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책읽기 고수 이권우의 독서권법 -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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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4 15:56 조회 7,759회 댓글 0건본문
책 읽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강연을 자주 다니게 됩니다. 80대 노인부터 10대 어린이까지 두
루 만나니 즐겁고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며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도 있
습니다. 특히, 원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들으라고 해서 억지로 온 학생들이 강연 내내 떠들거
나 졸 때 큰 상처를 입곤 합니다. 결국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라고 학교에서 배려하는 것인데,
귀한 시간을 왜 이리 헛되게 쓰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지요. 그럼에도 내 입에서 나오
는 말을 한마디라도 더 자세히 들으려 애쓰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만날 때는 힘도 얻고 기분도
좋아지곤 합니다.
나는 강연보다 질문과 답변 시간을 좋아합니다. 말하는 사람 처지에서 보자면, 강연이야 이
미 준비한 것을 말하는 것인지라 새로울 게 없습니다. 벌써 글로 써본 것, 다른 데서 말한 것을 적
절히 바꿔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질문시간은 다릅니다. 내가 한 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
을 묻기도 하지만, 비판하기 위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질문시간에 강연자는 바
짝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언제, 어디서 나를 당황케 할 질문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강연을 준비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더 긴장하고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는 법
이지요. 그러니까 질문은 결국 강연자를 성장하게 도와줍니다. 강연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가
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꼭 맞는구나 하는 겁니다.
성찰과 각성이 책 읽는 사람을 만든다
청소년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접한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입니
다. 이런 질문을 한 친구는 평소 책을 많이 읽었을까요, 아니면 책을 멀리하는 친구일까요? 경험
으로 보건대, 대체로 책을 멀리하는 친구는 분명히 아닙니다. 책을 아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읽어 보려 노력하는 친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질문하지 않는 법입
니다. 평소 책을 읽으려 애썼고,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읽어보았는데 어렵거나 재미없어 다른
책을 읽기 약간 두려울 때 이런 질문을 하지요. 나는 이런 친구들이 정말 좋습니다. 잘하는 친구
들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책 읽기가 습관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몸
에 익혔으니 대단한 일이지요. 그러니 나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지요. 무엇을 어
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일이 년이 지났고, 그러다 보니 이
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마침 전문가가 강연하러 왔으니 용기 내어 질문했던
겁니다. 꼭 그러라는 보장은 없지만, 내가 잘만 대답해 주면 질문한 청소년이 책벌레
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터이니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친구
들을 좋아하고 성심성의껏 답변하려 노력합니다. 그럼 내가 질문에 어떤 식으로 답변했
는지 말해 보겠으니, 여러분의 평소 생각과 어느 점에서 같고 어느 점에서 다른지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과연 누가 책 읽는 사람이 될까요? 사실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책
읽는 공동체가 되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 읽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내로라하는
책벌레들이 어떤 계기로 책 읽기를 습관화했는지 알아두면, 책 안 읽는 사람들을 책 읽는 사람
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서입니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 가지
입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더
라는 것입니다.
책 읽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첫걸음은 성찰과 각성에 있습니다. 뜻밖에 많은 사람
들은 자신이 뛰어나다고 여깁니다. 우쭐대고 자랑하고 거만합니다. 알고 보면 별 볼 일 없고 비
어 있고 상처투성이이면서 말입니다. 다 제 잘난 체만 하며 살아가지요. 그런데 훗날 큰일을 해
내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무엇이 부족할까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사랑을 받지 못한 이도 있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
아 희망이 없는 이도 있습니다. 두루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는데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사
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너무 거창할 필요 없겠지요. 사랑에 실패해 큰 고통을 겪고
있거나, 친구들과 불화를 일으켜 고독을 느끼거나, 특정 과목 성적이 오르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는 자신의 부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인정한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내 삶에 부족한 것이 있으
나 이를 숨기고 감추려 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훗날 큰일을 해낸 사람들은 바로 그것
을 ‘인정했다’고 앞에서도 말했습니다. 성찰과 각성이라는 말은 그래서 썼습니다. 무엇인가 문
제가 있고 해결되지 않으니 고민해 보았겠지요. 만족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 새
로운 차원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거기서 깊이 고민하다 자신의 삶에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스스
로 깨달았던 겁니다. 그 다음에는? 성찰과 각성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하게 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체로 이런 길을 걸어가곤 합니다.
강연을 하다 이 대목에 이르면 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내 이야기를 하고 맙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자칫하면 잘난 체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어서 그렇지요. 그래
서 말하기 전에 꼭 토를 답니다. 내가 성공한 사람이거나 나만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했든
나는 이러했다는 것이니 잘 들어달라는 것이지요. 다행히 이 이야기는 여럿이 함께 쓴 책에 이
미 공개한 내용이기도 해서 부담을 덜 느끼기는 합니다.
