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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이야기 구조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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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9-02 13:49 조회 29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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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구조화하기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알랭 드 보통을 아시나요? 소설가이자 수필가이며 철학자로 활동하는 그는 ‘사랑 3부작’이라 일컫는 『우리는 사랑일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통해 한국 독자에게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들을 읽으며 사랑의 어려움을 혼자만 겪는 것이 아니라며 위로받은 경험이 생생합니다. 사랑뿐 아니라 예술과 여

행 등 인간의 삶을 아우르는 그의 철학은 작품에 알알이 녹아 있습니다. 그의 작품으로 위로받았던 사람들을 줄 세우면 한반도를 넘어 드넓은 만주까지 행렬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는 한국 독자를 만나 ‘일과 글쓰기의 슬픔과 기쁨’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있습니다.1) 강연 내용을 옮긴 글이 흥미로웠는데, 특히 “내가 생각하는 직업의 의미는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누군가의 고통을 줄여 주는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타인을 돕고 싶어 한다.”라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에게 직업의 가치는 단순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을 뛰어넘습니다. 그렇다고 직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작가에 따르면 타인을 돕는 마음과 행동이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지점을 발견해야 합니다.

사서교사로 일하며 자주 행복을 느낍니다. 특히 책과 글로 학생을 도울 수 있어 행복합니다. 학교와 교사로부터 졸업한 학생에게 책과 글은 최후의 벗이 되어 줄 것입니다. 문해력 수업을 통해 책과 글이라는 벗을 만난 학생들이 인생의 시기를 조금, 아주 조금 덜 외롭게 지나가게 하는 것, 이것이 학생에게 기쁨을 주고 고통을 줄여 주는 저의 방법입니다. 몇 년 동안 문해력 수업을 하며 사서교사라는 직업의 의미를 찾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기 일에서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주제넘은 욕심에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야기를 구조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소설을 읽기 자료로 선택한 문해력 수업의 심화 단계를 고민하는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일상의 철학자’와 이야기하는 보통의 가치, 인터파크BOOKDB, 글·사진 홍은희(2011)



공부 방법의 기초: 구조화 


시험 기간이 되면 공부가 어렵다고 입을 삐쭉 내미는 학생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그런 학생을 보면, ‘그렇지. 공부가 어렵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는 뜻인 공부(工夫)는 원래 어렵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공부에 방법(方法)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 여러 가지 중 ‘구조화’는 공부의 근본이 되는 방법입니다. ‘조직화’, ‘체계화’와 유사하게 쓰이는 ‘구조화’는 내용들을 서로 관련 있는 통일된 조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핸드폰에 설치된 수많은 앱을 몇 개의 폴더 안에 정리하듯이, 내용을 특정 개념으로 구조화한다면 효과적으로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글을 읽는 동시에 구조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읽기 자료와 읽기 목적에 따라 구조화 방법은 천차만별입니다.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교과서를 읽을 땐 목차를 활용해 큰 개념을 줄기 삼아 작은 개념을 연결하면 내용의 구조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전기와 같은 역사서를 읽을 땐 머리에 타임라인이 그려져야 하며 내용에 따라 세계지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료와 목적에 따라 구조화를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구조화를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화입니다. 읽기 과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학생이 방금 읽은 글을 어떻게 정리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때 다양한 시각화 방법을 활용하면 학생이 구조화를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문해력 수업에서 소설을 읽을 때 가볍게 할 수 있는 두 가지 구조화 방법(이야기벌레 구조도 그리기, 이야기별 그리기)을 유니게 작가의 『50일간의 썸머』를 예시로 들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공지능 ‘썸머’와의 우정을 소재로 다룹니다. 연애, 인간관계를 비롯해 ‘인간다움’에 관해 사유하는 청소년 주인공들의 일상이 담긴 단편들로 구성한 청소년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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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벌레 구조도 그리기


