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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책을 품은 교실] 어서 와, 희곡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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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1-01 11:46 조회 12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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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희곡은 처음이지?


신현주 서울중원초 교사




단순히 연극이나 드라마를 위한 대본으로 생각했던 희곡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받아들인 건 영화 <벌새>의 시나리오가 담긴 책을 단숨에 읽은 후였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읽었는데, 대사를 눈으로 따라가는 동안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는 게 신기했다. 나는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희곡을 읽어 본 적 없었지만 아이들은 희곡 읽는 재미를 좀더 빨리 느꼈으면 싶은 마음에 희곡 수업을 준비했다. 희곡은 연극을 하기 위해 쓴 대본이지만 연극을 하지 않고도 그 자체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문학작품이다. 아이들과 희곡을 읽고, 원작과 비교하며 희곡의 매력을 느끼고, 실제 연극을 해 보기로 했다. 어떤 작품을 정할까 고민 끝에 『돌 씹어 먹는 아이』(송미경)를 골랐다. 단편집이라 분량이 짧아서 어린이들이 희곡을 처음 접하기에 부담이 없고, 한 작품이 동화책에 이어 어린이 희곡집, 그림책으로도 나와 있어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을 듯했다. 이번 수업의 핵심은 희곡을 읽는 일이다. 희곡 수업은 처음이라 아이들의 반응이 어떨지 예상할 수 없었다. 책을 결정하고 준비하는 사이, 아이들이 희곡을 만날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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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동화, 희곡, 그림책으로 나온 『돌 씹어 먹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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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기


희곡 수업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희곡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고, 그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으로 이뤄지기에 극을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마음이 잘 맞아야 한다. 가볍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작은 활동을 준비했다. 체육관에 두 줄로 짝을 만들어 선 다음, 서로 공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놀이다. 

“너는 무슨 색깔을 좋아해?” 물으며 공을 던지면 “나는 파랑을 좋아해.”라고 대답하고, 다시 상대방 친구에게 공을 건네며 “너는 고양이 키우고 싶어?”라고 자유로이 묻는다. 그러고 “나는 강아지 키우고 싶어.”라고 답하는 식이다. 공과 함께 이야기가 오가는 동안 웃음이 오가고 처음 가졌던 어색함이 조금씩 옅어진다. 공을 주고받는 간단한 활동이지만 마치 서로 대사 연습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 짝을 바꿔 가며 하다 보면 어느새 반 친구들 모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마음이 스르르 열리고 나면 본격적으로 희곡 읽기 수업을 시작한다.



『돌 씹어 먹는 아이』 희곡 읽고 비교하기


『돌 씹어 먹는 아이』는 동화로 가장 먼저 출간되었다. 그래서 우선 원작을 소리 내어 읽어 주었다. 원작에는 일곱 단편이 실렸고 그중 「돌 씹어 먹는 아이」가 다섯 번째 이야기로 담겨 있다. 주인공 연수가 어느 날 자신이 돌을 씹어 먹는 아이라는 사실을 가족에게 이야기하게 되고 가족들도 각자의 비밀(못을 먹는 엄마, 지우개를 먹는 누나, 흙을 좋아하는 아빠)을 털어놓는다는 이야기다. 돌 씹어 먹는 설정이 다소 독특하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고 이야기에 몰입한다. 동화를 듣고 나서는 희곡집을 낭독했다. 1장은 내가 먼저 읽어 주고, 2장부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의 대사를 읽었다. 동화와 희곡을 다 읽고 나서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다. 


“얘들아, 우리 동화와 희곡이 어떻게 다른지 찾아볼까?” 

“희곡에는 등장인물과 대사가 나와요. 해설도 있고, 때와 장소도 있어요.” 

“선생님, 동화에는 없는데 희곡에는 고양이가 나와요.” 


아이들이 탐정처럼 발견한 내용이 쏟아졌다. 그중 한 아이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책에는 그림이 나오는데, 대본에는 지문이 나와요. 글로 몸을 표현하는 것 같아요.” 
“어머, 그러네? 왜 그랬을까?” 
“그림이 있으면 그림을 보는데 글자만 있으면 내용을 떠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보고 생각하고 표현하라고 그런 것 같아요. 
그림은 없지만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요.” 

아이들의 말을 작가에게 얼른 들려주고 싶었다. 상상의 여백을 남겨 둔 작가의 숨겨진 뜻을 어린이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희곡을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필사하기로 했다. 대화로 이루어진 희곡이 낯선 아이들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고, 마음에 드는 장면을 고르면서 다시 한번 희곡을 읽고, 다음 차시에 공연할 부분도 생각해 보았으면 했다.
『돌 씹어 먹는 아이』는 전체 5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직접 극을 구성하기 위해 연습하고 공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가장 표현하고 싶은 장면을 물었다. 아이들은 4장을 꼽았다. 7명을 한 팀으로 두 팀을 만들었고, 각각 희곡집의 4장 읽기를 연습하고 서로의 공연을 보는 관객이 되기로 했다.   


