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얘들아, 초록의 숲으로 시낭송기행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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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3:56 조회 8,095회 댓글 0건본문
학기말고사가 끝나고 아이들도 교사도 학교생활이 지루하고 느슨해질 즈음, 시낭송기행은 최고의 선물이다. 아니, 어쩌면 학기 초에 예고한 기다림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아이들과 설렘으로 만났던 3월 초, 국어수업을 시작하면서 매주 시 한 편씩을 더불어 낭송하고 암송하기로 한 약속을 실천하며 어언 한 학기의 끝에 섰다. 수업 시작과 끝 인사로, 더러는 학급의 조·종례 시간에 노래처럼 읊조렸던 시 편수만큼이나 그새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부쩍 자랐다. 2학기에도 이어지는 시 암송하기 중간 정리 겸, 한 학기 시 수업을 마무리하며 그동안 수업에 열심히 동참한 아이들에게 보란 듯이 시낭송기행 참가권을 상품으로 주어 격려하면 2학기 시 외우기는 거의 쟁탈전에 가깝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찾아
7월 초, 바야흐로 산도, 들도, 강물도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찾아 떠나는 내설악의 백담사는 시낭송기행의 해마다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장소이다. 한국 시문학사에서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해 한용운 시인의 문학과 삶의 발자취’를 찾아 백담사 경내의 만해기념관과 ‘나룻배와 행인’ 시비, 만해 동상, 그리고 백담사를 찾았던 많은 시인들(김시습, 고은, 오세영, 이성선 등)의 시비공원까지 탐방할 수 있고, 오가는 길목의 쉼터인인제 합강공원에 자리 잡은 박인환 시비 탐방까지 곁들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홍천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는 아예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님들까지 동참하여 교육공동체가 함께 한 시낭송 독서기행이었다. 전교생을 두 모둠(‘님의 침묵’ 모둠, ‘나룻배와 행인’ 모둠)으로 나누어 전 교직원이 역할을 맡아 백담사 및 기념관 탐방과 내설악의 진수인 수렴동 계곡의 생태답사를 나누어 진행하면서 호젓하고 밀도 있는 기행이 되도록 하였다. 시인의 삶과 문학 탐방에 그치지 않고 내설악의 맑은 계곡물에 마음을 씻고, 자연관찰을 통한 시 쓰기를 하고, 숲속에 둘러앉아 낭송회를 하면 그 분위기가 이어져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까지 하루의 소감을 담은 삼행시가 이어졌다.
춘천 지역으로 학교를 옮기며 드디어 설악산의 진수인 단풍이 절정인 가을날,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 백담사를 찾았다. 10월 19일, 설악산 단풍이 가을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그 햇살 아래 한 손엔 시낭송기행 자료집을, 한 손엔 빨간 사과를 움켜쥐고 단풍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교감선생님을 총 인솔자로 1학년부장과 국어교사, 학부모 몇 분, 그리고 희
망학생 40여 명이 함께 한 시낭송기행은 오래오래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학교도서관에는 시낭송기행에 관련된 시집과 자료들을 인쇄해 두고 아이들이 사전에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였으며, 아이들이 만해 한용운 시 감상, 시인의 삶 탐구 등 밀도 있는 독서활동과 개인별 애송시 준비 등, 자기주도적 탐구 활동과 종합적인 사고력, 상상력을 키우며 살아 있는 문학 수업의 감동을 스스로 느껴가도록 하였다.
안내문을 받은 몇 분의 학부모들께서도 기행에 동참하셔서 아이들의 낭랑한 시낭송회를 감상하고, 모처럼 일상을 떠나 단풍이 물드는 내설악의 깊은 골짝을 따라 자녀들과 함께 걸으며, 깊은 교감을 나누는 오붓하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단풍잎이 떠도는 백담계곡을 따라 걸었던 길목에서, 버스 안에서 참가한 아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애송시를 읊고 친구들의 시낭송을 감상하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동참하신 학부모님들도 기꺼이 시를 낭송하고 암송하며, 아이들과 호흡을 함께한 행복한 하루였다.
단풍 숲에서 숲속 시낭송회 열다
2009년도 시낭송기행은 강원도교육청의 잦은 학력고사 실시와 학교행사,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등으로 사라져버린 가을소풍을 대신하는 즐거운 체험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버스 한 대만을 임대하여 참가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이 너무 아쉬웠다.
