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교육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 초등]책으로 마음 열기 - 마음을 치유하는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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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6:34 조회 25,749회 댓글 0건본문
몇 해 전부터 공공도서관을 비롯하여 여러 기관에서 독서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 자신을 돌아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이것을 직접 실행에 옮겨 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대의 도서관 정의들을 보면 오래전부터 학자들도 독서가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필자도 독서치료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연수를 통해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어떻게 아이들에게 접목시켜 볼까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은 책을 좋아해서 오기도 하지만 마음의 안식처가 필요해서 오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그런 아이들을 보듬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몇몇 아이들을 모아 독서치료를 한다는 것은 거부감이 들 수 있고 또 도서관 여건상 그런 자리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기에 수업을 통해 상황별 도서를 활용하는 방법과 그런 책들을 읽고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계획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시간상 무리가 있기 때문에 독서의 틀을 잡아주고, 다양한 독서를 통해 생각의 폭을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3~4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상황과 관련된 책 읽기
한국도서관협회나 남산도서관에서 발행한 『상황별도서목록』을 보면 다양한 상황에서 읽을 수 있는 많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학교의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상황이 무엇일까를 생각하여 그와 관련된 책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 시간에 진행하는 독서치료적 책 읽기이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상황은 제외하였으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기 때문에 공통적인 주제를 정하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3학년과 4학년 수업은 같은 주제로 정하였으나 실제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진행했다. 아래 수업계획서는 1년 동안 만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책과 활동을 간략하게 작성한 것이다. 이 계획에 따라 수업지도안을 만들고 관련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소개한다.
내 마음을 담는 마법상자
■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 코키 루니카 지음│김은진 옮김│고래이야기
■ 학습목표: 내가 어떤 일에 스트레스 받는지 알고, 그 일을 마법상자 안에 넣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밖에서 함께 뛰어놀 친구나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한창 재미있고 즐겁게 생활해야 할 아이들이 부모가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참 답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내게 찾아와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부분 뭔가 불만에 가득 차 이야기할 상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과의 경험을 생각하며 함께 읽어 볼 책으로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마법상자』를 선택했다. 상담이나 독서치료의 3대 요소는 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이다. 이 책을 아이들과 나누면서 이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킬 것이라 생각했으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모든 활동은 책을 읽고 활동지 푸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때에 따라 만들기로 마무리했다. 단, 활동지를 풀기 전에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정답은 없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주었다.
마법상자 만들기 준비사항
1. 색종이 4장: 상자를 4개 만든다. 2개의 상자는 뚜껑으로 사용한다(스트레스를 넣는 마법 상자 1개, 사랑의 마법 상자 1개).
2. 색종이 2장 : 1장은 나에게 스트레스 주는 것들 적기, 1장은 나에게 용기를 주는 것들을 적는다(아이들에 따라 글로 적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표현하므로 색종이, A4 색지 등을 충분히 준비해 두면 좋다).
3. 색연필, 사인펜, 필기도구 등 :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여분으로 마련해 놓는다.
상자 접는 법은 PPT 자료로 준비하여 따라하기 쉽도록 했다. 교사가 시범을 보이며 함께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화면으로 진행 모습을 보여주며, 모둠에서 잘하는 아이가 뒤처진 아이를 도와주도록 사전에 약속하였다. 책내용을 활동지로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였으며, 이것을 상자 만들기로 마무리하니, 2시간을 연속으로 진행한 수업이었음에도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후 가상의 상자이지만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고 적어서 상자 안에 넣는 활동이 도움이 되었다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교사로서 보람을 느꼈다. 또한 아이들이 상자에 넣는 스트레스가 성적과 엄마의 잔소리, 형제 자매와의 관계, 학원 등과 같이 비슷한 요인들이라는 것을 서로 알고 이야기하는 시간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내 감정 다스리기
■『출렁출렁 기쁨과 슬픔』 허은실 지음│홍기한 그림│아이세움
■학습목표: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슬플 때 우는 것, 기쁠 때 웃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감정 표현의 일반 현상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다양한 행동들이 감정의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위해 중요하며 그런 행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였다.
