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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활용수업 [교육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 중등]서로 다른 생각의 차이 인정하기 - 독서토론으로 소통의 장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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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9-02 17:33 조회 12,98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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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발견한 독서토론의 묘미
2008년 첫 발령 학교에서 만난 다소 생소한 모임이 있었으니, ‘교사독서모임’이다. 이전까지 독서란 혼자만의 취미로 알고 있던 나에겐 당황스런 모임이었고, 더군다나 사서교사라는 이유로 이 모임을 이끌어나가야 했을 때의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근 1년을 별다른 소득도, 변화도 없이 모임을 끌어오다 찾은 것이 광주의 오프라인 독서모임이다. 비록 생긴 지 1년이 안 된 신생 모임이었지만, 구성원 모두 높은 독서열로 독서모임의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덕분에 나는 교내모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고, 독서토론의 묘미까지 알게 되었다. 다음해 새로 만나게 된 전남의 사서교사 독서모임은 ‘독서토론을 수업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용기와 힌트를 주었고, 마침 교재도 내용도 없던 내 수업의 적절한 참고자료가 되어주었다. 또한 당시 화제를 모았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의 토론식 강의 영상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고, 내 토론수업의 지향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들과 토론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1~2차시 도서관 이용교육
토론 수업에 앞서 빼놓을 수 없는 도서관 활용수업의 첫 시작은 이용교육이다. 보통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수업은 아이들과의 첫 대면이기도 하고, 도서관을 모르는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처음이자 때론 마지막 교실수업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을 직접 둘러보지 못한 채 소개하게 되고, 때론 기자재조차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저 말이나 글로 얄팍하게 때우기도 한다. 올해는 다행히도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자료가 있었는데, 전임 사서교사가 만들어 놓은 ‘도서실 안내도’이다. 처음엔 무심히 지나쳤지만 이보다 더 좋은 소개 자료는 없겠다 싶어, 첫 수업에 유용하게 활용하였다. 보통 도서관 이용교육은 그렇게 도서관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교육을 1시간 진행하거나, 시간이 부족할 경우 전자도서관 활용법까지 덧붙여 2시간에 걸쳐 진행하기도 한다.



2~3차시 독서 현황 파악 및 모둠 구성
원활한 독서토론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모둠을 잘구성해야 한다. 그 기초자료를 나는 아이들과의 면담을 통해 얻는다. 하지만 여전히 과밀 학급으로 한 반에 4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세세히 알기란 어렵다.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아주 간단한 3가지 질문(독서량, 좋아하는 장르, 향후 독서 계획)을 통해 각자의 독서 수준과 상황을 파악하고 모둠구성 자료로 활용한다. 처음 면담을 진행할 때는 1대1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 시간 내내 해도 겨우 절반의 아이들밖에 만나지 못하자, 전체 학생에게 미리 질문 내용을 숙지시킨 후 약 5~6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룹 면담을 실시했다. 그렇게 학생들의 독서 현황을 파악하게 되면 독서량이 적은 아이, 중간 수준의 아이, 높은 아이들을 골고루 섞어 하나의 모둠으로 구성한다. 보통 1학기는 이렇게 담당교사인 내가 모둠을 정해주고 2학기는 아이들 스스로 모둠을 구성하도록 한다.

4차시 독서토론 맛보기
모둠 구성이 이루어지고 나면 본격적인 독서토론 수업 진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들어간다. 그 첫 단계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토의와 토론의 의미, 차이점을 알려주고 독서토론 방식에 대해 안내한다. 그리고 맛보기로 책을 읽지 않아도 토론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아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 방법을 숙지하도록 한다.





• 활동자료 예시
1. 다음 글을 읽은 후에 여러분의 생각은?
혼자 사는 제빼또 할아버지는 인형을 잘 만듭니다. 외로운 할아버지는 이런저런 인형을 만들다가 사내아이처럼 생긴
귀여운 인형을 하나 만듭니다. “나에게도 이런 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한탄을 귀 밝은 천사가 들었나봅니
다. 천사는 밤에 몰래 와서 피노키오를 진짜 사내아이처럼 움직이고 말하는 존재로 바꿔놓습니다. 그래서 피노키오
의 모험이 시작됩니다.

