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활용수업-초등] 글 없는 그림책으로 온작품 읽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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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3-04 11:34 조회 1,434회 댓글 0건본문
글 없는 그림책으로
온작품 읽기, 출발!
『이상한 화요일』을 활용하여 1학년 수업 열기
정다애 인천일신초 사서교사
초등학교 사서선생님들에게 “도서관에 가장 많이 오는 학생들은 누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대다수 이렇게 말할 것이다. “1학년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새내기 1학년 학생들은 해맑은 미소로 도서관에 온다. 도서관을 제 안방처럼 드나들고, 숨바꼭질도 하고, 책을 많이 읽거나 빌려 간다. 1학년은 도서관에 가장 자주 오지만, 어찌 보면 사서교사와 수업으로 만나기에는 ‘가장 먼’ 대상이다. 특히, 온작품 수업의 경우 주로 중학년과 고학년 대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동화책부터 청소년소설까지 온전하게 읽고 그 책을 활용하여 여러 차시로 수업을 계획하려다 보면 주로 중학년과 고학년에 적합한 책과 수업이 선정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동안 중학년∼고학년(3학년∼6학년)을 대상으로 온작품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번 학교에서는 1학년과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온작품읽기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요구가 들어왔다. “1학년이요?”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웠다. 입학 초기에 도서관 이용교육을 진행해 보면, 1학년 학생들은 아직 아기 티를 못 벗었을 뿐만 아니라 한글도 제대로 못 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수업 계획하기
1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떤 책으로 어떻게 수업을 구성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아이들의 흥미를 놓지 않으면서도 해당 연령과 수준에 맞는 수업을 구성하고자 계획을 세웠다.
수업 목표
현대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이자 미디어의 시대다. 태어나면서부터 휴대폰과 태블릿에 익숙해진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의사소통 능력의 부재”가 아닐까? 미디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문자보다 영상이 편하고, 일방적인 정보 습득으로 소통과 상상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글과 말로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매우 서툴다. 따라서 본 수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기회,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차시별 구성
4차시의 온작품 읽기 수업 중, 1차시는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 진행하는 독서 전 활동으로, 나머지 3차시는 책을 읽고 난 후 진행하는 독서 후 활동으로 구성했다. 수업 흐름도는 다음과 같다.
온작품 읽기 수업의 흐름
수업 진행 전, 해당 학년 선생님들께 간단히 수업할 책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어떤 수업이 이루어질지 알려드리기 위해 교수학습 과정안을 한 장으로 요약하여 다음과 같이 보내드렸다.
1학년 온작품 읽기 교수학습 과정안 중 발췌
수업 실행하기
1학년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였다. 글이 너무 많아도 안 되고 내용이 어려워도 안 되며 재미를 놓쳐서도 안 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워하므로 글을 많이 쓰는 활동보다 글과 그림을 적절히 섞어서 표현하는 활동이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이상한 화요일』을 주제도서로 선정했다. 차시별 수업 방법을 안내한다.
1차시 독서 전 활동: 상상의 나라 문 두드리기
첫 번째 시간. 도서관을 이용해 보긴 했지만 사서선생님과 수업을 해 본 것은 처음이라 긴장 반 설렘 반, 반짝이는 눈빛으로 사서선생님을 바라보는 새내기 학생들을 만났다. 어떻게 하면 이 어린이들을 사로잡아 도서관 애용자, 다독자로 만들 수 있을까? 저학년 어린이들에게는 과장된 리액션과 흥미 부여가 우선이다. 밝게 인사하고, 오늘 할 수업에 대해 간단히 운을 띄우며 “재미있는 게임”을 할 거라고 말을 하면 관심을 끌기 좋다. 표지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 맞혀 보는 게임, 책에 없는 단어 맞혀 보기 게임 등을 한다며 관심을 유도한다.