내용인즉슨, 나도 어릴 적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
는 열악한 가정형편이었습니다. 과연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을지, 나중에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희망이 없었습니다. 웬만큼 공부는 하는데, 형편이 어려우니 희망을 품을 수 없었던 겁
니다. 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책읽기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었노라 말합니다. 마침 학교에서 책
읽는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뽑혀 우리 위인들의 삶을 다룬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여
러분도 그런 책을 읽어보아 알겠지만, 누가 영웅이 되던가요? 형편이 좋아 편안하게 일을 이루
어낸 사람을 결코 영웅이라 하지 않습니다.
깜깜한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
을 잃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조건을 이겨내고 사회가 준 의무를 다 해낸 사람을 일러 영웅
이라 합니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봐도 그렇지요. 나는 좌절할 수 없었습니다. 나랑 비교도
되지 않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마침내 꿈을 이루어 낸 사람들의 삶을 읽으면서
어찌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상처 입은 동물이 동굴로 들어가 제 상처를 핥듯이, 나
는 책으로 지은 동굴에서 위안과 격려를 얻었던 겁니다.
치유와 성장의 책 읽기
성찰을 통해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책을 읽어 이를 메워 나가야 합니다. 책읽
기는 그러니까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만약 이성친구와 사귀다 헤어져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면, 이를 치유해 주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책을 읽어 보면 됩니다. 죽으라고
공부해도 언어영역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문제풀이만 반복하라는 참고서를 버리고 독해력
을 키워 주는 책을 찬찬히 읽어 나가면 됩니다.
공부는 하라고 성화인데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
른다면, 삶의 목표를 일찌감치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좋
습니다. 책읽기가 영어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영어로 쓴 에세이나 소설을 읽어 보면 됩
니다. 문제는 내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그
부족한 것을 책읽기로 채우려고 애쓰느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성찰하고 각성해서 실천하면
누구나 다 책벌레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되풀이하자면, 나는 다른 무엇보다 누가 알까봐 가려놓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부모님이 권하거나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는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입니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자신감과 포만감을 안겨 주는 책이 가장 좋은
책입니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그런 책을 왜 보느냐고 타박해도 괜찮습니다. 왜냐
고요? 그분들은 여러분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아직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게
무엇이 되었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 위해 읽는 책이라면 ‘열독’해야 마땅합니다.
대충 보아서는 아무 소용없는 것이지요.
그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는 책을 안 읽어도 되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얼마나 좋은 책이면 여러분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해서 성화를 부리시겠습니까. 그 나이 때
안 읽으면 어른이 되어서 못 읽는 책이 있습니다. 아무리 명작이더라도 어른이 되어서 읽기
에는 민망한 책이 있으니까요. 『삼국지』나 『서유기』도 어렸을 때 보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특
히, 반복해서 읽는 것은 어릴 적에 읽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이 되면 아무래도 어렸을 때보다 흥
미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읽어 보라고 하는 책을 읽어 놓으면 나중에 좋은 효과를 봅니다. 마
치 거름을 주는 것과 같지요. 지금 당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지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나’와 ‘사회’를 읽어야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지금 앓는 병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아무리 책읽기가 중요하
고 이러저러한 책을 읽으라고 권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면 의미 없
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책의 세계에 가까워지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리
고 어떻게 하면 재미와 감동을 넘어 가치 있는 책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앞에서 장황하게 말했던 겁니다. 먼저 내 삶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
고 이를 채우기 위해 책을 읽어 나가라는 겁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혹 자신만
의 비밀이 새어나갈까 걱정이라면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이 내 삶에
어떤 충만감을 안겨준다면, 이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권하는 책에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어른
들이 꼭 읽어 보라는 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어느 사회에나 다음 세대에게 물려
주고 싶은 가치와 윤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재미가 덜하고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도전해
보면 그만한 보람이 반드시 보상으로 주어진답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결국 나를 읽고 사회를 읽으면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부족한가? 우리가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루 만나니 즐겁고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며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도 있
습니다. 특히, 원하지 않았는데 학교에서 들으라고 해서 억지로 온 학생들이 강연 내내 떠들거
나 졸 때 큰 상처를 입곤 합니다. 결국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라고 학교에서 배려하는 것인데,
귀한 시간을 왜 이리 헛되게 쓰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지요. 그럼에도 내 입에서 나오
는 말을 한마디라도 더 자세히 들으려 애쓰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만날 때는 힘도 얻고 기분도
좋아지곤 합니다.