천사는 피노키오에게 착한 아이가 되면 ‘진짜 소년’이 되게 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나중에 피노키오는 우여곡절을
겪다가 고래 뱃속에 갇힌 아버지를 구하고 쓰러지죠. 이 장면에서 천사는 피노키오를 진짜 소년이 되게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피노키오는 사람인가?’라고 물을 때는 작품의 처음과 끝 부분을 제외하고 그 중간 과정에 있는 피노
키오에 대해서 묻는 것입니다. 사람처럼 말하고 걸어 다니고 장난치고 아버지를 고래 뱃속에서 구하는 장난꾸러기
피노키오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그저 인형일까요?

1) 논제: 피노키오는 사람일까요? 아니면 인형일까요?
2) 찬반토론(각 2명) : 사람 VS 인형
3) 판결(사회자, 기록이) :

2. 만약 여러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겠습니까?
피노키오는 학교 가는 길에 딴 길로 샙니다. 책 살 돈으로 사탕을 사먹고, 인형극이 보고 싶어서 가짜 표를 사는 등
이런저런 일을 겪다가 인형극 무대에 서게 되죠. 피노키오는 다른 꼭두각시와 달리 스스로 움직이고 노래 부를 수 있
죠. 물론 무대를 곧 엉망으로 만들긴 합니다만. 어쨌든 극단 단장인 스트롬볼리가 볼 때는 꽤 쓸 만한 녀석이죠. 그래
서 피노키오를 무대에 세우려고 일단 새장 속에 가둡니다.

자, 그럼 밤새 피노키오를 찾아 헤매던 할아버지를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피노키오를 곡마단에서 찾았
다고 합시다. 그래서 우리는 제뻬또 할아버지와 함께 스트롬볼리의 불법행위를 법원에 기소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어떤 죄목으로 기소하면 될까요? 법원에 ‘감금죄’ 또는 ‘어린이 유괴죄’로 기소해야 하나요, 아니면 남의 인형
을 훔쳤으니까 ‘절도죄’로 기소해야 하나요? 만약 여러분이 검사라면 어떤 죄로 기소할 겁니까? 또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겁니까?

1) 논제: 스트롬볼리는 감금죄(유괴죄)에 해당할까요? 아니면 절도죄에 해당할까요?
2) 찬반토론(각 2명) : 감금죄 또는 유괴죄 VS 절도죄
3) 판결(사회자, 기록이) :

5~6차시 독서토론의 실제
예행 연습을 통하여 토론 방법을 익혔다면 한 권의 책을 정하여 토론수업을 진행한다. 토론도서를 선정할 때는 쟁점이 분명한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각 장마다 주제가 나뉘어져 있어 책을 전부 읽지 않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책이 좋다. 올해 첫 토론도서로 선정한 『인권, 교문을 넘다』는 그런 면에서 매우 적합한 선택이었다.




• 토론도서 소개
인권, 교문을 넘다 : 학생인권쟁점탐구 / 공현 외 지음
2010년 5월부터 ‘학생인권 끝장 릴레이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학생인권이라는 논제를 철저하게 토론한 끝에 정리하여 엮은 책. 1부에서는 학생인권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고, 2부에서는 학생인권을 억압하고 있는 대표적인 쟁점들(두발 자유, 체벌, 휴대전화 사용, 교복, 강제 보충과 야자 등)에 대해 파헤친다. 3부에서는 학생인권이 왜 중요하고, 학생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지 그 타당성을 제기한다.

• 모둠별 토론하기
토론의 진행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 교사의 활동내용 설명 및 활동지 배부
: 활동내용(또는 주제)를 간략히 소개하고, 활동지를 배부한다.
② 활동지 지문(주제문) 읽기–주제 파악하기
: 모둠별로 각자(또는 사회자가) 활동지 지문(주제문)을 읽는다.
③ 활동지 작성하기–논리적인 글쓰기
: 활동지 주제문에 따른 각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
④ 모둠별 토론하기–논리적인 말하기
• 사회자는 논제에 대한 모둠원의 생각 끌어내기
• 기록이는 토론 내용 작성 및 정리하기
• 토론자는 자신이 정리한 내용을 토대로 말하기
⑤ 토론 내용 정리하기–요약하여 정리하기
: 각 모둠의 기록이가 토론한 내용을 칠판에 간략하게 정리한다.
⑥ 모둠별 발표 및 정리하기–요약하여 발표하기
• 기록이가 칠판에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모둠별 토론 내용을 정리하여 발표한다.
• 또는 학생들이 칠판에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사가 전체적으로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토론을 진행하다 보면 의외로 지문의 요지와 논제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럴 때면 교사가 제대로 방향을 잡아주어야 한다. 또한 짧은 시간에 여러 개의 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리하다 보니 시간 부족을 겪기도 한다. 그럴 땐 욕심내지 않고 모둠별로 각기 다른 하나의 논제를 정해주고, 모둠별 발표 및 정리 시간에 전체적으로 논제를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 활동지 예시
1. 맞을 짓 한 자? 맞아도 되는 자! : 체벌과 폭력 사이
체벌: 몸에 직접 고통을 주어 벌함. 또는 그런 벌.
폭력: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뜻으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함

