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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아이들의 언어에서 갈피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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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7-02 17:01 조회 39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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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언어에서

갈피를 찾습니다 

마주이야기 교육과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


지그재그 특수교사연구회 셋업(SET-UP) 유닛




그림책 『남의 말을 듣는 건 어려워』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기 어려워하는 아기 물총새가 나온다. 아기 물총새는 듣기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사냥꾼이 다가오는 것도 모르고 말하기 좋아하는 앵무새들과 신나게 떠들던 아기 물총새는 그물에 걸려 새장에 갇힌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계속 떠드는 앵무새들과 달리, 아기 물총새는 다른 새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 속에서 단서를 찾아 새장을 탈출한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건 어렵다.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경청이라는 연습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림책 속 아기 물총새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이들의 말을 잘 듣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는 어떤 위기 속에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수업의 길잡이: 경청의 마주이야기


인지적 어려움이 있거나 주의 집중 시간이 길지 않은 학생들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특수교사는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까? 아기 물총새가 새장에 가득한 앵무새들의 이야기에서 단서를 찾았던 것처럼, 교실에 가득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 그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해는 그림책 시리즈인 ‘마주이야기’로 수업을 시작했다. 세 그림책으로 구성된 ‘마주이야기’ 시리즈는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한 유치원에 다녔던 아이들이 직접 쓰고 그린 그림을 옮겨 놓은 책이다.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에서 저자 박문희는 “마주이야기 교육은 아이들 말이 교육 과정이 되는 교육”이라며, 마주이야기 교육을 가리켜 “아이들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을 들어주고 알아 주고 감동해 주는 교육”이라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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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 학생의 경우 말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특수학급 아이들은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인 몸짓, 손짓, 표정 등의 ‘소리가 아닌 말’로 자기를 표현할 때가 더 많다. 따라서 특수학급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행동과 말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들으면 수업 설계에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단서가 될 것들을 ‘마주이야기’ 시리즈에서 찾았다면 다음은 아이들의 관심 영역을 다양하게 확장해 주고, 말을 끌어내기 위한 매체로 그림책을 찾아본다. 그림책 속에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라는 요소가 어우러져 있기에 ‘마주이야기’ 시리즈에서 찾은 단서를 더 풍성하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주이야기, 아이는 들어주는 만큼 자란다』에서 상황별 대화가 빼곡하게 제시된 것처럼, 필자 역시 학생과 겪은 일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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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말이 없던 학생이 동물 이름을 구체적으로 외치는 것이 신기해 하굣길에 학부모와 대화를 나눴고, 최근 이 학생이 동물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하! 이번에는 동물로 시작해 봐야겠구나.” 싶었다.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동물 관련 그림책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수업 계획과 실행: 국어 교과 접목하기

 

학기초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아이들을 격려하고자 긍정적 내용이면서 동물이 주인공으로 담긴 그림책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109마리 동물 마라톤』이라는 그림책을 찾았다. 『109마리 동물 마라톤』은 109

마리의 동물들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물들은 동굴, 바다, 얼음 호수 등을 지나서 결승점에 들어오는데, 독자는 누가 우승하는지 기대하며 읽게 된다. 이야기에서 검은표범이 달리기로는 1등을 하지만 모든 동물이 각자 잘하는 분야의 1등으로 인정받아 금메달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다양한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내가 잘하는 것’으로 이야기 나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 주제도서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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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설계  학년 성취기준 확인하기

수업 설계를 위해 먼저 우리 학급 아이들의 개별화교육계획을 살피어 성취기준을 확인해 보았다. 올해 우리 반에는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배치되었다. 올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첫해이기 때문에 1학년 학생들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을, 3학년 학생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받게 된다. 특수학급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수업을 받는다고 해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특별한’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서 ‘특수’란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세심하게 아이들이 배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의 도달점이라 할 수 있는 학습 성취기준이 없거나 아예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반 학생들의 해당 학년 성취기준과 세분화된 성취기준별 성취수준을 작성해서 수업 설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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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의 학년별 성취기준과 성취수준(세분화)



이제 성취기준과 각 학생별로 조정한 세분화된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학습 목표를 작성하고 학습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활동들을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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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한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설계한 학년별 학습활동 




