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정보활용 없이 살아갈 수 있나 - ➊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으로서의 정보활용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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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3 22:10 조회 9,438회 댓글 0건본문
‘ 공간’을 뛰어넘자_ 학 교도서관 프로그램
한국의 학교도서관은 그 기능과 역할이 진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 현재 학교도서관은 물리적인 공간을 갖추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젠 그 내용을 갖추고자 진지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학교도서관은 공간이 아닌 그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요한 용어가 바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여러 활동들(OED)’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학교도서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여러 활동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학교도서관 관련 총체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용어가 된다. 학교도서관 전문가들에게 학교도서관이라는 용어가 이미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의미까지 포함한 함축적인 용어일 수 있으나 이용자들에게는 학교도서관이라는 용어가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이상을 상상하거나 기대할 수 없으며 각각의 이용자들의 학교도서관 경험 수준은 서로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서 학교도서관의 이용 경험이 전혀 없는 성인 이용자들이라면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 이상의 상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학교도서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획 및 운영되는 서비스 프로그램의 개념을 강조하여 학교도서관의 인적 물적 자원 활용을 암시한다. 이는 곧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의 필요성으로 그대로 이어져 사서교사의 역량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필자는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학교도서관 현장의 관심을 접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연재를 기획한 것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강조임과 동시에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현장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9월호부터 네 차례 연재되는 필자의 글에서는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필자의 의견과 경험을 나누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연재 첫 번째 순서로 정보활용교육이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배경을 소개하고 정보활용능력과 교육모형을 통한 개념 정의, 그리고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 정보’가 본질이다_ 정 보활용교육 도입 배경
사실 국내 학교도서관계의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논의와 필요성은 미국의 학교도서관계로부터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그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본다면 국내 학교도서관계가 정보활용교육 논의를 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영향을 준 가장 잘 알려진 정보활용교육의 지침서는 1998년도 미국의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인 Information Power1)의 핵심 문서로 여겨지는 정보활용능력기준Informtion Literacy Standards 2)이다. 물론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가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등장한 것은 1998년에 발행된 Information Power가 처음이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정보활용교육이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와 강조의 결과물이 1998년에 개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1960년 이후부터 다양한 정보자원의 활용을 위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사고력 증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꾸준히 논의된 근거가 존재한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산하 미국사서교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School Librarians 주관으로 개발된 1960년도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기준인 ‘Standards for School Library Programs’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초중등 교육 관련 20개의 학회와 미국사서교사협회가 공동으로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도서 및 비도서 자료 센터이며 학습에 있어 중요한 공헌을 하는 기관이라는 점과 사서교사가 교사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다는 점을 승인한 핵심 문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육계가 공동으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과 사서교사의 교육적인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에 업데이트된 1969년 기준 역시 정보활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정보활용능력 개념과 이에 대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읽기능력에 더하여 관찰능력, 듣기능력, 사회적인 소통능력을 강조하였으며 그러한 능력을 함양시키는 학습환경으로서의 학교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했다.
1) AASL & AECT. (1998). Information power: Building partnerships for learning. Chicago, IL: ALA.
2) http://www.ala.org/ala/mgrps/divs/aasl/aaslarchive/pubsarchive/informationpower/ InformationLiteracyStandards_final.pdf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문서는 1985년에 미국의 도서관 관련 대통령정책자문기구인 NCLIS National Commission on Libraries and Information Science에서 발표한 ‘Educating Students to Think(학생들을 사고하도록 교육하기)’이다. 이 문서는 그 당시 학교 교육에 있어 다음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1)우리는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기보다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있다. (2)우리는 학생들에게 고급사고능력을 개발하도록 교육하는 것에 실패하여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 학생들이 적응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3)학생들은 흔히 자신들이 읽은 내용을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만족하며 자기주장을 펼 때도 처음 시도한 즉흥적인 노력에만 머무른다. 정보를 접하여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피상적인 견해 이상을 제시하는 학생들은 드물다. 심지어 조금 나은 견해라 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비판적인 사고력의 흔적을 보기 어렵다.
