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그림책이 바꾸었네, 아이들을! - 아이들의 글과 말이 살아 있는 그림책 수업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06 22:38 조회 11,238회 댓글 0건본문
책 읽기가 싫은 아이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밑으로 책을 숨기고 독서삼매에 빠져 있던 낭만적인 친구를 기억한다. 지켜보는 사람은 조마조마했지만 책 속에 빠져 있는 당사자는 행복한 꿈을 꾸었으리라. 그 시절 학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배신이었으며 대학 진학을 반쯤은 접어 둔 부적응아 정도로 생각되었는데…. 요즘은 책을 ‘잘’ 읽어야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도 간단다.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 책을 맘껏 읽게 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
학교 앞을 점령하고 학원에 잘 다니기만 하면 책을 잘 읽게 해준다는 ‘○○○ 독서·토론 교실’, 책과 함께 배달되는 학습지를 풀기만 하면 술술 논술이 된다는 ‘□□ 독서 학습지’, 대한민국은 지금 ‘독서교육 중’이다. 이러한 독서지도에 대한 열망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책가방이 더 무거워지고, 가야 할 학원이 하나 더 늘어난 것 이외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은 지식 독서의 세계로 던져진다. 교과서에 실린 글은 단박에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가장 읽기 싫은 글이 되어 버린다. 청소하라고 하면 들었던 빗자루도 내려놓는 심리를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가 또 하나의 교과목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자.
작은 학교 선생의 그림책 교단 일기
첫 만남_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농업과 상업이 혼재되어 있는 농촌의 학교인 이곳은 부모님들의 관심과 보호가 매우 부족했다. 농사철에는 들로 산으로, 농번기에는 곶감 장사, 튜브 장사를 해야 하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독서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족해 보였다.
입학식 날도 아이들은 천방지축이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서 선생님을 소개하는 대신 책을 펼쳐 들었다.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 담임교사와의 첫 만남은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였다. 아이들을 혼내고 싶지 않은 내마음이 부모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읽었다. 우리 아이들과 2년째 생활하고 있는 지금도 아이들과 가끔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제는 독서토론을 할 만큼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랐지만 나는 아직도 그 책만 보면 입학식 날이 떠오른다. 이런 훌륭한 책을 써주어 멋진 입학식을 하게 해준 작가가 참 고맙다.
걸음마_ 똥벼락
평소에 책을 읽는 아이는 열두 명 중 단 두 명이었다. 그것도 집에 뒹구는 책들을 심심해서 혼자 본다는 아이들! 도시에서만 12년을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이렇게 작은 학교에 온 것이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뛰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을 책으로 변화시켜보고 싶었다. 입학식 자리에서도 공표하였던 것처럼 ‘책과 함께 노니는 교실’,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끊임없이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강렬할 것’, 이 조건을 만족하는 책이 『똥벼락』이었다. 똥 이름이 나올 때마다 “윽, 웩!”, “아, 더러워!”를 연발하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책에 노출되어 자라던 아이들과는 달리 반응이 요란하지는 않지만 즐거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래! 그거면 됐어!’ 똥벼락이 나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져갈 때 학급문고를 하나씩 모아 나갔다. 아들 녀석이 읽고 있는 우리 집에 있는 그림책들이 학급문고 서가에 꽂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교육청에서도 ‘독서씨앗책’ 사업을 진행한 덕분에 학급문고를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맘껏은 아니지만 책이 있는 교실을 꾸밀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두 걸음_ 무지개 물고기
“와! 반짝여요.”, “예쁘다.” 『무지개 물고기』를 펼쳤을 때 우리 아이들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햇빛 좋은 창가에 앉아 반짝반짝 교실에 빛을 비춰가면서 읽어줬다. 물론 시리즈를 한권씩, 한 권씩 차례로 맛보는 특별한 경험도 선물했다. 무지개 물고기를 그려보고, 연극도 하고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주고받는 토론수업도 해보였다. 아이들의 눈빛보다 학부모들의 눈이 더 반짝인다.
