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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2 14:10 조회 6,208회 댓글 0건본문
얼마 전에 서울 근교에 있는 다문화 관련 단체들을 몇 군데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이른바 ‘다문화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을 위한 공부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공부방의 문을 열고 처음 들어서면서부터 약간의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예전에 내가 방문했던 ‘한국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들에 비교해보면 시설이 꽤 좋은 것이 아닌가! 건물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제법 넓은 한 층 전부를 다 쓰고 있었고 방도 여러 개로 잘 나눠져 있었으며, 언뜻 봐도 인테리어와 가구가 제법 괜찮았다. 와, 이 정도면 시설 좋은 사설 학원 수준이겠구나. 그리 멀지 않은 근처에 있는 한국 아이들을 위한 일반 공부방보다 시설이 더 낫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그 동네에는 일반 공부방만 있었고, 그래서 다문화 아이들이건 한국 아이들이건 간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공부방에 모여서 공부하고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개념 없는’ 어느 단체가 다문화 공부방을 따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아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 지역의 ‘개념 있는’ 단체들은 극구 말렸지만, 후원을 잘 받았는지 일이 척척 추진되어서 새로 개설을 했고, 그 후부터 다문화 아이들은 신설 공부방으로 가고 한국 아이들은 기존 공부방에 남는 모양이 되었단다. 이런 세상에, 어른들이 한 일이란 게 잘 어울려 놀던 아이들을 구별하고 따로 떼어 놓는 것이라니!
이런 개념 없는 어른들 같으니라고…
비슷한 예가 또 있다. 현재 전국에는 다문화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들이 설립되어 있다. 기존에 건강가정지원센터들이 각 지역에 설립되어 있는데 왜 굳이 따로 만들었을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경우도 있고 아예 같은 건물에 있는 경우도 있던데, 완전히 다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 과장해서 얘기해보자면, 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갈 때 바로 옆집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 이주민이냐 선주민(한국인)이냐에 따라서 각자 다른 기관에 간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앞으로 두 기관이 통합된다니 좀 나아지려나. 어느 지역에 가면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관이 있고 바로 옆에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관이 있다. 역시 빗대서 얘기해보면, 같은 공장에서 같이 열심히 일하는 친한 동료인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역시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각자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셈이다.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각 기관별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항변할지는 몰라도, 이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꼭 이주민만 이용하는 기관에서 운영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사회에 다문화 열풍이 불기 전인 90년대 중반부터 다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공부해왔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수자 및 인종과 관련된 문제를 공부해왔던 나로서는 최근의 다문화 열풍이 다소 거북하다. 뭐, 다문화사회임을 인정하고 그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없을지 모르지만, 열풍처럼 불어닥친 다문화 물결이 뭔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문화에 해당하는 이주민은 매우 특수한 사람들이므로 언제나 선주민과 따로 떼어내서 대해야 한다는 식 같다는 말이다.
제발 얘 따로 쟤 따로 가르지 마라
이런 흐름은 학교 교육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어떤 학교에는 다문화 특별학급도 있고, 또 아예 별도의 다문화학교들도 설립되고 있다. 조금 양보해서, 매우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다문화 아이들만 따로 모으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심하게 당한다거나 외국에서 시집온 엄마가 한글을 몰라서 아이가 한글 능력과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 등이 그런 상황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라도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영원히 떨어져서 따로 살아가게 하는 방식이라면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 대안학급을 만들고 대안학교를 만들면 나중에 대안대학과 대안직업도 만들어줄 건가? ‘다문화 사람’만 모여 사는 대안동네도 정부 돈으로 해주고, 대안친구를 세금으로 고용해서 제공해줄 건가?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특별지원은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왕따를 당하거나 한글 능력과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특별학급이나 대안학교 등의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똑같이 나쁜 조건에 있는데도 다문화 아이들만 특별하게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혹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주민(과 자녀)를 일반인과 다른 매우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떼어내는 것은 아닐까?
