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운동부 수종이의 책 읽는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6 21:28 조회 7,708회 댓글 0건본문
“우리 반에 수업 시간에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수종(가명, 중3 남)이라는 아이가 있어요. 운동부 아이인데, 하루 종일 엎드려 자거든요. 그래도 자는 것보다는 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해서요. 혹시 수업 시간에 읽을 만한 재미있는 책 없을까요?”
수종이 담임선생님이 교육복지실에 찾아와 묻는다. 운동부 학생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다니… 가능하기나 할까? 게다가 내가 아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권해주는 책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운동부 학생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종이 역시 운동만 하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으며, 아이들하고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는 아이이다.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그 외 정보가 더 필요했다. “혹시 수종이가 책을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네, 지난 번 아침독서 시간에 좀 두꺼운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았어요. 읽는 게 신기해서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그 뒤 아침에 추리 소설 읽는 건 몇 번 보았어요.”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더구나 책을 권해줄 생각을 한 담임선생님에게 고마워서 바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 야기의 즐거운 맛보기
“셜록 홈즈를 읽는다면 아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 코난 도일, 중학교 때 아가사 크리스티 책을 다 읽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시드니 셀던과 김형종 책을 몇 권 읽다가 야하고 끔찍해서 추리소설은 끊었어요. 하하. 아무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완전범죄 이야기거든요. 멋지죠? 이야기는 어느 외딴 섬에 10명의 사람들이 초대되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거예요. 철저하게 갇혀버린 것이지요. 신기한 것은 그 사람들의 숙소에 열 개의 인디언인형이 있는데 그 인형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사람도 하나씩 죽는 거예요. 알고 보니 10명 모두 죄를 지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간 사람들이었어요. 결국 모두 죽어요. 마지막에 죽은 사람이 범인은 아니에요. 제일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지요.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를 가장 오래 느끼다가 죽은 사람이니까요. 다행히 마지막에 누가 이 사람들을 죽였는지 에필로그가 나와요. 완전범죄의 에필로그…”
담임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더니 바로 책을 빌려갔다. 그리고 교실로 가서 자다 지쳐(?) 일어난 수종이에게 전해주었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한 말도 곁들여 주었더니 수종이가 수업 시간 내내 책에 푹 빠져 읽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저 이렇게 수종이 목소리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요. 뭐라고 했냐면요… ‘저, 이 책 운동부 숙소 가서 읽고 내일 드리면 안 될까요?’라고 했어요. 정말 수종이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책을 권해달라고 했다.
운동부 숙소에서 책 돌려읽기
두 번째로 고른 책은 『호기심』이었다.
“잘나가는 청소년 작가들이 쓴 단편 모음집이에요. 이성에 관한 이야기라 분명 흥미로워 할 거예요. 단편이니 읽는데 부담도 없을 거예요. 재미있으니 먼저 선생님이 몇 편 읽어보세요.”
며칠 뒤 담임교사가 상기된 얼굴로 찾아와서 핸드폰을 쑥 밀었다.
“책 며칠 있다 돌려드리면 안될까요? 운동부 애들이랑 돌려 읽게요.”
예상외의 성과였다. 운동부 아이들이 책을 돌려가며 읽다니…
담임선생님은 내가 책을 빌려준 날 퇴근길에 책을 읽었고, 수종이에게 책을 권할 때 “선생님이 먼저 책 읽어봤는데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것 같았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다른 시간에는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책 읽은 티 내주기
이제 수종이 담임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교육복지실에 들러 책을 빌려간다. 수종이에게 빌려주기 전에 꼭 먼저 읽어보고 책을 권할 때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보았다.
“수종이가 책 읽은 다음에 그 책 이야기는 하세요?”
“‘어땠어?’ 이 정도만 이야기하는 걸요. 그럼 대답은 항상 ‘재미있어요.’에요.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말을 많이 못 붙이겠어요. 아이가 그러니 저도 불편하구요. 책 읽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종이에게 직접 말 붙이기가 쑥스러우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며칠전에 책을 읽었는데 말이지…’라고 하면서 선생님의 책에 대한 느낌보다는 그 책 속에 나온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수업 자료로 제시할 것을 권하였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의 과목이 한문이라 사자성어 설명하는데 예시 자료로 쓰기에 좋았다. 역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업 시간에 책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수종이의 얼굴은 빨개졌다고 했다. 반 아이들도 그 책에 관심을 보였고, 도서실에 있다고 안내까지 해주었단다.
선생님이 빌려주신 책은 뭐든지 …
다음 책으로는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인 『4teen』으로 골랐다. 『호기심』은 여학생의 감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반면 이 책은 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담임선생님이 먼저 읽었다. 그리고 수종이에게 『호기심』을 읽었다면 다음엔 『4teen』을 읽어 줘야 한다며 책을 권해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참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친구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개받는 사람이면 좀 더 마음이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담임선생님은 수종이가 하루에 한 번 이상 문자를 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답형이던 문자가 점점 문장이 길어지고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몰랐는데 요즘 문자를 보면 수종이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같아요. 이런 아이가 거친 운동을 하니 힘들기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내가 주는 책은 뭐든지 읽어요.”
내가 보기에는 수종이만큼이나 선생님도 행복해보였다. 신경을 써주는 만큼 바뀌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
수종이 담임선생님이 교육복지실에 찾아와 묻는다. 운동부 학생에게 책을 읽히려고 하다니… 가능하기나 할까? 게다가 내가 아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권해주는 책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운동부 학생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종이 역시 운동만 하고 공부는 전혀 하지 않으며, 아이들하고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묻는 말에만 짧게 대답하는 아이이다.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그 외 정보가 더 필요했다. “혹시 수종이가 책을 읽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네, 지난 번 아침독서 시간에 좀 두꺼운 셜록 홈즈를 읽는 것을 보았어요. 읽는 게 신기해서 재미있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끄덕이더라고요. 그 뒤 아침에 추리 소설 읽는 건 몇 번 보았어요.”
