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으로 여는 생태전환교육] 지구를 사랑하는 소비를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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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1-04 15:33 조회 65회 댓글 0건본문
지구를 사랑하는 소비를 하려면?
이민지, 박경미, 박정윤, 신동영, 조미라, 홍진희, 조소영, 남하나, 손희선
어린이책 큐레이터 책보샘
예전보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원하는 물건을 쉽고 싸게 살 수 있다. 많이 소유하면서도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소비 상사병에 걸린 것 같다. 멀쩡한 물건이 있어도 더 좋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은 과소비를 부른다. 그런 소비 심리와 물질주의를 파고드는 자본주의는 우리 사회와 지구를 더 빠르게 소비 되게 만든다. 사람들의 과소비와 과시 소비는 자원 낭비, 폐기물 범람으로 이어지고 환경을 파괴한다. 파괴된 환경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지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그런 지구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불평등의 한가운데 있는 생명들과 자라나는 아이들. 모든 생명이 평등하게 살아갈 기회와 환경을 그 누구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지구가 살아가기 불가능한 환경이 되기 전에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 행동하는 어린이’를 목표로 두고자 이번 수업은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윤리적이지 못한 생산자의 잘못을 찾고 바꾸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초등학생 수준에는 지속 가능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다.
현대인의 소비 문화에 질문을 던지는『 최고의 차』
앞표지에 ‘최고의 차’라는 광고를 바라보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최고의 차는 어떤 차일까? 그림책의 주인공 자끄 아저씨는 최고의 차 ‘비너스’ 광고를 보고 자신이 타던 오래된 작고 낡은 차를 바꾸고 싶어진다. 그 차를 갖기 위해 모든 행복은 내려두고 돈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는 자끄 아저씨. 마침내 갖게 된 최고의 차 비너스는 아저씨를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최고의 차』는 빠르게 돌아가는 유행과 물건을 소유한 다음 생기는 현대인의 허무함을 잘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의 문제점을 느끼고, 책임 있는 소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수업을 계획했다. |
『최고의 차』 다비드 칼리 지음│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봄개울│2019 |
책을 읽기 전, 소비 경험을 나누고 자신의 소비 태도를 점검해 봤다. 최고의 차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소비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인물 인터뷰,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가치 판단 수직선 활동을 하며 작가가 왜 이 책을 만들었을지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다 보면 소비주의와 물질주의의 문제점을 함께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멀쩡한 물건이 있어도 새로운 것을 갖고 싶은 소비 욕망이 지구를 어떻게 만드는지 상상하고 찾아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지구를 파괴하는 소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찾고, 아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을 골라 실천까지 연결한다.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직접 행동해 보는 활동으로 어린이들이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습관화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어떤 소비 생활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자주 가는 생활용품 판매점과 마트 사진을 보여 주며 수업을 시작했다. 장난감을 구경하다 부모님을 놓친 일 등 재미있는 경험담을 나눴다. 나에게 10,000원이 생긴다면 어떻게 쓸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통장에 넣겠다는 의견부터 편의점에서 간식을 잔뜩 사겠다는 학생까지 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소비 생활 점검표로 자신의 소비 태도를 확인해 보니, 우리 반은 대부분 근검·절약형과 지속 가능한 소비형에 속했다. 앞표지 그림을 살피며 제목을 알아맞히고 자신에게 최고의 차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크고 넓은 차, 전기차, 자율주행이 되는 차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책을 읽는 중 자기 아빠랑 자끄 아저씨가 닮았다는 친구의 말에 아이들이 공감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고의 노력 끝에 ‘비너스’를 구입한 아저씨를 보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던 아이들. 그러나 ‘아프로디테’ 자동차 광고와 함께 다시 노예 같은 삶으로 돌아가는 듯한 아저씨를 보며 답답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나 의문을 인물 인터뷰로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쓴 질문은 ‘자끄 아저씨는 왜 계속 새로운 차를 사려고 할까요?’ 아이들이 공통으로 만든 질문은 책의 주제와 가깝고 작가에게 궁금해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 인물 인터뷰를 하면서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새 차를 사기 위한 아저씨의 행동이 닮고 싶은 행동인지를 두고 가치 판단 수직선 활동을 했다. 인물 인터뷰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뒤라 닮고 싶지 않다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노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부터 신차를 계속 사는 행동은 지구를 아프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의견을 함께 살펴보며 자끄 아저씨가 최고의 차를 왜 타고 싶었을지 다시 질문했다. “부자처럼 보이고 싶었을 것 같다.” “멋지게 보이고 싶었다.” 등의 답을 듣고 “멋진 차를 타는 사람은 무조건 부자고 멋진 사람인가요?”라고 다시 물었다. 아이들은 뒤통수를 맞은 얼굴로 “아니요” 입을 모은다. 작가의 의도를 알아챈 표정이다.
자끄 아저씨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함께 찾아봤다. 학생들은 있는 것을 또 사니 돈을 낭비하고 환경이 오염되는 등의 문제점을 찾아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구가 병들고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도 사라질 수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소비와 생산’이라는 용어를 안내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뜻을 찾아 공책에 정리하고 실천 방법도 찾았다. 자신이 찾은 실천 방법을 모둠 친구들과 공유한 뒤 나, 우리, 생산자 입장으로 나눠 활동지에 정리하고 발표했다. 칠판에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서 함께 행동해 보고 싶은 방법을 골랐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모르는 친구들에게 알려주기’와 ‘아나바다 알뜰장터 열기’가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아나바다 알뜰장터를 준비하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를 통해 요즘 나에게 필요한 물건의 목록을 적고 친구들에게 발표했다. 우리 반은 가상 화폐를 쓰기로 했는데 환경을 생각해서 이면지로 만들기, 보드게임 박스에 든 돈 등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여러 장단점을 따지다가 교실에 있는 공깃돌을 가상 화폐로 사용하기로 했다. 교실에 있는 이면지로 가게 간판을 간단하게 만들고 알뜰장터를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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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장터는 성황리에 열렸다. 아이들은 활기차게 참여했고 가방 한가득 물건을 사고 행복해했다.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에 대해 배우고 열었던 알뜰시장은 조금 달랐으면 했다. 구입한 물건을 책상에 올리고 처음 자신이 썼던 필요한 물건 목록을 꺼내라고 안내했다. 아이들은 사뭇 당황해했다. 책을 읽기 전 활동한 소비 생활 점검표도 다시 나눠주고 알뜰장터에서 각자의 소비를 다시 판단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소비 태도를 반성하며 소감을 나눴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많이 사서 지구에게 미안했다는 친구의 말에 필통에 지우개가 3개나 있는데 또 샀던 자기가 더 잘못되었다고 한 아이가 말했다. 자신의 잘못된 소비 습관을 깨닫고 친구들에게 말한 용기를 칭찬해 주었다. 하나뿐인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소비를 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것임을 알기를, 그리하여 꾸준히 행동하는 시민으로 자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