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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운동부 수종이의 책 읽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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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6 21:28 조회 7,5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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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수업 시간에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수종(가명, 중3 남)이라는 아이가 있어요. 운동부 아이인데, 하루 종일 엎드려 자거든요. 그래도 자는 것보다는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해서요. 혹시 수업 시간에 읽을 만한 재미있는 책 없을까요?”

수종이 담임선생님이 교육복지실에 찾아와 묻는다. 운동부 학생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다니… 가능하기나 할까? 게다가 내가 아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권해주는 책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운동부 학생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종이 역시 운동만 하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으며, 아이들하고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는 아이이다.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그 외 정보가 더 필요했다. “혹시 수종이가 책을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네, 지난 번 아침독서 시간에 좀 두꺼운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았어요. 읽는 게 신기해서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그 뒤 아침에 추리 소설 읽는 건 몇 번 보았어요.”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더구나 책을 권해줄 생각을 한 담임선생님에게 고마워서 바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 야기의 즐거운 맛보기
“셜록 홈즈를 읽는다면 아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 코난 도일, 중학교 때 아가사 크리스티 책을 다 읽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시드니 셀던과 김형종 책을 몇 권 읽다가 야하고 끔찍해서 추리소설은 끊었어요. 하하. 아무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완전범죄 이야기거든요. 멋지죠? 이야기는 어느 외딴 섬에 10명의 사람들이 초대되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거예요. 철저하게 갇혀버린 것이지요. 신기한 것은 그 사람들의 숙소에 열 개의 인디언인형이 있는데 그 인형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사람도 하나씩 죽는 거예요. 알고 보니 10명 모두 죄를 지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간 사람들이었어요. 결국 모두 죽어요. 마지막에 죽은 사람이 범인은 아니에요. 제일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지요.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를 가장 오래 느끼다가 죽은 사람이니까요. 다행히 마지막에 누가 이 사람들을 죽였는지 에필로그가 나와요. 완전범죄의 에필로그…”

담임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더니 바로 책을 빌려갔다. 그리고 교실로 가서 자다 지쳐(?) 일어난 수종이에게 전해주었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한 말도 곁들여 주었더니 수종이가 수업 시간 내내 책에 푹 빠져 읽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저 이렇게 수종이 목소리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요. 뭐라고 했냐면요… ‘저, 이 책 운동부 숙소 가서 읽고 내일 드리면 안 될까요?’라고 했어요. 정말 수종이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책을 권해달라고 했다.

운동부 숙소에서 책 돌려읽기
두 번째로 고른 책은 『호기심』이었다.
“잘나가는 청소년 작가들이 쓴 단편 모음집이에요. 이성에 관한 이야기라 분명 흥미로워 할 거예요. 단편이니 읽는데 부담도 없을 거예요. 재미있으니 먼저 선생님이 몇 편 읽어보세요.”
며칠 뒤 담임교사가 상기된 얼굴로 찾아와서 핸드폰을 쑥 밀었다.
“책 며칠 있다 돌려드리면 안될까요? 운동부 애들이랑 돌려 읽게요.”
예상외의 성과였다. 운동부 아이들이 책을 돌려가며 읽다니…

담임선생님은 내가 책을 빌려준 날 퇴근길에 책을 읽었고, 수종이에게 책을 권할 때 “선생님이 먼저 책 읽어봤는데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것 같았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다른 시간에는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책 읽은 티 내주기
이제 수종이 담임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교육복지실에 들러 책을 빌려간다. 수종이에게 빌려주기 전에 꼭 먼저 읽어보고 책을 권할 때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보았다.
“수종이가 책 읽은 다음에 그 책 이야기는 하세요?”

“‘어땠어?’ 이 정도만 이야기하는 걸요. 그럼 대답은 항상 ‘재미있어요.’에요.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말을 많이 못 붙이겠어요. 아이가 그러니 저도 불편하구요. 책 읽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종이에게 직접 말 붙이기가 쑥스러우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며칠전에 책을 읽었는데 말이지…’라고 하면서 선생님의 책에 대한 느낌보다는 그 책 속에 나온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수업 자료로 제시할 것을 권하였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의 과목이 한문이라 사자성어 설명하는데 예시 자료로 쓰기에 좋았다. 역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업 시간에 책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수종이의 얼굴은 빨개졌다고 했다. 반 아이들도 그 책에 관심을 보였고, 도서실에 있다고 안내까지 해주었단다.



선생님이 빌려주신 책은 뭐든지 …
다음 책으로는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인 『4teen』으로 골랐다. 『호기심』은 여학생의 감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반면 이 책은 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담임선생님이 먼저 읽었다. 그리고 수종이에게 『호기심』을 읽었다면 다음엔 『4teen』을 읽어 줘야 한다며 책을 권해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참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친구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개받는 사람이면 좀 더 마음이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담임선생님은 수종이가 하루에 한 번 이상 문자를 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답형이던 문자가 점점 문장이 길어지고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몰랐는데 요즘 문자를 보면 수종이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같아요. 이런 아이가 거친 운동을 하니 힘들기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내가 주는 책은 뭐든지 읽어요.”
내가 보기에는 수종이만큼이나 선생님도 행복해보였다. 신경을 써주는 만큼 바뀌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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