그냥 읽어주거나 아이들이 읽도록 하면 수업의 흥미가 떨어질 것이라 판단하고 책을 스캔하여 PPT로 만들고 제목을 먼저 보여주고 함께 생각한 후 결과물을 볼 수 있도록 책의 내용을 재구성했다. 이 수업도 활동지로 내용을 확인하고 ‘감정카드’ 만들기로 마무리하여 아이들의 수업 흥미도를 유지시켰다. 감정과 관련된 수업은 아이들이 발표를 더욱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활동지를 풀기 전에 충분히 발표할 시간을 주어야 하므로 수업 시간은 2차시를 연속으로 진행하였다.
특히 슬픔이나 기쁨에 대해 정의 내리는 부분은 단어력이나 표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국어사전과 가치사전도 함께 준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가 하는 수업에서 내리는 정의는 자신만의 언어로 나타내는 것이니 부담을 갖지 말도록 알려준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감정카드를 각각 준비하여 해당하는 상황에 작성하도록 했다(카드 8장–슬픔이란 정의 내리기, 내가 슬플 때 쓰는 표현, 내가 슬플 때 하는 행동 그리거나 표현, 나를 슬프게 하는 것 / 기쁨이란 정의 내리기, 내가 기쁠 때 쓰는 표현, 내가 기쁠 때 하는 행동 그리거나 표현, 나를 기쁘게 하는 것). 자신이 작성한 감정카드를 붙이기 위해 미리 준비해 놓은 미니북 도안을 나눠주고 접은 후에 해당 내용을 붙여 완성하도록 한다.
이 수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행동하는지 서로나누고,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예: 슬플 때 애완동물을 괴롭히기, 친구 괴롭히기 등) 이것을 어떻게 바꿔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내세요, 우리 가족!
■『힘든 때』 바바라 슈크 하젠 지음│이선오 옮김│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미래M&A
■학습목표: 우리 가족이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가족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가족이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다. 고사성어 중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다 잘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항상 실천하긴 힘든 말이다. 아이들도 가족이 화목하고 행복할 때에는 걱정없이 얼굴이 밝다. 하지만 가정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무리 어려도 다 알게 되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서 『힘든 때』라는 다소 우울한 주제의 책을 읽고 나누었다.
이 책의 주인공과 같이 실제로 먹고사는 것이 어려운 아이도 있을 테고, 그렇지는 않지만 가족이 화목하지 않거나, 형제간의 싸움으로 즐겁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아이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책 선정에 고민을 하였지만 가족이란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리고 수업을 진행했다. 책을 읽고 우리 가족이나 나에게 힘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활동지를 해결하면서 내용을 되새기며 나의 경우를 정리해 보도록 하였다.
이 수업의 마무리는 2쪽짜리 ‘얼굴책’을 만들고, 가족 중 가장 힘을 주고 싶은 2명을 정하여 그 가족에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적어 보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행동을 실천한 후 사인을 받아 오면 맛있는 비타민을 선물로 주기로 하여 실천으로 연결시켜 보았다.
치료적 책 읽기를 마무리하며…
수업에서 치료적 책 읽기를 접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아이들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로 이끌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수업의 목적은 아이들을 치유하겠다는 것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맞는 여러 책들이 있음을 소개하고 이런 책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것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책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간접 경험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상황이 심각한 아이들은 전문적인 상담을 필요로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더 큰 문제로 발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으면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고 꼭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수업을 통해 여러 아이들과 진행하는 것이므로 자신의 상황을 비밀리에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우편함을 마련하여 비밀 편지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좋다.
편지 글씨를 보고 누구 이야기인지 짐작하는 학생들도 있으므로 받은 편지는 반드시 컴퓨터로 타자를 치고 그것을 프린트해 ‘이런 고민 함께 나누어요’라는 코너에 붙여 놓고 댓글 달기처럼 해결 방안을 붙여보도록 한다. 이런 후속 활동은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민을 오프라인에서 나누고 비슷한 고민이 있는 아이들에게도 용기를 주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초등학생들에게 걱정과 고민이 줄어드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면서, 마음의 쉼터로 거듭나는 도서관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