단풍 숲을 따라 내설악 깊은 백담계곡을 오가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걸으며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특히 단풍이 곱게 물든 숲속에 자리 잡고 앉아 갈바람에 지는 낙엽을 온몸으로 느끼며, 참가자 누구나 자유롭게 나서서 펼쳤던 ‘숲속 시낭송회’는 인상깊은 추억이 되어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지나던 행인들이 아늑한 단풍 숲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성과 이어지는 박수갈채를 이상히 여겨 어느 종교집단 행사장으로 오인까지 하여 국립공원관리자가 찾아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 육사 문학관과 도산서원을 찾아
2010년 1월, 겨울방학 기간을 활용해 안동으로 떠났다. 안동은 동화작가 권정생 기념관과 생가가 있고, 하회마을 문화탐방도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예산 부족으로 1박 2일을 추진할 여건이 되지 않아, 욕심을 접고 시 수업을 주제로 한 하루 기행을 계획했다. 12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어수선한 틈을 활용하여 아예 방과 후 수업으로 시탐구반을 공지하여 40여 명의 희망 학생들을 조직한 후, 방학식까지 한 달 여 기간 동안 집중 독서활동을 펼쳤다. 매주 한 권 씩의 책과 시집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마지막 체험활동 수업으로 안동의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시낭송기행을 떠났다.
눈 쌓인 도산서원에서 도산의 매화사를 읊조려보고, 육사문학관의 관장님을 모시고 이육사 시인의 생애에 대한 잊지 못할 감동의 강연을 들었다. 특히 문학관 2층에 보관되어 있는 육사를 비롯한 윤동주, 천상병, 박두진 등 현대시인 20여 명의 육필원고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기쁨을 아이들은 오래도
록 떠올렸다.
소나기마을에서 김기택 시인과 만남
2010년 가을엔 황순원 문학촌의 소나기마을 독서기행을 겸하여 문학촌 운영을 맡고 계시는 김기택 시인과의 만남을 더불어 가졌다. 소설 「소나기」가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오래도록 독자에게 읽혔던 점에 착안하여 소설 읽기와 시 읽기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소나기마을은 양평 두물머리 근처에 자리 잡아 강바람과 산바람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김기택 시인의 친절한 소나기마을 소개와 간결한 문학 강연, 질의응답을 마치고, 문학관 탐방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소나기마을 추적놀이를 두레 활동으로 펼쳤다. 여섯 명씩 짝을 지은 두레별로 소나기마을을 탐방하며 주어진 미션지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미션 수행의 절정은 ‘소년, 소년을 업다!’. 김기택 시인의 「소」 「껌」 「웃음에 바퀴가 달렸나 봐」등 시 한 편을 뽑아 쟁반시 방식으로 나누어 두레원이 함께 암송하여 겨루기 방식이었다. 시 한 편을 온전히 먼저 암송한 두레는 의기양양하여 소나기마을 탐방로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울의 징검다리를 상대편 소년들에게 업혀 건널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아이들이 다행시로 쓴 소감은 훌륭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가 장 잊을 수 없는 시낭송기행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잊을 수 없는 시낭송기행은 홍천 작은 학교에서 전교생이 전상국 작가와 함께 소설 속 현장을 찾아 체험하는 문학기행, ‘동행-작가와 함께 걷는 길’이었다. 아침까지 청명했던 날씨가 돌연 변하여 버스가 학교를 출발할 즈음, 는개 같은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소 실망하는 아이들 기분 전환을 꾀하며 즉석에서 하나의 약속이 정해졌다. 오늘 하루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가을비스럽다’를 외치자고. 아이들은 갑자기 부슬대는 가을비가 친근감이 드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랬다. 그날 온종일 아이들도, 교사들도, 작가님도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가을비스럽다’를 중얼거렸다. 하얀 우비를 걸친 아이들이 작가를 따라 한 줄로 서서 들길을 걷는 모습은 마치 목동이 양떼를 몰고 가는 풍경이었다. 졸지에 목동이 된 작가님도 흥이 났는지 더욱 따듯하고 친절한 작품 해설로 아이들을 이끌어 주셨다.
