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활용수업 중등] ‘평화’를 주제로 진행한 한국사 선생님과의 협력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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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2-17 13:29 조회 3,174회 댓글 0건본문
‘평화’를 주제로 진행한
한국사 선생님과의
협력수업
임정호 서울 유한공고 사서교사
한국사 선생님과 ‘평화’를 주제로 협력수업을 진행했다. 주제도서로 『정주진 의 평화 특강』을 선정했다. 정주진은 국내 1호 평화학 박사로서, 폭력을 성 찰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내용의 저서를 꾸준히 집필해 왔다. 그중 『정주진 의 평화 특강』은 10대의 눈높이에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과 용어로 서술되었다.
수업을 제안한 사람은 한국사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20여 년 동안 역사 를 가르쳐 오면서, 많은 시간을 전쟁 이야기에 할애했다고 한다. 학생들은 늘 전쟁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고, 광개토대왕 시절의 고구려, 태조 왕건 시절 의 고려 등 우리나라가 전쟁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부강했던 시대를 동경했 다. 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에게 한 번쯤은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하고 싶 었다고 한다. 전쟁, 즉 폭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고 왜 우리가 평화를 지향 해야 하는지 말이다. 이런 염원에서 선생님은 내게 협력수업을 제안했다.
수업은 5월 초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3차시로 진행했다. 4월 한 달 동
안 주제도서를 정하고 수업을 설계했다. 수업을 구성하며 가장 고민한 것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였다. 코로나19
로 인해 도서관을 포함한 특별실 이용이 제한되어, 수업은 각 반 교실에서
진행했다. 수업 장소는 각 학교 사정에 맞춰 구성하면 된다.
1차시
학년별 등교 일정에 따라 1차시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한국사 선생님이 단독으로 진행했다. 1차시의 주안점은 ‘역사와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에 대 한 주의 환기’였다. 한국사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역사 수업과 연관된 몇 가 지 의문점을 이야기했다. 예컨대 “왜 역사 수업의 대부분은 전쟁 이야기일 까?”,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시대, 우리나라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광개토 대왕의 고구려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였을까?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백 성들은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지 않았을까?” 등의 의문들을 제시 하고 학생들에게 생각하게끔 했다.
2차시
교실에서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책을 한 권씩 지급하고 1강을 읽혔다. 『정주 진의 평화 특강』은 가짜뉴스, 난민, 국가폭력, 환경파괴, 한반도의 평화, 세 계의 분쟁 등을 주제로 총 7강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번 수업에서는 ‘폭 력’과 ‘평화’의 개념에 대해 개괄하는 1강만 다루었다. 1강은 20페이지 내외 로 학생들이 45분 동안 읽기에 부담 없는 분량이다. 책을 나눠주고, 수업의 취지와 과제를 설명했다. 수업에 대한 주의를 환기하고, 동기 부여를 하고자 미얀마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과 우리 주변의 폭력들(5월 초 에는 신림동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이슈였다.)도 간략히 언급했다. 실제 사례들 을 언급하여 학생들에게 ‘폭력’이 우리들의 삶과 멀지 않음을 주지시켰다. 사실 ‘평화’만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평화 자체가 ‘폭력이 없는 상태’이기에 폭력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과 함께 활동지 1번을 나눠주었다.
활동지1은 ‘평화와 폭력’ 두 단어를 듣고 연상되는 단어와 책의 주요 내
용을 정리하도록 되어 있다. 2차시의 주안점은 ‘평화와 폭력의 개념 정리’이
다. 학생들에게 폭력에 대해 알고 있던 내용과 알게 된 내용을 정리하게 하
여 개념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3차시
3차시에는 활동지2를 배부했다. 활동지2는 본격적인 독후활동이다. 읽은 책 에 대한 소감과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평화를 지향할 수 있는지(혹은 폭력을 지양할 수 있을지) 물었다. 활동지를 작성하는 데 30분의 시간을 주고, 남은 시간 동안 다른 학생들의 사례를 듣도록 했다. 발표를 시키고자 했으 나 나서는 학생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의 결과물을 보여 주면서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니?”라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의 결과물을 공유한다.
3차시에 불과한 수업이었지만, 학생들과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 다. 데이트 폭력부터 민주화 운동까지 폭력 혹은 평화와 관계된 수많은 이 슈를 짚고 넘어갔다. 한국사 선생님은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이 침묵에 빠져 서 고민이었는데, 이번 수업만큼은 학생들이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서 다행 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수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말 희귀한 경험이다). “선생님은 평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폭력을 행사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등등.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오 래 보아야 한다. 타인을 혹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내 기준대로 판단 하기에 폭력이 발생한다. 내 편견을 버리고 타인의 입장에서 깊게 생각해 본 다면 폭력은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해 주었다. 학생들이 이 수업에 얼마나 만족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겐 즐겁고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협력수 업을 하고 싶으나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을 때, 『정주진의 평화 특강』을 함께 읽고 수업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