세 걸음_ 프레드릭
“프레드릭, 넌 정말 멋진 시인이야!”, “아니야, 너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니? 다음엔 일하는 친구들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 『프레드릭』을 읽고 독서토론을 펼치는 우리 아이들이다. 1년 남짓 ‘아침독서’와 ‘그림책산책’을 통해 다져진 그림책 내공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연극 배경도 쓱싹쓱싹 잘 만들어내고, 소품도 알아서 준비해 온다. 우리 반은 읽은 책은 즉석에서 연극으로 표현해본다. 그러면 책 내용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상대의 입장도 생각할 수 있어 좋단다.
네 걸음_ 도서관이 키운 아이
우리 반은 참 분주하고 바쁘다. 책으로 읽은 것들은 몸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색깔은 무슨 맛일까?』를 읽으면 색의 맛을 봐야 하고, 『비가 오는 날에』를 읽으면 비를 맞아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체험은 아무도 못 말린다. 농장도 가꾸고 숲체험학교도 간다. 계곡에서 하루 종일 놀기도 하고, 엄마랑 아빠랑 캠프도 떠난다. 그 중심에는 항상 책이 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읽으면 만두를 만들고, 『떡잔치』를 읽고는 떡을 만든다. 나무에 관한 책을 읽으면 숲으로 가고, 『프레드릭』을 읽으면 프레드릭이 되어 연극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별나고 행복한 반이다.
시 끌 벅 적 토 론 교 실
“얘들아, 우리 내일모레 공개수업인데, 토론을 한번 해볼까? 그럼, 주제는 ‘안락사 허용해야 하는가?’가 좋겠다. 반은 찬성, 반은 반대 입장에서 내일까지 자료를 조사해봐. 그 다음에 주장하는 글을 쓰면 되겠지?” 토론의 진행 절차만 알면 토론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착각했던 시절, 참으로 무지하고 용감한 교사였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토론은 참 어렵다.
토론을 위한 논증의 6단계
- 안건에 대해(1단계)
- 결론을 밝히고(2단계)
-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찾아 제시하고(3단계)
- 이유의 옳음을 충분히 설명하고(4단계)
- 나의 결론에 반대 또는 대조되는 의견(반론)이나 생각을 고려하여, 내 생각과 견주어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거나 잘못됨을 지적하고(5단계)
- 예외를 정리하여 말한다(6단계)
5·3·1 독서·토론회로 토론주제 만들기
독서·토론 수업은 주제만 잘 뽑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아이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주제는
선생님이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 이야기 듣기
- 5문장으로 요약하기
- 3개의 질문을 만들기
- 1개의 질문을 뽑기
쟁점이 있는 독서·토론의 절차
독서·토론의 주제 선정이 끝났으면 다음 순서에 따라 쟁점이 되는 소주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논술로 수업 마무리하기
토론활동을 통해 확장된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 활동은 꼭 필요하다. 토론수업의 마무리 활동으로는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활동이나, 등장인물과 비슷한 주변 인물에게 편지를 써보는 활동이 좋다.
그 림 책 , 수 업 을 바 꾸 다
우리 아이들은 국어 공부가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철저히 아이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수업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들에게 샘솟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 반은 날마다 책을 읽고, 연극을 한다. 그리고 토론도 한다. 함께 읽어나간 그림책들이 일기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수학공부 열심히 한 날에는 ‘숫자 10까지가 나오는 수학동화’가, 재미있게 책을 읽은 날에는 ‘책 속 주인공에게 쓴 편지’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읽고 만두를 직접 만들어본 날에는 ‘만두만드는 방법’이 일기장에 담긴다.