NCLIS는 이 문서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의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은 학교도서관의 물리적인 장서 수집 및 조직이었고 이러한 장서의 이용에 관련된 도구 이용에 대한 교육이 주를 이루어 왔다면 이제는 정보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교육에 있어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의 지속적 흐름과 노력의 결과물로서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1998년의 정보활용능력기준이 발표됐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학교도서관계와 교육계 그리고 연방정부의 정책기구 모두 정보활용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하고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역할을 학교도서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정보활용교육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현재 정보활용교육은 그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있어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예를 들어, 장서관리와 도서관이용교육 등)에 비해 어떠한가? 정보활용교육은 사서교사들로부터 우선순위가 부여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정진수 미출판 원고). 이는 우리의 학교도서관 현장이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학교도서관이 정보활용능력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공감대 또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활용교육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주요한 부분으로 다루려면 먼저 학교도서관계가 정보활용교육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교육계의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도서관 교육프로그램이 학교도서관의 장서와 정보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적 지식 교육 이상의 것으로 ‘정보’라는 본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핵심이라는 인식과 공감대 말이다.
‘ 활용’은 능력이다_ 정 보활용능력이란?
정보활용능력은 영문용어인 ‘information literacy’의 우리말 표현이며 국내에서는 정보활용, 정보소양, 정보문해, 정보리터러시 등 여러 유사한 용어를 쓰고 있다. Information literacy라는 말은 1974년 미국 정보산업협회Information Industry Association 회장 Paul Zurkowski가 미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기록되어 있다. 그 보고서에서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정보원을 업무에 적용하도록 훈련된 사람”이라고 하였으며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일차 정보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보도구를 활용하는 테크닉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그러한 개념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에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기 때문에 미국의 학교도서관계는 어렵지 않게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여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였다. 특히 교육 목적을 가지고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모형의 예로서 앞서 언급한 1998년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수록된 정보활용능력기준Information Literacy Standards이 있다.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정보활용의 핵심 개념은 크게 ‘정보 접근, 정보 평가, 정보 이용’의 세 가지이며 각각은 다음의 하위 능력을 포함한다.
요약하자면, 정보 접근은 정보요구 인식, 정보와 정보원에 대한 소재 파악와 검색 능력에 관한 것이고, 정보 평가는 정보의 질, 양, 관점에 따른 적절한 평가 능력에 관한 것이며, 정보 이용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실제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현명하게 영위하기 위해 늘 해야 하는, 꼭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교육용 모형으로 문헌정보학자 Michael Eisenberg와 사서교사 Robert Berkowitz가 개발하여 보급한 Big6TM(www.big6.com)이 있다. 이 모형은 정보활용능력을 단계별로 여섯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단계 아래 두 가지씩의 세부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간략하고 명확한 단계별 모형이기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학교도서관 현장보다 독서논술 사교육계에 먼저 도입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섯 단계의 정보활용능력을 제시하고 이를 다시 12개의 세부 단계로 편성한 것에서 연령 및 수준별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 접근
1.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에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1.1 정보 요구를 인식한다.
1.2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는 현명한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
1.3 정보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구성할 수 있다.
1.4 다양한 잠재적 정보원들을 알고 있다.
1.5 정보검색을 위해 성공적인 방법들을 알고 이용할 수 있다.
정보 평가
2.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를 비판적이며 유능하게 평가할 수 있다.
2.1 정보의 정확성, 관련성, 포괄성을 결정할 수 있다.
2.2 사실, 관점, 의견을 구분할 수 있다.
2.3 부정확하며 사실을 오도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2.4 당면한 문제를 위해 적절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정보 이용
3.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를 정확하고 창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3.1 실제 적용을 위해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
3.2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
3.3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을 위해 정보를 적용할 수 있다.
3.4 정보와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이를 소통할 수 있다.
과제정의
1.1 정보문제 정의 1.2 정보요구확인
정보추구전략
2.1 가능한 모든 정보원 결정 2.2 가장 좋은 정보원 선정
소재와 접근
3.1 정보원 소재파악 3.2 정보원 내 정보 검색
정보이용
4.1 정보습득 (읽기, 보기, 듣기 등) 4.2 정보추출
종합
5.1 다수의 정보원으로부터 정리 5.2 정보제시
평가
6.1 결과물평가 (효과성) 6.2 과정평가 (효율성)
또한 Big6TM의 개발자인 Eisenberg와 Berkowitz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용으로 간략판인 Super 3 모형(www.big6.com)을 개발했다.
1. 계획하기
할 일이 무엇인가? 할 일을 멋지게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배운 내용이 결과에 보여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계획한 일 하기
할 일을 하기 위해 알아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이용해서 알아볼 것인가? 할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3. 다시 살펴보기
할 일이 끝났는가? 계획한 대로 모두 하였는가? 할 일을 제대로 잘했다고 느끼는가? 제출하기 전에 더 할 일은 없는가?
