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활용수업-초등] 나를 둘러싼 세상을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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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7-02 16:37 조회 498회 댓글 0건본문
나를 둘러싼 세상을 알아봐요
『꼴뚜기』를 활용한 5학년 온작품 읽기
정다애 인천일신초 사서교사
“요즘 가장 큰 고민이 뭐야?”라고 초등 고학년 학생들에게 묻는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친구 관계가 고민이에요.”라고 많이 답할 것이다. 고학년이 될수록 아이들은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 시절,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님을 깨닫기 때문이다. 나와 내 주변 친구, 가족, 학교, 넓게 보면 사회까지 이 세상엔 중요한 게 많고, 나는 그 속의 일부라는 사실을 점점 받아들이는 시기가 초등 고학년인 듯하다(실은 그것을 부정하느라 내적 갈등을 겪을지도 모른다). 고학년 학생들은 점점 복잡한 친구 관계와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고충을 겪는다. 특히 왕따, 은따, 학교 폭력, 친구 관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그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사춘기 시절에 겪는 우정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도 재미있게 수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업의 계기는 여기서 출발한다.
작품 속 심도 있는 관계 분석: 수업 준비
이번 수업 대상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다. 5학년 학생들은 대다수 논리적 사고가 발달하는 시기로, 논리력이 필요한 문제를 제법 잘 해결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공부하는 교과서에도 인물과 인물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 텍스트가 제법 실려 있다. 아이들이 외적으로 많이 성장한 듯 보이나 아직 어려서 심리적인 멘토가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5학년 학생들을 위해 작품을 분석·토의하거나 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보는 수업을 계획했다. |
『꼴뚜기』 진형민 지음│ 조미자 그림│창비│ 2013 |
이번 수업의 주제도서는 진형민 작가의 『꼴뚜기』다. 초등 고학년이 등장인물이며 그들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다룬 도서로, 별명 ‘꼴뚜기’로 불리고 싶지 않은 어린이들 생활을 다룬 동화 등 여러 단편이 실려 있다. 필자는 그동안 꽤 많은 동화를 읽었지만, 『꼴뚜기』를 읽고 나서 ‘아이들의 현실적 문제를 이렇게 유쾌하게 쓴 책이 있다니!’ 하고 놀란 바 있다. 심지어 작품 속 아이들도 5학년이라, 같은 나이인 우리 학생들이 공감할 요소도 많았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사료를 드립니다』와 마찬가지로, 『꼴뚜기』도 단편 동화집이어서 아이들이 부담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단, 연작 단편집이어서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이 중복되고, 단편 간에 이야기 흐름이 이어지기도 한다).
수업 실행하기
1차시 내 손안에 꼴뚜기
주제도서로 고른 『꼴뚜기』에서 학생들이 불리기 싫어하는 ‘꼴뚜기’란, 왕따 혹은 은따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책 속에서는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과 선생님이 꼴뚜기가 되고 마는데, ‘5대 꼴뚜기’까지 생기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과 인물들의 심리 변화가 돋보인다. 그래서 첫 번째 수업은 동화를 분석하는 수업으로 진행했다. 대표적인 등장인물 다섯 명을 정하여 그 인물을 분석해 보고 손바닥에 동화의 배경, 줄거리 등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먼저, 학생들은 자신의 손을 활동지에 놓고 손의 윤곽을 따라 그린다. 이번 활동명이 괜히 ‘내 손’안의 꼴뚜기겠는가! 교사는 학생들에게 실제 손의 윤곽보다 활동지에 그릴 손을 더 크게 그리도록 미리 지도한다. 학생들은 손가락 하나마다 등장인물 한 명에 대한 정보를 각각 작성해야 하는데, 손가락이 너무 얇으면 글을 쓸 공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굵은 손가락을 그려서 정보를 채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손가락을 다 그린 학생은 다섯 등장인물의 이름을 손가락 끝 위쪽에 쓰도록 한다. 아이들은 5대 꼴뚜기들의 이름, 성격, 꼴뚜기가 된 이유와 특징을 적어 보았다. 특히 꼴뚜기로 불리는 아이들이 꼴뚜기가 되기 전과 후의 성격 변화가 어떠한지 작성하도록 함으로써 인물의 성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손바닥 쪽에는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한 문장 줄거리’를 작성하도록 했고, 작품의 배경(장소)도 적도록 했다. 만약 작품의 시간적 배경이 현재와 다른 작품을 다룬다면, 시간적 배경도 함께 적어도 좋다. 교사는 학생들이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도록 한 문장으로 요약한 다른 작품의 예시를 들려주는 등 길잡이한다.
