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데아 [색다른 모두의 그림책 교실] 너와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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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1-01 13:47 조회 1,506회 댓글 0건본문
너와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이다요솔, 권경은, 김민지, 김진경, 오주영, 이미화, 이복음, 정미숙, 주소영, 주효림, 최수임 지그재그 특수교사 모임
오늘 나눌 이야기에는 우리 반 다솜이의 ‘고뇌 행동(Distressed Behaviour)’에 관한 대목이 등장한다. 고뇌 행동이란 소위 ‘문제 행동, 도전 행동’이라 불리는 용어다.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의 표현 방식은 하나의 문제로 판단되어 문제 행동이라 불려 왔다. 이와 달리 고뇌 행동은 그들이 고통받는 상태를 표현한다는 데 주목하고자 만들어진 용어다.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에서 ‘고통받는 발달장애인의 상태’가 행동으로 비친다고 해석한 데서 비롯된 용어이기도 하다. 이 용어 설정과 비슷한 맥락으로 나는 다솜이의 고뇌 행동이 불안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고, 다솜이가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동 지원의 시작이라 생각했다. 오늘 전하는 다솜이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의 행동으로 인해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보다는 다솜이의 소중한 변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길 바란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찾아서
나는 우리 반 전화기가 울리는 것이 싫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내 귀에 닿을 때까지 내 심장은 쿵쾅거리고, 머릿속에서는 최악의 장면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사건을 머릿속으로 그리다 보면 “선생님∼ 다솜이가 오늘도 친구들을 때렸어요. 매일 얘기해 주는데도 변하는 것이 없네요.”라는 통합학급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솜이의 고뇌 행동으로 인해 담임선생님과 전화를 주고받기 일쑤인데, 대개 다솜이의 오늘 컨디션과 일과 등 각자 관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다솜이와 어떻게 상담하면 좋을지 의견을 주고받은 뒤에 통화를 마친다.
점심시간에 다솜이를 불러 이야기했다. “친구들과 동생들을 왜 때린 거야? 혹시 친구들이 너에게 뭐라고 했니? 친구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생겨났어? 그럴 때는 어떻게 하기로 약속했지?” 나의 입에서 다솜이를 향한 질문들이 쏟아지고, 그 질문들은 다솜이의 귀에 불편함으로 콕콕 박힌다. 그리고 다솜이의 입에서는 “모르겠어요.” 하는 주눅든 대답 하나만이 돌아온다.
작년부터 다솜이는 지나가는 친구를 발로 툭 차거나 손으로 때리곤 했다. 다른 사람을 왜 때렸는지 물으면 대답하지 않거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다솜이의 행동을 관찰하고, 여러 사람을 통해 상황 설명을 자세히 들었음에도 행동의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만약 행동의 원인이 다솜이의 기분에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이 들어 친구를 때린 것이고, 다솜이에게 맞은 친구들의 감정은 어떨지 알아보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림책을 통한 감정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림책에서 내 마음 발견하기: 감정 수업
감정 수업의 목표는 나의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아는 것, 더 나아가 다른 친구들을 때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수업 활동 계획의 중점은 ‘나의 기분을 구체적으로 명명하기, 모든 기분이 소중함을 알기’로 두었다. 수업은 『기분아 어디 있니』,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 『마음여행』 세 책을 활용한 10차시의 수업으로 구성했다. 다음 표는 우리 반 학생들이 작성한 그림책 소개글이다.
수업 시작 『기분아 어디 있니』
『기분아 어디 있니』로 감정 수업의 포문을 열어 본다. 이 그림책에는 자신의 기분을 찾아가는 누군가의 여정이 담겨 있다. 나의 기분을 찾으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지만 어디에서도 자신의 기분을 찾을 수 없고, 기분은 결국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내용이다. 내 기분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충분할 듯싶었다. 그림책을 읽고, 다솜이의 기분은 오롯이 다솜이의 것이며, 다솜이가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다짐서를 만들어 붉은색 지장을 찍도록 했다. 매일 수업이 시작할 때 큰 소리로 “내 기분은 내 거야!”라고 외치도록 했다. 짧지 않은 프로젝트 수업을 완주할 수 있었던 비법은 매일매일 내 기분은 내 것이라고 주문을 건 다솜이의 간절한 외침 덕분이었다.
수업 중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 『마음여행』
2∼6차시의 수업 동안에는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를 활용했다. 이전에 『컬러 몬스터: 감정의 색깔』로 여섯 가지의 감정을 배운 경험이 있다. 내 안에서 쉴 틈 없이 꿈틀거리며 나를 간지럽히는 마음을 고작 여섯 가지로 표현하라니. 고학년 다솜이에게는 터무니없는 숫자였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에는 총 45가지의 감정 이름들이 담겼다. 45가지 감정들의 이름을 매일 조금씩 익히며 나는 어떨 때 이런 감정이 드는지, 이 감정이 나에게 왜 필요한지, 내 감정들을 어떤 건강한 방법으로 다스릴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록으로 45가지의 감정 카드를 받았는데, 이 카드를 모두 칠판 위에 붙여 놓고, 내 감정을 이야기하는 연습을 오랜 시간 반복했다.