다문화는 남 얘기가 아니고, 이주민은 남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엄마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특이한 아이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다문화지, ‘특별한’ 아이들만 따로 떼어서 구분하는 것은 진정한 다문화가 아니다.
그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활동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원래 그 동네에는 일반 공부방만 있었고, 그래서 다문화 아이들이건 한국 아이들이건 간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공부방에 모여서 공부하고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개념 없는’ 어느 단체가 다문화 공부방을 따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아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그 지역의 ‘개념 있는’ 단체들은 극구 말렸지만, 후원을 잘 받았는지 일이 척척 추진되어서 새로 개설을 했고, 그 후부터 다문화 아이들은 신설 공부방으로 가고 한국 아이들은 기존 공부방에 남는 모양이 되었단다. 이런 세상에, 어른들이 한 일이란 게 잘 어울려 놀던 아이들을 구별하고 따로 떼어 놓는 것이라니!
이런 개념 없는 어른들 같으니라고…
비슷한 예가 또 있다. 현재 전국에는 다문화 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개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들이 설립되어 있다. 기존에 건강가정지원센터들이 각 지역에 설립되어 있는데 왜 굳이 따로 만들었을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경우도 있고 아예 같은 건물에 있는 경우도 있던데, 완전히 다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 과장해서 얘기해보자면, 기관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러 갈 때 바로 옆집에 사는 동네 사람들이 이주민이냐 선주민(한국인)이냐에 따라서 각자 다른 기관에 간다는 얘기다.
다행히도 앞으로 두 기관이 통합된다니 좀 나아지려나. 어느 지역에 가면 ‘한국’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관이 있고 바로 옆에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관이 있다. 역시 빗대서 얘기해보면, 같은 공장에서 같이 열심히 일하는 친한 동료인 한국인 노동자와 이주 노동자가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역시 유익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각자 다른 건물로 들어가는 셈이다.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각 기관별 프로그램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항변할지는 몰라도, 이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을 꼭 이주민만 이용하는 기관에서 운영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사회에 다문화 열풍이 불기 전인 90년대 중반부터 다문화와 관련된 주제를 공부해왔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소수자 및 인종과 관련된 문제를 공부해왔던 나로서는 최근의 다문화 열풍이 다소 거북하다. 뭐, 다문화사회임을 인정하고 그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없을지 모르지만, 열풍처럼 불어닥친 다문화 물결이 뭔가 좀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문화에 해당하는 이주민은 매우 특수한 사람들이므로 언제나 선주민과 따로 떼어내서 대해야 한다는 식 같다는 말이다.
제발 얘 따로 쟤 따로 가르지 마라
이런 흐름은 학교 교육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다문화 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어떤 학교에는 다문화 특별학급도 있고, 또 아예 별도의 다문화학교들도 설립되고 있다. 조금 양보해서, 매우 특별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다문화 아이들만 따로 모으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겠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심하게 당한다거나 외국에서 시집온 엄마가 한글을 몰라서 아이가 한글 능력과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 등이 그런 상황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라도 그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로부터 영원히 떨어져서 따로 살아가게 하는 방식이라면 뭔가 좀 이상한 것 같다. 대안학급을 만들고 대안학교를 만들면 나중에 대안대학과 대안직업도 만들어줄 건가? ‘다문화 사람’만 모여 사는 대안동네도 정부 돈으로 해주고, 대안친구를 세금으로 고용해서 제공해줄 건가? 다문화 아이들을 위한 특별지원은 통합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왕따를 당하거나 한글 능력과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다른 아이들은 어찌할 것인가, 그 아이들을 위해서는 특별학급이나 대안학교 등의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똑같이 나쁜 조건에 있는데도 다문화 아이들만 특별하게 지원하는 이유는 뭘까? 혹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주민(과 자녀)를 일반인과 다른 매우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해서 떼어내는 것은 아닐까?
다문화는 남 얘기가 아니고, 이주민은 남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인데도 엄마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특이한 아이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다문화지, ‘특별한’ 아이들만 따로 떼어서 구분하는 것은 진정한 다문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