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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등이 평범해지기 위한 수업] 우리의 첫 생리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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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0-06 16:58 조회 2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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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생리 수다



김소연, 박다솜, 주해선, 정승연 예민한 도서관 




#함부로 부를 수 없는 그 이름

그날, 마법, 대자연…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다른 표현으로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건강관리 앱 ‘클루’와 국제여성건강연합 (IWHC)이 실시한 190개국의 9만여 건의 설문조사 결과 전 세계 여성의 78%가 생리를 다른 단어로 표현하고 있으며, 이때 대신 사용하는 표현은 5000여 가지로 집계됐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딸기 주간’,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생리가 일정 주기에 따라 반복되기 때문에 ‘menstruation(월경)’ 대신 ‘period(주기·기간)’라고 부른다. 

우리말 표현으로는 달마다 겪는 현상이라는 뜻을 가진 ‘달거리’가 있고, 이를 한자어로 바꾸면 ‘월경(月經)’이 된다. 월경 중임을 숨기고자 대신 부를 말을 찾다가 ‘생리 현상’을 줄여 생리라고도 부르게 되었는데, 생명 활동의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생리 현상인 배뇨, 배설처럼 비위생적인 이미지가 연상되니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인류의 시작부터 많은 여성들이 경험해 왔고, 오늘도 누군가는 경험하고 있을 이 일에 대해 우리는 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없는 걸까. 


<편집자 주> 

원고에서는 독자들께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우리가 익히 쓰는 ‘생리’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들어 생리 대신 ‘정혈(精血)’이라는 단어를 대안어로 쓰자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정혈’의 한자 풀이를 살피면, ‘깨끗한 피’라는 의미로 월경 현상에 관한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언급될 수 있게 하자는 여성들의 의지가 드러난 단어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깨끗한 즉, ‘생명을 만드는 피’의 목적에 국한된 단어라는 의견도 있기에, 정혈을 완전히 정립된 단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생리를 숨기지 않고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대안어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만난 세계

‘달마다 몸 밖으로 피가 나는 현상’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초등학생이 된 내게 엄마는 그림책을 새로 사 주셨다. 다 읽은 책은 다시 들여다보지 않던 어린이였음에도 그 책만은 보고, 다시 보고, 또 봤다. 생리를 하는 이유, 생리대 사용법, 팬티에 묻은 피를 빼는 법, 생리 기간에 조심할 점 등의 내용이 신기했던 한편, 나에게도 ‘그날’이 다가오면 무사히(?)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에 단단히 준비를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8살부터 시작된 조기교육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마주한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생리량이 대단히 많은 편도 아니었는데 많은 팬티를 ‘희생’해야 했으며 이불 빨래도 꽤나 해댔다. 지긋지긋하게 새는 삶에 적응해 가던 중 설상가상으로 2017년 생리대 발암물질 파동이 터졌다. 다급하게 유기농 생리대를 구입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체내형 생리대(탐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일회용 패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탐폰이나 생리컵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초경을 할 적 엄마가 준비해 준 위생 팬티와는 다른, 생리혈을 직접 흡수하는 생리 팬티라는 게 시중에 유통되고 있었다. ‘무척 편할 것 같은데!’ 15년 가까이 생리를 해 왔는데 난생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탐폰과 생리컵, 생리 팬 티를 만나고 나의 ‘안 샘 시대’가 시작됐다. 게다가 생리컵에 담겨 찰랑거리는 생리혈을 직접 보는 경험은 생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어린이들과 함께한 생리 수업

2019년에 4학년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여학생 양육자들로부터 초경에 대해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학교에서 시작하면 어쩌나부터 아직 사용에 미숙하여 난처한 일을 겪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말들이 마음에 남았는데, 때마침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에서 개발한 몸교육 수업을 보았다. 더불어 ‘미래 수업 지원금’이라는 이름의 자금도 받으면서 학생들과 생리를 이야기하기 위한 풍부한 학습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다. 

4∼6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들과 학년말 단축 수업이 시작된 시기의 오후에 만났다. 생리를 시작한 학생들과 생리에 대해 대강 들어 보기만한 학생들이 모여 앉으니 어색함은 잠깐이고 학교에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생리 기간이나 양은 어떤지, 많이 아픈지 등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이 오고갔다. 

생리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는 그동안 ‘소중한 부분’으로 통칭해 왔던 신체 부위의 이름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동안 교과서에서 2차 성징 파트에 관해 알려 주거나 여러 책에서 생식기를 설명할 때, 남성의 생식기는 외부 생식기와 연결된 내부 구조들을 대부분 다루고 있지만, 여성의 생식기는 임신·출산과 관련된 내부 생식기 위주로 설명하고 실제로 관찰하거나 접촉하기 쉬운 외부 생식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는 음경이 있지만 여자는 없다’가 아니라 ‘남자에게 음경이 있다면 여자에겐 음핵이 있고 음핵을 감싸는 음순이 있다’로 여성 외부 생식기의 위치나 모양을 그림과 함께 설명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학습에 참여하였고 클리토리스라고 발음하는 것을 어려워하면서도 귀여워했다. 



#생리대 흡수력 실험

생리에 대한 이론을 배운 다음 실전편으로 일회용 생리 패드의 흡수력을 실험해 보았다. 아직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은 생리대 실물을 처음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뜯는 방법부터 설명해야 했다. 팬티에 붙이는 방법도 보여 주고 각자 빨간 물감이 섞인 물을 생리대에 조금씩 부어 보았다. 중형 생리대는 작은 종이컵 절반(약 100ml)의 물도 다 흡수하지 못했다. 붉게 가득 물든 생리대를 보고 이렇게 피 흘리다 쓰러지는 거 아닌지 걱정한 적도 있는데 그게 사실 종이컵 한 컵도 안 되는 양이었다니 나에게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용한 생리대를 잘 말아서 버리는 방법까지 실습해 보았다. 

