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머리는 구름 위에, 발은 땅에 - 책으로 여는 미래_ 진로·직업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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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3 22:04 조회 8,033회 댓글 0건본문
아이들이 꿈을 찾아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발은 땅에 두어라!” 진로와 직업 그리고 미래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학생들에게 꼭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사서교사의 길에 들어선 이후 내가 맡은 수업은 모두 재량수업이었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무조건 책과 연관시켜서 수업을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책과 도서관으로 이끌어야 하는 본연의 임무에도 즐겁게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
작년에 처음으로 남고에 발령을 받았다. 6년여 동안 앳된 여중생들과 아기자기하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남고생을 대하려니 얼마나 어색했던지…. 거기에 더하여 ‘진로와 직업’ 교과재량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진로와 독서에 대해 남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독서 성향이 대체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직업이나 학문 분야에 대해 아주 깊이 파고드는 것을 보면서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불끈 솟아나는 걸 느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처음으로 담당한 진로와 직업이란 주제의 수업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고 밤새 준비하고 그러면서 맘고생, 몸고생이 많았다. 더구나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놓고 여유 부리는 학생들을 간간이 볼 때면,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자신의 꿈을 위한 도약의 발걸음을 내 수업과 함께한 아이들을 기억할 때,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된다.
내가 수업을 통해 만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는 약속이 있다면,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찾고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책을 스스럼없이 읽으면서 꿈과 직업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도와주는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런 다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신선놀음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아이들을 내 뜻대로 이끌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원하는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재정적인 지원과 심리적인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업 진행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기관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많다.
개구쟁이들, 다양한 직업과 진로에 대한 관심 급상승!
3월이면 모두가 그렇듯 도서관 이용교육을 실시한다. 그 수업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은 이 수업이 진로와 직업 수업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도서관으로 오라는 말에 책 읽는 시간이려니 어림짐작했는지 필기도구 하나 없이 도서관에 들어서서 수업 종이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서가 사이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폼이 꼭 눈에 띄는 만화책이 어디 있는지 살피는 개구쟁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을 팍팍 심어준다. 그러나 100여 장의 직업&직능 분류카드를 하나씩 읽어보며 좋아하는 직업과 싫어하는 직업 그리고 그 이유를 분석하다보면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와 직업에 대해 고심하며 한 시간을 훌쩍 보내버린다. 진로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몇몇 아이들은 관련 기관이나 센터의 홈페이지를 서핑하며 새로 알게 된 정보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바다에 풍덩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시간부터 약 여섯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수업은 『열네살의 인턴십』(마리 오드 뮈라이유, 바람의아이들)이란 책을 다 함께 읽으며 직업체험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주인공 루이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인턴십’ 제도가 어떠한 영향력을 갖는지, ‘직업’을 선택할 때 가치를 두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로에 대한 일반적인 책들이 많이 있지만, 40여 명에 달하는 남학생들을 아주 집중적으로 독서삼매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책읽기를 아주 싫어한다는 한 녀석이 어느 날 나에게 “선생님, 이 책은 진짜 재밌어요. 다 읽었어요.” 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던지기도 했으니 이와 같은 주제로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읽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개인적인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후에는 약 4~5개의 직업군을 설정하고 관련 영상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물론 이때 설정할 직업군은 사전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후 결정한다. 내가 맡은 3개 반에서는 ‘의료진’, ‘교사’, ‘경영CEO’ 그리고 ‘법조인’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수업방법을 정해 보았다. 먼저 의료진의 경우 ‘오르비스 안과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직업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특정 진료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뉴스기사를 찾아 읽고 비교하도록 하여, 어떤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임해야 하는지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어떤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임해야 할까
두 번째로 교사의 경우 나 자신이 교사이므로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꿈의 여정을 밟아왔고 학년별 혹은 학교 급별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작하여 보여주었다. 공개하기에는 다소 부끄러운 면도 있었으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모습이 전해졌는지 아이들도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슬럼프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온 「쿵푸영어교사」 동영상을 시청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심리적으로 또한 신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수반되었는지 적도록 했다. 아울러 교사로서의 경험담이나 교육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을 여러 권 소개하고 더 깊이 알아볼 학생들이 그 책을 집어들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했다. 그후 영상 편집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보고 이 책을 소개하며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껴보도록 했다.
세 번째로 경영CEO의 경우 마침 인천고등학교 동문 중에 『세계를 마케팅하라』는 책을 쓴 이봉구 회장이 계셔서 이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경영 분야와 CEO 관련 책을 읽도록 하였다. 그후 이봉구 회장을 초청하여 학생들이 책 속에서 만난 저자와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이 시간을 통해 남하영 학생(현재 2학년)은 “1학년 2학기부터 경제경영 분야로 진로가 바뀌었는데, 『세계를 마케팅하라』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동문 선배님의 강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경영과 마케팅 그리고 CEO의 조건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에게 관련 분야의 도서로 추천한 책은 『삼국지 경영학』(최우석, 을유문화사), 『MT 경영학』(이동진, 장서가), 『빵굽는 CEO』(김영모, 김영사), 『세계를 마케팅하라』(이봉구, 아름다운사람들) 등이다.
