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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사서교사의 문해력 코칭 수업] 닿소리표 전략을 이용한 교육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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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6-03 13:52 조회 85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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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소리표 전략을 이용한

교육 방법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에 쌓인 종이 상자를 버리고 돌아오는 길, 코끝에 좋은 향기가 스칩니다. 어떤 향기인지 찾기 위해 자리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 버려진 화분에 심어진 꽃을 발견했습니다. 학교를 관리하는 주무관님께서 꽤 오래 방치된 화분에 팬지를 심은 것입니다. 노랑, 파랑, 보라, 흰색 모든 색의 팬지에 코를 대고 방금 맡은 향기를 좇았습니다. 그때 창문에서 한 학생이 “사서선생님이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 소리를 들은 많은 학생이 창밖을 내다보더니 저마다 한마디씩 더합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식사하셨어요?” “선생님! 예뻐요!” “선생님이 꽃보다 더 꽃 같아요!” 학생들의 목소리가 꽃향기보다 진해집니다. 좋은 향기의 근원을 찾은 것 같습니다. 

박소영 소설 「몰락 클럽」(『페페』에 수록된 단편소설)에 등장하는 어른은 학생을 자신의 과업과 실적을 쌓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단두대에 올려 자신이 사건을 얼마나 신속하게 처리했는지 과시합니다. 교활하기까지 한 이 어른은 ‘문제’ 학생의 불우한 처지를 언급하며 교육자의 깊은 사랑으로 모든 걸 감싸 안겠다고 말합니다. 동료로서도 만나고 싶지 않은 어른입니다. 하지만 이런 어른을 만나는 것보다 두려운 건 ‘내’가 그런 어른이 되는 일입니다. 상상만으로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어떠한 어른이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어른과 만나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존재했거나 존재하거나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어른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멋있는 어른의 결함, 볼품없는 어른의 지혜… 독자는 책을 꼼꼼하게 읽는 과정에서 다양한 어른을 만나 미래의 자신을 그려 봅니다. 이번 호에서는 닿소리표를 활용하여 책을 꼼꼼하게 읽는 3차시에 걸친 교육 활동을 소개합니다. 이 글이 꼼꼼하게 책 읽기를 고민하는 많은 선생님에게 단비가 되었으면 합니다.



닿소리표 전략과 수업 활용 도서


‘닿소리’란 닿아서 나는 소리라는 뜻으로 자음을 의미합니다. 자음을 소리 낼 때 홀소리에 해당하는 모음에 닿아야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닿소리라고도 불립니다. ‘닿소리표’란 자음이 칸마다 위치한 표를 말합니다. 닿소리표 전략은 주로 읽기 전에 읽을 책과 관련한 배경지식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읽기 중 자료 검색을 위한 키워드 적기 혹은 읽은 후 내용 정리 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닿소리표는 읽기의 모든 과정에서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발췌독만으로는 이야기 전체를 이해하고 감흥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작품을 평가하거나 비판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읽어야 합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창비 출판사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한 권을 평균 15분에서 25분 사이에 완독합니다. 완독 시간이 짧기 때문에 블록 타임인 경우 수업 시간 내에 책을 읽고 여러 활동을 곁들일 수 있습니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두 권을 예시로 들며 닿소리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차시  천선란의 소설 『노을 건너기』


먼저 책을 읽기 전 책표지의 제목과 그림, 추천사, 소개글 등을 살피며 닿소리표를 채웁니다. 천선란 작가의 『노을 건너기』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등장합니다.


“우주 비행사 공효는 자신의 무의식 세계로 들어가 AI가 구현해 낸 어린 나와 동행하는 자아 안정 훈련을 시작한다. (중략) 공효는 광막한 우주에서 자신을 괴롭힌 과거와 화해하고 이 노을을 건널 수 있을까?”

-『노을 건너기』(천선란) 소개글 중에서


이렇게 표지에서 알 수 있는 정보로 아래와 같이 키워드를 발견해가며 닿소리표를 채우게 해 봅니다. 과거, 나를 만나러 감, 동행, 무의식 세계, 슬픔, 어린 나, 자아 안정 훈련, 화해 등의 단어로 닿소리표를 채우며 독자는 자신의 배경지식을 깨우는 동시에 공효라는 주인공이 가상 공간에서 어린 나와 만난다는 전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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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에는 책의 내용과 키워드, 자신의 감상 등을 닿소리표에 적습니다. 주요 사건인 자아 안정 훈련의 의미를 설명하며 공효에게 용기를 주는 동료 ‘아키나’, 아버지의 부재와 외로운 어머니 속에서 자란 공효가 진정으로 필요했던 ‘부모의 사랑’,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마다 했던 ‘심호흡’ 등은 책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이때 볼펜이나 포스트잇 색을 달리하여 읽기 전·후를 구분한다면 읽기 과정의 생각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닿소리표 작성이 끝나면 모둠원과 그 내용을 나누고 책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합니다.

