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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취업, 만만찮지? 창업, 녹록찮지? - 사회과와 함께한 도서관 활용 경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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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8 22:25 조회 8,21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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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누구도 맞장구치지 않았다
임용고사 준비 시절, 내가 제일 힘들어했던 부분은 정보를 활용한 협력수업이었다. 어렵기도 했고, 대학을 졸업한 지 오래된 나로선 새로운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교과교사와의 협력수업이 중요하고. 학생 중심의 자료기반 수업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을 꿈꾸기도 하며 이론을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령받은 첫해부터 지금까지, 사서교사로 이 학교에 온 후 5년 동안 나에게 주어진 수업은 재량수업이었다. 도서관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음은 물론 학교도서관이란 과목을 배워보지도 않은 나조차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수업은 오로지 내 수업이었고, 교과교사와의 협력수업은 없었다. 과연 ‘이론’과 ‘실제’는 다르구나. 협력수업은 ‘도서관 활용수업’ 연구학교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과 선생님들께 ‘이런 수업이 있고, 저는 자료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라고 홍보 메시지도 돌려봤지만 소식은 없었다. 교과 선생님들도 협력수업에 대한 인식이 없고, 수업설계를 할 시간도 없고, 연일 모의고사와 시험에 쌓인 인문계 학교의 경우 수업 시간은 진도 나가기에도 빠듯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신설학교인 우리 학교는 교실마다 빔프로젝터 및 정보활용 기자재가 제법 그럴싸하게 갖춰져 있으니, 도서관의 시설이 그닥 매력적이진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목말랐다
4년 동안은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을 했다. 도서관 이용수업 3차시를 시작으로 도서관에서 진로와 관련된 책을 찾고 읽는 수업, 한 학기 동안 내가 읽어야 할 책의 주제를 정해서 도서목록을 정한 후 읽고 느낌을 쓰는 수업을 위주로 진행했다. 학생들이 작성한 목록을 검사하고 좋은책이 있다면 제시도 해주었다.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책의 경우에는 PPT로 만들어 수업했다. 1학기와 2학기의 끝 무렵에는 학생들의 도서 선택에 도움을 주고,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도서 30권을 대상으로 자음퀴즈, 연상퀴즈, 이구동성 등의 게임을 만들어서 수업을 했다.

내가 발령받아 오기 전에 있었던 ‘사서언니’의 호칭에 익숙했던 학생들은 나를 점차 ‘선생님’
으로 부르게 되었고, 독서록에 흔히 쓰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의 첫 문장을 ‘사서선생님의 추
천으로~’로 쓰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학생들의 작은 변화는 한 해를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고
생각했던 나를 내심 기분 좋게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나와 관련된 이미지는 ‘책’과 ‘도서관’이었
다.

그러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수험생 시절에 꿈꿨던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협력수업을 과
연 할 수 있을까. 내가 재량활동이나 진로수업(개정교육과정 이후 나에게 주어진 수업)을 받지
못한다면 내게는 수업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하는 독서프로그램이 학생의
독서능력 향상과 도서관 이용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학교 교육과정과는 동떨어진 것 아닌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책’에만 한정된 정보를 다루기에, 학생들의 독
서 참여율과 사서교사에 대한 인식 개선만으로는 목마름이 남았다.

사회과 협력수업 ‘도서관을 활용한경제교육’을 하다
소극적인 나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10년 우리 학교가 경제연구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였다.
연구학교 주관선생님이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수업에 대해 문의를 해오면서, 나는 사회과 선
생님들과의 협력수업을 제안했다. 새로운 수업방식이 필요했던 연구학교 선생님과 내 생각이
일치하면서 2학기 재량수업은 경제분야 협력수업으로 결정 났다. 2학기 재량수업 중 수업을
할 수 있는 차시는 16차시, 그중 처음 2차시는 2학기 독서활동에 대한 목표와 학교의 독서교육
목표를 수업하고 각자 독서목록을 작성하는 시간으로 할애하고 마지막 2차시는 매년 해오던
독서게임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협력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교도서관 수업을 소홀히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차시 12차시를 모두 사회과 협력수업을 하기로 했다.