우선, 가장 쉽고 간단하게 어린이들의 흥미를 높일 수 있는 ‘표지 보고 상상하기’로 수업 도입을 열었다. 표지를 보여 주고 아이들에게 무엇이 보이는지 물어본다. 손을 든 어린이들 중 몇몇을 골라 표지에서 어떤 것이 보이는지 발표를 시킨다. 발표가 끝난 뒤, 표지 속 배경이 어두운 밤이라는 것과 하늘에 무언가 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면 더욱 좋다. 그리고 각자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 상상해 볼 시간을 주고 간단히 발표를 시킨다.
두 번째, ‘지우개 지우기’ 활동을 시작한다. 책 내용을 맞히는 활동으로, 책제목과 표지만 보고 이 책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단어를 4개 찾도록 한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도 적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키워드 글짓기를 진행한다. 책의 주요 내용을 담은 네 키워드를 바탕으로, 각각의 단어가 최소 1번 이상은 들어가게 한 줄 이야기 짓기를 한다.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같은 이야기를 예로 들어 주면 아이들이 더욱 이해하기 쉽다.
2차시 『이상한 화요일』 읽기, 빈칸 채우기
드디어 아이들이 책 속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이다. 지난 시간에 재미있는 독서 전 활동을 통해 책에 대한 기대감을 잔뜩 높여 두었으니, 아이들의 눈이 더욱 반짝거린다. 첫 번째 활동은 『이상한 화요일』 읽기다. 지도 교사는 글자 없는 그림책이니 그림을 재미있게 설명해야 한다.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재미난 장면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장면들에서는 의성어, 의태어를 더해 아이들에게 장면을 상세히 설명한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활동은 ‘글자 없는 그림책 빈칸 채우기’이다. 그림책 장면 중에서 네 장면을 골라 장면 속 캐릭터들에 미리 말풍선을 넣어 활동지를 만들어 둔다. 이때 여러 대상이 그려진 장면을 선택하면 더욱 좋다. 내가 고른 장면에서는 개구리, 두꺼비뿐만 아니라 고양이, 강아지, 목격자, 경찰관 등 등장 캐릭터가 다양하였다. 본격적인 활동 전에 예시로 첫 장면을 보여 주고 내가 준비해 둔 대사를 넣어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다. 연기하듯 읽어 주면 더욱 실감나서 재미가 커진다. 아이들에게도 여러분이 이 장면 속 주인공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입말(구어체)’로 대사를 써 보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은 A를 알려주면 B, 아니 C, D를 해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대사를 채워 넣었으며, 실감나게 연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색다른 면모를 보는 것이 매우 즐거웠다.
연이어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인물의 대사를 상상하여 빈칸을 채우는 활동을 진행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거나 상상력이 뛰어난 일부 아이들은 빈칸을 잘 채우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빈칸을 두려워한다. 어떤 것을 채워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이만큼은 했는데 앞으로는 무얼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상해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럴 때는 옆에 가서 넌지시 쉬운 예시를 하나 들려주거나 한 칸이라도 채울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것만 해도 충분히 잘했다며 칭찬과 함께 기운을 북돋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어리기 때문에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을 못할 때 쉽게 토라지거나 울먹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감정을 잘 살펴주는 것이 좋다.
3차시 뒷이야기 상상하기, 8칸 만화 그리기
세 번째 수업은 ‘뒷이야기 상상하기’이다. 온작품 읽기 수업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지만, 1학년은 아직 글짓기를 어려워하기 때문에 조금 달리 진행했다. 바로, ‘만화’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도서관에서 제일 인기가 많은 책이 무엇인가? 바로 만화로 된 교육도서들이다. 아이들은 만화는 공부라고 여기지 않는다! 뒷이야기 상상하기를 글이 아니라 만화가 중심이 되게끔 하여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간단하게 설명을 한 줄 쓰라고 하면 아이들은 신나게 만화 속 세상으로 빠져든다.
마침 필자가 선정한 『이상한 화요일』의 마지막 장면이 뒷이야기를 상상하기 딱 알맞게 새로운 동물이 하늘에 떠오르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그 동물들이 과연 어떤 신나는 모험을 했을지 상상해 보라고 하면 저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는다. 이때 교사는 아이들이 너무 주제에 벗어난 이야기를 쓰지 않도록 아이들 활동지를 수시로 관찰하며 지도할 필요가 있다. 어떤 것을 쓰거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어린이들에게는 그림책의 내용을 참고하여 팁을 주면 좋다. 돼지들이 방문한 ‘장소’, 돼지들이 ‘먹은 것’, 돼지들이 ‘논 것’, 마지막으로 ‘목격자’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하면 아이들이 조금 더 쉽게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다.