그렇다면 읽기 중 활동으로 닿소리표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의 독서에서 닿소리표는 정보 탐색이라는 추후 활동에 도움을 줍니다. 책을 읽으며 닿소리표에 검색어를 기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읽기 중 닿소리표 활동이 독서 몰입을 방해할 수 있으며 그런 경우 메모하며 읽기 등으로 전략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학습자 특성과 읽기 목적에 따라 읽기 전략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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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시~3차시  최상희의 소설 『카이의 선택』


요약이란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고도의 사고가 필요한 독후활동입니다. 요약하기 위해서는 책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핵심내용을 추출해야 하며 일목요연하게 글로 담아야 합니다. 복합적 능력을 요구하기에 ‘요약할 수 있다.’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사용됩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자석 낱말로 요약하기’ 전략이 있습니다. 글에서 중심이 되는 자석 낱말을 찾은 후 이 낱말과 관련이 있는 내용을 찾아 요약하는 전략입니다. 닿소리표를 통해 얻은 키워드로 책 내용을 요약하는 활동은 학생들이 자석 낱말 전략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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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도서 『카이의 선택』 역시 읽기 전과 후에 앞서 소개한 닿소리표 전략을 적용하여 활용합니다. 이후 학생 다수가 하나의 모둠이 되어 서로가 작성한 닿소리표 키워드를 하나로 모읍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닿소리표에 같은 키워드를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도에 따른 키워드 순위를 자연스럽게 매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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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진행한 수업에서는 두 명의 학생이 한 모둠이 되어 닿소리표 안에 다음과 같이 단어를 모았습니다. 2번 이상 언급된 키워드는 나기, 눈물, 농구, 따돌림, 열일곱, 마하, 미래, 생일, 선택, 죽음 예측, 초능력, 카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 편견 총 14개입니다. 이 중 키워드 10개 이상이 무조건 들어가도록 요약하는 글을 쓰도록 합니다. 배운 단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드는 활동의 심화 버전과도 같습니다. 키워드를 넣어 요약하면 그냥 요약할 때보다 훨씬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작문이라는 어두운 밤길에 키워드라는 등불이 글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키워드가 들어가도록 요약하여 완성한 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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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능력을 갖고 태어난 청소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차별에 맞서는 여정을 학생들은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여 요약해 냈습니다. 이제 지금까지 소개한 활동은 3차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차시에는 닿소리표를 설명한 후에 읽기 전 책표지를 보며 닿소리표를 작성합니다. 2차시에는 책을 읽은 후 닿소리표를 작성하고 모둠원과 그 내용을 나눕니다. 3차시에는 모둠별로 닿소리표 키워드를 취합해 빈도가 높은 키워드 10개를 고른 후 그 키워드를 사용해 요약하는 글을 작성합니다. 닿소리표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읽기의 모든 과정에서 알찬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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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전문가로서 교사의 노력


이번 호에서 소개한 활동은 교생선생님과 함께 고민한 연구 수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교생선생님은 연구 수업을 통해 사서교사의 전문성을 드러내고 싶어 했습니다. 연구 수업이 교감선생님과 부장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이 모인 절호의 기회라며 그 어떤 교사도 아닌 사서교사가 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는 교생선생님이 참 멋있었습니다.

2019년 처음 학교에 발령받았을 무렵이 떠오릅니다. 부장선생님은 교직원 앞에서 저를 ‘독서 전문가’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땐 그 호칭이 어찌나 부담스럽던지 ‘독서전문가 아닌데.’라고 생각하며 황급히 자리에 들어갔습니다. 왜 그때 ‘아닌데’에서 생각을 멈추었을까요? 자신의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교생선생님을 보자 ‘독서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자.’라고 생각하지 못한 과거가 못나졌습니다. 닿소리표는 많은 수업의 모든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기특한 전략입니다. 이 전략을 수업에서 많이 활용해 주세요. 단언컨대 훗날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특하게 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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