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찬반 독서토론, 정독의 재미를 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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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2-02 10:01 조회 33회 댓글 0건본문
찬반 독서토론,
정독의 재미를 싣고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지난 10월, 서로 다른 학교에서 모인 도서부 40명과 1박 2일 독서캠프를 진행했습니다. 캠프에서 만난 학생들은 지역 도서관을 탐방하고 독서 대전에 참여하며 서로에게 다가갔습니다. 마음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진 건 비경쟁 토론 이후의 일입니다. 그림책 『주름 때문이야』를 읽고 ‘나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사람이 나의 단점만 보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그런 느낌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등의 질문을 나누며 마음속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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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모둠이 비경쟁 토론을 할 때 디베이트를 펼치는 한 모둠이 있었습니다. ‘외모가 자신의 모든 것일까요?’라는 질문에 학생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렸습니다. 어떤 학생은 외모가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 쌓여 얼굴에 최종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 입장을 가진 학생은 외모가 모든 것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얼굴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속성이 있어야 하지만, 외모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찬성 측 학생은 반대 의견을 듣고, “무섭다.”라고 말하며 서둘러 대화를 끝내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대화에는 무서운 언어나 비언어적 표현은 없었습니다. 저라면 왜 자신의 모든 것이 되려면 변하지 않아야 하는지 물어봤을 것입니다. 예측하건대 그 학생은 자신과 다른 의견에 말문이 막힌 기분을 무섭다고 표현한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으로 대화가 멈추는 현장을 목격한 후 저는 토론 교육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12월호에서는 토론을 문해력 수업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이 특정한 논제를 두고 찬반 입장으로 나눠 실행하는 토론 수업을 앞둔 많은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토론은‘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찬반 토론이 무엇인지 물으면 백이면 백, ‘싸움’이라고 답합니다. 싸움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토론 중 감정이 과열되거나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최재천 교수는 우리의 토론 문화가 오염되었다며 “기어코 상대를 제압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한두 시간 자기 할 이야기만 끊임없이 하는 모습”을 비판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토론 역시 위와 다르지 않습니다.
토론의 본질은 상대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닙니다.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여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 다루고자 하는 토론은 독서토론으로, 책을 읽은 후 책과 관련한 논제를 두고, 찬반으로 입장을 나누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반박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독서토론의 방점이 ‘독서’에 있다는 점입니다. 토론은 독서를 보조하는 수단이며, 핵심은 독서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토론 형식에 맞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입니다. 독서가 탄탄히 이루어져야 토론도 더욱 의미 있게 전개된다는 점에서 토론의 출발점은 독서에 있습니다.
논제(論題)와 쟁점(爭點)
독서토론은 책을 기본으로 삼기에 다양한 논제(論題)를 다룰 수 있습니다. ‘동물원은 필요하다’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와 같이 사회와 밀접한 논제는 교과와 연계하기 탁월하며 ‘동물원’과 ‘소셜미디어’ 같은 키워드 검색을 통해 참고 자료를 풍부하게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문학 작품을 주제도서로 선정하는 경우 기존에 없는 새로운 논제를 제안할 수 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에서 ‘감정을 가진 기계의 개발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한다’와 같은 논제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주장과 근거를 작품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에 탐독과 재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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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학 작품에서 발견한 새로운 논제로 이루어지는 독서토론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읽으며 인물과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의도적인 노력은 작품을 이해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꽤 멋진 아이디어를 안겨 주기 때문입니다. 소설 『작별인사』는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전한 사회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에 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기계’ ‘인간’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넣어 논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교사가 논제를 만들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타인이 정리한 정보를 그대로 가져오기는 불가능합니다.
첫째, 토론 경험이 적다면 다양한 쟁점을 제시하자
만약 논제에 따른 쟁점(爭點)도 함께 제시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50일 간의 썸머』(유니게)를 주제도서로 선정한 후 ‘인공지능과 인간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논제에 ‘한빛에게 인공지능 썸머는 좋은 친구이다’ ‘채원이의 상처를 치유한 것은 인공지능 썸머가 아닌 하린이다’ ‘50일 후, 썸머와의 관계를 종료한 지유의 선택은 현명했다’와 같이 사유의 다양함을 이끌어낼 수 있고 소설에서 중점이 되는 쟁점을 알려 주는 것입니다. 쟁점이 주어지면 참가 학생은 토론의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해 주제에 맞는 발언을 할 수 있어 불필요한 논의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토론의 방향을 세울 수 있고 그 방향에 따라 입장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방법은 토론 경험이 적은 학생에게 효과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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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풍부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다면 쟁점이 주어지지 않은 토론!
하지만 쟁점이 주어지면 참가 학생은 주어진 틀에 맞춰 생각하고 준비하게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 논제를 탐구하고 새로운 쟁점을 발견하는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또한 쟁점에 매몰되는 경우 다양한 의견이나 깊이 있는 논의가 아닌 표면적인 찬반 논의로 그칠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논제만 있을 뿐 쟁점이 주어지지 않은 토론 방식을 좋아합니다. 쟁점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상대가 어떤 쟁점을 가져올지 모르니 참가 학생은 더욱 몰입하며 예상하지 못한 관점에서 논의할 기회도 생깁니다. 토론 방식에 정답은 없으니 수업 목표와 학생 수준에 따라 쟁점 유무를 판단해야 합니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저는 전북특별자치도 독서토론한마당에서 사용하는 모형으로 독서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이 모형은 두 참가자가 한 팀이 되어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경기하는 방식인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Public Forum Debate)’를 3인이 한 팀이 되도록 응용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회자가 필요하지 않고, 발언 순서에 따른 발언자와 발언 시간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토론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과 함께하기 좋습니다.
한 권의 책을 독파하는 맛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책을 여러 번 읽습니다. 논제에 따른 쟁점을 준비하면서, 쟁점에 따른 주장을 준비하면서, 주장에 따른 근거를 준비하면서, 한 권을 반복해서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초반 읽기에서 이야기의 큰 흐름과 주제를 파악하고, 중반 읽기에서 세부적인 내용과 인물의 심리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후반 읽기에서는 토론에 필요한 핵심 쟁점과 근거 자료를 정리하게 됩니다. 여러 번 읽어도 중간에 책장을 덮을 수 없습니다. 분명한 독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한 권의 책을 ‘지독하게’ 읽게 하기 위해 문해력 수업 심화 활동으로 독서토론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다른 활동에서는 느끼기 힘든 독서토론만의 성취를 꼭 맛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