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허하라 - 우리 교육의 슬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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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6-08 13:44 조회 7,607회 댓글 0건본문
나의 손녀가 살고 있는 곳은 싱가포르입니다. 손녀는 지난해 그곳으로 이사 가서 캐나다국제학교 1학년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1월 나는 아내와 함께 아들네 집을 가면서 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꼭 가보고 싶어 미리 담임선생께 연락하고 온 가족이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수업이 아직 안 끝나 우리 일행은 학교도서관 라운지에서 기다리도록 안내받았습니다. 초등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이용하는 ‘Junior Library’였습니다. 저학년 도서관에는 사서교사와 보조교사가 적어도 네 명이나 있었습니다. 사서교사 한 분은 마침 도서관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서교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국제학교인 이 학교의 도서관에는 영어로 씌어 있는 책들과 자료만 있느냐고. 선생님이 미소를 띠며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묻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어로 씌어진 장서를 따로 모아 놓은 코너로 안내하며 세계 주요 나라의 언어별 컬렉션이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한국 책들은 서가 한 곳을 채우는 정도의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초등 1~6학년용 장서들이 정리되어 꽂혀 있었습니다.
나는 참으로 기뻤습니다. 내 손녀가 제 모국어로 된 책을 볼 수 있고, 학교도서관에서 사서교사와 더불어 자기주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엔 사교육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귀한 손녀가 자유롭게 도서관을 이용하며, 사교육의 굴레를 겪지 않고 공부하고, 독서를 통해 창의력과 자기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키우면서 자라난다면, 멀리 떨어져 자주 만나지 못하여 아쉽고 안타까운 할아비 할미의 걱정쯤은 조금 접어 두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홀로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하나 이상 낳으려고 하지 않는 현실입니다. 출산율은 0.4%로 세계 200여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300년만 계속되면 2305년 대한민국에는 남자 2만, 여자 3만 명만 남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지구촌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로 한국을 꼽으면서 이를 ‘코리아 신드롬’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학교도서관 살리기,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를 시급히 배치하는 정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 일이 사교육 없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비로소 이루어지는 기틀이 되어, 국가 존망의 미래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