네 번째로 법조인의 경우, 먼저 박원순 변호사의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를 함께 읽고, 당시의 재판이 오늘날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어떤 판결이 났을 것인지에 대해 모둠별 토론활동을 실시한 후 발표 시간을 가졌다. 법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삶을 먼저 비교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다음의 책 중 희망하는 책을 골라서 읽고 독후활동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존 그리샴의 『시어도어 분』(소설 속에 등장하는 법정 공방의 개요를 파악하고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에 대한 뒷이야기 쓰기), 금태섭의 『디케의 눈』(변론의 방식을 파악하고 ‘죄를 지은 사람을 왜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기), 성혜미의 『법에도 마음이 있다』(법이라는 차가움 속에 인정이란 따뜻함이 아이러니하게 조화될 수 있는 최선의 판결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마지막으로는 신생, 이색 직업이나 아무도 몰랐던 기이한 직업에 대해 직접 조사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그동안 진로와 직업을 탐색하며 진행된 수업의 중간 점검 기간이자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색 직업에 대한 조사와 발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생활 속에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도 장인정신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흥미를 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이렇게 직업탐색검사, 인턴십에 대한 이해활동, 5개 분야의 직업관련 탐색수업이 끝나면 어느덧 한 학기도 지나간다.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진로희망이 변동되는지 잘 생각하고 오도록 한 후 2학기가 되면 진로희망을 다시 조사한다. 대체로 약 30%의 학생들이 관심 분야나 직종이 바뀌고, 30%의 학생들이 아직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곤 하지만, 일단 한번쯤 생각해 본 직업이라도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도록 유도한다.
먼저 학교도서관 소장 자료 중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알 수 있는 책을 조사하도록 한다. 가능하면 직업인이 직접 쓴 소설이나 수필을 권장하지만, 직업 분야에 따라 이런 장르를 찾기 힘들다면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차적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도서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렇게 책을 탐색하고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나온 직업별 도서목록은 학교예산이나 외부예산을 이용하여 학생 일인당 한두 권씩 책을 손에 쥐고 여유롭게 수업기간 내내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물론 이 단계가 쉽지만은 않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인식이 강한 학교에서 전체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위한 책이라면 직접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꿈을 찾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많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정서적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설득하고 또 설득한다. 그리고 결국 동의를 얻는다.
작년에는 이렇게 조사한 후 일괄 구입하는 형태로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마침 학교 인근에 대형서점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곳을 적극 활용해보려고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차 조사를 마친 후 선정한 책으로 진로탐색활동을 실시하고, 대형서점에 직접 방문하여 보다 다양하고 따끈따끈한 책을 사서 읽고 독후활동을 하며 직업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게 할 생각이다. 벌써 내가 맡은 반을 블록타임제로 시간표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해두었으니 이번 2학기에는 꼭 실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여하튼 이렇게 자신이 직접 고른 책을 읽는 데 평균 서너 시간이 걸린다. 읽는 속도가 좀 빠른 아이들은 두 시간 만에 다 읽기도 하지만, 전체 학생들의 속도를 맞추고자 빨리 읽은 학생들은 해당 분야나 직업관련 도서를 하나 더 읽거나 관
련된 영상물이나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고 독후작품에 내용을 추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급 전체의 독서활동이 마무리되면 <꿈을 찾는 독서신문>을 제작하도록 한다. 이 신문은 ‘책에 대한 소개와 감상, 직업과 관련하여 소개하고 싶은 항목 두 가지, 다른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직업관련 정보 한 가지, 현재의 직업인이나 과거의 해당 직업인에 대한 정보 한 가지, 추천할 만한 다른 자료목록, 제작 후기 그리고 10년 후 나의 명함’ 등으로 구성된다. 독서신문 제작이 다소 진부해보일지 모르지만, 직업탐색이란 수업에서는 가장 적합한 활동인 것 같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영상신문을 제작해보는 것이 소박한(?) 꿈이다.
“머리는 구름 위에 두고, 발은 땅에 두어라!” 진로와 직업 그리고 미래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학생들에게 꼭 이 말을 빼놓지 않는다. 사서교사의 길에 들어선 이후 내가 맡은 수업은 모두 재량수업이었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무조건 책과 연관시켜서 수업을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책과 도서관으로 이끌어야 하는 본연의 임무에도 즐겁게 충실할 수 있는 것 같다.