다행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더구나 책을 권해줄 생각을 한 담임선생님에게 고마워서 바로 책 한 권을 꺼냈다.
이 야기의 즐거운 맛보기
“셜록 홈즈를 읽는다면 아마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초등학교 때 코난 도일, 중학교 때 아가사 크리스티 책을 다 읽었거든요. 고등학교 때 시드니 셀던과 김형종 책을 몇 권 읽다가 야하고 끔찍해서 추리소설은 끊었어요. 하하. 아무튼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이 책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최고의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완전범죄 이야기거든요. 멋지죠? 이야기는 어느 외딴 섬에 10명의 사람들이 초대되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런데 섬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거예요. 철저하게 갇혀버린 것이지요. 신기한 것은 그 사람들의 숙소에 열 개의 인디언인형이 있는데 그 인형이 하나씩 없어질 때마다 사람도 하나씩 죽는 거예요. 알고 보니 10명 모두 죄를 지었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간 사람들이었어요. 결국 모두 죽어요. 마지막에 죽은 사람이 범인은 아니에요. 제일 큰 죄를 저지른 사람이지요. 언제 죽을지 모를 공포를 가장 오래 느끼다가 죽은 사람이니까요. 다행히 마지막에 누가 이 사람들을 죽였는지 에필로그가 나와요. 완전범죄의 에필로그…”
담임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열심히 듣더니 바로 책을 빌려갔다. 그리고 교실로 가서 자다 지쳐(?) 일어난 수종이에게 전해주었다고 했다. 내가 이야기한 말도 곁들여 주었더니 수종이가 수업 시간 내내 책에 푹 빠져 읽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저 이렇게 수종이 목소리를 많이 들어본 적이 없어요. 뭐라고 했냐면요… ‘저, 이 책 운동부 숙소 가서 읽고 내일 드리면 안 될까요?’라고 했어요. 정말 수종이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담임선생님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면서 다음 책을 권해달라고 했다.
운동부 숙소에서 책 돌려읽기
두 번째로 고른 책은 『호기심』이었다.
“잘나가는 청소년 작가들이 쓴 단편 모음집이에요. 이성에 관한 이야기라 분명 흥미로워 할 거예요. 단편이니 읽는데 부담도 없을 거예요. 재미있으니 먼저 선생님이 몇 편 읽어보세요.”
며칠 뒤 담임교사가 상기된 얼굴로 찾아와서 핸드폰을 쑥 밀었다.
“책 며칠 있다 돌려드리면 안될까요? 운동부 애들이랑 돌려 읽게요.”
예상외의 성과였다. 운동부 아이들이 책을 돌려가며 읽다니…
담임선생님은 내가 책을 빌려준 날 퇴근길에 책을 읽었고, 수종이에게 책을 권할 때 “선생님이 먼저 책 읽어봤는데 뒤로 갈수록 재미있는 것 같았어.”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다른 시간에는 모르겠지만 담임선생님 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에는 책을 읽었지만 지금은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책 읽은 티 내주기
이제 수종이 담임선생님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교육복지실에 들러 책을 빌려간다. 수종이에게 빌려주기 전에 꼭 먼저 읽어보고 책을 권할 때 이야기를 함께 전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욕심을 좀 내보았다.
“수종이가 책 읽은 다음에 그 책 이야기는 하세요?”
“‘어땠어?’ 이 정도만 이야기하는 걸요. 그럼 대답은 항상 ‘재미있어요.’에요.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말을 많이 못 붙이겠어요. 아이가 그러니 저도 불편하구요. 책 읽는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수종이에게 직접 말 붙이기가 쑥스러우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해 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며칠전에 책을 읽었는데 말이지…’라고 하면서 선생님의 책에 대한 느낌보다는 그 책 속에 나온 사건이나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수업 자료로 제시할 것을 권하였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의 과목이 한문이라 사자성어 설명하는데 예시 자료로 쓰기에 좋았다. 역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업 시간에 책 이야기를 하자 갑자기 고개를 들었고, 이야기가 길어지자 수종이의 얼굴은 빨개졌다고 했다. 반 아이들도 그 책에 관심을 보였고, 도서실에 있다고 안내까지 해주었단다.
선생님이 빌려주신 책은 뭐든지 …
다음 책으로는 남자 아이들의 이야기인 『4teen』으로 골랐다. 『호기심』은 여학생의 감성을 많이 느낄 수 있는 반면 이 책은 남학생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와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담임선생님이 먼저 읽었다. 그리고 수종이에게 『호기심』을 읽었다면 다음엔 『4teen』을 읽어 줘야 한다며 책을 권해주었다고 했다. 수종이는 참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친구 같아서 좋아하는 사람에게 소개받는 사람이면 좀 더 마음이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담임선생님은 수종이가 하루에 한 번 이상 문자를 준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답형이던 문자가 점점 문장이 길어지고 있다고 하며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몰랐는데 요즘 문자를 보면 수종이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같아요. 이런 아이가 거친 운동을 하니 힘들기도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내가 주는 책은 뭐든지 읽어요.”
내가 보기에는 수종이만큼이나 선생님도 행복해보였다. 신경을 써주는 만큼 바뀌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