아이들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 쓰고 공부하는 우리 교실은 날마다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의 글과 말이 살아 있는 그림책 수업을 통해 ‘내가 선생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지하고 용감했던 나를 진짜 ‘선생’이 되게 해준 ‘동화홀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골 학교가 참 좋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 읽기, 글쓰기 지도를 할 수 있게 해준 작은 학교가 참 고맙다. 무엇보다 신나게 놀고, 싸우고, 떠들썩한 사건사고를 만날 만들어내는 우리 반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이래저래 난 참 행복한 선생이다.
학부모 독서토론 교실 _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맞벌이인 이곳 학교 부모님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과 일일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했다. 1학년 아이들이 “동해가 회장 손자래?”라는 대화를 할 때에는 상황을 변화시키기가 참으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아무리 독서교육을 강조해도 집에서 부모님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키워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반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딧불이 학부모 독서토론회’를 열었다. 첫 모임에는 세 분의 어머니가 오셨다. 그분들께 『돼지책』을 읽어드렸다. 책 속의 숨은 그림을 찾을 때에는 영락없이 아이들이다. “선생님! 그림책도 참 재미있네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는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선생님! 우리 효은이한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요?”, “오메! 나는 형들 책 안 본다고 싹 누구 줘버렸는디, 책도 없는데 어쩐대요?” 그동안 독서교육에 문외한이었던 자신을 탓하는 엄마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바람직한 반응들이었다. 2010년 2학기부터 시작된 학부모 독서토론교실은 5~6명의 어머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바쁜 농사철엔 두 분이 오실 때도 있지만 우리들의 독서모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듯이 좋은 책을 꾸준히 읽히기 위해서는 ‘부모인 내가 알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들이 많으신 것 같다. 이러한 열망들을 모아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님을 모시고 ‘내 아이 독서지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갖기도 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도 교과서 밑으로 책을 숨기고 독서삼매에 빠져 있던 낭만적인 친구를 기억한다. 지켜보는 사람은 조마조마했지만 책 속에 빠져 있는 당사자는 행복한 꿈을 꾸었으리라. 그 시절 학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선생님에 대한 배신이었으며 대학 진학을 반쯤은 접어 둔 부적응아 정도로 생각되었는데…. 요즘은 책을 ‘잘’ 읽어야 공부도 잘하고 좋은 대학에도 간단다. 정말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그럼 책을 맘껏 읽게 된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가?
학교 앞을 점령하고 학원에 잘 다니기만 하면 책을 잘 읽게 해준다는 ‘○○○ 독서·토론 교실’, 책과 함께 배달되는 학습지를 풀기만 하면 술술 논술이 된다는 ‘□□ 독서 학습지’, 대한민국은 지금 ‘독서교육 중’이다. 이러한 독서지도에 대한 열망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을까? 책가방이 더 무거워지고, 가야 할 학원이 하나 더 늘어난 것 이외에 어떤 의미를 가질까?
책 읽는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우리 아이들은 지식 독서의 세계로 던져진다. 교과서에 실린 글은 단박에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가장 읽기 싫은 글이 되어 버린다. 청소하라고 하면 들었던 빗자루도 내려놓는 심리를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가 또 하나의 교과목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다가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자.
작은 학교 선생의 그림책 교단 일기
첫 만남_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농업과 상업이 혼재되어 있는 농촌의 학교인 이곳은 부모님들의 관심과 보호가 매우 부족했다. 농사철에는 들로 산으로, 농번기에는 곶감 장사, 튜브 장사를 해야 하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독서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부족해 보였다.
입학식 날도 아이들은 천방지축이었다. 입학식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서 선생님을 소개하는 대신 책을 펼쳐 들었다.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 담임교사와의 첫 만남은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였다. 아이들을 혼내고 싶지 않은 내마음이 부모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해 읽었다. 우리 아이들과 2년째 생활하고 있는 지금도 아이들과 가끔 이 책을 읽고 있다. 이제는 독서토론을 할 만큼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랐지만 나는 아직도 그 책만 보면 입학식 날이 떠오른다. 이런 훌륭한 책을 써주어 멋진 입학식을 하게 해준 작가가 참 고맙다.