작년에 처음으로 남고에 발령을 받았다. 6년여 동안 앳된 여중생들과 아기자기하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남고생을 대하려니 얼마나 어색했던지…. 거기에 더하여 ‘진로와 직업’ 교과재량 수업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진로와 독서에 대해 남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독서 성향이 대체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직업이나 학문 분야에 대해 아주 깊이 파고드는 것을 보면서 뭔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불끈 솟아나는 걸 느꼈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면 처음으로 담당한 진로와 직업이란 주제의 수업을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하고 밤새 준비하고 그러면서 맘고생, 몸고생이 많았다. 더구나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놓고 여유 부리는 학생들을 간간이 볼 때면, 모든 의욕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자신의 꿈을 위한 도약의 발걸음을 내 수업과 함께한 아이들을 기억할 때, 다시 일어날 힘을 얻게 된다.
내가 수업을 통해 만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는 약속이 있다면, 가능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찾고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책을 스스럼없이 읽으면서 꿈과 직업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도와주는 교사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런 다짐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신선놀음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아이들을 내 뜻대로 이끌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원하는 방식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학교 측의 재정적인 지원과 심리적인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업 진행을 위해 끊임없이 외부 기관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많다.
개구쟁이들, 다양한 직업과 진로에 대한 관심 급상승!
3월이면 모두가 그렇듯 도서관 이용교육을 실시한다. 그 수업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은 이 수업이 진로와 직업 수업이란 것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도서관으로 오라는 말에 책 읽는 시간이려니 어림짐작했는지 필기도구 하나 없이 도서관에 들어서서 수업 종이 울리는 것도 잊은 채 서가 사이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폼이 꼭 눈에 띄는 만화책이 어디 있는지 살피는 개구쟁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느낌을 팍팍 심어준다. 그러나 100여 장의 직업&직능 분류카드를 하나씩 읽어보며 좋아하는 직업과 싫어하는 직업 그리고 그 이유를 분석하다보면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와 직업에 대해 고심하며 한 시간을 훌쩍 보내버린다. 진로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몇몇 아이들은 관련 기관이나 센터의 홈페이지를 서핑하며 새로 알게 된 정보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 바다에 풍덩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두 번째 시간부터 약 여섯 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수업은 『열네살의 인턴십』(마리 오드 뮈라이유, 바람의아이들)이란 책을 다 함께 읽으며 직업체험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주인공 루이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인턴십’ 제도가 어떠한 영향력을 갖는지, ‘직업’을 선택할 때 가치를 두어야 할 요소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진로에 대한 일반적인 책들이 많이 있지만, 40여 명에 달하는 남학생들을 아주 집중적으로 독서삼매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평소에 책읽기를 아주 싫어한다는 한 녀석이 어느 날 나에게 “선생님, 이 책은 진짜 재밌어요. 다 읽었어요.” 하면서 어색한 미소를 던지기도 했으니 이와 같은 주제로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읽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물론 개인적인 견해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후에는 약 4~5개의 직업군을 설정하고 관련 영상을 시청하거나 인터넷 자료를 찾아보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물론 이때 설정할 직업군은 사전에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후 결정한다. 내가 맡은 3개 반에서는 ‘의료진’, ‘교사’, ‘경영CEO’ 그리고 ‘법조인’이 가장 많았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수업방법을 정해 보았다. 먼저 의료진의 경우 ‘오르비스 안과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며 직업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특정 진료과목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뉴스기사를 찾아 읽고 비교하도록 하여, 어떤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임해야 하는지 마음 깊이 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어떤 마음으로 직업을 선택하고 그 직업에 임해야 할까
두 번째로 교사의 경우 나 자신이 교사이므로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떤 꿈의 여정을 밟아왔고 학년별 혹은 학교 급별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지 파워포인트 자료를 제작하여 보여주었다. 공개하기에는 다소 부끄러운 면도 있었으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진실한 모습이 전해졌는지 아이들도 그 과정에서 겪는 고민과 슬럼프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유튜브에 올라온 「쿵푸영어교사」 동영상을 시청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심리적으로 또한 신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수반되었는지 적도록 했다. 아울러 교사로서의 경험담이나 교육관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을 여러 권 소개하고 더 깊이 알아볼 학생들이 그 책을 집어들 수 있도록 동기를 유발했다. 그후 영상 편집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보고 이 책을 소개하며 사제지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껴보도록 했다.
