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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천천히 스미는 독서교육] 교실 속 독서 이야기-우리 반 잡지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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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21 11:21 조회 1,4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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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독서 이야기 

우리 반 잡지 탄생기 


신현주 서울중원초 교사 





벌써 12월이다. 2022년 다이어리와 달력이 나온 걸 보니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체감 하게 된다. 아이들과 한 해를 정리하며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래전, 내가 초등학 교 4학년이었을 적 담임선생님이 떠올랐다. 담임선생님께서는 책을 좋아하셔서 교실에 항 상 책이 많았다. 비가 오던 날 교실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선생님께서는 “심 심하지? 이거 보면서 기다리렴.” 하시며 어린이 잡지 <새벗>을 건네주셨다. 나와 비슷한 또 래친구가 나오는 표지와 퀴즈와 퍼즐, 만화, 짧은 동화가 종합과자 선물세트처럼 한 권의 잡지에 담겨 있었다. 나는 엄마를 기다리는 지루함도 잊고 그 속에 빠져들었고, 그 후 달 마다 새롭게 오는 잡지를 제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가 되었다. 마음 따뜻했던 담임선생 님 덕분에 잡지를 처음 만났던 열한 살의 그 아이는 30년이 지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 다. 그래, 우리 반 아이들과 잡지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보니 어린이를 위 한 잡지는 있었지만 어린이가 만드는 잡지는 찾기 어려웠다. 잡지를 읽을 생각만 했지, 만 들어볼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도 우리 반 잡지를 만드는 일에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 




기획 회의: 독자 탐색과 주제 선정 

호탕하게 시작한다고 했지만, 사실 담임인 나조차 잡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무엇 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잡지교육원에서 잡지를 기획하고 원고를 쓰 고, 제작하는 과정을 다룬 강의가 있었다. 강의를 다 듣고 잡지 제작을 하기에는 마음이 급해 물어물어 잡지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잡지에 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를 선정하는 일이라고 하셨다. 그다음으로는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혹은 좋아하는지 설문조사나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통해 분석을 해야 한단다. 우 리 반은 즉시 잡지 기획 회의를 시작했다. 


“얘들아, 우리가 만든 잡지를 누가 읽었으면 좋겠어?” 

“저랑 똑같은 초등학교 4학년 친구들이요. 학교에 자주 못 오니까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뭐하고 노는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요.”

“맞아요. 특히 독후감 숙제 같은 거 할 때 읽기 좋은 책 추천해 주면 좋겠어요."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우리 잡지의 독자는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학 생’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잡지 주제는 ‘어린이가 추천하는 어린이책’으로 정했다. 잡지의 형태는 매거진과 북을 합친 무크지 형태로 내기로 했다. 잡지 출판에 모든 아이들이 참여 해야 의미가 있었기에, 우리 반 어린이들 20명 모두 기사를 쓰기로 했다. 잡지 표지 디자 인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예담이와 서연이가 맡았다. 무엇보다 잡지에 실을 글의 내 용이 중요했기에 우리는 먼저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읽고, 그 내용을 기사로 써 오기로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가져온 기사는 분량도 내용도 너무 달랐다.   

한 권의 잡지를 만들려면 기준이 필요했다. A4 1장에 자신의 이름과 추천하는 책제목 과 작가, 출판사를 쓰도록 길잡이하고, 글에 그림을 넣을지에 대한 여부는 아이들이 자 유롭게 선택하게 했다. 손글씨로 문장을 쓸까, 컴퓨터 타이핑을 할까 고민한 끝에 지금 아이들의 손글씨를 남겨 두면 좋을 것 같아서 직접 손으로 쓰기로 했다. 아이들은 한 글 자 한 글자를 정성껏 써 내려갔다.  



기사 작성과 맞춤법 확인 

세 차례에 걸쳐 아이들은 잡지 지면에 들어갈 기사를 쓰고, 그림을 넣고, 혹시나 독자들 이 어렵게 느끼지 않을지 소리 내어 읽어 보면서 어색한 부분을 다듬고 맞춤법을 바르게 했다. 아이들은 자신의 원고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고, 애쓰고 문장에 공을 들였다. 그러 자 글이 점점 나아졌다. 드디어 ‘어린이가 쓰는 어린이책 소개’를 주제로 최종 원고가 완성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었다. 완성 후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원고를 바라보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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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명 선정과 표지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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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낱장의 원고 20편이 모였고, 이제 순서를 정하여 목차를 짜 고, 최종 표지를 뽑을 차례였다. 그 전에 가장 중요한 잡지 제목을 정 해야 했다. 우리 반에서 나는 ‘사 랑눈 선생님’으로 불리며 매달 아 이들에게 관심 있는 작가와 재미 난 책을 소개하는 사랑눈 북클럽 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잡지 이름을 자신들에게 익숙한 ‘사랑눈 북클럽’ 잡지로 지었다.

서연이가 말하기를 다른 잡지들을 보니, 맨 앞에 늘 편집자의 글이 들어간다며 내게 그 부분을 맡겼다. 더불어 잡지 창간에 참여한 아이들 모두 잡지 후기를 쓰기로 했다. 잡지 표지 디자인을 맡은 예담이는 네 종류의 표지 시안을 가져왔고, 학교에 오는 날 게시판에 그림들을 붙여서 표지 투표를 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그림을 앞표지에 싣고, 전체적인 잡지 분위기에 맞게 서연이가 뒤표지를 그렸다. 



