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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읽기가 재밌어지는 문해력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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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3-03 09:28 조회 1,329회 댓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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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재밌어지는

문해력 도서관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작년 한 해 동안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키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학교도서관저널> 2022년 11월호 주제였기도 한데요. 바로 문해력입니다. 문해력은 교육계와 더불어 저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었던 단어입니다. 제가 문해력에 관심을 가진 건 2021년 봄입니다. 글을 읽지 못해서 수업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을 향한 마음이 문해력 수업의 시작이었습니다.

문해력은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닙니다.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노력한다면 누구나 잘 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문해력 수업은 글을 읽기 위한 의식적인 훈련장입니다. 나아가 문해력 수업은 세상을 읽기 위한 놀이터로 기능합니다. 문해력 수업으로 읽기 능력이 향상한 학생들은 교사가 독려하지 않아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읽기 시작합니다. 문해력 놀이터에서학생들이 어떻게 뛰어노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지금부터 읽기가 재밌어지는 문해력 도서관으로 초대합니다.




문해력 수업을 기획한 계기 


2021년 봄, 한 교생선생님은 역사수업 참관 후기를 한 문장으로 들려주었습니다. “학생들이 글을 못 읽어요.” 학생들이 글을 읽지 못해서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학년별 공개수업을 열어 모든 교원이 수업을 관찰하는 중학교에 근무하며 누구보다 우리 학교 학생을 잘 안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글을 읽지 못해서 겪는 학습의 어려움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업 혁신 학교에서 2년 동안 보지 못한 것을 교생선생님이 2주 만에 본 것이지요. 이 일을 계기로 교사로서 예리하게 관찰하지 못했음에 반성했고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수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문해력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1. 책을 읽기 전 단어를 공부하자

문해력 수업은 단어 퀴즈로 시작합니다. 함께 읽을 책의 주요 단어를 퀴즈로 먼저 학습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단어의 뜻만 알려 주고 단어를 맞히게 합니다. 맞히지 못할 경우 단어의 초성을 알려 줍니다. 초성을 보고도 답에 근접한 단어를 말하지 못

하면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보여 줍니다. 예를 들어, ‘모자라거나 부족한 것을 보충하여완전하게 함’이란 뜻을 가진 단어를 맞히지 못하면 ‘ㅂㅇ’이란 초성을 알려 주고, 그 후에 ‘나는 단점을 ㅂㅇ하기 위해 밤낮으로 피아노 연습을 했다.’라는 문장을 제시합니다. 이때 ‘보완’이 맞는지 ‘보안’이 맞는지 맞히는 퀴즈를 통해 맞춤법을 정확하게 지켰는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명예훼손’과 같이 쓰임이 넓은 단어의 경우 그 단어가 들어간 뉴스나 영화 등의 자료를 함께 보며 실제로 그 단어가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지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사실만 공개해도 명예훼손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눈 후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다룬 뉴스를 찾아보며 전문가의 견해를 듣는 것입니다. 이로써 학생들은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문해력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단어를 공부하는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하나의 단어를 볶고 삶고 끓이고 익히며 노는 시간이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단어 하나로도 수십 가지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세상을 읽는 첫걸음입니다. 

단어 퀴즈를 준비할 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https://stdict.korean.go.kr) 사이트를 활용합니다. 검색한 단어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접 어휘를 함께 알려 주기에 단어를 폭넓게 학습하기에 탁월합니다.


2. 낭독을 통해 함께 책을 읽자

단어 뜻만 보고 배웠던 단어를 맞히는 활동을 한 후에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책 읽기는 배운 단어가 책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자 적절한 속도로 매끄럽게 의미를 살려 읽는 능력을 향상하는 과정입니다. 문해력 수업에서는 다양한 읽기 전략 중 낭독을 선택했습니다. 소리 내어 글을 읽는 것은 몸 전체로 하는 운동입니다. 눈은 글을 보지만 혀는 성대를 울리고 머리는 책의 내용을 그립니다. 손끝으로 책장을 넘기며 집중해서 읽다 보면 코끝에 땀이 맺힐 때도 있습니다. 몸 전체를 사용한 낭독은 집중력이 부족한 학생에게도 효과적인 읽기 방법입니다.


