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활용수업-초등] 가족이라는 렌즈로 ‘나’를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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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9-02 13:34 조회 319회 댓글 0건본문
가족이라는 렌즈로
‘나’를 살펴봐요
『페인트』를 활용한 6학년 온작품 읽기
정다애 인천일신초 사서교사
최근 들어 가장 화두인 교수법을 하나 꼽아 보자면, 많은 사람이 ‘사회정서학습’을 말할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나와 가정, 사회에서의 각자 역할을 바로 알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나의 정서(감정)와 행동을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치는 학습법이다. 예전부터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 왔고 중요하게 여겼지만 현재 더욱 대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와의 접촉은 증가한 반면, 타인과의 교류는 줄어들면서 밀접하게 소통하는 경험이 부족해져,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불안 등 정신 건강 문제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가족을 중심으로 ‘나’를 바로 알고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나와 가족의 관계를 파악하는 사회정서학습을 시도해 보고자 했다.
나 그리고 가족의 이해: 수업 준비
이번 수업 대상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다. 6학년 학생들은 대다수 사춘기를 겪으며 논리적 사고가 미성숙한 시기를 보낸다. 이 시기에 다양한 사고에 따른 관점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려면 독서만 한 방법이 없다. 온작품 읽기 주제도서를 통해 중학생이 되기 전, 성장의 발판이 되는 읽기 능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기를 기틀을 마련하는 데 수업 목표를 뒀다. |
『페인트』 이희영 지음│창비│2019 |
수업의 주제도서는 『페인트』. 제목만 들으면 흔히 가구나 집을 칠할 때의 페인트를 생각하겠지만, 소설 속에서 페인트는 ‘Parent Interview’의 약자를 뜻한다. 즉, 부모 면접을 일컫는다. 태어나면서 가족이 정해지는 게 아닌 내가 가족을 ‘고를 수 있는’ 설정이 참신하다. 제법 분량이 많아서 학생들이 잘 읽어 올까 고민이 되었지만, 막상 읽어 보면 그런 걱정이 사라진다. 소설에서는 여러 등장인물을 통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행동하고 반응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일상에서 그럴 수 있음을 간접 경험할 수 있고, 주인공의 태도를 통해 주도성과 자립심도 배울 수 있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도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수업 실행하기
1차시 너의 색깔은 무엇이니?
소설에서 페인트는 부모 면접을 뜻하지만, 동의어로서의 페인트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양면지로 인쇄된 활동지를 나누어줬는데, 첫 페이지에는 주요 등장인물 다섯 명의 페인트 통이 그려져 있다. 학생들에게 각각의 페인트 통 위에 주요 등장인물의 이름을 적고, 인물의 성격, 인물에게 어울리는 색깔, 그리고 그 색을 선택한 이유를 적도록 했다. 학생들은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 생각들을 바탕으로 인물의 성격을 짐작 했고, 인물에게 어울리는 색을 정하여 색칠해 보았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이 똑같은 인물임에도 각자 다른 색깔로 색칠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주인공 제누를 차갑고 냉철한 성격으로 이해하며 회색을, 또 어떤 학생은 제누의 마음을 알 수 없다며 검정색을 고르기도 했다. 밝고 명랑한 아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밝은 노란색을 고르는 학생도 있었고 설레는 분홍색을 고른 학생도 있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정해진 답은 없으며, 여러분이 고른 색 모두 맞고 같은 것을 보아도 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안내한다. 모두 자기만의 사고 과정을 거쳐 주인공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며 인물들의 감정을 파악해 보았다.
『페인트』를 읽고 인물별 어울리는 색깔과 그 이유를 쓴‘ 너의 색깔을 무엇이니?’ 활동지
웜업(warm up) 단계가 잘 마무리되면 본격적으로 ‘나’를 분석해 보는 활동을 한다. 활동지 뒷면에 ‘나’에 대해 알아보는 페인트 활동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이 수업을 하며 강조하는 것이 바로 ‘나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라는 것. 초6은 중학생 진학을 앞둔 시기로, 입시 전쟁을 치르느라 나는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틈 없이 성적에 연연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중학생이 되기 전에 ‘정말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고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고민해 보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나중에 진로를 선택하고 나서 후회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뒷면에는 첫 번째로 나에 대해 아는 만큼 적어 보기를 한다. 의외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많이 적지 못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못 하는 것, 나의 성격, 특징 등을 적도록 안내하여 나를 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나의 특징을 보고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서 나와 가장 닮은 인물을 고르고, 그 이유도 적도록 한다. 등장인물과 나를 서로 비교해 보면 자신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고르도록 한다. 앞에서 등장인물에게 어울리는 색을 골라 보았으니 학생들은 큰 어려움 없이 나에게 어울리는 색을 고를 수 있다. 혹시 어떤 색을 고를지 몰라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는 학생이 적은 나에 대한 특징을 보고 함께 고민하거나 앞면의 다른 등장인물들을 예시로 들며 학생에게 도움을 준다.