사회과 선생님과 나는 우선 교육과정부터 분석했다. 교과서 수업은 이론 중심으로 딱딱하게
받아들이기 쉽기 때문에 생활경제를 중심으로 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게 해서 나온 큰 주
제는 모두 일곱 가지로, ‘국제무역과 환율/정부, 세금, 예산/저축, 투자, 금융/소비자/기초경제/
직업/기업과 기업가’였다. 여기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주제는 직업과 재테크 분야인 저축, 투
자, 금융 두 가지 분야였다. 12차시 동안 일곱 가지 주제의 정보활용교육을 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교과서에 나오지는 않지만 생활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과 어떻게 자금을 운
영할 것인가의 재테크 방법은 따로 떼어내어 차시를 할애하고 나머지는 이론 수업을 구체적으로
하면서 선택적으로 모둠별 주제를 선택하여 할 수 있는 수업으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도록 「도서관을 활용한 경제교육」이란 책자를
발간하여 활동지를 넣고, 수업에서 진행된 모든 자료를 붙이고, 활동을 요약할 수 있도록 했
다. 다음은 세 가지 주제인 직업/재테크/기타 주제를 놓고 어떤 수업을 할 것이냐에 대한 방법
론 연구를 했다. 방법이 나오면 학생들의 활동 시간에 따라서 시간을 나누기로 했다. 큰 전제를
‘도서관에서 자료중심의 활동수업’으로 하고 방안을 연구했다. 우선 1, 2차시는 일곱 개의 주
제가 경제라는 분야에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아담 스미스와 케인즈의 이론에서부터 시
작하여 사회과 선생님의 이론 수업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①직업_ 취업의 이상과 현실
첫 번째 주제로 직업에 대한 수업은 기존의 진로찾기 수업 10차시 중 필요한 부분만 택하여 수업을 할까도 생각했다. 각자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서 인터넷 정보원으로 그 직업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고 도서관에 있는 관련 서적을 찾아서 활동지에 따라 기록하는 수업이었다. 그러나 그 수업은 내가 꿈을 향해 가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라, 꿈을 이룬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수업이라 이번에는 다른 방향에서 수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교 학생의 장래희망을 받아 보면 괜찮은 직업이 많다. 상위 몇 퍼센트의 직업을 적어낸다. 변호사, 의사, 약사, 교사, 회계사, 대기업 연구원… 화려하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하면서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가 갈수록 비정규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꿈을 이루기 전’의 수업을 하고 싶었다.

‘취업의 이상과 현실탐구’란 큰 제목을 가지고 내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과 현실세계의 대졸자 취업현황을 통계를 통해서 알아보는 이론 수업을 끝낸 후 비정규직에 대한 책을 읽고 활동지를 작성해 보기로 하였다. 수업을 위한 책으로는 『4천원 인생』이 선정됐고, 관련 도서 10권을 제시했다. 『4천원 인생』은 한겨레신문 기자가 직접 비정규직 분야에 취업하여 체험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여성노동의 문제점과 우리 정부와 내가 할 수 있는 개선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졸자 취업의 현실’과 ‘본인의 이상’과의 차이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꿈을 이룰 수 있는 방안과 우리 사회의 취업구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②재테크_ ‘창업대회’를 열다
두 번째 주제는 ‘재테크’와 관련한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한 반에 여섯 명씩 6개조로 실시했다.
‘모의 주식 투자’, ‘나의 재테크 방법’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자영업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서 ‘창업대회’를 하기로 했다. 첫 수업은 사회과 선생님이 창업 방법을 강의하고 내
가 관련 사이트와 도서를 제시하여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로 했다. 창업에 대한 마인드가 없는
학생들이기에, 창업계획서는 사회과 선생님과 함께 기본 틀을 작성하여 나눠주었다. 강의를
하면서 사이트와 도서를 통해 25개의 창업 예시를 제공했다. 학생들은 조별 아이디어 회의 중
에도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PPT 작성 중 목차 구성은 잘되고 있는지 나와 상의했다.