‘ 바탕’이 중요하다_ 정 보활용교육의 필요성
필자가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다. 초중등학교 시절 정보활용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들은 전공 공부를 위해 간단한 보고서 작성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여긴다. 예를 들면, 이러한 학생들은 인터넷 포털 지식인 검색은 잘하지만 정작 대학도서관 학술정보원의 주제별 종류 파악 및 검색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대학원 석사 논문을 쓰기까지 대학도서관의 학술정보원에 대해 무지했던 관계로 읽고 싶은 전공논문을 모두 포털 검색을 통해 구매한 학생이 있었더라는 한 대학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 또한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보고서 표절에 대한 경고를 듣기는 하지만 표절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교육받지 못해 역시 잘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 학업수행능력은 정보활용능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 간과되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전문직업인으로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이 요구되며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결정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만 들자면, 유권자로서 선거권을 행사할 때, 소비자로서 현명한 쇼핑을 할 때, 또한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탁월한 업무수행을 할 때 등에도 역시 정보활용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보활용교육은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그 주체가 되어 초중등학교에서부터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은 교과서를 넘어서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며 사서교사야말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전문가이다.
우리는 더 이상 도서관만이 모든 고급 정보를 소장하고 있어 도서관 이용교육만으로도 그 시대의 정보활용교육이 이뤄졌던 인쇄물 중심의 산업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양과 질, 그리고 종류와 형식이 산업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는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과거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방식 그대로 가르칠 수 없다. 초중등학교의 교육과 대학 교육, 그리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모두 연계성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그 연계의 고리는 학교도서관의 정보활용교육 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교사는 물론, 학교 교육을 위한 학습공동체에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알리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바로 정보활용교육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야말로 정보활용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최적의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그러한 학습환경의 조건과 설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국의 학교도서관은 그 기능과 역할이 진화하는 과정 속에 있다. 현재 학교도서관은 물리적인 공간을 갖추는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젠 그 내용을 갖추고자 진지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점에서 학교도서관은 공간이 아닌 그 기능과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요한 용어가 바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여러 활동들(OED)’이라는 의미를 가지므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라고 한다면 학교도서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된 여러 활동들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학교도서관 관련 총체적인 활동을 표현하는 용어가 된다. 학교도서관 전문가들에게 학교도서관이라는 용어가 이미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의미까지 포함한 함축적인 용어일 수 있으나 이용자들에게는 학교도서관이라는 용어가 그렇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 이상을 상상하거나 기대할 수 없으며 각각의 이용자들의 학교도서관 경험 수준은 서로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서 학교도서관의 이용 경험이 전혀 없는 성인 이용자들이라면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 이상의 상상은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는 학교도서관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획 및 운영되는 서비스 프로그램의 개념을 강조하여 학교도서관의 인적 물적 자원 활용을 암시한다. 이는 곧 학교도서관 전문 인력의 필요성으로 그대로 이어져 사서교사의 역량을 강조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하나로서 필자는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학교도서관 현장의 관심을 접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저널>에서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연재를 기획한 것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강조임과 동시에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현장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9월호부터 네 차례 연재되는 필자의 글에서는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필자의 의견과 경험을 나누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는 연재 첫 번째 순서로 정보활용교육이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으로 도입된 배경을 소개하고 정보활용능력과 교육모형을 통한 개념 정의, 그리고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겠다.
‘ 정보’가 본질이다_ 정 보활용교육 도입 배경
사실 국내 학교도서관계의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논의와 필요성은 미국의 학교도서관계로부터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그 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살펴본다면 국내 학교도서관계가 정보활용교육 논의를 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도 영향을 준 가장 잘 알려진 정보활용교육의 지침서는 1998년도 미국의 학교도서관 가이드라인인 Information Power1)의 핵심 문서로 여겨지는 정보활용능력기준Informtion Literacy Standards 2)이다. 물론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가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등장한 것은 1998년에 발행된 Information Power가 처음이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정보활용교육이라는 개념에 대한 논의와 강조의 결과물이 1998년에 개발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1960년 이후부터 다양한 정보자원의 활용을 위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와 사고력 증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이 꾸준히 논의된 근거가 존재한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산하 미국사서교사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School Librarians 주관으로 개발된 1960년도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기준인 ‘Standards for School Library Programs’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초중등 교육 관련 20개의 학회와 미국사서교사협회가 공동으로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도서 및 비도서 자료 센터이며 학습에 있어 중요한 공헌을 하는 기관이라는 점과 사서교사가 교사로서의 적극적인 역할이 있다는 점을 승인한 핵심 문서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교육계가 공동으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과 사서교사의 교육적인 역할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에 업데이트된 1969년 기준 역시 정보활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정보활용능력 개념과 이에 대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학생들의 읽기능력에 더하여 관찰능력, 듣기능력, 사회적인 소통능력을 강조하였으며 그러한 능력을 함양시키는 학습환경으로서의 학교도서관과 학교도서관 교육프로그램 개발을 강조했다.