2차시 모둠으로 하는 타블로 역할극
두 번째 수업은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보는 ‘타블로 활동’이다. 타블로 활동이란 한 장면 정지 활동으로, 학생이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원하는 장면을 정지 활동으로 재현해 보는 활동이다. 모둠활동을 진행하여, 모둠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모둠원이 장면을 재현하면, 나머지 모둠원들이 그 장면을 맞혀 보는 퀴즈 형식으로 진행한다. 교사는 재현 하는 학생에게는 ‘정지’ 활동이므로 하나의 동작을 표현하고 멈춰 있으라 안내하고, ‘말’로는 표현하지 않도록 안내한다. 오직 몸짓으로만 해당 장면을 표현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제누가 면접을 거부하는 장면을 어떤 학생은 양팔로 엑스자를 만들어서 표현할 수도 있고, 어떤 학생은 뒤돌아서 거부하는 행동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다양한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재미있는 활동이다. 퀴즈가 끝나면,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각자 자신이 묘사했던 상황 속 인물의 감정에 대해 적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면접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내가 제누라면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고 자신이 묘사한 장면, 그 상황 속 등장인물의 감정을 추측하고 만약 자신이 해당 인물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적어 본다.
3차시 우리 가족 바로 알기
그림책『 커다란 포옹』을 읽고 나와 가족 간의 관계를 표현한 활동지 |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나의 가족. 학생들은 자신의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어쩌면 나의 부모님보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정서학습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 방식이라고 한다. 나와 가장 밀접한 타인인 가족과의 관계가 긍정적이고 올바르게 자리 잡혀야 학교, 그리고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도 잘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으로 나와 가족에 대해 파악해보는 활동을 준비했다. 그림책『커다란 포옹』(제롬 뤼예)에 등장하는 동그라미 그림들을 통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책에서 엄마 동그라미와 아이 동그라미는 포개져 있고, 새로운 아빠는 따로 떨어져 있다. 가족 구성원과의 친밀도에 따라 동그라미를 가깝게 그리기도 하고, 멀리 떨어져 그릴 수도 있다. 약간만 겹친다면 조금 친한 것이고 아주 포개진다면 아주 친밀한 사이일 것이다. 책을 함께 읽고, 나의 가족 구성원들을 각자 색으로 나타내고 우리 가족을 동그라미로 표현하게 했다. 교사는 가족에 대한 사적이고 민감한 부분이활동으로 표현되므로, 원하지 않는 학생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보여 주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한다.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발표하고 공개하도록 한다. |
4차시 ‘가족 정의의 배’ 활동
이 활동은 가족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새로 만들어 보는 활동이다. 새로운 정의를 짓기 전, ‘생각그물’ 활동을 먼저 진행한다. 활동지 가운데에 ‘가족’이라고 쓰인 동그라미를 하
나 제시하고, 마인드맵처럼 학생들에게 자유롭게 생각 그물을 뻗어나가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활동 시 저마다 생각이 다르니 제시되는 단어도 제각각이다. 교사는 생각이 안 난다는 학생들에게 가서 여러 예시를 들어주며 저마다 다양한 생각그물을 뻗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생각그물이 완성되면, 학생들에게 새로운 활동지를 준다. 바로, 나만의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활동지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친구는 ○○○이다’라고 새롭게 정의한다면?” 하고 질문하고, 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정의를 함께 공유한다.
‘친구는 보물이다. 친구는 자석이다.’ 등이 예시가 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가족에 대해 내가 작성한 생각그물을 보고 알맞은 새로운 정의를 작성해 보도록 한다. 또한 그렇게 정의한 이유도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는 부분에 작성하도록 한다. 이때 참신한 답변이 많이 나오는데,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이 활동지를 모두 작성 했으면, 함께 종이배 접기를 한다. 교사는 칠판에 활동지를 놓고 배를 접는 법을 보여 주며 활동을 진행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가족이라니, 자신의 가족이 될 사람을 인터뷰하는 부모 면접을 소설 소재로 다룬 작가님의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나는 학생들에게 작가님을 소개해 주고 싶었다. 다행히 굴포초에서 근무할 때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밴드와 작가와의 합동 공연을 기획하고자 했는데, 밴드 ‘판’ 팀에게 이희영 작가와의 만남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오직 『페인트』만을 위한, ‘이희영 작가와의 만남’만을 위한 공연과 음악(자작곡 및 기성곡)을 준비해 주셨다. 작가님과 밴드 팀이 긴밀하게 공연 구성을 협의해 주셔서 멋진 북 콘서트를 열 수 있었다. 오직 우리 학교만을 위한 색다른 북 콘서트로 『페인트』를 읽고 여러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페인트』를 쓴 이희영 작가와 밴드‘ 판’의 협업으로 이뤄진 북 콘서트 무대 모습
이번 온작품 읽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을 파악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간접 경험하며, 나와 가족의 관계와 정의를 새로이 살필 수 있었다. 학생들은 『페인트』 온작품 읽기 수업을 통해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나와 가족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어서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반면, 몇몇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와 가족에 대해 파악하고 동그라미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이번 수업에서의 관건은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 나에 대해 밝혀야 하고, 민감한 가족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도 잇따랐다. 물론 아이들에게 희망하는 경우에만 발표하라고 했지만 수업 직후, 가족 관계를 그리게 한 활동이 혹시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지 걱정되기도 했다. 수업 시 이런 부분이 걱정된다면 3차시 활동을 ‘(소설의) 뒷이야기 상상하기’로 대체해도 좋겠다. 앞으로 수업을 계획할 때, 학생들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호부터는 학년별 수준에 맞는 활용수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