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교육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 중등]도서관 활용, 무한하구나∼ - 새내기 사서교사의 활용수업 몸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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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6:39 조회 9,685회 댓글 0건본문
2011년 2학기, 첫발을 떼다
내가 자라나는 동안 학교도서관이라는 공간은 나를 만들어준 곳이었다.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책 읽는 것이 좋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공간에 있기 위해 사서교사를 꿈으로 선택하게 되었고, 꿈을 향해 공부할 수 있었다. 다행히 4년 동안 공부하며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사실 2011년 2학기에 일을 시작했을 때에는 의욕만 앞섰지, 학교도서관 운영에 관한 이론적인 지식만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에 활용수업을 제대로 할 엄두도 나지않았고, 활용수업 이전에 해야 할 일들도 많았다. 그 당시에는 그저 내 앞에 주어진일들만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던 때인 것 같다. 공부한 내용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시스템에 대해 새로 배워야 했고, 고등학생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을뿐인 대학생의 입장과는 다르게 학생 앞에 서서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했다.
마침 개교 4년차인 남악고등학교에는 5천만원 상당의 장서구입 지원금이 주어졌고, 장서 수로는 시작 단계였던 도서관 ‘지혜의 샘터’가 커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잘 해내야만 했다. 보다 전문적인 학교도서관으로의 정비와 더불어 여러 선생님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추천도서목록을 참고하고, 여러 군데 서점에서의 조사와 책을 직접 읽을 이용자인 학생들과 선생님에게 추천도 받아 내실 있는 장서를 가진 도서관으로 만들고자 했다.
시작! 도서관 이용교육부터
그렇게 의욕 넘치는 한 학기를 마치고 새로운 1년이 시작되었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탄탄한 장서 내용과 더불어 제대로, 그리고 최대한 도움이 되는 조력의 공간이 될 수 있는 학교도서관이 되기 위해 이것만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것, 도서관 활용수업을 계획하게 되었다.
남악고등학교 도서관의 구조는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훌륭하게 리모델링이 된 다른 학교와 비교한다면 분명 자랑할 만한 공간은 되지 못하지만, 한 학급은 충분한 수업 공간과 더불어 멀티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 반별로 혹은 수준별 학습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기에 활용수업을 꼭 하고자 하는 의지가 참으로 컸다. 도서관 활용수업에 관한 꿈은 이렇듯 컸지만, 현실적으로 직접 수업시간을 받아서 활용수업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도서관 이용교육만큼은 3학년을 제외하고 1,2학년 모두에게 하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갖는 첫 번째 활용수업으로 도서관 이용교육을 하게 되었다. 3월 중순 무렵, 교과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1,2학년을 대상으로 3주간에 걸쳐 한 시간씩 진행했다. 학생들이 2,3년 동안 이용하게 될 도서관에 대해 잘 알아야 제대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반별로 학생들과 만난 적이 처음이라서인지, 학생들의 반응이 반별로 다르다는 점이 수업을 하는 동안 색다르게 느껴졌다. 대체로 작년 한 학기 동안 봐왔기에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2학년 7개 반 대부분은 흥미롭게 듣고, 또 실제 이용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는 데에도 익숙함이 느껴졌다. 1학년의 경우,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되어서 마주하게 된 사서교사라는 존재에 대해 커다란 호기심을 가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업 내용은 다른 학교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지만, 학생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서 내용을 구성해 보았다. 도서실 입구 사진을 시작으로, 바로 보이는 데스크와 서가로 들어가기 전 보이는 ‘북트럭’을 설명하자, 학생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있는 다양한 물건들의 이름과 쓰임을 알게 된 데에 대한 신기한 반응으로, 특히 북트럭의 경우에는 많이 생소해 하는 학생들이 많아 반별로 각기 다른 북트럭의 애칭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꼭 지켜야 할 주의사항 같은 경우는 말보다는 그림으로, 또 학생들이 이해하기 좋도록 상대방의 입장이 되었을 때의 예시를 통해 제시하자 그 효과가 훨씬 좋았다. 한 시간 동안 도서관 이용에 관한 모든 내용 대신 최소한의 이용사항과 도서관이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에 주목하였기 때문인지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원래부터 도서관에 관심 있었던 학생에게는 더 활용하고자 하는 공간이 되었고, 도서관이 어디 있는지도 몰라서 이용이 뜸했던 학생에게는 ‘내가 아는 공간’이라고 인식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활용수업, 꼭 계속해야겠다
폭풍과도 같이 이어졌던 15시간의 시수가 지나고, 다시 비어 있는 도서관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13,000여 권의 자료와 멀티미디어 활용도 가능한 수업 공간이 비어있는 데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리 잡았다. 모든 수업시간은 이미 배정되었고 억지로 수업시간을 뺏어올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교과교사와 연계한 수업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제 막 도서관 업무에 익숙해져가는 입장에서 먼저 나서서 시간을 내주십사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어서, 차선책으로 교과교사의 부재로 인한 수업대체가 이루어지는 시간을 이용하고자 했다.