이어서 탐폰도 하나씩 챙겨 들고 물이 담긴 종이컵에 담가 보았다. 탐폰 어플리케이터 를 기념품 삼아 가져가겠다고 하는 학생도 있었다. 생리컵은 개인적으로 구매하고 사용하지 않은 컵을 보여 주었다. 탐폰과 생리컵은 얘기만 들어 본 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사용 방법에 적응하기 위해 연습이 필요하다는 점과 독성쇼크증후군 등 주의할 부분을 함께 안내하였다. 면 생리대, 위생 팬티와 생리 팬티에 대해서도 어떤 점이 다른지를 설명하며 만져 보았는데 학생들은 일반 팬티보다 폭신하며 부드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업을 위해 생리 팬티를 구매하려고 보니 위생 팬티와 생리 팬티 용어를 혼용하여 쓰고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무리로 생리 기간을 건강하고 덜 힘들게 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간식 겸 조촐하게 미니 파이를 쌓아 지나간 혹은 앞으로 다가올 초경을 축하했다. 생리하기 싫고 걱정도 되겠지만 이왕 겪을 일 나의 몸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기 회가 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먼저 경험한 언니로서 해 주고 싶은 말은 끝이 없었고 만남을 아쉽게 마무리하며 생리에 대한 자세하고 다양한 설명이 적힌 책을 선물했다. 청소년들과 생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도움이 될 책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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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생리를 시작한 너에게』 유미 스타인스, 멜리사 캉 지음│제니 래섬 그림│김선희 옮김│다산어린이│2021 

     『빨강은 아름다워』 루시아 자몰로 지음│김경연 옮김│사계절│2021 

     『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이지원 옮김│창비│2011 

     『너와 나의 빨강』 릴리 윌리엄스 지음│카렌 슈니먼 그림│김지은 옮김│비룡소2022
 


#피로 맺어진(!) 여성 연대

아이들에게 생리 수업을 진행하고 난 뒤 옆 반의 40대 후반인 선배 선생님께서 탐폰에 도전해 보고 싶다며 두어 개 가져가셨다. 며칠 뒤 딸들에게 알려 주고 싶어서 먼저 시도했다 는 이야기와 함께 “이렇게 편한 걸 왜 이제 알려 줬어!”라는 후기를 들려주셨고, 나는 눈이 번뜩 뜨이는 기분이었다. 새로운 생리용품의 정보는 아이들만 알아야 할 것이 아니었다. 성인 여성도 생리용품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생리 기간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여성 청소년을 양육하는 여성 성인이 여러 생리용품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생리를 앞둔 양육 대상에게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음 생리용품 홍보 대상은 학교 안의 여성 선생님들이었다. 탐폰이나 생리컵에 대해 아시는지, 사용해 보셨는지 여쭤보았다. 탐폰은 들어는 봤지만 사용하지는 않으셨고 생리컵은 처음 듣는 생소한 물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마침 가장 젊은 비혼의 선생님도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에 체내로 삽입하여 사용하는 생리용품에 거부감을 보이셨던 분들도 탐폰 사용을 시도해 보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시기도 하셨다. 

생리를 하는 것은 공짜일까. 15세에 초경을 시작한 사람이 45세에 완경(생식 기능이 막힌다 혹은 닫힌다는 비유적 표현의 폐경 대신 월경이 완성되었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표현)을 맞이한다고 해 보자. 생리를 매월 주기적으로 하는 경우, 편리한 계산을 위해 매 주기 7일 정도 생리를 한다면 12개월에 84일, 30년이면 2520일이니 청장년 시기 중 대략 7년이라는 기간 동안 생리를 하는 셈이다. 매일 생리대를 5개 정도 사용한다면 30년 동안 필요한 생리대의 수는 12,600개이다. 2016년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생리대 한 장 평균 가격인 330원으로 계산한다면 매년 약 14만 원씩, 30년이면 약 416만 원의 비용이 발생 한다(한국의 일회용 생리대 평균 가격은 OECD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16년 저소득층 청소년이 생리대를 구매할 돈이 없어 휴지나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 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비용을 지원하거나 공공시설에 생리대를 비치하는 지자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공공화장실에서 휴지처럼 생리대도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 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더 공공연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생리’라는 주제에 대해 여성이라면 나름대로 할 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과서에서는 생리 주기가 28일이라는데 나의 생리 주기가 두 달 정도여도 정상인지, 9살에 초경을 시작해도 괜찮은지, 생리통은 대부분 겪는 것인지, 생리를 조절하는 시술은 어떤 종류가 있고 실제 부작용은 어떤지 등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는 해결되기 힘든 불안감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밖으로 표현되지 못한 생리 ‘문제’들은 질병으로 몸집을 키워 돌아오기도 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난 최근에서야 월경 장애가 백신 관련 의심 질환에 추가되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생리에 대해 더 공공연하게 떠들 필요가 있다. 함께 말하고 요구할수록 나와 내일의 여성들이 힘들기만 한 생리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저녁에 가족들과 일과를 나누며, 조만간 친구들과 만나 안부를 물으며 당신의 첫 생리 수다를 시작할 수 있길 바란다. 조곤조곤 입을 뗀 목소리가 모 여 세상에 전하는 커다란 외침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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