희곡 속 인물의 성격 짐작하기


공연할 장을 정하고 나니 역할을 나눌 차례가 왔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똑같은 역할을 여러 명이 동시에 원할 때 조율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양보하고 배려하며 역할을 잘 나누었다. 역할이 팀의 인원과 맞지 않을 때는 역할을 추가하고 1인 2역을 맡았다. 역할을 정한 후에는 바로 연습에 들어가지 않고 작품을 읽으며 인물의 성격을 분석하는 활동을 했다. 희곡 속에서 인물의 성격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이해하고, 예상되는 말투, 몸짓을 상상하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이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의 대사를 집중적으로 보며 활동지의 칸을 채우고 캐릭터도 만들었다. 활동지에는 ‘인물/모습/인물의 성격/성격이 드러난 장면이나 대사/어떻게 표현할까?’라는 주제어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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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채운 인물 분석 활동지  



리허설 그리고 공연하기까지

드디어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5, 6학년 교과에는 연극 단원이 있지만, 2학년은 짧은 역할극 정도만 했을 뿐 희곡을 읽고 대사를 외우고 연습하는 건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연출을 맡은 아이가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연습 중간에 울고, 한 명은 안 한다고 나가 버렸다. 하지만 공연을 준비하며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도 하나의 배움이었다. 대사 연습을 할 때 자신의 순서를 알기 위해서는 다른 친구의 대사에 귀 기울여야 했고, 혹시 놓칠 때는 얼른 자기 대사를 찾는 연습을 하며 아이 들은 손발을 맞춰 갔다. 

일주일 동안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연습했고 두 번의 리허설을 거쳐 드디어 공연하는 날이 왔다. 연출을 맡은 사람은 “레디 액션!”을 외쳤고, 아이들은 나름 첫인사도 하고, 책상을 교실 앞 무대에 배치하며 연극을 시작했다. 대사를 아직 못 외운 아이들이 많아 귓속말로 서로 대사를 알려 주기도 하고, 대본을 보기도 했지만 모두 다 괜찮았다. 그 무대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첫 희곡에, 첫 공연이라니 많이 긴장되고 떨렸을 텐데 아이들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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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연습에 열중하는 어린이들

 

공연을 마치고 나는 선물처럼 그동안 아껴 둔 책 한 권을 꺼냈다. 바로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돌 씹어 먹는 아이』였다. 이 책은 『나는 기다립니다』로 알려진 프랑스 작가 세르주 블로크가 그린 그림책이다. 동화에서는 돌을 먹는 주인공에 대해 자세히 묘사한다면 그림책에서는 면지에 가득한 돌 그림과 “나는 돌 씹어 먹는 아이예요.”라는 구절 하나로 인물의 면면을 보여 준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며 아까 소리내어 읽었던 인물들의 대사가 그림책에 어떻게 담기고 표현되었는지 마주했다. 아이들과 그림책 감상까지 마친 후 그동안의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나도 극작가!


보통 어떤 활동을 했는지 써 보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을 발표하거나 연극을 한 뒤 새롭게 느낀 점 등을 이야기로 나누는데, 이번에는 희곡을 읽고 필사했던 경험을 떠올려 소감을 대본으로 썼다. 즉석에서 네 명의 배역을 정하고 아이들은 대사를 만들어서 소감을 발표 했다. 나는 부지런히 받아 적었다. 


엄마 오늘 학교 잘 갔다 왔니? 

서진 네. 잘 갔다 왔어요. 

엄마 오늘 뭐 배웠니? 

서진 오늘 ‘돌 씹어먹는 아이’ 연극했어요. 

엄마 무슨 역할 했니? 

서진 누나 역할 맡았어요. 

현성 (동생이 다가오며) 무슨 대사가 있었어?

서진 어려운 것도 많고, 쉬운 대사도 있었어.

현성 어떤 대사가 기억에 남아, 누나? 

서진 (외워서 연극하듯이 실제로 한다) 저는 살아서 움직이는 것들을. (다시 울먹인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먹은 건 이 집에 이사 오고 나서부터예요. 정말이에요. 얼마 되지 않았다고요. 

현성 누나 잘하는데! 나도 연극해 보고 싶다. 

서진 그러면 집에서 연극해 보자!  


관객이 된 아이들은 친구들의 짧은 즉흥극을 감상한다. 내가 받아 쓴 대본을 보여 주니 “대본 쓰기 참 쉽네.”라고 말한다. 희곡을 읽었던 지금의 아이들이 훗날 희곡을 쓰는 작가로, 누군가는 대본을 보며 연기를 하는 배우로, 좋은 공연이 열릴 때마다 관람하는 열혈 연극 팬으로 자랄지도 모르겠다. 그 모습을 떠올리니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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