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으로 여는 생태전환교육] 자연과 사람이 만든 음식으로 건강을 지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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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4-01 13:01 조회 809회 댓글 0건본문
자연과 사람이 만든
음식으로 건강을 지켜요
이민지, 박경미, 박정윤, 신동영, 조미라, 홍진희, 조소영, 남하나, 손희선
어린이책 큐레이터 책보샘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먹고산다는 말이 생계를 유지한다는 뜻을 지닌 것처럼,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다. 예로부터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속담으로 전해 내려오듯 내가 먹는 음식이 곧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만든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전 세계의 다양한 식재료와 더불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가공식품과 패스트 푸드가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산다. 하지만 내가 먹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서 내 앞에 놓였는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깊이 고민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아이들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음식이 미치는 영향을 깨닫고, 소중한 음식을 만들어 주는 자연과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볼 수 있도록 『우리는 먹어요』를 활용한 수업을 소개한다.
모든 생명은 이어져 있다: 『우리는 먹어요』
『우리는 먹어요』는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며 그림책을 만든다고 소개한 고정순 작가가 그리고 쓴 책이다. 표지부터 작가 특유의 단순하고 강렬한 색채의 그림이 돋보인다. 뿌리와 열매, 줄기와 잎, 꽃이 한꺼번에 자란 커다란 식물이 표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붉은 열매가 단연 눈길을 끈다. 원화를 크게 그리는 작가의 개성이 느껴진다. 그림책을 읽기 전, 표지를 유심히 살펴보며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충분히 이야기 나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상해도 좋다.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살 수 있다. 생명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자신의 목숨을 이어가기도 한다. 책에서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자기 목숨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벌레와 새도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마음가짐과 논과 밭, 바다와 강에서 생명을 거두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 다듬고 조리한 사람의 정성이 있기에 우리 앞에 한 그릇의 음식이 놓이는 것이라는 걸 작가는 알려 준다. 더불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음식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고 기도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먹을 게 없어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과 겨울을 나고, 다른 생명과 먹거리를 나누는 따뜻한 마음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책을 읽으며 평소 내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떠올려 보고, 내가 먹는 음식이 내 앞에 오기까지 어떤 여정이 숨어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더불어 내가 먹은 음식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자 한다. 학생들이 자연과 사람이 만든 소중한 음식을 감사히 먹으며 나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지켜 나가기 위해 행동하는 어린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는 먹어요』
고정순 지음│웃는돌고래│2022
책을 읽기 전, 마음 열기 활동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소개했다. 음식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반갑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같은 취향을 가진 친구를 찾는 활동은 아이들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그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고, 같은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보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단연 마라탕이 1순위였는데, 맵고 얼얼하지만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중독성이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뒤이어 감자튀김, 초밥, 소고기, 과일 등 다양한 음식을 말했다. 좋아하는 음식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요즘 아이들 생활과 마음 상태도 엿볼 수 있었다.
밥상 뒤 ‘보이지 않는 땀’ 살피기
제목의 일부를 가리고 보여 준 뒤 책표지를 살펴보게 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쏟아 냈다. 표지에 그려진 식물이 무엇인지, 먹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답하며 즐거워했다. 한 아이가 식물에 뿌리와 열매, 줄기, 잎이 동시에 자라고 있다는 것을 찾아내자, 아이들이 표지 그림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아이들 대부분이 커다랗고 빨간 열매가 강렬하며, 표지 그림이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준다고 했다. 글이 많지는 않지만 심오한 주제를 담은 책이기에 아주 천천히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를 소개하는 장에서 작가는 사람이 사는 데 필요한 것들을 고민하며 그림책을 만든다고 했다. 아이들과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야기 나누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채로 시작된 그림책의 첫 장면에 이어 등장한 맛있는 음식들은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이어진 장면을 보며 숙연해졌다. 숨 쉬는 동안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의 목숨으로 살며 우리가 살기 위해 먹은 음식은 누군가의 생명이라는 내용의 장면이었다. 곧이어 우리가 목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먹지만,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농부가 심은 콩 세 알은 농부 자신의 몫과 더불어 땅에 사는 벌레와 하늘에 사는 새의 몫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아이들은 농사를 지을 때 땅과 하늘의 날씨가 중요하다며 고개를 끄덕였고, 벌레가 살 수 있는 비옥한 땅이라는 것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는 땅을 알고 있었다. 논과 밭, 바다와 강에서 거둔 생명 중에서 우리가 먹는 생명이 무엇인지 떠올리며 평소 우리가 다양한 생명을 음식으로 먹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어진 장면에서는 소중한 생명인 음식을 먹기 전에 인종, 국가, 종교를 넘어선 감사의 기도가 등장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 알의 물에도 우주의 은혜로움이 깃들어 있다는 표현을 인상적이라고 했다. 타인능해(他人能解)의 뜻을 설명하다가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에서 직접 찍은 타인능해 글자가 적힌 쌀 뒤주 사진을 보여 줬다. 책은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자연의 선물이며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정성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알려 준다.
"맵고 짠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이
어떤 성분을 포함하는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책을 다 읽은 후 우리가 ‘무엇’으로 먹고살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어제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쓰거나 평소 식사나 간식으로 많이 먹는 음식을 떠올려 보고, 자신의 식습관에 대해 생각했다.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는 아이들이 많았고, 간식으로 대부분 과자나 젤리, 사탕 등을 주로 먹었으며 치킨, 라면 등을 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스스로 찾아보고 깨우친 것만이 자발적인 실천으로 이어질 것이다. 먹는 음식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오는지 살펴보며,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동식물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좌) 건강 밥상을 표현한 작품 / (우) 건강한 식습관 문화 조성을 위해 만든 홍보물
건강을 위협하는 먹거리 관련 뉴스나 신문 기사, 책을 탐색했다. 아이들은 간식으로 먹는 사탕, 젤리, 과자에 포함된 설탕과 마라탕처럼 맵고 짠 음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라면과 과자 등 가공식품이 어떤 성분을 포함하는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폈다. 농약이 우리 몸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수입 식료품이 우리나라까지 운반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아보았고, 조사한 것을 발표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역시 아이들의 발표를 들으며 당분이나 나트륨이 인체에 주는 영향과 질병 등 새롭게 알게 된 게 많았다. 음식으로 내 몸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행동과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생각해 보고, 약속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중한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건강 밥상 차리기와 식습관 홍보하기 활동을 덧붙였다. 5학년 실과교과의 ‘건강한 식사와 올바른 식습관’ 단원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소중한 존재를 생각하며 그의 건강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나마 밥상을 차려 전달하고,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자료를 만들었다. 아이들의 정성 어린 마음이 잘 전달되어 더불어 사는 모든 생명이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기를. 아이들이 소중한 생명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감사히 먹으며 다른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살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 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