세 번째로 경영CEO의 경우 마침 인천고등학교 동문 중에 『세계를 마케팅하라』는 책을 쓴 이봉구 회장이 계셔서 이 책을 비롯하여 다양한 경영 분야와 CEO 관련 책을 읽도록 하였다. 그후 이봉구 회장을 초청하여 학생들이 책 속에서 만난 저자와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였다. 이 시간을 통해 남하영 학생(현재 2학년)은 “1학년 2학기부터 경제경영 분야로 진로가 바뀌었는데, 『세계를 마케팅하라』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동문 선배님의 강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경영과 마케팅 그리고 CEO의 조건 등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에게 관련 분야의 도서로 추천한 책은 『삼국지 경영학』(최우석, 을유문화사), 『MT 경영학』(이동진, 장서가), 『빵굽는 CEO』(김영모, 김영사), 『세계를 마케팅하라』(이봉구, 아름다운사람들) 등이다.
네 번째로 법조인의 경우, 먼저 박원순 변호사의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를 함께 읽고, 당시의 재판이 오늘날 유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어떤 판결이 났을 것인지에 대해 모둠별 토론활동을 실시한 후 발표 시간을 가졌다. 법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삶을 먼저 비교해보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에는 다음의 책 중 희망하는 책을 골라서 읽고 독후활동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존 그리샴의 『시어도어 분』(소설 속에 등장하는 법정 공방의 개요를 파악하고 판결이 어떻게 날 것인지에 대한 뒷이야기 쓰기), 금태섭의 『디케의 눈』(변론의 방식을 파악하고 ‘죄를 지은 사람을 왜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해 토론하기), 성혜미의 『법에도 마음이 있다』(법이라는 차가움 속에 인정이란 따뜻함이 아이러니하게 조화될 수 있는 최선의 판결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마지막으로는 신생, 이색 직업이나 아무도 몰랐던 기이한 직업에 대해 직접 조사하여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그동안 진로와 직업을 탐색하며 진행된 수업의 중간 점검 기간이자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색 직업에 대한 조사와 발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생활 속에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도 장인정신으로 ‘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다양한 직업에 대한 흥미를 더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 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이렇게 직업탐색검사, 인턴십에 대한 이해활동, 5개 분야의 직업관련 탐색수업이 끝나면 어느덧 한 학기도 지나간다.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진로희망이 변동되는지 잘 생각하고 오도록 한 후 2학기가 되면 진로희망을 다시 조사한다. 대체로 약 30%의 학생들이 관심 분야나 직종이 바뀌고, 30%의 학생들이 아직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곤 하지만, 일단 한번쯤 생각해 본 직업이라도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도록 유도한다.
먼저 학교도서관 소장 자료 중 자신의 직업과 관련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알 수 있는 책을 조사하도록 한다. 가능하면 직업인이 직접 쓴 소설이나 수필을 권장하지만, 직업 분야에 따라 이런 장르를 찾기 힘들다면 실용서나 자기계발서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차적으로 인터넷을 서핑하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도서를 조사하도록 했다. 이렇게 책을 탐색하고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나온 직업별 도서목록은 학교예산이나 외부예산을 이용하여 학생 일인당 한두 권씩 책을 손에 쥐고 여유롭게 수업기간 내내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물론 이 단계가 쉽지만은 않다. ‘수익자 부담’이라는 인식이 강한 학교에서 전체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위한 책이라면 직접 사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교도서관이 학생들의 꿈을 찾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많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정서적 풍요로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설득하고 또 설득한다. 그리고 결국 동의를 얻는다.
작년에는 이렇게 조사한 후 일괄 구입하는 형태로 진행했는데 올해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마침 학교 인근에 대형서점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곳을 적극 활용해보려고 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차 조사를 마친 후 선정한 책으로 진로탐색활동을 실시하고, 대형서점에 직접 방문하여 보다 다양하고 따끈따끈한 책을 사서 읽고 독후활동을 하며 직업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하게 할 생각이다. 벌써 내가 맡은 반을 블록타임제로 시간표를 배정해달라고 요청해두었으니 이번 2학기에는 꼭 실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여하튼 이렇게 자신이 직접 고른 책을 읽는 데 평균 서너 시간이 걸린다. 읽는 속도가 좀 빠른 아이들은 두 시간 만에 다 읽기도 하지만, 전체 학생들의 속도를 맞추고자 빨리 읽은 학생들은 해당 분야나 직업관련 도서를 하나 더 읽거나 관
련된 영상물이나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고 독후작품에 내용을 추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급 전체의 독서활동이 마무리되면 <꿈을 찾는 독서신문>을 제작하도록 한다. 이 신문은 ‘책에 대한 소개와 감상, 직업과 관련하여 소개하고 싶은 항목 두 가지, 다른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직업관련 정보 한 가지, 현재의 직업인이나 과거의 해당 직업인에 대한 정보 한 가지, 추천할 만한 다른 자료목록, 제작 후기 그리고 10년 후 나의 명함’ 등으로 구성된다. 독서신문 제작이 다소 진부해보일지 모르지만, 직업탐색이란 수업에서는 가장 적합한 활동인 것 같다.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영상신문을 제작해보는 것이 소박한(?)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