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으로 여는 생태전환교육]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소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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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6-05 13:38 조회 1,301회 댓글 0건본문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소중해
이민지, 박경미, 박정윤, 신동영, 조미라, 김근영, 홍진희, 조소영, 남하나, 손희선
어린이책 큐레이터 책보샘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란 원래 한 지역에 사는 생물의 종(種)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종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각 종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과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의 다양성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해서 사용한다. 쉽게 말해 생물다양성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전체를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화학 물질의 사용,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면서 동물의 서식지는 점점 줄어들거나 사라졌다. 그로 인해 생물종이 빠르게 멸종하고 생태계가 파괴돼서 생물다양성은 위기에 처했다.
양봉가의 눈으로 본
생명의 놀라운 힘: 『노각 씨네 옥상 꿀벌』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담아낸 그림책이 있다. 바로 『노각 씨네 옥상 꿀벌』이다. 이 책의 주인공 노각 씨는 주말농장에서 열심히 키운 딸기가 괴상한 모습이 된 이유가 꿀벌의 개체 수가 줄어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된다. 그는 꿀벌을 키우면 된다는 아이의 말에 꿀벌 키우는 방법을 진심으로 배워 어엿한 도시 양봉가가 된다. 꿀벌도 사람도 행복한 도시를 꿈꾼다.
이 책은 당연하게 생각하여 고마움을 몰랐던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평범한 노각 씨가 도시 양봉가로 변하는 과정을 보며 알 수 있게 한다.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꿀벌의 특징과 꿀벌 기르는 방법, 꿀벌의 멸종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 등은 꿀벌에 대한 지식과 생물종에 대한 관심을 넓혀 준다. 동시에 우리 삶에서 꿀벌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해 준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으며 작은 꿀벌이 가진 대단한 힘에 놀라며 자연스럽게 주변의 동물과 환경을 둘러보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생물다양성이 주는 혜택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벌을 치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노각 씨를 참고하여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 보자. 우리가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알고 지킨다는 것
화단 옆에 옹기종기 모여 흙을 만지고 꽃향기를 맡고 개미를 관찰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봄이 왔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갑자기 들리는 한 어린이의 고함소리. 꽃 주변을 날아다니는 벌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른 것이다. “벌이 그렇게 무서워?”라고 묻는 나에게 선생님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표정이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그 아이의 표정에서 비롯됐다.
아이들에게 다섯 고개 놀이로 ‘꿀벌’을 이야기 주제로 꺼냈다. 꿀벌과 관련된 경험이나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다. 벌에 쏘였거나 벌집을 본 적이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아이, 꿀을 먹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 꿀벌과 말벌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아이까지 꿀벌과 관련된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냈다. 아이들은 꿀벌이 된 것처럼 ‘윙윙’, ‘지지징’ 소리를 내고 신나게 날갯짓을 한 뒤 그림책과 만났다.
표지와 제목을 보고 어떤 이야기일지 예상했다. 아이들은 노각 씨가 왜 옥상에서 꿀벌을 기르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면지를 보고 꿀벌이 어디로 날아가고 있냐는 물음에 그림을 자세히 본 아이들은 “왼쪽이요.”, “식물 쪽으로 가고 있어요. 꽃이 있으니까. 열매가 달렸으니까.”라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꿀벌 이야기를 실컷 한 아이들에게 이제 노각 씨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 했다. 글이 많은 그림책이라 아이들이 그림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읽되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꿀벌에 대한 정보가 담긴 장면에서는 일벌은 일만 한다는 것, 수벌은 짝짓기만 한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라워했다. 일벌이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하는 아이도 있었고 하루에 알을 2000개나 낳는 여왕벌이 제일 불쌍하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꿀벌에 대해 점점 알아 가며 꿀벌과 친해졌다.
읽기 후 활동으로 ‘동물실험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프로콘 토론을 했다. 첫 번째 토론과 두 번째 토론을 하기 전에 정보를 수집할 시간을 주었다. 어린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토론에 열띠게 참여했다. 그리고 자신의 최종 입장을 정하고 글쓰기를 했다. 자신의 입장이 동물실험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불필요한 동물실험은 줄이고, 동물실험을 대체할 신기술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앞으로 동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썼다. 글쓰기를 마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동물실험 대체에 관심을 보였고 다 함께 관련 활동을 찾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크루얼티프리 제품에 관심을 보였으며 인증마크도 찾아보았다. 크루얼티프리 제품은 찾기 어렵고, 구매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매우 안타까워했다. 크리얼티프리 마크에 주로 토끼가 그려진다는 것을 알게 된 어린이들은 자신만의 크루얼티프리 마크를 그려 보기도 했다.
분주하게 서로의 작품과 수집한 정보를 나누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들 마음속에 피어난 생명 존중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수업 이후 동물뿐만 아니라 교실 밖에서도 다양한 약자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민들로 자랄 것이라는 기대가 들었다. 불편해서 외면하고 싶지만 꼭 나누어야 할 이야기, 동물권. 그림책과 함께 수업을 실천하시길 권한다.
샛길 활동으로 꿀벌을 더 조사 해 보고, 회사를 그만둔 뒤 꿀벌을 키우는 일을 시작한 노각 씨의 선택을 논하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각 씨의 선택이 쉽지 않았겠다며 그가 양봉가가 된 것에 대해 존경스럽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선택이 가져다 준 주변 사람과 도시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책을 읽고 난 아이들은 예전보다 꿀벌을 훨씬 친근하게 생각했으며 꿀벌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꿀벌 보호를 알리기 위해 포스터를 그리고 많은 학생이 볼 수 있도록 복도에 게시하자는 아이들의 의견은 캠페인 활 동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꿀벌처럼 힘을 합쳐 벌집 만들기도 했다. 벌집이 점점 커지자 아이들은 꽤 뿌듯해했다. 꿀벌에게 하고 싶은 말을 진지하게 적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그림책이 가진 힘을 다시금 느꼈다. 아이들은 꿀벌이 지구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꿀벌이 여전히 무서운 아이도 꿀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꿀벌이 사라져 좋아하는 과일을 먹지 못할 수도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생물다양성이 주는 혜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며 꿀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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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각 씨의 선택이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킨 것처럼, 어린이들이 생명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면 어떨까?
작은 노력이 모인다면 앞으로도 쭉 피어나는 꽃을 찾아오는 꿀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를 무사히 듣지 않을까. 정말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