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똥냄새가 그리운 우진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8 13:25 조회 9,348회 댓글 0건본문
우진이(가명, 중1, 남)는 오늘도 결석이다. 벌써 일주일째 학교에 오지 않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며칠 전 아버지가 집을 나가셨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형도 담임 선생님 확인 결과 어제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바로 주소를 확인해서 출동(?)했다. 오후 1시, 아이들은 집에 없었다. 무작정 PC방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들을 만났다.
“명진아!(가명, 우진이 형, 중3) 학교 밖에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군.”
우진이가 명진이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모른다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밥부터 먹자고 아이들을 인근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으~ 소똥 냄새!”
우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귀여워 말을 걸어보았다.
“소똥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소를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소똥 냄새는 무슨 냄새랑 비슷해?” “소똥 냄새도 모르는 어른도 있어요? 음… 염소똥 냄새보다 지독해요.” “풀만 먹고 사는 소인데 냄새가 거의 안 나지 않을까?” “으그… 아니에요. 정말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우성리(가명) 사람들은 다 아는데…”
점심 먹으면서 내일은 학교에 가자고 했다. “쌤이 내일 데리러 오면 생각해 볼게요.”
똥에 관한 책보기
다음날 아침, 등교시간에 맞춰 우진이네 집에 갔다. 허름한 주택가에 있는 연립주택 지하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 현관문에 귀를 대어보니 텔레비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문 열어줘. 밖에 추워… 안에 있는 거 알아… 데리러 오라며…”
그리고 10분 정도 지난 후 문이 열렸다.
“저, 학교 간다는 소린 안했어요.”
우진이는 문을 열어주더니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집은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가득했고, 빨래거리와 설거지거리들이 쌓여 있었다. 명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우진이가 들어간 침대 위에 앉았다. 우선 불을 켜고 가지고 온 책을 꺼내놓고 책을 보았다. 우진이가 계속 뒤척이는 것을 보니 잠이 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너한테 소똥 이야기 듣고 똥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서실에 있는 똥에 대한 책 다 빌렸어. 어린이용 책도 있어서 우리 딸에게도 보여줄까 했는데 이거 봐라. 너무 자극적이야. 하하… 우리 딸이 일곱 살인데 이런 거 보여줘도 되나 모르겠네?”
우진이가 살짝 이불을 걷는다. 그리고 어디보자며 자세를 고쳐 엎드렸다. 나도 같이 엎드려 같이 『똥도감』을 보았다.
“쌤, 이거 너무 저질이에요.” “그치, 그런데 이거 유치원 아이들부터 읽는 책인 것 같은데…”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너도 여기 나오는 똥 많이 봤어?” “선생님보다는 많이 봤겠죠?”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책을 보았다. 우진이는 똥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흥미로워했고, 명진이도 슬그머니 일어나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듯 내게 물었다.
“쌤, 올해 왜 자리를 바꿨어요? 작년에는 교무실에 들어가서 두 번째 줄 끝에서 두 번째에 앉아 있었잖아요. 올해는 두 번째 줄 첫 번째에 앉으셨던데요. 쌤 딸도 둘 있잖아요. 쌤이랑 똑같이 생겼던데…”
명진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한참 책 이야기를 한 후 왜 아빠가 집을 나가게 됐는지 물었다.
집을 떠나간 엄마와 아빠
“우리 우성리에 있을 때 정말 잘살았어요. 비싸고 큰 차도 타고, 집도 얼마나 넓었는지 몰라요. 제가 공부를 좀 잘했거든요.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랬어요. 그✽(엄마)이랑, 아빠랑 중학교는 서울에서 보내야 한다고 논이랑 밭이랑 다 팔아서 온 거예요. 그리고 아파트도 사고, 음식점도 사고… 그리고 바로 망했죠 뭐… 그✽은 바람나서 집 나가고… 그러다 나랑 얘랑 말 안 들으니까 아빠도 나간 거죠. 뭐…”
명진이가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말을 했고 우진이가 “아주 ✽같은 집안이죠.”라고 추임새를 넣듯 이야기했다. 분위기가 서먹해졌다. 일어나서 집을 치우기로 했다. 아버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쓰레기들을 치우자 명진이가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우진이도 쓰레기를 치우긴 했지만 내 옆을 따라다니며 우성리에 살 때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다. 안방 침대 머리맡에는 대가족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엄마가 있었던 자리가 칼로 도려내져 있었다.
“여기 그✽(엄마)이 있던 자리에요. 우리 집이 그래서 그렇지 다른 친척들은 괜찮아요. 하하.”