학생들의 읽기 속도는 천차만별입니다. 의미 구간마다 호흡하며 글을 매끄럽게 읽는 학생이 낭독할 때는 많은 분량을 읽습니다. 읽기가 어색해 책을 더듬더듬 읽는 학생이 낭독할때는 적은 분량을 읽습니다. 하지만 같은 교실에 있는 모든 학생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친구의 속도에 맞춰 함께 책을 읽습니다. 그 어떤 속도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읽을 땐 글자에 머무르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빠르게 읽을 땐 의미 구간마다 호흡하면 매끄럽게 읽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낭독은 서로 다른 우리가 만났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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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퀴즈 풀기 


3. 배운 단어를 활용해서 글을 써 보자 


낭독을 마치면 배운 단어를 활용해서 글을 쓰게 합니다.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수업을 위해선 배움이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줘야 합니다. 이 과정은 배움이 삶으로 들어오는 과정으로 문해력 수업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가 낯선 학생은 수업 초반에 단어 1개를 활용한 짧은 문장을 만들 때도 난항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 초반에는 ‘비참’이란 단어로 ‘나는 비참하다.’라는 짧은 글을 쓰게 합니다. 연습을 반복할수록 학생은 글쓰기에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비참’과 ‘관자놀이’를 활용해 ‘그는 비참한 현실에 관자놀이를 짚었다.’라는 문장을 만들 줄 압니다. 이렇게 글쓰기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학기 말이 되면 배웠던 모든 단어를 활용해 긴 이야기를 만듭니다. 글 쓰는 재미를 느낀 학생은 자신을 작가라고 칭하며 필명을 짓기도 합니다. 

단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배운 단어로 글을 쓰다 보니 맞춤형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같은 단어를 보더라도 단어에 대한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의 글을 보면 내면의 기쁨과 슬픔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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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리 내어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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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 단어를 활용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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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한 가르침에 앞선 준비 


가르침에 앞서 교사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읽었다는 착각』(조병영 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상이란 어른들과 그 어른들, 수많은 세대를 거쳐 모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누적된 세상을 넘어설 수 없다. 그러니 어른들의 문해력 실천은 곧 미래라는 시간과 공간의 설계이자,

후속 세대의 삶과 세상을 엄숙하고 엄밀하게 고민하는 작업이다(25쪽).”

어른들이 문해력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보다 잘 설명한 문장이 있을까요? 문해력이 어른들만 빼놓은 채 아이들만 키워야 하는 능력은 아닐 것입니다. 
문해력 수업을 위해서는 어른부터 문해력은 무엇인지 공부해야 합니다. 문해력에 대한 개념을 세울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는 문해력에 대한 개념 정리를 도와주는 책입니다. 『읽었다는 착각』은 우리의 삶에 문해력이 얼마나 깊숙하고 세밀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 주는 책입니다. 『EBS 당신의 문해력』은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의 문해력에 초점을 맞춘 책입니다. 소개한 세 권의 책을 정독하고 재독한다면 학생들에게 문해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수업 준비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읽고 쓰는 방식을 분석하고 성찰하는 일입니다. 어렵다는 이유로 계약서나 약관 등의 문서를 대충 읽지는 않았는지, 디지털 공간에서 ‘좋아요’와 ‘공유’는 얼마나 신중하게 하는지, 새로운 어휘를 배우기 위해 얼
마나 노력하는지 등을 성찰해 주세요. 학생들은 꽤 면밀하게 교사의 모습을 관찰한답니다. 교사가 먼저 세상을 제대로 읽으려는 노력을 실천할 때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밀접한 가르침의 시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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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하며 헤아려 본 아이들의 우주


문해력 수업을 하며 저는 우리 학교 ‘글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쓴 글을들고 저를 찾아옵니다. 교과 시간에 쓴 글을 보여 주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어떤 글이든 모든 글에는 글을 쓴 사람이 드러납니다. 글은 학생이 현재 고민하거나 고민했던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저는 글을 통해 한 사람의 거대한 우주를 조금이나마 헤아려 봅니다. 문해력 수업을 하며 참 많은 학생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올해 <학교도서관저널>을 통해 문해력 수업에서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마음처럼 글이 써지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는 학생, 수업에 의욕이 없는 학생, 거침없이 글을 쓰는 학생 등 문해력 놀이터에는 다양한 학생이 혼재합니다. 앞으로 들려드릴 9편의 이야기는 독자 선생님이 경험했거나 경험하고 있거나 앞으로 경험할 이야기라고 확신합니다. 검은 토끼의 해, 지면을 통해 독자 선생님의 우주와 맞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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