1학년 국어과 수업의 경우, 교과교사의 부재로 간단한 사전 협의를 통해 인터넷 등의 가공된 정보에 의존하는 것을 떠나 자료 자체에 대한 학생들의 분석능력을 키우기 위한 활동을 계획하게 되었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인기 도서를 홍보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학생들을 네 명씩 모둠을 이루게 한 다음, 작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았던 도서, 도서관 추천도서 등으로 이루어진 4종의 책(『완득이』, 『아프니까 청춘이다』, 『외딴 방』,『내 청춘 시속 370km』)을 모둠 협의를 거쳐 각 1권씩 고르게 하였다. 그 다음 활동지의 내용을 설명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채우게 했는데, 처음 접해보는 활동이었던 탓일까, 부족했던 설명 탓일까 학생들의 질문은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굉장히 엉뚱한 질문까지 다양하게 쏟아져, 즐겁고 바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또다시 도전하기 위해 반성은 필수였다. 1차시 활동이었던 까닭에 많은 시간을 들여 활동의 취지와 배경지식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토론할 책을 학생들이 직접 고르거나, 다른 멀티미디어 도구를 이용한 정보 찾기, 저자의 다른 작품 찾기 등등, 2차시 이상만 됐더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간략했던 활동의 끝에는 저자 소개, 표지의 홍보 문구, 추천사 등등 학생들이 책 또는 자료에 대한 정보를 찾을 때 본문이 아닌 어느 곳에서 찾아야 할지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그 방법을 알게 해주고자 했다. 덕분에 나는 학생들이 책이라는 자료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인지, 책을 읽을 때 본문 외에 읽는 부분이 어디인지, 책을 고를 때 어디에 기준을 두고 고르는지 등을 알게 되었다.
물론 한 시간의 활동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책으로 돌려야겠다는 거창한 마음가짐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책이 얼마나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책 한 권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어졌다. 이상이 내가 도서관 활용수업을 지속적으로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 중의 하나다.
초보사서의 대책 없는 자신감
사서교사는 늘 교과와 관련하여 연구하는 교과교사에 반해 도서관에 있는 자료들을 주제로 구분하여 교과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활용수업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서교사는 한 교과가 아닌, 보다 다양하게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나는 느끼고 있었다. 초보사서의 대책 없는 자신감일지라도 학교도서관이 많이 활용되면 좋겠고, 이왕이면 많은 긍정적인 반응이 기다려진다.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도서관 활용수업 계획은 미술과 선생님과 그 시기를 조율 중이다. 교과서의 예제에서 잠시 눈을 돌려 실제 화집을 보며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미술과 선생님과 함께 준비하고 있다. 수업계획안을 짜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수업에 적용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처음 시도하는 도서관 활용수업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인 나도, 교과교사인 미술선생님도 처음 해보는 수업이기 때문에, 첫걸음으로 먼저 도서관의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역시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내용을 간략하게 제시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학생들이 직접 보고,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도서관 활용수업은 내게 도서관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언제라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자는 목표를 갖게 만들었다.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 들어차 있는 서가와 빽빽이 꽂혀 있는 책들…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기분 좋은 웃음이 함께할 수 있는 학교도서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