나는 강연보다 질문과 답변 시간을 좋아합니다. 말하는 사람 처지에서 보자면, 강연이야 이
미 준비한 것을 말하는 것인지라 새로울 게 없습니다. 벌써 글로 써본 것, 다른 데서 말한 것을 적
절히 바꿔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만 질문시간은 다릅니다. 내가 한 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것
을 묻기도 하지만, 비판하기 위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질문시간에 강연자는 바
짝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언제, 어디서 나를 당황케 할 질문이 나올지 모르니까요. 이런 경험을
하게 되면, 강연을 준비할 때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더 긴장하고 더 공부하고 더 준비하는 법
이지요. 그러니까 질문은 결국 강연자를 성장하게 도와줍니다. 강연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가
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이 꼭 맞는구나 하는 겁니다.
성찰과 각성이 책 읽는 사람을 만든다
청소년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접한 질문이 있습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입니
다. 이런 질문을 한 친구는 평소 책을 많이 읽었을까요, 아니면 책을 멀리하는 친구일까요? 경험
으로 보건대, 대체로 책을 멀리하는 친구는 분명히 아닙니다. 책을 아주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읽어 보려 노력하는 친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질문하지 않는 법입
니다. 평소 책을 읽으려 애썼고, 그래서 이런저런 책을 읽어보았는데 어렵거나 재미없어 다른
책을 읽기 약간 두려울 때 이런 질문을 하지요. 나는 이런 친구들이 정말 좋습니다. 잘하는 친구
들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책 읽기가 습관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몸
에 익혔으니 대단한 일이지요. 그러니 나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도 필요하지 않지요. 무엇을 어
떻게 읽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나,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일이 년이 지났고, 그러다 보니 이
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마침 전문가가 강연하러 왔으니 용기 내어 질문했던
겁니다. 꼭 그러라는 보장은 없지만, 내가 잘만 대답해 주면 질문한 청소년이 책벌레
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터이니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런 친구
들을 좋아하고 성심성의껏 답변하려 노력합니다. 그럼 내가 질문에 어떤 식으로 답변했
는지 말해 보겠으니, 여러분의 평소 생각과 어느 점에서 같고 어느 점에서 다른지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과연 누가 책 읽는 사람이 될까요? 사실 나는 이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책
읽는 공동체가 되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 읽는 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내로라하는
책벌레들이 어떤 계기로 책 읽기를 습관화했는지 알아두면, 책 안 읽는 사람들을 책 읽는 사람
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서입니다. 이런저런 책을 읽으며 내가 내린 결론은 한 가지
입니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더
라는 것입니다.
책 읽는 사람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첫걸음은 성찰과 각성에 있습니다. 뜻밖에 많은 사람
들은 자신이 뛰어나다고 여깁니다. 우쭐대고 자랑하고 거만합니다. 알고 보면 별 볼 일 없고 비
어 있고 상처투성이이면서 말입니다. 다 제 잘난 체만 하며 살아가지요. 그런데 훗날 큰일을 해
내는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무엇이 부족할까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사랑을 받지 못한 이도 있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
아 희망이 없는 이도 있습니다. 두루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는데 미래에 대한 꿈이 없는 사
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너무 거창할 필요 없겠지요. 사랑에 실패해 큰 고통을 겪고
있거나, 친구들과 불화를 일으켜 고독을 느끼거나, 특정 과목 성적이 오르지 않아 마음이 편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안으로는 자신의 부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인정한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내 삶에 부족한 것이 있으
나 이를 숨기고 감추려 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훗날 큰일을 해낸 사람들은 바로 그것
을 ‘인정했다’고 앞에서도 말했습니다. 성찰과 각성이라는 말은 그래서 썼습니다. 무엇인가 문
제가 있고 해결되지 않으니 고민해 보았겠지요. 만족하거나 고민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 새
로운 차원으로 들어선 것입니다. 거기서 깊이 고민하다 자신의 삶에 무엇이 비어 있는지를 스스
로 깨달았던 겁니다. 그 다음에는? 성찰과 각성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하게 되어 있습니다. 훌륭한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체로 이런 길을 걸어가곤 합니다.
강연을 하다 이 대목에 이르면 내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보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니 내 이야기를 하고 맙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자칫하면 잘난 체한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어서 그렇지요. 그래
서 말하기 전에 꼭 토를 답니다. 내가 성공한 사람이거나 나만 그랬다는 것은 아니다, 어찌했든
나는 이러했다는 것이니 잘 들어달라는 것이지요. 다행히 이 이야기는 여럿이 함께 쓴 책에 이
미 공개한 내용이기도 해서 부담을 덜 느끼기는 합니다.