학생들은 모둠 컴퓨터 주변에 둘러 앉아 책과 정기간행물을 통해 주제를 선정하고 문구를
작성했다. 교내 창업대회 출품작은 한 반당 6조, 총 66편이었고, 1차 서류심사에서는 창업분
야의 창의성, 내용의 충실도, 실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본선에 16팀이 진출, 최종 6팀이 2차 프레젠테이션을 가졌다. 프레젠테이션 심사에서는 사업의 비전, 목표, 전략, 발표 자세 등을 중점 평가했는데 학생들의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실제 실천 가능성이 있는 창업분야가 많았다.



③종합_ 경제신문 만들기
세 번째 주제는 ‘직업’과 ‘재테크(금융, 창업)’ 분야 외에 경제교과서의 주제를 모두 다루는 방
식으로 진행했다. 주제에 대한 각종 정보원을 수집하여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으로는 신문
만들기가 채택됐다.

학생들은 창업대회와 마찬가지로 신문 만들기도 어려워했다. 주제 잡기도 어려웠지만 지면
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한 이해도 없었다. 따라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여 이해를 도왔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주제와 관련된 도서를 세 권 이상 분류번호를 적어 작성하고, 이 도서가 주
제와 어떤 관련이 있으며 이 도서를 읽으면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이 있는지를 기술하
는 것, 각종 정보원의 정보표기를 명확하게 할 것이 기준이었다. 주제 잡기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컴퓨터에 경제 관련기관 사이트와 경제신문 사이트를 ‘즐겨찾기’해 놓고 도서관에서 정기
구독 중이던 <매일경제>와 <이코노미스트> 6개월분을 비치했다. 학생들은 주제를 선정하고 관
련 기사의 제목을 적어 나갔다. 기사의 제목을 적고, 편집자의 의도에 따라 레이아웃을 생각해
서 톱뉴스를 선정했다.

나와 사회과 선생님은 주제가 기사와 맞는지 조언했다. 텍스트만의 신문은 재미없다고 만화를 그리는 학생, 만평을 넣는 학생, 가상인터뷰에 사진을 싣는 학생등 적극적인 모습이 눈에 띄었다. A4 용지 두 장으로 작성하라고 기준을 제시했지만 핸드폰 모양, 병풍 모양, 지갑 모양 등 입체적인 작품들도 다양하게 나왔다. 도서부 학생들은 재량수업만 끝나면 책이 여기저기 흩어진다며 불평이었지만, 많은 학생들이 서가를 뒤져가며 관련 도서를 찾았다.



교육과정에 보다 가깝게, 학습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려면…
이렇게 세 가지 경제 주제의 12차시 수업을 모두 끝냈다. 한 가지가 끝나면 학생들의 작품을 걷
어 기준에 따라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순위를 발표하고 시상해야 했고, 기존의 도서관 업무
도 있기 때문에 한 학기가 너무나 바빴다. 만들어진 교재가 없는 재량수업이 막막하여 교과서가 있는 과목들이 부러웠는데, 이번에도 역시 「도서관을 활용한 경제교육」 학습지를 만드는 과
정에서부터 세 가지 주제의 수업 모두 참고할 만한 자료가 극히 드물었다.

사회과 선생님과 머리를 맞대어 어렵게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엔 강의만 듣고 싶다며 귀찮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학생들도 점점 자료를 만드는 데 열의를 더했고, 발표 날짜를 기다렸고, 수
상에 기뻐했으며, 탈락에 울었다. 학문으로서의 경제 이해에 도움이 됐다는 학생도 더러는 있
었다. 사서선생님이라면 ‘도서관’과 ‘책’이라고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몇 가지 이미
지가 더 추가되지 않았을까?

연구학교가 올해로 끝났기 때문에 내년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을 진행할 것이다. 학교도
서관에서 하는 수업이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과 독서 흥미 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자명한 사실
이다. 그러나 교육과정에 보다 가깝게, 학습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려면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정보활용’이 되어야 한다. 학교의 독서교육은 사서교사 하나의 열의만으로는 힘들다. 그러나 교
과교사는 도서관을 활용한 교육에 대한 인식이 없다. 내년에는 어떤 교과와의 협동수업을 해
볼까? 적극적인 자세가 나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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