1) AASL & AECT. (1998). Information power: Building partnerships for learning. Chicago, IL: ALA.
2) http://www.ala.org/ala/mgrps/divs/aasl/aaslarchive/pubsarchive/informationpower/ InformationLiteracyStandards_final.pdf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문서는 1985년에 미국의 도서관 관련 대통령정책자문기구인 NCLIS National Commission on Libraries and Information Science에서 발표한 ‘Educating Students to Think(학생들을 사고하도록 교육하기)’이다. 이 문서는 그 당시 학교 교육에 있어 다음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1)우리는 학생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기보다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를 가르치고 있다. (2)우리는 학생들에게 고급사고능력을 개발하도록 교육하는 것에 실패하여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 학생들이 적응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3)학생들은 흔히 자신들이 읽은 내용을 단순하고 즉흥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만족하며 자기주장을 펼 때도 처음 시도한 즉흥적인 노력에만 머무른다. 정보를 접하여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에 대해 피상적인 견해 이상을 제시하는 학생들은 드물다. 심지어 조금 나은 견해라 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비판적인 사고력의 흔적을 보기 어렵다.
NCLIS는 이 문서에서 제기된 문제점에 대처하기 위해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의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은 학교도서관의 물리적인 장서 수집 및 조직이었고 이러한 장서의 이용에 관련된 도구 이용에 대한 교육이 주를 이루어 왔다면 이제는 정보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교육에 있어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의 지속적 흐름과 노력의 결과물로서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1998년의 정보활용능력기준이 발표됐던 것이다. 이와 같이 학교도서관계와 교육계 그리고 연방정부의 정책기구 모두 정보활용능력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하고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역할을 학교도서관이 담당해야 한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정보활용교육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현재 정보활용교육은 그 중요도와 우선순위에 있어 통상적으로 행해지는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예를 들어, 장서관리와 도서관이용교육 등)에 비해 어떠한가? 정보활용교육은 사서교사들로부터 우선순위가 부여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정진수 미출판 원고). 이는 우리의 학교도서관 현장이 정보활용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학교도서관이 정보활용능력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공감대 또한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정보활용교육을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주요한 부분으로 다루려면 먼저 학교도서관계가 정보활용교육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교육계의 공감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도서관 교육프로그램이 학교도서관의 장서와 정보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도구’적 지식 교육 이상의 것으로 ‘정보’라는 본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핵심이라는 인식과 공감대 말이다.
‘ 활용’은 능력이다_ 정 보활용능력이란?
정보활용능력은 영문용어인 ‘information literacy’의 우리말 표현이며 국내에서는 정보활용, 정보소양, 정보문해, 정보리터러시 등 여러 유사한 용어를 쓰고 있다. Information literacy라는 말은 1974년 미국 정보산업협회Information Industry Association 회장 Paul Zurkowski가 미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기록되어 있다. 그 보고서에서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정보원을 업무에 적용하도록 훈련된 사람”이라고 하였으며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일차 정보원을 비롯하여 다양한 정보도구를 활용하는 테크닉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보활용능력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 이전부터 그러한 개념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에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어 왔기 때문에 미국의 학교도서관계는 어렵지 않게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여 다양한 모형을 개발하였다. 특히 교육 목적을 가지고 이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모형의 예로서 앞서 언급한 1998년 전미학교도서관프로그램 가이드라인에 수록된 정보활용능력기준Information Literacy Standards이 있다.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정보활용의 핵심 개념은 크게 ‘정보 접근, 정보 평가, 정보 이용’의 세 가지이며 각각은 다음의 하위 능력을 포함한다.
요약하자면, 정보 접근은 정보요구 인식, 정보와 정보원에 대한 소재 파악와 검색 능력에 관한 것이고, 정보 평가는 정보의 질, 양, 관점에 따른 적절한 평가 능력에 관한 것이며, 정보 이용은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실제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현명하게 영위하기 위해 늘 해야 하는, 꼭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교육용 모형으로 문헌정보학자 Michael Eisenberg와 사서교사 Robert Berkowitz가 개발하여 보급한 Big6TM(www.big6.com)이 있다. 이 모형은 정보활용능력을 단계별로 여섯 가지로 나누고 각각의 단계 아래 두 가지씩의 세부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간략하고 명확한 단계별 모형이기 때문인지 국내에서는 학교도서관 현장보다 독서논술 사교육계에 먼저 도입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여섯 단계의 정보활용능력을 제시하고 이를 다시 12개의 세부 단계로 편성한 것에서 연령 및 수준별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 접근
1.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에 효과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1.1 정보 요구를 인식한다.