 수업 실행 1  그림책 속 동물 이름 알아보기


수업 설계가 마무리되고 나면 이제는 수업을 실행에 옮길 차례다.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해 읽기 준비 활동으로 우선 아이들과 먼저 동물 이름을 알아본다. 그림책에 나온 동물들의 그림과 동물의 이름을 연결하고 손가락으로 짚으며 읽어 보고, 각자의 역량에 따라 동물의 이름을 한글로 익힌다. 9칸 빙고게임을 통해 동물의 이름을 잘 배웠는지도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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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름을 한글로 배운 후 빙고게임으로 복습한 모습 



 수업 실행 2  빙고 게임으로 동물 낱말 익히기

물론 우리 반 아이들에게 빙고게임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통합학급에서 친구들이 하던 놀이를 나도 해 볼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아이들은 열심히 빙고게임에 참여한다. 말 차례를 지키며 놀이에 참여하기, 다른 친구가 말하는 동물 이름을 빙고칸에서 찾기, 내가 말할 동물 이름을 결정하고 말하기 등 아이들은 다양한 기술을 배워 가며 사뭇 진지하게 참여한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예뻤다. 글자를 써 가며 빙고 칸을 채우는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금방 쓰지만, 어떤 아이는 9칸의 빙고칸을 채우는 데 시간이 한참 든다. 빨리 쓴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교사는 이렇게 제안한다. “우리 반 이름이 도움반이잖아? 우리는 서로서로 도와주는 반이지? 친구들이 다 쓸 때까지 기다려 주자. 기다리면서 동물 그림도 한 번 그려 볼까?” 그러면 느리게 쓰는 친구가 다 쓸 때까지 침착하게 아이들은 기다린다. 그동안 아이들이 빙고칸에 그린 멋진 동물 그림에 놀라는 즐거움은 덤이다. 그림책을 읽는 중에는 마주이야기 교육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한다. 한글을 처음 배워 신기한 아이가 책을 읽고 싶어 한다면 읽어 볼 수 있도록, 책 속에 나온 동물을 잘 아는 아이는 동물의 이름을 직접 말해 보도록 한다. 그림책을 가운데 두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움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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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실행 3  각자 잘하는 것 찾아보고 금메달 만들기

그림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얘들아∼ 그림책에 나온 동물들 중에 누가 1등이었지?” “검은표범이요.” “그럼 금메달은 누가 받았을까?” “어… 모두 다 받았어요. 잘해서.” “맞아. 검은표범은 달리기를 잘해서 금메달을 받고, 다른 동물들도 모두 자기가 잘하는 것으로 금메달을 받았지요? 우리도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을 생각해 보고, 금메달도 만들어 보자.” 그렇게 각자 제일 잘하는 것을 찾아보니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공룡 이름 말하기, 동물 이름 말하기, 색칠하기, 숫자 세기 등을 이야기했는데 때로는 교사들이 말해 주기도 하고, 아이들이 서로 잘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 주기도 했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금메달에 표현하여 목에 건 아이들은 뿌듯해했다. 종이 메달이었지만 아이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옆반 선생님께 보여 드리거나 집이나 교실에 갖고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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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살아 있는 말로 교실을 채운다면

말하고, 읽고, 쓰기가 어려운 아이들이라고 ‘모를 거라고’ 또는 ‘배우지 못할 거라고’ 넘겨짚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가지고 있는 경험이 어떠한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안에 어떤 씨앗이 심겨 있는지 어떤 꽃이 필지 아무도 모른다. “장애인이라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나는 이렇게 적용해 본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라서 배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배우지 못한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라고 해서 기대감을 낮추고 바라보기보다는 공통교육과정 안에 있는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것, 수업을 통해서 배워야 할 것들을 생각하며 배움의 기회를 여는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업을 설계할 때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마주이야기와 그림책), 성취기준, 수업을 통해 배워야 할 것.’ 지루해서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교과 시간을 아이들의 삶이 가득한 마주이야기로 시작하고,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채워 간다. 교사의 지시적 언어가 가득한 수업 시간이 아니라, 조금 느리고 더디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아이들의 살아 있는 말로 교실을 채워 가면 좋겠다. 그리고 즐겁게 배우는 교실이 되기를 꿈꾸며, 오늘도 마주이야기에서 찾아낸 다정한 그림책을 한아름 품고 교실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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