대충 집 청소가 끝났다. 힘들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으니 우진이가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들고 옆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1반부터 마지막까지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과 친했던 아이들은 다 다른 중학교에 갔고, 자기 혼자만 우리학교에 왔다고 했다. 만약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갔다면 학교에 잘 나갔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우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교에 갈 마음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고 왔다. 함께 보던 책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랬더니 한 권만 빌려주고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 꼭 줘야 한다고 고르라고 했더니 『똥의 재발견』을 골랐다. 그리고 현관도 나가기 전에 내일 학교에 갈 것 같다고 했다.
“갈 것 같은 거야? 갈 거야? 오늘처럼 오라고 했다가 안가고 싶어졌는데요 하면 어떻게?” 했더니 확실히 갈 거라고 했다.
학교에 와서 똥에 관한 책들을 내 책꽂이에 눈에 띄게 놓아두었다. 그것을 보고 나를 찾아왔던 학생들은 한 마디씩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펼쳐 보여주었다. 모두 더럽다며 인상은 썼지만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빌려가서 읽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예 점심시간 내내 내 옆에 앉아 책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
소똥을 본 적 있는 우진이의 미소
다음날, 우진이네 집 문을 두드렸다. 깔끔하게 교복을 입은 우진이가 가방을 메고 나왔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오늘 늦을까봐 날밤 깠어요.”
우진이는 특유의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또 옆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점심시간, 여느 때처럼 나를 찾아온 아이들로 내 옆자리는 북적였고, 그 안에 우진이도 있었다. 어제에 이어 계속 아이들과 똥 이야기를 했고, 우진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우진이는 진짜 소똥을 봤대. 풀만 먹고 사는 소똥 냄새가 심하다는데 신기하지? 난 소똥 본 적 없는데 너희 중에 소똥 본 적 있는 사람?”
친척집에서 소를 본 적이 있다는 아이가 있긴 했지만 소똥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없다. 우진이가 우쭐해졌다. 어제 빌렸던 책을 다 봤다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자연을 꿈구는 뒷간』을 빌렸던 아이는 우리나라 재래식 화장실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중학생이나 된 아이들이 똥 이야기에 이렇게 신이 나 할 줄 몰랐다.
“우진아! 넌 좋겠다. 시골에서 살아봐서…”
언뜻 이런 이야기도 들렸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가정이 농촌에서 서울로 오며 우진이네 같은 속상한 일들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명진아!(가명, 우진이 형, 중3) 학교 밖에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군.”
우진이가 명진이에게 누구냐고 물으니 모른다며 고개를 숙여버린다.
밥부터 먹자고 아이들을 인근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으~ 소똥 냄새!”
우진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귀여워 말을 걸어보았다.
“소똥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데, 생각해보니 소를 가까이에서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소똥 냄새는 무슨 냄새랑 비슷해?” “소똥 냄새도 모르는 어른도 있어요? 음… 염소똥 냄새보다 지독해요.” “풀만 먹고 사는 소인데 냄새가 거의 안 나지 않을까?” “으그… 아니에요. 정말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우성리(가명) 사람들은 다 아는데…”
점심 먹으면서 내일은 학교에 가자고 했다. “쌤이 내일 데리러 오면 생각해 볼게요.”
똥에 관한 책보기
다음날 아침, 등교시간에 맞춰 우진이네 집에 갔다. 허름한 주택가에 있는 연립주택 지하엔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잠시 후 현관문에 귀를 대어보니 텔레비전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문 열어줘. 밖에 추워… 안에 있는 거 알아… 데리러 오라며…”
그리고 10분 정도 지난 후 문이 열렸다.
“저, 학교 간다는 소린 안했어요.”
우진이는 문을 열어주더니 다시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집은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가득했고, 빨래거리와 설거지거리들이 쌓여 있었다. 명진이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었다. 우진이가 들어간 침대 위에 앉았다. 우선 불을 켜고 가지고 온 책을 꺼내놓고 책을 보았다. 우진이가 계속 뒤척이는 것을 보니 잠이 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너한테 소똥 이야기 듣고 똥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서실에 있는 똥에 대한 책 다 빌렸어. 어린이용 책도 있어서 우리 딸에게도 보여줄까 했는데 이거 봐라. 너무 자극적이야. 하하… 우리 딸이 일곱 살인데 이런 거 보여줘도 되나 모르겠네?”
우진이가 살짝 이불을 걷는다. 그리고 어디보자며 자세를 고쳐 엎드렸다. 나도 같이 엎드려 같이 『똥도감』을 보았다.
“쌤, 이거 너무 저질이에요.” “그치, 그런데 이거 유치원 아이들부터 읽는 책인 것 같은데…”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 너도 여기 나오는 똥 많이 봤어?” “선생님보다는 많이 봤겠죠?”