(좌) 『마법에 걸린 병』 고경숙 지음│재미마주│2005 / (우) 나만의 마법의 병 만들기 활동지
4차시 『마법에 걸린 병』 읽고 나만의 마법의 병 만들기
뭔가 더 참신한 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같은 ‘마법’을 주제로 한 그림책인 『마법에 걸린 병』이 떠올랐다. 한 마법사가 마법을 부려 여러 병들에 동물을 숨겨 놓고 동네 수퍼마켓에 섞어 둔다는 내용의 플립북이다. 그 책의 내용과 구성을 활용해 『이상한 화요일』과 연계한 ‘나만의 마법의 병 만들기’를 실천해 보기로 했다.
그 첫 번째 활동은 『마법에 걸린 병』 책 읽기다. 책의 도입 부분을 읽어 주고 마법에 걸린 병 몇 개를 소개한다. 아이들에게 어떤 병에 어떤 동물이 숨어 있을지 맞혀 보는 퀴즈를 진행하면서 읽어 주면 더욱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병의 모양과 이름, 그리고 어떤 동물과 마법이 숨어 있었는지 한 번 더 짚어 주면 다음 활동에 도움이 된다. 두 번째 활동은 마법의 병 이름과 마법 정하기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최면을 건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세계 최고의 장난꾸러기 마법사입니다. 여러분의 마법의 병에는 어떤 동물이 숨어 있나요? 그 병의 이름과 마법, 숨겨진 동물을 적어 보세요.” 세 번째 활동은 마법의 병 꾸미기다. 앞면은 평범한 병처럼 보이게끔 꾸미고, 안쪽에는 숨겨진 동물과 마법을 그려야 한다. 그림책 속 다양한 예시를 보여 주고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는 적절한 도움을 준다. 창작 활동 시작 전에 글을 먼저 적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필자는 그림 그리기 활동이 있으면 꼭 “우리는 지금 미술 시간이 아닙니다. 그림보다 ‘글’이 우선이에요.”라고 안내한다. 의욕이 앞서서 그림부터 그리기 시작하다가 끝내 글쓰기 부분은 마무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으므로 꼭 먼저 마법의 병 이름과 마법, 유의사항을 먼저 적고 그림을 그리라고 안내해야 다양한 활동을 완수할 수 있다. 그림을 잘 못 그린다고 의기소침하는 학생들이 많으므로 그림을 못 그려도 되고, 내용이 중요함을 상기하며 응원해 주면 아이들이 힘을 내서 끝까지 활동을 마칠 수 있다.
아이들은 독서 전 활동을 통해 그림책 내용을 상상하며 흥미를 느끼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 정답이 없는 다양한 독후 활동을 통해 자유롭게 창작하며 글쓰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평상시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각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음을 학습했다. 어린이들은 그림책 온작품 읽기 수업을 통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림책 수업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또 하고 싶어요.”, “사서선생님이랑 수업하는 게 너무 좋아요. 벌써 끝나서 아쉬워요.” 반면, 글쓰기가 어렵고 창작하기가 힘들었던 학생들은 이렇게 털어놓았다. “글 쓰는 게 어려웠어요.”, “친구들은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쓰는데 저는 못해서 속상했어요.”
수준을 고려하여 수업의 난이도를 많이 낮췄다고 생각했지만 1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4차시 수업은 다른 그림책과 연계하여 진행했던 터라 새로운 그림책 읽기와 함께 플립북 오리기, 붙이기, 그리기,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직접 하다 보니 시간이 촉박했다. 다음에는 새로운 그림책은 간단히 소개하고, 교사가 미리 플립북 도안을 붙여서 활동지를 제공하고, 아이들은 그리고 쓰기만 진행하도록 해야겠다. 다음 호에서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온작품 읽기 수업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