걸음마_ 똥벼락
평소에 책을 읽는 아이는 열두 명 중 단 두 명이었다. 그것도 집에 뒹구는 책들을 심심해서 혼자 본다는 아이들! 도시에서만 12년을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이렇게 작은 학교에 온 것이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 뛰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을 책으로 변화시켜보고 싶었다. 입학식 자리에서도 공표하였던 것처럼 ‘책과 함께 노니는 교실’,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끊임없이 번잡하고 소란스러운 아이들에게 아침마다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무조건 재미있을 것’, ‘강렬할 것’, 이 조건을 만족하는 책이 『똥벼락』이었다. 똥 이름이 나올 때마다 “윽, 웩!”, “아, 더러워!”를 연발하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 책에 노출되어 자라던 아이들과는 달리 반응이 요란하지는 않지만 즐거워하는 빛이 역력했다. ‘그래! 그거면 됐어!’ 똥벼락이 나에게 희망을 안겨준다.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가져갈 때 학급문고를 하나씩 모아 나갔다. 아들 녀석이 읽고 있는 우리 집에 있는 그림책들이 학급문고 서가에 꽂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도교육청에서도 ‘독서씨앗책’ 사업을 진행한 덕분에 학급문고를 많이 모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맘껏은 아니지만 책이 있는 교실을 꾸밀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
두 걸음_ 무지개 물고기
“와! 반짝여요.”, “예쁘다.” 『무지개 물고기』를 펼쳤을 때 우리 아이들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햇빛 좋은 창가에 앉아 반짝반짝 교실에 빛을 비춰가면서 읽어줬다. 물론 시리즈를 한권씩, 한 권씩 차례로 맛보는 특별한 경험도 선물했다. 무지개 물고기를 그려보고, 연극도 하고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주고받는 토론수업도 해보였다. 아이들의 눈빛보다 학부모들의 눈이 더 반짝인다.
세 걸음_ 프레드릭
“프레드릭, 넌 정말 멋진 시인이야!”, “아니야, 너 때문에 다른 친구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니? 다음엔 일하는 친구들도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어.” 『프레드릭』을 읽고 독서토론을 펼치는 우리 아이들이다. 1년 남짓 ‘아침독서’와 ‘그림책산책’을 통해 다져진 그림책 내공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연극 배경도 쓱싹쓱싹 잘 만들어내고, 소품도 알아서 준비해 온다. 우리 반은 읽은 책은 즉석에서 연극으로 표현해본다. 그러면 책 내용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상대의 입장도 생각할 수 있어 좋단다.
네 걸음_ 도서관이 키운 아이
우리 반은 참 분주하고 바쁘다. 책으로 읽은 것들은 몸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색깔은 무슨 맛일까?』를 읽으면 색의 맛을 봐야 하고, 『비가 오는 날에』를 읽으면 비를 맞아야 하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체험은 아무도 못 말린다. 농장도 가꾸고 숲체험학교도 간다. 계곡에서 하루 종일 놀기도 하고, 엄마랑 아빠랑 캠프도 떠난다. 그 중심에는 항상 책이 있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읽으면 만두를 만들고, 『떡잔치』를 읽고는 떡을 만든다. 나무에 관한 책을 읽으면 숲으로 가고, 『프레드릭』을 읽으면 프레드릭이 되어 연극을 한다. 내가 생각해도 참 별나고 행복한 반이다.
시 끌 벅 적 토 론 교 실
“얘들아, 우리 내일모레 공개수업인데, 토론을 한번 해볼까? 그럼, 주제는 ‘안락사 허용해야 하는가?’가 좋겠다. 반은 찬성, 반은 반대 입장에서 내일까지 자료를 조사해봐. 그 다음에 주장하는 글을 쓰면 되겠지?” 토론의 진행 절차만 알면 토론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착각했던 시절, 참으로 무지하고 용감한 교사였다. 그런데 알면 알수록 토론은 참 어렵다.