산마루 솔밭에 이르러 한숨 돌리며 시낭송회가 시작되었다. 부슬비는 흩날리고 산 이내가 조금씩 에워싸며 자연스런 무대를 이루고 우비를 입은 아이들은 거리낄 것도 없이 그대로 솔밭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혼자서, 둘이서, 혹은 몇 명이 짝을 이루어 시구를 주고받으며 애송시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깜짝 놀라 시낭송회에 젖어든 분은 다름 아닌 전상국 작가였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시를 즐기며 노는 모습을 처음 보신 듯했다. 전교생이, 다소 몸이 불편한 특수학급 아이들까지도 빠짐없이 나서서 시낭송을 하며 진정한 삶의 ‘동행’을 온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시낭송회를 마치고 자작고개를 넘어오며 아이들은 스스로도 대견한지 ‘가을비스럽다’를 노래처럼 흥얼거렸다.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면 코끝이 싸해진다. 정녕, 아이들도 그러리라. 가을비 속 솔밭 시낭송회는 아이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아 삶이 지치고 힘든 순간에 맞닥뜨릴 때마다 불현듯 떠올라 ‘가을비스럽다’를 외치며 극복하는 힘이 되리라….
시 읽기는 삶의 힘이다
3년 전 춘천의 아주 큰 남자 중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중학교 남학생들이 과연 시를 읽을까 의심했었다. 천방지축인, 그렇지만 아직은 앳된 이 아이들에게도 시 마당을 열어주자 시 읽기는 즐거움이었다. 처음엔 국어시간마다 시를 낭송하며 인사를 대신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색해하며 입도 벙긋하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한두 달이 지나자 누구에게 질세라 즐겁게 시를 읊어대며 닫혔던 마음들을 풀어놓는 듯했다. 때로는 시 노래를 함께 부르며,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소리 운율에 맞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중학교 시절 ‘나만의 시’를 찾아 이렇듯 외우고 읊조린 시구들은 먼 훗날 아이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현듯 마음속에 떠올라 삶의 힘이 되어 다시 솟구칠 것이다.
시 읽기는 진정한 삶의 힘이다. 먼 훗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고 지칠 때, 청소년기에 함께 읊고 암송했던 한 구절의 시가 위안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아이들이 품은 시의 가슴이 질곡의 세상을 열어가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얘들아, 이번 여름방학 국어 탐구 숙제는 ‘나만의 애송시집 만들기’야. 지금까지 시 수업을 통해 마음에 담은 시들을 시화로 꾸미고 엮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집을 만들어 보렴. 물론, 과제물은 도서관에 전시하여 상호감상평가 하기로 하자.”
아이들의 괴성~, 그러나 즐거운 함성이 7월의 후끈한 교실 안에 울려 퍼진다.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찾아
7월 초, 바야흐로 산도, 들도, 강물도 초록이 짙어가는 계절, 만해 한용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찾아 떠나는 내설악의 백담사는 시낭송기행의 해마다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장소이다. 한국 시문학사에서 빛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해 한용운 시인의 문학과 삶의 발자취’를 찾아 백담사 경내의 만해기념관과 ‘나룻배와 행인’ 시비, 만해 동상, 그리고 백담사를 찾았던 많은 시인들(김시습, 고은, 오세영, 이성선 등)의 시비공원까지 탐방할 수 있고, 오가는 길목의 쉼터인인제 합강공원에 자리 잡은 박인환 시비 탐방까지 곁들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홍천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는 아예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님들까지 동참하여 교육공동체가 함께 한 시낭송 독서기행이었다. 전교생을 두 모둠(‘님의 침묵’ 모둠, ‘나룻배와 행인’ 모둠)으로 나누어 전 교직원이 역할을 맡아 백담사 및 기념관 탐방과 내설악의 진수인 수렴동 계곡의 생태답사를 나누어 진행하면서 호젓하고 밀도 있는 기행이 되도록 하였다. 시인의 삶과 문학 탐방에 그치지 않고 내설악의 맑은 계곡물에 마음을 씻고, 자연관찰을 통한 시 쓰기를 하고, 숲속에 둘러앉아 낭송회를 하면 그 분위기가 이어져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까지 하루의 소감을 담은 삼행시가 이어졌다.