어느 날, 수업 중 잔뜩 화가 난 다솜이가 벌떡 일어나 칠판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집어 든 두 장의 카드에는 “부담스럽다”, “화나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지금 하는 공부가 매우 부담스럽고, 잘 풀리지 않아 화가 난다는 것을 아주 정확한 감정으로 명명한 다솜이가 기특했다. 이렇게 점차 다솜이는 감정 부자가 되어 갔다.
이제 다솜이는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감정의 이름으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솜이와 함께한 마지막 책은 『마음여행』이다. 『기분아 어디 있니』와 마찬가지로 『마음여행』도 누군가의 마음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첫 번째 그림책으로 내 기분의 주인이 ‘나’임을 마음속에 각인시켰다면, 이번 그림책 여행에서는 내 마음속에 가꾸고 싶은 감정은 무엇인지, 마음을 가꾸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솜이는 마음에 감동의 씨앗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감동의 씨앗을 열심히 키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동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 그렇지. 우리 다솜이는 사랑이 참 많은 아이다. 아이의 행동을 향한 내 불평과 편견들을 걷어내자 다솜이의 예쁜 마음이 나를 향해 보란 듯이 반짝였다.
『감정에 이름을 붙여 봐』를 읽고 감정볼을 모으고
감정 해결 방법을 탐색하는
활동을 안내한 ppt
수업 후 "모르겠어요"라는 말 대신 생겨난 감정 표현
긴 시간 동안 감정 공부를 한 다솜이는 마음속에 꿈틀거리던 것들에 이름을 지어 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글의 시작에 풀어 놓은 다솜이의 고뇌 행동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을까? 여전히 다솜이는 다른 사람을 때리고, 나와 이야기를 나눌 때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행동을 보인다. 그럼에도 이 공부가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르겠어요.”라는 대답을 하던 다솜이가 이제는 왜 친구를 때렸는지, 친구를 때린 후 감정은 어땠는지 자신의 마음을 꺼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친구들을 때릴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카드를 선택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솜이의 마음속에 ‘부러움: 다른 친구들이 티격태격 장난치는 것이 부럽다.’, ‘억울함: 친구들이 나를 비웃고 있는 것 같다’ 등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다솜이의 행동에 대한 실마리들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생님께 혼나서 슬프고 불안한 마음, 친구를 아프게 해서 미안한 마음, 자기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행동해서 당황스러웠던 마음을 꺼내 놓으며 다솜이는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 줄 수 있게 되었다.
무겁든 가볍든 폭력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여전히 다솜이는 자기 안에 있는 감정들이 버거워서 다른 친구를 때때로 때린다. 다솜이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철저하게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다솜이의 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지도해야 하며, 다솜이를 포함한 많은 아이들의 잘못된 사고 과정으로 생긴 상처를 위로해야 한다. 이것은 다솜이와 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마음여행』 독후활동지와 마음 요정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보낸 결과물
우리의 마음은 안녕한가요?
이번 여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당장 이수해야 하는 필수 연수들과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마음 아픈 소식들이 너무 버거워서 풀어서 열어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저 깊은 곳에 꽁꽁 숨기고 미뤄 두었다. 한쪽 구석에 눌러 담아 놓은 감정들은 학기 초 바쁜 때에 터져 나왔고, 나의 이곳저곳을 멍들고 아프게 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생각지도 못한 감정들이 찾아오는지 원망스러웠다. 그때 내가 수업했던 시간들,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가 하나둘씩 떠올랐다.
“선생님∼ 저는 화나는 것도 싫고, 불안한 것도 싫어요.”
“다솜이가 싫어하는 그 감정들은 우리에게 꼭 필요해. 우리가 다치지 않고,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주거든.”
당시에 나눴던 이야기와 묵혀 두었던 감정들은 내 안에서 계속 소리치고 있었다.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아이들이 더 크게 다치지 말고, 제발 안전하라고. 그제야 외면했던 내 감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용기가 생길 때마다 하나씩 꺼내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다듬고 만져 주었다. 그리고 더 좋은 것들로 가득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아이들의 감정을 돌보는 일을 잘하려면 먼저 내 감정들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나는 내 안에 그리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 안에 아주 곱고 예쁜 마음의 씨앗들이 가득 심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심은 씨앗들이 아름답게 열매 맺길, 그 소중한 장면들을 볼 여유가 우리 안에 가득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