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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책으로 세상과 통할지니… - 도서관에서 한 뼘 더 자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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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7-06 13:14 조회 9,2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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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2008년도에 여수고등학교로 발령을 받고 사서교사의 길로 들어선 지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사서교사의 길에 들어선 이후 내가 수업을 맡은 것은 2년의 시간이다. 처음에 수업을 배정받게 된 것은 내가 수업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었다. 보건교사가 창의적재량활동 17차시 수업을 하게 되면서 얼떨결에 내가 남은 17차시 수업을 배정받게 된 것이다.

처음 수업을 시작할 때 재량활동 수업을 어떤 주제로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연간 17차시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한 학급당 격주로 한 시간씩 들어가야만 했다. 즉 2주일에 한 시간씩 아이들과 만나고, 학교행사 등의 일이 있을 때면 한 달에 한 번 만나기도 일쑤였다. 그래서 매 시간마다 하나의 주제를 선정하고, 한 차시에 끝낼 수 있는 활동을 해보기로 하였다(물론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수업은 2차시로 진행하기도 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하면서 교과교사와 연계해서 협력수업을 한다거나, 거창하게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에는 내 그릇이 부족했다. 그저 도서관에서 책과 도서관을 주제로, 아이들이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다양한 간접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때로는 성적에 반영되지 않고 시험도 보지 않는 과목이라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참여하지 않거나 무시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좌절감을 느끼곤 하였지만, 수업 시간을 통해 한 뼘 더 성장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였다.

아이들, 책에 한 발자국 다가서다
3월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학교가 도서관이용교육을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도서관을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도서관과 친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서관이용교육 수업을 하면서 단순히 도서관이용규칙만 가르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한 가지가 “사서쌤! 어떤 책이 재밌어요?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라는 것이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두 번째 시간부터는 아이들이 책과 더 가까워지고 스스로 능동적인 독자가 될 수 있도록 수업을 하고자 했다.

먼저 도서관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꼭 갖추고 있어야 할 ‘책’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의 역사부터 정의, 구조까지 살펴보고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하여 책 제목 맞추는 게임을 하였다.딱딱한 수업보다는 아이들이 이런 게임을 통해 책에 더 흥미를 가지는 것 같다. 제목 맞추기 게임에 문제로 나온 책을 대출해 가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만하면 책과 친해지기 프로젝트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 다음 시간은 아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책에 다가갈수 있도록 ‘좋은 책을 고르는 11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책 고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각자 주어진 시간 동안 서가를 돌아다니며 좋은 책을 한 가지씩 골라 오라고 했다. 그리고 그 책에 대한 도서정보와 내가 그 책을 고른 이유에 대해 작성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이 끝난 후 자신이 고른 책을 북트럭에 던져 놓고 가는 아이들도 있었으나, 자신이 주체적으로 고른 책을 대출해 가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친구들이 고른 책이 무엇인지 서로 살펴보면서 아이들은 이 수업을 통해 책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으리라 믿는다.



나의 진로와 직업을 탐색해보자!
고등학생들은 1학기가 끝날 때쯤이면 계열 선택의 기로에 놓이면서 별을 세며 밤늦도록 고민한다. 계열 선택이 곧 자신의 진로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많은 아이들을 위하여 1학기 말에는 직업탐색 시간을 가졌다. 학교도서관에 몸담고 있으면서 살펴본 결과 아이들이 문학 다음으로 가장 많이 찾는 책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것이다. 1학년 교양과목으로 ‘진로와 직업’이 있지만 미술과 체육 선생님이 그 시간을 담당하면서 미술, 체육 수업의 연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직업을 고민해볼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직업탐색 1차시에는 설문항목을 통해 나의 진로방향을 설정하였다. 예술, 과학, 수학 등 열두 개의 진로방향 중에서 설문항목 점수가 가장 높게 나오거나 또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한 가지 선택한다. 그리고 선택한 분야에 속한 직업의 종류, 그 직업에서 성공한 사람 등을 도서관 자료를 통해 검색해보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2~3차시에는 『행복바이러스 안철수』(안철수, 리젬)라는 책을 다 함께 읽으며 자신의 역할모델Role Model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도서관에 복본이 비치되어 있지 않아 복사본을 읽어야 했다. 비교적 분량이 많지 않은 책이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읽을 수 있었다. 역할모델은 공부의 목적의식도 갖게 해주고, 진로의 큰 틀을 잡게 하는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인생에서 중요하다. 아이들이 역할모델 설정을 통해 진로탐색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픈 생각해서 이 수업을 하게 되었다. 1단계 드러난 내용 읽기, 2단계 삶의 시련과 고뇌 해결 과정, 3단계 자신의 진로에 대입 순의 3단계에 걸쳐 진행했고, 안철수의 행동 및 성격에서 나의 진로에 도움이 되는 점을 찾아보고 토론한 뒤 자신이 희망하는 진로와 관련된 책을 더 찾아 읽어보도록 하였다.

