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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 분투기]또 다른 나를 만드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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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5:22 조회 8,46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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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중반 내가 다니던 중학교에 이름도 생소한 사서교사가 있었다. 책 이름만 대면 척척 찾아주는 모습은 정말 경이롭고 책 내용을 술술 이야기해주던 그 사서선생님을 보면서 새로운 직업과 늘 책과 함께하는 삶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서의 꿈을 가지고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여 졸업하였다. 하지만 그때는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 채용이 없던 시절이라 자연스럽게 대기업체에 입사하여 사서 업무와 전혀 다른 일을 해오다, 결혼과 동시에 나의 사서교사 꿈은 자연스럽게 접어두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에 학교도서관 봉사를 하고자 하는 학부모를 모집한다는 안내장을 보면서 ‘그래, 내가 사서였지’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였다. 봉사를 하면서 내 마음속에 다시 회복된, ‘내가 꿈에서 멀리 왔구나’ 하는 생각과 ‘다시 나의 꿈을 키워봐야지’ 하는 마음에 학교도서관의 문을 두드렸다.

내가 아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배우겠지…
여러 학교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고 간신히 현재 있는 수일초등학교에서 꿈을 펼치려고 할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다. 긴 세월이 흘러 아득한 지식과 생소한 학교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학교도서관운영 경험 부족으로 무엇부터 해결을 해야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학교 관리자들은 독서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주기를 원했다. 답답한 마음에 여러 학교에 연락해 조언을 구했지만 딱히 도움을 주는 곳은 없었고 무능한 내 자신이 너무 실망스럽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내가 아는 만큼 우리 학교 아이들이 배우고 혜택을 누린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 독서교육이라는 단어만 붙으면 열심히 달려가 배워 와서 우리 학교 실정에 맞는 것을 실험해보고 운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책 읽어 주기였다. 방과 후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곳에 가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더니 아이들이 책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책 읽어주세요’, ‘또 읽어주세요’ 하는 주문이 너무 많아 그 대안으로 책 읽어주는 어머니를 모집하여 운영하게 되었다(평소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어머니들이 많으니 쉽게 모집하여 운영할 수 있는 활동인 것 같다). 올해 3월부터는 매주 금요일 아침자율학습 시간에 책 읽어주는 어머니들이 학급으로 들어가 ‘책 읽어주는 북맘’ 활동을 통해 교실에서의 아침독서 운동을 확산시키는 기초가 되기도 하였다.

이후 북맘 운영의 질을 높이기 위해 나는 동화구연과 스토리텔링, 독서상담 전문연수를 듣고 와서는 북맘들을 교육하고, 어머니들이 여러 종류의 책을 직접 읽어보고, 토론을 통해 좋은 도서를 선별하는 눈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림책연구회를 조직하여 어머니들 스스로 연구하면서 아이들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어주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저런 노력들로 이제는 금요일 아침자율학습 시간 학교의 복도에 정적이 감돌거나, 어떤 학급은 까르르 웃음바다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책 읽어주는 북맘들은 노력의 열매를 거두게 되었다. 책 두께만큼 해마다 조금씩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조금씩 다양한 독서교육 활동을 추진하게 되었다. 매월 다양한 주제를 정해서 운영하는 ‘테마가 있는 학교도서관’은 주제가 있는 독서우편함, 책속 보물찾기, 책 나무 키우기, 독서캠프, 독서의 달행사, 도서관 벽화 그리기, 도서관이용자 행운권 추첨 등 정적인 학교도서관이 동적이며 즐겁고 재미가 있는 학교도서관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다.

또 7년째 하고 있는 우리 학교만의 명품 독서교육 중에 괄목할 만한 것은 ‘독서달력’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학년별로 권장도서목록 50권과 그 달의 책 달력을 만들어 배부한다. 아이들이 배부된 목록의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작성하여 도서관에 비치된 독서달력 함에 놓고 가면 아이들의 글을 읽고 첨삭하여(내용이 미흡할 경우 질문 제시)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그 달에 책 달력을 다채운 학생들은 반별로 취합하여 월별 시상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아이들의 책 읽기 습관과 글쓰기의 1석2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사서교사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급한 공문이나 다른 행사와 겹치게 되면 확인 도장을 받으려는 아이들로 도서관은 북적거린다. 그 순간은 ‘내가 왜 했을까’ 하는 후회를 가끔 할 정도로 힘들지만, 아이들이 자신이 쓴 글에 어떤 댓글이 있을까 하고 가슴 떨린다고 할 때, 아이들에게 첨삭과 칭찬의 글을 통해 해마다 권장하는 책 두께만큼씩, 조금씩 책 읽기와 글쓰기가 발전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래! 그래도 내가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던 중 아쉬움도 있었다. 학교에서의 독서교육은 가정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가정에서부터 독서의 생활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작한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독서하는 가족 독서사진전, 가족에게 보내는 독서우편함, 가족독서신문 발행, 가족과 함께하는 독서캠프. 아빠와 함께하는 달빛교실. 이런 가정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학부모들과 직접 만나면서 조금씩 독서의 필요성을 일깨우게 되었고, 이제는 가족이 함께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오거나 학교도서관을 이용하는 가족이용자가 늘게 되어 자연스럽게 지역에 열린 학교도서관이 되었다. 지난 10월 한 주간 개최한 ‘수일Book소리’ 학교도서관 축제에서는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나라’ 행사를 통해 가정 내에서 아빠가 먼저 독서하는 본을 보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6학년 아이들이 나에게 자신들의 장래 꿈이 바뀌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사서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왜 사서교사가 되고 싶냐고 되물어봤더니, 사서선생님은 책의 전문가이며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는 일이 없고, 늘 새로운 것으로 우리를 책 속에서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고 한다(녀석들! 내가 그러려고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며 배우고 연구하는지 알까?). 가슴이 뭉클했다. “사서선생님은 노가다 직업이야!

왜 힘든 사서교사를 하니?” 하며 애써 감동을 숨기려 했지만 나의 얼굴에는 내 진심이 아이들에게 통했다는 것과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꿈과 기대가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숨길 수 없었다.
어릴 적 내가 만난 사서선생님이 그랬듯,내가 그랬듯, 나와 같은 꿈을 꾸며 또 다른 나를 만드는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도 나는 이곳에서 고군분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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