‘내 손안에 꼴뚜기’ 활동지를 작성한 모습
2차시 핫시팅(모둠 활동)
두 번째 수업은 책 속 주인공이 되어 보는 ‘핫시팅(Hot-sitting)’ 수업이다. 핫시팅이란, 가상의 인물과 만나 서로 대화하는 토론 기법이다. 가상의 인물은 책 속의 주인공 또는 작가 등 다양하게 선정할 수 있다. 의자에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학생(연기자)들이 앉고, 그들은 책 속의 인물이 되어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맡은 역할을 연기하며,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한다. 이번 수업에서는 총 다섯 학생이 꼴뚜기가 되어 볼 것이므로 학생들을 다섯 모둠으로 나눈다. 이때 곧바로 핫시팅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어색해하므로, 미리 책 속 인물이 되어 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필자는 『꼴뚜기』 속 주인공 길이찬의 대사 일부를 제시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바꾸어 보는 활동을 미리 진행했다. 필자가 제시한 대사는 책 속 길이찬의 마지막 대사로, 앞으로 꼴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해지겠다는 다짐을 담은 문장이었다. 아이들은 이 대사를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바꾸어 보았다. 아이들은 각자 본인이 어려워하던 것, 용기가 부족하여 못 했던 것을 적고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 보았다. 그 뒤로 교사는 모둠마다 (책 속에 나오는) 인물을 한 명씩 정해 두어 역할을 부여한다. 핫시팅에서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연기를 할 학생들은 예상 질문과 답변을 작성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섯 인물에게 궁금한 점을 하나씩 적는다. 교사는 학생들이 모둠 활동을 하면서 소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학생들이 질문만 적도록 정확하게 안내한다. 또한 책 속 내용과 너무 관련 없는 질문을 쓰지 않도록 지도한다.
학생들이 질문을 다 적으면 먼저 소그룹 핫시팅을 진행한다. 자기가 속한 모둠 내에서 자신이 적은 질문을 연기자 학생에게 물어보도록 하고, 연기자 학생은 자신이 진짜 그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연기하며 대답하도록 한다. 소그룹 핫시팅이 끝나면, 학급 핫시팅을 진행한다. 1대 꼴뚜기부터 교실 앞 빈 의자에 앉도록 하고 1대 꼴뚜기에게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도록 한다. 이때 같은 모둠 학생들은 이미 1대 꼴뚜기와 함께 핫시팅을 진행했으므로, 교사는 다른 모둠의 학생들이 질문하도록 지도한다. 1대 꼴뚜기를 맡은 연기자 학생은 실감 나게 1대 꼴뚜기의 입장이 되어 질문에 답한다. 학생이 목소리와 톤을 바꾸어 실감 나게 연기하면 핫시팅 활동의 재미가 더욱 살아난다. 질문이 끝나면 차례대로 돌아가며 5대 꼴뚜기까지 핫시팅을 진행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단답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피하도록 하며 장난치거나 연기자 학생을 놀리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질문을 작성할 때 활동지를 확인하며 미리 당부한다. 다양한 질문이 나올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는다.