우리는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책을 보았다. 우진이는 똥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흥미로워했고, 명진이도 슬그머니 일어나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난 듯 내게 물었다.
“쌤, 올해 왜 자리를 바꿨어요? 작년에는 교무실에 들어가서 두 번째 줄 끝에서 두 번째에 앉아 있었잖아요. 올해는 두 번째 줄 첫 번째에 앉으셨던데요. 쌤 딸도 둘 있잖아요. 쌤이랑 똑같이 생겼던데…”
명진이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한참 책 이야기를 한 후 왜 아빠가 집을 나가게 됐는지 물었다.
집을 떠나간 엄마와 아빠
“우리 우성리에 있을 때 정말 잘살았어요. 비싸고 큰 차도 타고, 집도 얼마나 넓었는지 몰라요. 제가 공부를 좀 잘했거든요.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랬어요. 그✽(엄마)이랑, 아빠랑 중학교는 서울에서 보내야 한다고 논이랑 밭이랑 다 팔아서 온 거예요. 그리고 아파트도 사고, 음식점도 사고… 그리고 바로 망했죠 뭐… 그✽은 바람나서 집 나가고… 그러다 나랑 얘랑 말 안 들으니까 아빠도 나간 거죠. 뭐…”
명진이가 마치 남의 이야기하듯 말을 했고 우진이가 “아주 ✽같은 집안이죠.”라고 추임새를 넣듯 이야기했다. 분위기가 서먹해졌다. 일어나서 집을 치우기로 했다. 아버지가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아이들이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쓰레기들을 치우자 명진이가 일어나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우진이도 쓰레기를 치우긴 했지만 내 옆을 따라다니며 우성리에 살 때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다. 안방 침대 머리맡에는 대가족 사진이 걸려 있었는데 엄마가 있었던 자리가 칼로 도려내져 있었다.
“여기 그✽(엄마)이 있던 자리에요. 우리 집이 그래서 그렇지 다른 친척들은 괜찮아요. 하하.”
대충 집 청소가 끝났다. 힘들어 침대 위에 엎드려 있으니 우진이가 초등학교 졸업앨범을 들고 옆에 엎드렸다. 그리고는 1반부터 마지막까지 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자신과 친했던 아이들은 다 다른 중학교에 갔고, 자기 혼자만 우리학교에 왔다고 했다. 만약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갔다면 학교에 잘 나갔을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우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마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학교에 갈 마음이 생기면 연락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주고 왔다. 함께 보던 책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그랬더니 한 권만 빌려주고 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거라 꼭 줘야 한다고 고르라고 했더니 『똥의 재발견』을 골랐다. 그리고 현관도 나가기 전에 내일 학교에 갈 것 같다고 했다.
“갈 것 같은 거야? 갈 거야? 오늘처럼 오라고 했다가 안가고 싶어졌는데요 하면 어떻게?” 했더니 확실히 갈 거라고 했다.
학교에 와서 똥에 관한 책들을 내 책꽂이에 눈에 띄게 놓아두었다. 그것을 보고 나를 찾아왔던 학생들은 한 마디씩 했다. 그런 아이들에게 책을 펼쳐 보여주었다. 모두 더럽다며 인상은 썼지만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 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빌려가서 읽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예 점심시간 내내 내 옆에 앉아 책을 보는 아이도 있었다.
소똥을 본 적 있는 우진이의 미소
다음날, 우진이네 집 문을 두드렸다. 깔끔하게 교복을 입은 우진이가 가방을 메고 나왔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오늘 늦을까봐 날밤 깠어요.”
우진이는 특유의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또 옆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점심시간, 여느 때처럼 나를 찾아온 아이들로 내 옆자리는 북적였고, 그 안에 우진이도 있었다. 어제에 이어 계속 아이들과 똥 이야기를 했고, 우진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우진이는 진짜 소똥을 봤대. 풀만 먹고 사는 소똥 냄새가 심하다는데 신기하지? 난 소똥 본 적 없는데 너희 중에 소똥 본 적 있는 사람?”
친척집에서 소를 본 적이 있다는 아이가 있긴 했지만 소똥을 본 적이 있는 아이들이 없다. 우진이가 우쭐해졌다. 어제 빌렸던 책을 다 봤다며 아이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자연을 꿈구는 뒷간』을 빌렸던 아이는 우리나라 재래식 화장실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중학생이나 된 아이들이 똥 이야기에 이렇게 신이 나 할 줄 몰랐다.
“우진아! 넌 좋겠다. 시골에서 살아봐서…”
언뜻 이런 이야기도 들렸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가정이 농촌에서 서울로 오며 우진이네 같은 속상한 일들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