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1)”
1)『 애도 일기』는 롤랑 바르트(1915~1980)가 자신의 어머니, 앙리에트 뱅제(1893~1977)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일기를 엮은 책입니다.
해당 글은 1977년 10월 31일에 쓴 글로 저자의 문학에 관한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가 사랑한 현대 사상가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에 나오는 한 구절입니다. 여기서 ‘문학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문학은 독자에게 다양하게 해석되어 새로운 의미를 얻습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저자의 생각이 문자 그대로 해석되지 않고,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바르트는 이런 가능성을 염려한 것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학교도서관저널>에 문해력 수업을 주제로 글을 연재했습니다. 여러 편의 글들이 독자에게 긍정적인 감정으로만 전달되기를 바랐으나,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것입니다. 바르트의 걱정처럼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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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교수자와 학습자에 따라 교육적 효과는 달라지곤 합니다. 이러한 교육이 가진 섬세함은 끓어오르는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고통스러운 실망을 안겨 주기도 합니다. 그간 소개한 문해력 수업 사례를 읽고 이를 시도한 선생님께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에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그 예일 것입니다. 그러나 독자의 해석이 문학을 태어나게 하듯 교육 역시 교수자와 학습자의 화학반응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원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질문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1+2월호에서는 선생님들께서 주신 질문들을 네 가지 주제로 정리했습니다. 제 답변이 문해력 수업을 준비하는 많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째, 읽기 자료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요?
읽기 자료를 선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이 원하는 자료를 읽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업을 할 때 다양한 읽기 수준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원하는 자료를 선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문해력 수업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습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진단 평가를 실시합니다. 진단 평가 문제는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문해력 시험지를 참고하여 직접 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중에는 성인이 풀기에도 어려운 문제가 많기에 전체적으로 난이도를 낮추어 학급 수준을 가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수업의 목표를 문해력 향상보다 ‘즐거운 독서 경험’에 초점을 맞추면 읽기 자료 선택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이때 팁은 교사가 흥미롭게 읽어 학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자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사가 명상에 관심이 많다면, ‘명상’을 주요 소재로 한 읽기 자료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교사의 관심사가 담긴 자료는 학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며 읽기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팁은 20분 이내로 읽을 수 있는 짧은 글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문학 작품을 모은 앤솔러지(Anthology)나 짧은 분량이 특징인 문학 전집을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인터뷰 전문이나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평론처럼 짧지만 강렬한 읽기 자료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효과적으로 낭독하려면요?
효과적인 낭독을 위해서 낭독자를 미리 선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학생이 낭독을 마친 후에 다음 낭독자를 선정한다고 가정합시다. “이어서 누가 읽을 건가요?” 하고 교사가 질문을 해 버리면 대다수 학생은 읽던 글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다음 읽을 사람을 다시 정하고 다시 책으로 집중하기까지 많은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독서 몰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기 전, 학생 자원이나 교사 지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낭독자를 미리 선발합니다.
읽기 분량의 경우 수업 전체에서 다뤄야 할 분량은 정하지만, 한 사람당 읽어야 할 분량은 고정하지 않습니다. 낭독을 들으며 잘 읽는 학생에게는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는 적은 분량을 배정합니다. 읽기의 시작과 끝은 교사가 토킹스틱을 건네고 가져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토킹스틱(talking stick)은 대규모 인원이 분쟁 없이 토론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도구로, 이를 들고있는 사람만이 발언할 수 있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이 방식을 활용해 토킹스틱으로 낭독자를 자연스럽게 교체하며 읽기를 이어갑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낭독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충분히 낭독 연습을 해야 합니다. 저는 수업을 준비하며 읽기 자료를 여러 번 소리 내어 읽습니다. 첫 번째 읽기에서는 이야기 자체에 주목하고, 두번째 읽기부터는 문장에 주목하며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어디서 숨을 쉬어야 하는지를 분석합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모범적인 낭독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누군가가 글을 읽어 주는 경험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읽는 과정에 익숙해지지만, 타인
의 낭독에서 얻는 감동이 그보다 더 값진 것임을 경험하고 낭독의 재미를 충분히 익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좋은 낭독을 제공하는 것은 글과 학생 사이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귀중한 기회입니다.