지식도 얻고 재미도 얻고~ 우리말 겨루기
10월 9일 한글날은 달력에 검은색 숫자로 표시되어 있어 모른 채넘어가기 쉽다. 특히나 요즘 아이들에게 한글날은 별 대수롭지 않은 날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수업을 통해 한글날의 유래 및 의미를 상기시키고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실시하였다. 한모둠당 6~7명씩 구성하여 각 모둠마다 한 권씩 책을 선정하게 하고, 모둠 대표가 한 명씩 나와서 우리말 겨루기 대회에 이용할 수있도록 했다. 한글날에 대해 설명할 때는 지루해하던 아이들도 막상 우리말 겨루기 대회가 시작되면 승부 근성이 생겨 덤벼든다. 우승한 조는 비록 초코파이 하나를 받을지라도 그 작은 상품이 아이들에게는 큰 기쁨이 되는 모양이다.






영상을 통한 작가와의 만남
많은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행사의 일환으로 작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싶었다. 마침 황석영, 이외수, 한비야 등의 작가가 출연한 방송(무릎팍 도사)이 떠올랐다. 미흡한 실력으로나마 영상을 편집하고 활동지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였다.

1학기에는 황석영, 2학기에는 한비야 편을 함께 시청하면서 아이들은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황석영 작가는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하였으나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니 평소에 딴짓하던 아이들도 그 시간만큼은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그냥 동영상만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지를 같이 주고 빈칸을 채워 넣게 했더니 덜 소란스러웠다. 영상 중간 중간에 나오는 황석영 작가의 작품 속 구절은 나중에 아이들이 그 책을 찾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학기에 한 번씩 영상으로 만나는 작가 수업을 한 뒤 2차시에 걸쳐 ‘작가 소개글 쓰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이 평소 관심을 가진 작가에 대해 짤막한 소개와 함께 그 작가의 작품 소개글을 작성해보는 시간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 백과사전, 인터넷자료 등을 활용하여 아이들은 열심히 과제를 수행했다.



『1리터의 눈물』(키토 아야) 소개글
아픔을 희망으로 이겨낸 키토 아야
한 소녀의 눈물겨운 투병기, 안타까운 죽음, 일본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소녀, 키토 아야의 실제 이야기. 하도 많은 분들이 눈물겨웠다며 이 드라마 이야기를 하여, 원작을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에서도 이 드라마는 드물게 2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1리터의 눈물을 흘린단 얘긴가? 아니면 주인공이 1리터의 눈물을 흘렸다는 얘긴가? 궁금했는데 정답은 후자였다. 아야의 일기는 담백하고 솔직했다.
『1리터의 눈물』의 주인공이자 저자인 키토 아야는 중학생 때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자주 넘어진다. 이 병은 소뇌와 뇌간, 척수의 신경세포가 제 기능을 못하고 사라지는 병이라고 하는데, 걸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원인도 없고, 병의 진행 속도만 다소 늦출 수 있을 뿐, 치료 방법도 없다고 한다.
… (중략) …
하지만 아야가 병을 긍정적으로 견뎌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아야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자신의 미래’였기 때문이다. 비록 힘든 투병이었고, 막막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했다. 매우 제한된 삶의 범위 안에서도 아야는 미래의 자신을 생각했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아야의 아픔과 희망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


일 년의 수업을 마치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마음과 생각이 많이 자랐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도서관이 항상 정숙하고 책만 읽는 곳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는, 그리고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민영 여수고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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