춘천 지역으로 학교를 옮기며 드디어 설악산의 진수인 단풍이 절정인 가을날,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 백담사를 찾았다. 10월 19일, 설악산 단풍이 가을햇살 아래 빛나고 있었다. 그 햇살 아래 한 손엔 시낭송기행 자료집을, 한 손엔 빨간 사과를 움켜쥐고 단풍 속으로 걸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교감선생님을 총 인솔자로 1학년부장과 국어교사, 학부모 몇 분, 그리고 희
망학생 40여 명이 함께 한 시낭송기행은 오래오래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학교도서관에는 시낭송기행에 관련된 시집과 자료들을 인쇄해 두고 아이들이 사전에 충분히 활용하도록 하였으며, 아이들이 만해 한용운 시 감상, 시인의 삶 탐구 등 밀도 있는 독서활동과 개인별 애송시 준비 등, 자기주도적 탐구 활동과 종합적인 사고력, 상상력을 키우며 살아 있는 문학 수업의 감동을 스스로 느껴가도록 하였다.
안내문을 받은 몇 분의 학부모들께서도 기행에 동참하셔서 아이들의 낭랑한 시낭송회를 감상하고, 모처럼 일상을 떠나 단풍이 물드는 내설악의 깊은 골짝을 따라 자녀들과 함께 걸으며, 깊은 교감을 나누는 오붓하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단풍잎이 떠도는 백담계곡을 따라 걸었던 길목에서, 버스 안에서 참가한 아이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애송시를 읊고 친구들의 시낭송을 감상하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동참하신 학부모님들도 기꺼이 시를 낭송하고 암송하며, 아이들과 호흡을 함께한 행복한 하루였다.
단풍 숲에서 숲속 시낭송회 열다
2009년도 시낭송기행은 강원도교육청의 잦은 학력고사 실시와 학교행사,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등으로 사라져버린 가을소풍을 대신하는 즐거운 체험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버스 한 대만을 임대하여 참가자를 제한할 수밖에 없음이 너무 아쉬웠다.
단풍 숲을 따라 내설악 깊은 백담계곡을 오가며,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걸으며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특히 단풍이 곱게 물든 숲속에 자리 잡고 앉아 갈바람에 지는 낙엽을 온몸으로 느끼며, 참가자 누구나 자유롭게 나서서 펼쳤던 ‘숲속 시낭송회’는 인상깊은 추억이 되어 아이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다. 지나던 행인들이 아늑한 단풍 숲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음성과 이어지는 박수갈채를 이상히 여겨 어느 종교집단 행사장으로 오인까지 하여 국립공원관리자가 찾아오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이 육사 문학관과 도산서원을 찾아
2010년 1월, 겨울방학 기간을 활용해 안동으로 떠났다. 안동은 동화작가 권정생 기념관과 생가가 있고, 하회마을 문화탐방도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예산 부족으로 1박 2일을 추진할 여건이 되지 않아, 욕심을 접고 시 수업을 주제로 한 하루 기행을 계획했다. 12월 기말고사가 끝나고 어수선한 틈을 활용하여 아예 방과 후 수업으로 시탐구반을 공지하여 40여 명의 희망 학생들을 조직한 후, 방학식까지 한 달 여 기간 동안 집중 독서활동을 펼쳤다. 매주 한 권 씩의 책과 시집을 읽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마지막 체험활동 수업으로 안동의 도산서원과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시낭송기행을 떠났다.
눈 쌓인 도산서원에서 도산의 매화사를 읊조려보고, 육사문학관의 관장님을 모시고 이육사 시인의 생애에 대한 잊지 못할 감동의 강연을 들었다. 특히 문학관 2층에 보관되어 있는 육사를 비롯한 윤동주, 천상병, 박두진 등 현대시인 20여 명의 육필원고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기쁨을 아이들은 오래도
록 떠올렸다.
소나기마을에서 김기택 시인과 만남
2010년 가을엔 황순원 문학촌의 소나기마을 독서기행을 겸하여 문학촌 운영을 맡고 계시는 김기택 시인과의 만남을 더불어 가졌다. 소설 「소나기」가 간결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오래도록 독자에게 읽혔던 점에 착안하여 소설 읽기와 시 읽기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소나기마을은 양평 두물머리 근처에 자리 잡아 강바람과 산바람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장소이다.