셋째, 글쓰기 방법과 이를 활용하는 방법도 궁금해요!
친구의 이름을 사용하는 글쓰기를 할 때는 수업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저는 학생들이 글을 쓸 때 친구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습니다. 주변 인물을 자신의 글에 등장시키는 것은 글쓰기의 자연스러운 과정일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흥미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표현으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미묘한 상황이 감지되면, 저는 학생들의 글쓰기 과정에 개입합니다. 한두 번의 지도로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 글쓰기 활동에 가상 인물을 사용하는 규칙을 도입하기도 합니다. 이는 모든 학생이 글쓰기를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저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심지어 학생들의 글만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는 모든 활동지를 스캔하여 컴퓨터에 저장해 둡니다. 많은 선생님께서 어떻게 수십 장의 활동지를 일일이 스캔하냐고 놀라시는데,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여러장의 종이를 하나의 파일로 저장하는 복합기를 활용하면 쉽게 스캔할 수 있습니다. 스캔을 마치면 컴퓨터에서 파일을 열어 학생들의 글을 읽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을 선별해 캡처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공개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유할 글을 캡처할 때는 학번과 이름을 제외하고 글만 캡처합니다. 다만, 몇몇 학생들은 자신이 쓴 글임을 알리고 싶어 글 옆에 자신을 나타내는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차시 초반에는 글에 관한 칭찬을 나누지만, 차시가 지날수록 점차 비판적인 피드백도 주고받습니다. 학생들은 표현하려는 내용을 모두 담으려다 보니 문장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오류를 자주 범합니다. 또한 술어와 연결되는 주어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흔합니다. 같은 피드백을 반복해서 나누다 보면, 한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글쓰기 오류를 스스로 교정할 만큼 실력이 크게 향상되어 있습니다.
넷째, 교과와 연계하는 탁월한 방법 없을까요?
교과를 연계한 문해력 수업은 소규모로 진행하거나 협력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소규모 수업에서는 학생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고, 협력수업에서는 교과 내용과 문해력 교육을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교과교사에게 협력수업을 제안했으나, 수업 진도에 대한 부담과 시간적 제약 등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시도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방과 후 수업에서 소규모 학생들과 함께 교과서 속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는 읽기 자료를 활용한 문해력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교과 협력을 위한 참고 도서로 『선생님, 무슨 책 읽어요?』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여러 명의 사서교사가 함께 협력하여 다양한 주제를 가려 뽑아 60권의 책을 선정하고, 각 책을 서평 형식으로 추천한 서평집입니다. 각 서평 하단에는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흐름을 제시하여 교과서와 함께 읽기에 적합합니다. 예를 들어, 『쫌 이상한 체육 시간』을 소개하며, 이 책이 동작 도전 스포츠의 역사와 특성을 이해하고, 경기 유형, 인물, 기록, 사건 등을 감상하고 분석하는 성취 기준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임을 설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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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으로 가능성 만들기: 연결된 우리
다음은 여러 선생님께서 문해력 수업에 관해 제게 건네 주신 고민들입니다. 찬찬히 살피다 보면, 우리가 품고 있는 질문과 이를 위한 해답들을 구체적으로 논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도 더욱 무궁무진해지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듭니다.
저는 교육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다시 기대하며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여정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기 위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선생님이 있기에 교육의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교사로서의 영향력’을 고민했습니다. 만약 한 해 동안 신입생 수만큼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범위는 대략 이백 명 정도가 될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한다는 것이 무서워 ‘근시의 사랑’을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 개의 강이 하나의 바다에서 만나는 것처럼, 채움과 넘침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아 모든 이들과 하나의 물로 만나고 싶습니다. 학교도서관을 품은 모든 독자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하나의 물로 만나는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