편집장과의 만남 

원고의 제목과 원고를 실을 차례를 정한 다음에는 민서가 목차를 쓰고, 준혁이는 목차에 맞게 원고 순서를 정리했다. 유진이는 잡지 사이에 소제목을 써 주었다. 서우는 친구들 의 잡지 후기를 받아서 한 장의 종이에 붙이고, 예담이는 잡지 판권지를 쓰고 그렸다. 잡 지 한 권을 만드는 데 많은 손길과 노력이 필요함을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친구들 의 원고를 받아야 하는 민서는 마감 날짜를 지키지 않는 친구들 때문에 속을 태웠고, 예 담이는 표지마다 반 친구들 한 명 한 명 얼굴의 특징을 살려 그려 넣는 세심함을 보여 주 었다. 코로나19로 지쳐 있던 우리에게 ‘우리 반 잡지 만들기 프로젝트’는 신선한 활력소가 되었다.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서 학교에서 만나지 못할 때는 온라인의 zoom 소회의실 과 패들렛을 사용해서 잡지 편집을 이어갔다.
한 달에 걸쳐 잡지의 꼴이 대략 나왔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완성된 원고를 처음에 만 났던 잡지 편집장께 보내 드렸다. 이것들을 어떻게 묶으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였 다. 편집장께서는 흔쾌히 시간을 내주셔서 온라인에서 ‘잡지 편집장님과의 만남’을 가졌 다. 아이들은 잡지를 만들면서 들었던 호기심에 관하여 혹은 잡지 전반에 걸쳐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이제 막 새내기 잡지 기획자, 기자, 디자이너가 된 우리 반 아이들의 질 문이 쏟아졌다 


“잡지를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되셨나요?” 

“잡지를 만들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잡지 만드는 일이 즐거우신가요?” 

“처음 잡지를 만드셨을 때 ‘내 생각과 다르게 완성되는구나.’라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만드신 잡지가 잘 팔리나요?”

“잡지를 만들 때 혼자 일하시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과 같이 하시나요?” 



드디어 마감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진지한 질문에 편집장님은 정성껏 대답해 주셨고, 생생한 잡지 제작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든 <사랑눈 북클럽> 잡지를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지도 조언해 주셨다. 아이들과 잡지 편집자와의 만남 시간이 어땠는지 소감을 나누었다.  


“지금까지 150권의 잡지를 만드셨다고 했는데 힘드셨을 것 같다.” 

“잡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되어서 좋았고, 나도 잡지에 관심이 생긴 것 같다.” 

“잡지 편집장님과 만나기 전에는 이상하게 떨렸고,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뿌듯했다. 우 리가 만든 잡지가 잘 팔렸으면 좋겠다.^^” 

“잡지를 만드는 선생님을 처음 봤는데 느낌이 좋았다. 또 만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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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잡지 일을 하는 분을 만나 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드디어 잡지 마감일이 다가왔다. 편집장의 조 언에 따라 다양한 판형과 편집 방법을 고려하여 잡지 샘플을 인쇄했다. 한 페이지에 4편 의 원고 혹은 1편이 들어가도록 컴퓨터로 편집해서 형식의 변화를 주기도 했다. 아이들과 머리를 맞대고 예전 원고와의 차이점을 살펴보면서 편집 방식을 고민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잡지를 직접 만들었다는 느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잡지의 본문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편집해서 인쇄하고, 제본을 할 때에는 직접 손으로 끈을 묶어 제작을 마무리했다. 



잡지 애독자들의 탄생 

우리 반의 첫 잡지 <사랑눈 북클럽> 창간호가 발행되었다. 아이들끼리 의견이 분분할 때 솔직히 어른인 나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자기 뜻대로 글이 써지지 않는 다며 훌쩍이는 아이를 달래고, 같이 걸어가도록 다독였다. 그래도 팔이 아플 정도로 원고 에 넣을 그림을 색칠하는 아이의 열정을 발견하거나, 책의 서지사항을 찾아 인쇄한 내용 을 풀로 붙이던 아이의 손을 볼 때 행복했다. 특히 우리의 잡지를 읽을 어느 독자를 생각 하며 글을 쓰고, 다듬는 시간이 참 좋았다. 잡지를 만들고 나니, 우리가 매달 받아 보는 잡지가 어떤 시간을 거쳐 우리 손에 왔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반은 잡지를 더욱 사랑 하는 애독자가 되었다. 



순항하라! <사랑눈 북클럽> 

따끈한 잡지를 손에 쥔 지금, 잡지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주체가 된 아이들이 자 랑스럽고 사랑스럽다. 먼 훗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생겨 협업을 통해 무언가를 제작 해야 할 때 ‘아, 우리 옛날에 잡지 만들었는데.’라며 이날의 경험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30년 전, 선생님이 건네주었던 한 권의 잡지가 가져다준 따스한 기억 덕분에 아이들과 이토록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 그리고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독자들이 우리의 잡지를 즐겁게 읽길 바라 는 마음을 잡지 한 권에 가득 담으며 ‘사랑눈 북클럽 잡지 탄생기’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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