김기택 시인의 친절한 소나기마을 소개와 간결한 문학 강연, 질의응답을 마치고, 문학관 탐방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소나기마을 추적놀이를 두레 활동으로 펼쳤다. 여섯 명씩 짝을 지은 두레별로 소나기마을을 탐방하며 주어진 미션지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미션 수행의 절정은 ‘소년, 소년을 업다!’. 김기택 시인의 「소」 「껌」 「웃음에 바퀴가 달렸나 봐」등 시 한 편을 뽑아 쟁반시 방식으로 나누어 두레원이 함께 암송하여 겨루기 방식이었다. 시 한 편을 온전히 먼저 암송한 두레는 의기양양하여 소나기마을 탐방로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울의 징검다리를 상대편 소년들에게 업혀 건널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며 아이들이 다행시로 쓴 소감은 훌륭한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가 장 잊을 수 없는 시낭송기행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잊을 수 없는 시낭송기행은 홍천 작은 학교에서 전교생이 전상국 작가와 함께 소설 속 현장을 찾아 체험하는 문학기행, ‘동행-작가와 함께 걷는 길’이었다. 아침까지 청명했던 날씨가 돌연 변하여 버스가 학교를 출발할 즈음, 는개 같은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다소 실망하는 아이들 기분 전환을 꾀하며 즉석에서 하나의 약속이 정해졌다. 오늘 하루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가을비스럽다’를 외치자고. 아이들은 갑자기 부슬대는 가을비가 친근감이 드는지 표정이 밝아졌다. 그랬다. 그날 온종일 아이들도, 교사들도, 작가님도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가을비스럽다’를 중얼거렸다. 하얀 우비를 걸친 아이들이 작가를 따라 한 줄로 서서 들길을 걷는 모습은 마치 목동이 양떼를 몰고 가는 풍경이었다. 졸지에 목동이 된 작가님도 흥이 났는지 더욱 따듯하고 친절한 작품 해설로 아이들을 이끌어 주셨다.
산마루 솔밭에 이르러 한숨 돌리며 시낭송회가 시작되었다. 부슬비는 흩날리고 산 이내가 조금씩 에워싸며 자연스런 무대를 이루고 우비를 입은 아이들은 거리낄 것도 없이 그대로 솔밭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혼자서, 둘이서, 혹은 몇 명이 짝을 이루어 시구를 주고받으며 애송시를 읊어대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깜짝 놀라 시낭송회에 젖어든 분은 다름 아닌 전상국 작가였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시를 즐기며 노는 모습을 처음 보신 듯했다. 전교생이, 다소 몸이 불편한 특수학급 아이들까지도 빠짐없이 나서서 시낭송을 하며 진정한 삶의 ‘동행’을 온몸으로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시낭송회를 마치고 자작고개를 넘어오며 아이들은 스스로도 대견한지 ‘가을비스럽다’를 노래처럼 흥얼거렸다.몇 해가 지난 지금도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면 코끝이 싸해진다. 정녕, 아이들도 그러리라. 가을비 속 솔밭 시낭송회는 아이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아 삶이 지치고 힘든 순간에 맞닥뜨릴 때마다 불현듯 떠올라 ‘가을비스럽다’를 외치며 극복하는 힘이 되리라….
시 읽기는 삶의 힘이다
3년 전 춘천의 아주 큰 남자 중학교에 발령을 받았을 때, 중학교 남학생들이 과연 시를 읽을까 의심했었다. 천방지축인, 그렇지만 아직은 앳된 이 아이들에게도 시 마당을 열어주자 시 읽기는 즐거움이었다. 처음엔 국어시간마다 시를 낭송하며 인사를 대신하는 것을 무척이나 어색해하며 입도 벙긋하지 않던 아이들이었다. 한두 달이 지나자 누구에게 질세라 즐겁게 시를 읊어대며 닫혔던 마음들을 풀어놓는 듯했다. 때로는 시 노래를 함께 부르며,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소리 운율에 맞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중학교 시절 ‘나만의 시’를 찾아 이렇듯 외우고 읊조린 시구들은 먼 훗날 아이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불현듯 마음속에 떠올라 삶의 힘이 되어 다시 솟구칠 것이다.
시 읽기는 진정한 삶의 힘이다. 먼 훗날,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며 힘들고 지칠 때, 청소년기에 함께 읊고 암송했던 한 구절의 시가 위안이 되고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아이들이 품은 시의 가슴이 질곡의 세상을 열어가는 희망이 되리라 믿는다.
“얘들아, 이번 여름방학 국어 탐구 숙제는 ‘나만의 애송시집 만들기’야. 지금까지 시 수업을 통해 마음에 담은 시들을 시화로 꾸미고 엮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시집을 만들어 보렴. 물론, 과제물은 도서관에 전시하여 상호감상평가 하기로 하자.”
아이들의 괴성~, 그러나 즐거운 함성이 7월의 후끈한 교실 안에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