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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문해력 수업보다 축구가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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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4-04 10:34 조회 92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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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 수업보다

축구가 좋아요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교육심리학을 공부할 때 외재적 동기와 비교해 내재적 동기의 강력한 지속성을 알고 무릎을 ‘탁’ 친 적이 있습니다. 외재적 동기는 보상과 경쟁 등과 같은 자극에서 비롯되는 동기로 외적 자극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쉽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내재적 동기는 학습자의 흥미와 호기심 등에서 오는 동기로 지속력이 강합니다. 학습 동기 이론은 물질적 보상이 익숙한 저에게 그 한계를 알려 주었죠. 외적인 자극에 의한 학습 동기라도 결국 내적인 자극으로 이어져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누구나 신뢰도 높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평생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교사는 수업에서 교과서의 지식과 정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 개개인이 가진 내재적 동기를 끌어내야 합니다. 

<학교도서관저널> 3월호에서 문해력 수업을 소개해 드렸죠. 문해력 수업 시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건 아닙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에게 왜 문해력 수업을 선택했는지 물어보면 10명 중 6명은 우쿨렐레나 일러스트 등 다른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가위바위보에서 져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하늘이 무심하게도 선택권이 없었던 것이지요. 원하지 않았던 수업에 흥미가 떨어지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학생들의 수업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4월호에서는 수업 흥미는 없지만 자나 깨나 축구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한 머루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의 흥미를 이용해 수업 흥미를 높이는 방법에 주목해 주세요. 




자나 깨나 축구 생각하는 머루


저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유학기 시간에 문해력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제도로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문해력 수업을 어떻게 선택했냐는 질문에 “선생님이 예쁘다는 소문을 듣고 신청했습니다.”라고 말할 만큼 머루는 장난이많고 능청스러운 학생입니다. 하지만 머루는 인기가 많은 축구 수업에 밀려 어쩔 수 없이 문해력 수업을 듣게 된 것이지요. 도서관에 축구공을 가져오거나 축구화를 신고 오는 날도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축구를 향한 머루의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공 차는 소리에 도서관 창문을 닫으려고 하니 머루가 창문을 닫는 저를 멈춰 세웠습니다. 도서관이 더우니 창문을 열었으면 좋겠다는 이유였습니다. 축구하는 소리가 문해력 수업에 영향을 미치니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자는 대안을 제시하자 머루는 실망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소리가 좋아요.” 머루의 표정에서 축구 사랑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친구들이 축구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머루의 진심에 저는 창문을 반만 닫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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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하고 싶어요.”로 도배된 머루의 수업 활동지는 가히 놀랄 만했습니다. 
 


머루의 축구 사랑은 이후로도 이어졌습니다. 배운 단어를 활용해서 글을 쓰는 문해력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활동을 안내하고 순회 지도를 하던 중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머루가 보였습니다. 처음 보는 머루의 열정적인 수업 참여에 설렘을 가득 안고 가까이 가니 종이가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적은 활동지가 보였습니다. “축구하고 싶어요.”로 도배된 활동지는 가히 놀랄 만했습니다. 손을 사용해 표현하는 걸 보니 축구하고 싶다고 노래 부르는 것으로는 그 마음이 흘러넘쳤나 봅니다. 이런 간절함이 느껴지니 머루는 지금 나가서 축구해야 하는데 문해력 수업이란 명분으로 도서관에 가둔 것 같

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문해력 수업마다 축구하고 싶다고 외치는 머루가 드디어 일을 냈습니다. 축구를 하느라 수업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일어났구나 싶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참았다는 기특한 마음과 아무리 그래도 수업 시간에 축구를 하러 갔다니 하는 아쉬운 마음 사이 어딘가에 저의 감정이 표류했습니다. 두 시간 수업 중 한 시간이 끝나고 쭈뼛쭈뼛 도서관으로 들어온 머루는 자기 잘못을 아는지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축구의 유혹에 넘어갔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머루는 한 학기 동안 문해력을 공부했으니 선생님이 단어를 제시하면 그 단어를 사용해서 랩을 하겠다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배운 단어를 활용해 글을 쓰는 수업을 재미있게 변형한 것이지요. 그래서 전 ‘문해력’, ‘축구’ 이렇게 두 단어를 제시하여 글을 쓸 것을 요청했습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머루는 발로 리드미컬하게 바닥을 치며 입을 웅얼거리더니 3분도 채 지나지 않아 랩을 하겠다며 앞으로 나왔습니다. 문해력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을 자지러지게 웃게 한 랩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은 문해력 수업. 하지만 난 축구 말고 잘하는 게 없네. (중략) 축구를 하다 수업을 놓쳤네. 엄마에게 등짝을 맞게 생겼네. 어쩌지. 예∼” 