1.2 정확하고 포괄적인 정보는 현명한 의사결정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다.
1.3 정보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질문을 구성할 수 있다.
1.4 다양한 잠재적 정보원들을 알고 있다.
1.5 정보검색을 위해 성공적인 방법들을 알고 이용할 수 있다.
정보 평가
2.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를 비판적이며 유능하게 평가할 수 있다.
2.1 정보의 정확성, 관련성, 포괄성을 결정할 수 있다.
2.2 사실, 관점, 의견을 구분할 수 있다.
2.3 부정확하며 사실을 오도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2.4 당면한 문제를 위해 적절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다.
정보 이용
3. (정보활용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정보를 정확하고 창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3.1 실제 적용을 위해 정보를 정리할 수 있다.
3.2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
3.3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을 위해 정보를 적용할 수 있다.
3.4 정보와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이를 소통할 수 있다.
과제정의
1.1 정보문제 정의 1.2 정보요구확인
정보추구전략
2.1 가능한 모든 정보원 결정 2.2 가장 좋은 정보원 선정
소재와 접근
3.1 정보원 소재파악 3.2 정보원 내 정보 검색
정보이용
4.1 정보습득 (읽기, 보기, 듣기 등) 4.2 정보추출
종합
5.1 다수의 정보원으로부터 정리 5.2 정보제시
평가
6.1 결과물평가 (효과성) 6.2 과정평가 (효율성)
또한 Big6TM의 개발자인 Eisenberg와 Berkowitz는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용으로 간략판인 Super 3 모형(www.big6.com)을 개발했다.
1. 계획하기
할 일이 무엇인가? 할 일을 멋지게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까? 배운 내용이 결과에 보여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 계획한 일 하기
할 일을 하기 위해 알아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이용해서 알아볼 것인가? 할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3. 다시 살펴보기
할 일이 끝났는가? 계획한 대로 모두 하였는가? 할 일을 제대로 잘했다고 느끼는가? 제출하기 전에 더 할 일은 없는가?
‘ 바탕’이 중요하다_ 정 보활용교육의 필요성
필자가 정보활용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에피소드가 몇 가지 있다. 초중등학교 시절 정보활용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 신입생들은 전공 공부를 위해 간단한 보고서 작성하는 것도 매우 어렵게 여긴다. 예를 들면, 이러한 학생들은 인터넷 포털 지식인 검색은 잘하지만 정작 대학도서관 학술정보원의 주제별 종류 파악 및 검색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대학원 석사 논문을 쓰기까지 대학도서관의 학술정보원에 대해 무지했던 관계로 읽고 싶은 전공논문을 모두 포털 검색을 통해 구매한 학생이 있었더라는 한 대학도서관 사서의 이야기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 또한 학생들은 교수로부터 보고서 표절에 대한 경고를 듣기는 하지만 표절을 어떻게 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교육받지 못해 역시 잘 알지 못한다. 대학에서 학업수행능력은 정보활용능력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 간과되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전문직업인으로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이 요구되며 그것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현명한 결정을 하며 살아갈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몇 가지만 들자면, 유권자로서 선거권을 행사할 때, 소비자로서 현명한 쇼핑을 할 때, 또한 직업인으로서 요구되는 탁월한 업무수행을 할 때 등에도 역시 정보활용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정보활용교육은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 그 주체가 되어 초중등학교에서부터 필수적으로 다뤄야 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은 교과서를 넘어서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며 사서교사야말로 그러한 정보에 대한 전문가이다.
우리는 더 이상 도서관만이 모든 고급 정보를 소장하고 있어 도서관 이용교육만으로도 그 시대의 정보활용교육이 이뤄졌던 인쇄물 중심의 산업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오늘날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양과 질, 그리고 종류와 형식이 산업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는 지식정보화사회에서 과거 산업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방식 그대로 가르칠 수 없다. 초중등학교의 교육과 대학 교육, 그리고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모두 연계성을 가지고 이뤄져야 한다. 그 연계의 고리는 학교도서관의 정보활용교육 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는 사서교사는 물론, 학교 교육을 위한 학습공동체에서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알리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바로 정보활용교육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학교도서관 프로그램이야말로 정보활용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최적의 학습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그러한 학습환경의 조건과 설계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