등장 인물에게 감정 이입하도록 안내한 핫시팅 활동지
3차시 배경지도 그리기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다양하게 다뤄 보고, 그 장소들에서 일어난 사건을 작성함으로써 이야기를 분석해 보는 활동이다. 1차시, 2차시 시간에는 책에 수록된 6편의 단편 중에서 첫 번째 단편인 「꼴뚜기」만을 다루었다면, 이번 시간에는 여러 단편을 모두 다룬다. 단편 「꼴뚜기」에는 교실과 음악실 정도만 이야기의 배경으로 나오기에, 조금 더 다양한 배경과 많은 사건을 다룰 수 있도록 모든 단편을 아울러 작성하게끔 지도한다. 먼저, 학생들에게 이야기에 나오는 장소들을 쭉 작성해 보도록 한다. 친구의 발표를 통해 혹은 책을 다시 살펴보고 자신이 처음에 작성하지 못한 장소들도 추가하게끔 한다. 그 뒤에, 자신이 상상한 대로 이야기 속 지도를 그려 보도록 한다. 아이들마다 그린 장소들의 위치가 다르고, 그 장소의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생긴다. 지도를 그린 뒤에, 그 장소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사건도 적도록 한다. 예를 들어, 운동장이라면 축구공을 빼앗긴 사건에 대해 쓸 수 있고, 텃밭이라면 1반의 닭들이 3반의 야채를 다 쪼아 먹은 사건에 대해 쓸 수 있다. 모든 사건을 다 쓰기보다 본인이 인상 깊었던 사건 위주로 작성하도록 안내한다.
4차시 피라미드 토론 수업
피라미드 토론법은 절차대로 토론을 거쳐 하나의 의견만을 맨 위로 올리는 토론법이다. 가능하면 4명씩 짝을 지어 모둠을 구성하도록 한다. 4명의 학생들이 각자 자신이 생각한 꼴뚜기 문제(왕따 문제) 해결법을 작성한다. 맨 처음에는 두 명씩 짝을 지어 토론한다. 그 뒤로 두 개의 의견이 위 단계로 올라가면 2:2로 토론을 진행한다. 조금 전에는 서로 이기려고 토론했던 친구가 그다음 단계에서는 나와 같은 팀이 되는 것이다. 2명씩 다시 팀이 되어 서로 도우며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이 끝나면 각각의 모둠에서 단 하나의 의견만을 선정한다. 모든 모둠의 토론이 끝났을 때, 시간이 남는다면 다섯 가지의 의견을 모아 ‘우리 반 피라미드 활동’을 다시 진행해도 좋고, 시간이 남지 않으면 각 모둠에서 뽑힌 의견을 돌아가며 발표하도록 한다.
2023 하반기, 운이 좋게도 『꼴뚜기』를 쓰신 진형민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다. 방과후에 희망자에 한하여 작가와의 만남을 진행했는데, 작가님은 그의 글만큼 실제로도 아주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다. 아이들에게 말씀도 재미있게 하시고, 들려주시는 이야기들도 무척 흥미로워서 성인인 필자도 듣는 재미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미리 질문지를 받아서 질문도 하고 Q&A 시간도 가졌으며, 편지도 전달해 드렸다. 작가님의 친필 사인을 받기도 했다. 작가와의 만남을 고민하신다면 진형민 작가님을 적극 추천해 드리고 싶다. 우리 5학년 어린이들은 나를 둘러싼 사람과 세상, 작품을 통해 여러 인물과 내가 사는 세상에 대해 분석해 보고, 인물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우정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도 가져 보았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대인관계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아이들은 『꼴뚜기』 온작품 수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렇게 재미있는 고학년 동화는 처음 읽어 봐요. 수업도 동화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핫시팅, 배경지도, 피라미드 토론 등 처음 해 보는 활동들이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반면, 몇몇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토론할 때 모두 자기 의견이 제일 좋다고 해서 가장 좋은 의견을 뽑기가 어려웠어요.”
이번 수업에는 토론을 하거나 핫시팅 활동을 할 때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연기하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이 아직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는 경험이 모자라서 토론할 때 자칫하면 다투거나 기분이 상할 수 있다. 다음에는 수업 시작 전에 모두의 의견이 다 옳은 것임을 알려 주고, 학생들에게 토론에 임하는 자세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 등을 안내해야겠다. 다음 호에는 ‘나와 가족’을 주제로 한 6학년 대상 온작품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진형민 동화작가와의 만남 당시 모습. “그의 글만큼 실제로도 아주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