첫 번째 구조화의 방법인 이야기벌레 구조도 그리기. 이야기벌레 구조도는 이야기벌레 몸통을 채우는 귀여운 구조화 도구입니다. 몸통은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등을 포함하여 인상적인 부분, 새롭게 알게 된 단어,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이해 되지 않은 장면 등 다양한 주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섯 질문이 한계인 이야기별과 다르게 몸통의 길이를 늘여 여러 주제를 다룰 수 있습니다. 다음 그림은 『50일의 썸머』 책의 표제작을 읽고 그린 이야기벌레 구조도입니다. 책에 수록된 단편 「50일의 썸머」는 고등학생 지유와 인공지능 썸머와의 연애를 소재로,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대중적으로 보급된 근(近)미래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벌레 구조도를 그리며 인상 깊은 장면와 그 이유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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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썸머』를 읽고 이야기 구성 요소를 떠올리며 완성한 이야기벌레 구조도



이야기별 그리기


이야기별 그리기는 이야기의 핵심 요소(인물, 배경, 사건, 갈등, 해결 과정)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수업에 바로 써먹는 문해력 도구』(전보라)에는 핵심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누가, 언제, 어디서, 소설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것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글쓴이의 생각(주제)은 무엇인지와 같은 6가지 질문을 제안합니다. 학생 대부분은 글을 읽으며 어렵지 않게 이야기별을 그려 나가지만 ‘글쓴이의 생각(주제)’을 묻는 부분에서 망설입니다. 그럴 땐 작가가 설정한 인물 간의 갈등과 작가가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주목하도록 길잡이합니다. 또한, 책의 처음이나 마지막에 쓰인 작가의 말을 참고하면 글쓴이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별을 그리기 위한 6가지 질문은 활동 목표와 읽기 자료에 따라 변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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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완성한 이야기별 구조도‘. 글쓴이의 생각(주제)’을 묻는 부분에서 학생이 망설인다면

소설 속 인물 간의 갈등과 작가가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주목하도록 길잡이한다.



앞장의 활동지는 『50일간의 썸머』에 수록된 두 번째 단편인 「썸머 베케이션」을 읽고 학생이 이야기별을 그린 것입니다. 「썸머 베케이션」은 인간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채원이 아주 조금씩 상처를 치유하는 내용입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별을 그리며 흥미로웠던 지점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항목에서 학생들의 답이 많이 달랐다는 점입니다.

한 학생은 채원이 상처받게 된 사건을, 다른 학생은 채원이 의사선생님 소개로 인공지능 썸머와 만나게 된 일을, 또 다른 학생은 채원의 집을 불쑥 찾아온 학교 친구 하린과의 만남을 이야기별에 담았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개인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사건이 다릅니다. 그래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말하기 활동을 통해 생각을 공유한다면 여러 가지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먼저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고 논리적 구조화를 통해 말하기 능력이 향상됩니다. 독서 능력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문학적 감수성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혼자 읽었을 땐 평범하게 지나쳤던 장면이 생각 공유 이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생이 생각하는 주요 장면은 대개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사건과 일치합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말하고 듣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문해력 수업에 적용하기


‘이야기별 그리기’와 ‘이야기벌레 구조도 그리기’ 활동은 소설을 읽기 자료로 선택한 문해력 수업의 심화 활동으로 적합합니다. 활동지를 통해서 학생 스스로 읽기 자료의 핵심 요소를 빠짐없이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교사가 학생들이 완성한 구조도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잘못되었거나 질문이 필요한 영역에 빠르게 교육적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화 활동은 책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독서토론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위한 중간 단계로도 훌륭한 기능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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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별 그리기와 이야기벌레 구조도를 활용한 문해력 수업의 흐름



문해력 심화 수업으로 도약하고 싶다면


문해력 수업은 읽기 자료와 자료에 따른 심화 활동을 매번 다르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비경쟁토론, 경쟁토론, 신문 만들기, 보고서 쓰기,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하기 등 할수 있는 심화활동이 무궁무진합니다. 그러나 모든 활동의 기본은 읽기 자료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단계가 ‘이야기별 그리기’와 ‘이야기벌레 구조도 그리기’입니다. 이 두 가지 활동이 심화활동으로 도약하려는 문해력 수업에 적용할 수있는 ‘만능키’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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