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읽고 쓰는 공감의 도서관] 마음에서 공감으로 잇기 : 학교도서관에서 북 콘서트 기획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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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3-03 09:49 조회 1,853회 댓글 0건본문
마음에서 공감으로 잇기
학교도서관에서 북 콘서트 기획하는 법
김보란 인천남중 사서교사
“도서관이 여기 있었구나.”
나지막한 소리로 도서관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온 아이에게 잠시 눈길이 멈췄다. 사서교사에게 마음 아픈 대사를 내뱉은 아이를 반갑게 부르고 싶었지만 나 역시 이름을 몰라 가벼운 손인사만 건넬 뿐이다. 학기가 끝날 무렵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독서프로그램 참여 학생 명단을 정리할 때, 익숙한 이름들에서 따뜻함을 느낀다. 이와 동시에 도서관에서 만나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마음 한구석에 쌓인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듯이, 학교도서관은 모든 아이들을 만날 수도,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도 없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사서교사라면 누구나 많은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독서활동에 기쁨을 느끼길 바랄 것이다. 꾸준히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뿐 아니라, 도서관을 낯설게 느끼는 아이들도 이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021년부터 2년 동안 중학교 도서관에서 운영했던 북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코로나19 시대, 마음 열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고립되는 아이들
어느덧 코로나19 4년 차로 접어들면서, 모든 사회가 단절에 익숙해진 듯하다. 학교는 안전을 제1 수칙으로 두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립되는 아이들의 정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장기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 친구 관계를 맺지 못하는 아이, 스마트폰 의존도가 심각한 아이들이 한 반에 여러 명이다. 실제 초중고 학업중단 학생은 2020년 3만 2027명에서 2021년 4만 2755명으로 무려 33.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배경에 코로나19가 자리하고 있음은 자명하다(“[2022 국감] 코로나 시기 학업중단 학생 33.6% 급증··· 강득구 “특단 대책 필요””, 지성배 기자, 교육플러스, 2022.9.28.).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사정은 교육부의 지표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도 직접 느낄 수 있다. 학교도서관 옆에 있는 상담실만 보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 열기에 어려움을 겪는지, 끊임없이 상담실을 방문하는 아이들 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책과 더욱 멀어지는 아이들
코로나19는 학교도서관에도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자율성과 개방성이라는 아이들에게 활짝 열린 학교도서관의 장점은 코로나19 앞에서 빛을 잃었다. 스마트폰의 보급화로 점점 낮아지던 독서 및 도서관 이용률은 코로나19 시기가 길어지자 더욱 추락했다. 김혜정 경북대 교수팀의 2019 청소년 독서실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8.64%의 아이들이 책을 거의 읽지 않으며, 그 배경에는 디지털 매체의 흥미(34.79%)와 인터넷 정보에 대한 신뢰성(26.23%)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보를 찾는 데 익숙하다. 스마트폰으로 짧은 정보를 얕고 반복적으로 탐색하면 독해력과 문해력 저하라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안은 독서이다. 독서를 통한 독해력, 문해력 증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문해력 증진의 속도가 느리고 흥미를 즉시 제공해 주지 않아서 아이들의 선택에서 멀어질 뿐이다. 학교도서관은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선택지를 독서로 다시 모을 수 있어야 한다. 자발성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교육의 의무적 기능을 발동하여 독서와 관련한 시간과 활동을 늘려야 한다.
코로나19라는 배경 속에서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 스마트폰에 갇혀 버린 아이들을 마주하며 학교도서관의 운영 철학을 마음과 공감에 맞추어 보았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으로 도서관 운영의 첫걸음을 뗐고,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작은 체험으로 독서프로그램을 이끌어 보았다.
전체 학생 대상의 북 콘서트 주제는 체험활동 위주의 ‘마음 알기’로, 담임교사 및 상담교사 추천 학생 중심의 그림책 독서 치유 프로그램 주제는 그림책을 통한 ‘마음 치유하기’로 잡았다. 지원자 중심의 방과후 독서토론은 깊이 있는 독서토론을 통한 ‘문학적 이해와 타인과의 마음 소통’을 주제로 운영했다. 2년 동안 운영한 프로그램 중에서 많은 학생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았던 북 콘서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 마음의 소리를, 내 마음의 표정을 살펴볼 수 있는 북 콘서트는 2021년에는 시 필사를, 2022년에는 에세이 쓰기를 주된 활동으로 운영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기획 의도와 계획을, 다음 호부터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겠다.
독서프로그램 기획의 원칙은?
코로나19 이후, 학기 초 연간 독서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다음 그림과 같이 방식과 대상을 기준으로 틀을 짠다. 학교의 다양한 교육환경 요소를 해당 기준과 맞추어 고려할 때 조금 더 효과적인 독서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북 콘서트 운영계획을 세우려면
북 콘서트는 전체 학년 대상으로 운영하는 만큼 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이뤄져야 하며, 임장지도를 해 줄 교과교사의 도움이 필수이다. ‘도서관 문을 열고 나온’ 독서프로그램은 학교 구성원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 콘서트의 계획과 운영절차는 다음과 같다.
예산과 대상, 방식 고려하기
문화 예술 분야를 접목하여 콘서트 형식으로 운영되던 이전의 ‘북 콘서트’를 관람 중심에서 참여 활동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변경하여 운영하기로 하였다. 다만 안전과 효율적인 참여를 위해 도서관에 직접 오는 것보다 교실에서 학급 단위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북 콘서트 운영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운영 협력 요청하기
북 콘서트는 전교생 대상의 창체 활동이라는 점에서 사서교사 혼자 준비하고 운영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한 대상과 범위를 파악하고 협조 요청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협조 요청의 지원 대상과 내용을 구분하였다.
첫째, 아이디어 논의를 위해서 국어교사, 상담교사와 함께 협조를 주고받았다. 북 콘서트는 문학적 요소와 글쓰기 활동을 포함하기에 국어교사의 협조를 받았다. 마음과 공감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한 체험활동에 대한 자문은 상담교사를 통해 얻었다. 둘째, 1교시에 전체 학급에서 시청하는 동영상 제작은 사서교사가 담당했으나, 인터뷰 촬영 및 전체 영상 편집은 방송부와 담당 교사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
셋째, 프로그램 운영은 학급 임장지도에 들어가는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했으며, 1∼2교시에 임장지도의 역할이 각기 달라 이에 대한 내용 연수를 실시했다. 북 콘서트는 전체 학생이 참여하는 만큼, 학교 전체의 도움이 필수이다. 운영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원의 범위와 대상을 명확히 하고 관리자 및 담당 부서장의 협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만남을 통해 요청드리는 방법은 도움의 필요성을 깊이 있게 호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 독서프로그램이 교사들의 무관심 속에 묻히지 않게 하려면 담당 부서와의 회의, 협조 요청과 같은 공식적인 절차와 방식이 더욱 유용할 것이다.
'마음 열기'의 경험, 북 콘서트의 시작
코로나19 시기를 마주하며 학교도서관은 여러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장점으로 내세웠던 자율성과 개방성이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선생님들이 고민하고 돌아켜보았을 것이다. 필자가 2년 동안 운영한 전체 학생 대상의 북 콘서트는 단 하루, 2시간의 운영을 위해 약 한 달 정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한 명이 일 년에 한 번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기억에 뚜렷하게 남는다. 다음 호부터는 북 콘서트의 구체적인 운영 방법을 공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