토론을 위한 논증의 6단계
- 안건에 대해(1단계)
- 결론을 밝히고(2단계)
-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찾아 제시하고(3단계)
- 이유의 옳음을 충분히 설명하고(4단계)
- 나의 결론에 반대 또는 대조되는 의견(반론)이나 생각을 고려하여, 내 생각과 견주어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거나 잘못됨을 지적하고(5단계)
- 예외를 정리하여 말한다(6단계)
5·3·1 독서·토론회로 토론주제 만들기
독서·토론 수업은 주제만 잘 뽑아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아이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주제는
선생님이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 것이다.
- 이야기 듣기
- 5문장으로 요약하기
- 3개의 질문을 만들기
- 1개의 질문을 뽑기
쟁점이 있는 독서·토론의 절차
독서·토론의 주제 선정이 끝났으면 다음 순서에 따라 쟁점이 되는 소주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간다.
논술로 수업 마무리하기
토론활동을 통해 확장된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글쓰기 활동은 꼭 필요하다. 토론수업의 마무리 활동으로는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활동이나, 등장인물과 비슷한 주변 인물에게 편지를 써보는 활동이 좋다.
그 림 책 , 수 업 을 바 꾸 다
우리 아이들은 국어 공부가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철저히 아이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수업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아이들에게 샘솟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 반은 날마다 책을 읽고, 연극을 한다. 그리고 토론도 한다. 함께 읽어나간 그림책들이 일기장에 차곡차곡 쌓인다. 수학공부 열심히 한 날에는 ‘숫자 10까지가 나오는 수학동화’가, 재미있게 책을 읽은 날에는 ‘책 속 주인공에게 쓴 편지’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를 읽고 만두를 직접 만들어본 날에는 ‘만두만드는 방법’이 일기장에 담긴다.
아이들의 체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글 쓰고 공부하는 우리 교실은 날마다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의 글과 말이 살아 있는 그림책 수업을 통해 ‘내가 선생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무지하고 용감했던 나를 진짜 ‘선생’이 되게 해준 ‘동화홀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골 학교가 참 좋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 읽기, 글쓰기 지도를 할 수 있게 해준 작은 학교가 참 고맙다. 무엇보다 신나게 놀고, 싸우고, 떠들썩한 사건사고를 만날 만들어내는 우리 반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이래저래 난 참 행복한 선생이다.
학부모 독서토론 교실 _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대부분이 농사를 짓거나 맞벌이인 이곳 학교 부모님들은 하루 일과가 끝나면 아이들과 일일 드라마를 시청한다고 했다. 1학년 아이들이 “동해가 회장 손자래?”라는 대화를 할 때에는 상황을 변화시키기가 참으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아무리 독서교육을 강조해도 집에서 부모님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독서습관을 키워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반 학부모를 중심으로 ‘반딧불이 학부모 독서토론회’를 열었다. 첫 모임에는 세 분의 어머니가 오셨다. 그분들께 『돼지책』을 읽어드렸다. 책 속의 숨은 그림을 찾을 때에는 영락없이 아이들이다. “선생님! 그림책도 참 재미있네요!”,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는데 우리 아들은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선생님! 우리 효은이한테 어떤 책을 읽히면 좋을까요?”, “오메! 나는 형들 책 안 본다고 싹 누구 줘버렸는디, 책도 없는데 어쩐대요?” 그동안 독서교육에 문외한이었던 자신을 탓하는 엄마까지 참으로 다양하고 바람직한 반응들이었다. 2010년 2학기부터 시작된 학부모 독서토론교실은 5~6명의 어머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바쁜 농사철엔 두 분이 오실 때도 있지만 우리들의 독서모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듯이 좋은 책을 꾸준히 읽히기 위해서는 ‘부모인 내가 알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들이 많으신 것 같다. 이러한 열망들을 모아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장님을 모시고 ‘내 아이 독서지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초청강연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