라임에 맞춰 오른손을 위아래로 흔드는 머루의 행동에서 서운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그리고 축구 말고 잘하는 것이 없다는 머루의 수업 흥미 향상을 위해 사서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적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바로 ‘축구’ 주제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학생의 관심사를 이용하라


건축 전문가 유현준 교수는 『공간의 미래』에서 ‘천 명의 학생 천 개의 교육 과정’ 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기존에는 한 가지 교육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선생님의 주요 역할이었다면, 이제 선생님의 주요 역할은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교육 과정을 개발해 주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중략) 독특한 자신만의 체험을 만들고 자존감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끔 그 학생만의 개인 맞춤형 교육 과정을 만드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학생에게 맞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고 배움에 즐거움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천 개의 교육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교육공간, 교육방법, 교육공학 등 고려할 다양한 요인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학생을 보아야겠지요. 교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중요한 실천은 학생의 서로 다른 개성을 파악하고 존중하며 수업에서 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학생의 관심을 이해하는 것에서 천 개의 교육과정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흥미가 뚜렷한 학생을 수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학생의 흥미를 공략하는 것입니다. 공략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즐거움을 주는 큐레이션 서가 만들기

사서교사는 학생들의 흥미를 큐레이션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큐레이션은 여러 콘텐츠를 수집하고 선별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로, 도서관에서 사용하는 큐레이션이란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하고 모아 전시하여 이용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머루가 도서관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느낄 수 있도록 축구 큐레이션 서가를 마련했습니다.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소리와 더불어 축구 관련 책이 모인 곳을 볼 때 즐거움을 느끼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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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학생 흥미과 밀접한 글을 수업 자료로 활용하기

문해력 수업에서는 함께 읽을 책의 주요 단어를 퀴즈로 먼저 학습합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함께 공부할 단어가 달라지죠.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에 관한 글을 읽으면 주제와 밀접한 ‘기후위기’, ‘산란계’, ‘대체육’ 등의 단어를 공부합니다. 축구에 관한 책을 읽으면 ‘스포츠’, ‘월드컵’, ‘경기장’ 등 축구 관련 단어를 자연스럽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이란 단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영상을 보며 세계 최고 축구 국가 대표팀을 가리는 열기 속으로 빠져듭니다. 이렇게 단어를 공부하여 월드컵은 더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머루가 축구 이야기로 가득한 문해력 수업을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요. 

축구와 관련한 책을 찾기가 어렵다면 매거진 <독서평설> 활용을 추천합니다. <독서평설>은 학생 눈높이에 맞는 서로 다른 주제의 읽을거리가 가득 담긴 정기간행물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독서평설>을 구독한다면 매달 다양한 주제의 짧은 글을 받아 볼 수 있습니다. 그때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문해력 수업에서 활용하면 좋을 읽기 자료를 표시해 보세요. 과월호 <독서평설>을 도서관에 차곡차곡 보관해 뒀다면 2019년 9월호에서 축구 주제 글을 찾아 문해력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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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마음 


저는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지루한 연수에 잠이 몰려와도 어디선가 “야옹” 하는 고양이 소리가 들리면 두 눈이 번쩍 떠집니다.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처럼 머루는 축구를 좋아합니다. 머루가 시시한 수업을 즐기는 방법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친구들의 공 차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누구나 흥미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다른 것뿐이지요. 학생 흥미를 공략하여 수업에 활용한다면 학생 참여도가 높은 수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아직 관심 있는 분야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뿐입니다. 학생들이 관심 영역을 발현하도록 돕고 그 관심을 수업에 가져와 내재적 동기를 자극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에게는 수업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인해 자꾸만 수업과 멀어지는 것이지요. 그 이유를 알면 좋겠지만 어떻게 모든 학생의 상황과 마음을 알 수 있겠습니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수업에서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독자 선생님께서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학생 흥미를 수업 곳곳에 넣어 주세요. 학생의 수업 흥미가 올라가는 순간 교사로서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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