내용인즉슨, 나도 어릴 적 부족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앞날에 대한 희망을 품지 못하
는 열악한 가정형편이었습니다. 과연 상급학교로 진학할 수 있을지, 나중에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지 희망이 없었습니다. 웬만큼 공부는 하는데, 형편이 어려우니 희망을 품을 수 없었던 겁
니다. 나는 바로 이 대목에서 책읽기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었노라 말합니다. 마침 학교에서 책
읽는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뽑혀 우리 위인들의 삶을 다룬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여
러분도 그런 책을 읽어보아 알겠지만, 누가 영웅이 되던가요? 형편이 좋아 편안하게 일을 이루
어낸 사람을 결코 영웅이라 하지 않습니다.
깜깜한 터널 한가운데를 지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
을 잃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조건을 이겨내고 사회가 준 의무를 다 해낸 사람을 일러 영웅
이라 합니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을 봐도 그렇지요. 나는 좌절할 수 없었습니다. 나랑 비교도
되지 않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마침내 꿈을 이루어 낸 사람들의 삶을 읽으면서
어찌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상처 입은 동물이 동굴로 들어가 제 상처를 핥듯이, 나
는 책으로 지은 동굴에서 위안과 격려를 얻었던 겁니다.
치유와 성장의 책 읽기
성찰을 통해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책을 읽어 이를 메워 나가야 합니다. 책읽
기는 그러니까 ‘의미 있는 실천’입니다. 만약 이성친구와 사귀다 헤어져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면, 이를 치유해 주고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책을 읽어 보면 됩니다. 죽으라고
공부해도 언어영역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문제풀이만 반복하라는 참고서를 버리고 독해력
을 키워 주는 책을 찬찬히 읽어 나가면 됩니다.
공부는 하라고 성화인데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
른다면, 삶의 목표를 일찌감치 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애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좋
습니다. 책읽기가 영어공부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면, 영어로 쓴 에세이나 소설을 읽어 보면 됩
니다. 문제는 내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그
부족한 것을 책읽기로 채우려고 애쓰느냐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성찰하고 각성해서 실천하면
누구나 다 책벌레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되풀이하자면, 나는 다른 무엇보다 누가 알까봐 가려놓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부모님이 권하거나 선생님이 숙제로 내주는 책보다 먼저 읽어야 할
책입니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자신감과 포만감을 안겨 주는 책이 가장 좋은
책입니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그런 책을 왜 보느냐고 타박해도 괜찮습니다. 왜냐
고요? 그분들은 여러분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아직 모르시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게
무엇이 되었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기 위해 읽는 책이라면 ‘열독’해야 마땅합니다.
대충 보아서는 아무 소용없는 것이지요.
그럼,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읽으라고 하는 책을 안 읽어도 되는 건가요? 그럴 리가요.
얼마나 좋은 책이면 여러분이 꼭 읽어 보았으면 해서 성화를 부리시겠습니까. 그 나이 때
안 읽으면 어른이 되어서 못 읽는 책이 있습니다. 아무리 명작이더라도 어른이 되어서 읽기
에는 민망한 책이 있으니까요. 『삼국지』나 『서유기』도 어렸을 때 보는 게 더 재미있습니다. 특
히, 반복해서 읽는 것은 어릴 적에 읽는 이야기입니다. 어른이 되면 아무래도 어렸을 때보다 흥
미가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읽어 보라고 하는 책을 읽어 놓으면 나중에 좋은 효과를 봅니다. 마
치 거름을 주는 것과 같지요. 지금 당장 효과는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나
어른이 되었을 때 탐스러운 열매를 맺게 됩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있는 것이지요.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나’와 ‘사회’를 읽어야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지금 앓는 병에 맞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아무리 책읽기가 중요하
고 이러저러한 책을 읽으라고 권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면 의미 없
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책의 세계에 가까워지면서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요? 그리
고 어떻게 하면 재미와 감동을 넘어 가치 있는 책까지 읽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앞에서 장황하게 말했던 겁니다. 먼저 내 삶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
고 이를 채우기 위해 책을 읽어 나가라는 겁니다.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지만, 혹 자신만
의 비밀이 새어나갈까 걱정이라면 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책이 내 삶에
어떤 충만감을 안겨준다면, 이제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권하는 책에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어른
들이 꼭 읽어 보라는 책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어느 사회에나 다음 세대에게 물려
주고 싶은 가치와 윤리가 있기 마련입니다. 물론, 재미가 덜하고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도전해
보면 그만한 보람이 반드시 보상으로 주어진답니다.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결국 나를 읽고 사회를 읽으면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부족한가? 우리가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