체벌이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교육청에서 2010년 2학기에 체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라는 지침
을 내렸고, 그에 발맞춰 우리 학교에서도 체벌이 사라졌습니다. 저도 학생들이 인격적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
해요. 솔직히, 체벌이 있었던 때에도 노는 애들은 놀고 공부할 애들은 공부하고 그랬어요. 때린다고 애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학생인 제가 봐도 ‘쟤는 좀 맞아야 정신 차리겠다.’ 싶은 애들이 있어요. 학교는 여럿이 공
부하는 곳인데, 자기 멋대로 구는 애들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요? 특히 수업 시간에 공부에 집중하고 싶은데 수
업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애들을 보면 화가 나요. 그런데 체벌이 없어지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그런 아이들을 어쩌
지 못하고 쩔쩔매시는 것 같아요. 선생님도 그런 아이들을 제지하지 못하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뭐라고 한다고 조용
히 할까 싶기도 하고요. 체벌은 사라져야 하지만, 단체 기합이나 떠드는 애들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일 정도는 필
요하지 않을까요?

1) 학교에서는 주로 어떤 행동이 ‘교사에게 맞을 짓’으로 여겨져 왔나? 그것들은 왜 문제 행동으로 여겨질까?
그런 행동들은 모두 문제가 있고 잘못된 행동일까?
2)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 학생들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 중략 -

3. 다음 사례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자.
가. 19세기 미국의 노예 농장주들 사이에서 교본처럼 떠돌았던 ‘노예 훈련법 5단계’ (엄격한 체벌 / 열등성에 대한 자각 / 주인이 가진 우월한 권력에 대한 믿음 / 주인의 기준을 받아들이기 / 자신의 무력함과 의존성을 뼛속 깊이 느끼기)를 보면 체벌을 통해 무엇이 학습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이 훈련법은 주인의 말을 듣지 않은 노예에게 채찍질을 하면 노예는 주인이 가진 우월한 권력과 기준을 뼛속 깊이 받아들이게 되며, 주인님의 뜻을 거스르고 노예 해방을 꿈꾸는 못된 생각 따위는 더 이상 품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나. ‘공부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한 체벌 카페는 학생들끼리 서로 교사와 학생의 역할을 나누고 과제를 내주면서 체벌을 명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카페에 가입한 학생들은 맞아 보고 싶다, 공부를 하고 싶다, 통제받고 싶다고 가입 동기를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목표로 정한 시험 점수에 도달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체벌한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일례로, 한 초등학생이 국어는 100점, 수학은 32점, 과학은 65점을 받았는데 맞아야 되는지를 묻자, 교사 역할을 맡은 이 카페의 운영자는 “35대 맞아야 한다. 사진을 찍어서 체벌 검사 코너에 올려 달라”고 답변했다.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공부하려고 이 카페에 가입했다”며 의자에 앉아 자신의 허벅지를 회초리로 때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1) 체벌은 학생들에게 무엇을 얻어내기 위한 것인지, 가의 사례를 통해 생각해보자.
2) 나의 사례와 같은 경험담이나 주변의 사례가 있다면 말해보자

독서토론 수업의 달인을 꿈꾸며
아이들과 토론수업을 진행해온 지도 어느덧 3년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업경영으로 부실한 수업이 되기 일쑤다. 특히 혼자서 끼고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들과 토론수업에 대해 별다른 흥미와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인지 매번 갈등하게 된다. 독서모임 속에서 느꼈던 토론의 묘미를 아이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시작한 수업이지만, 마냥 자신을 귀찮게 하는 성가신 활동으로만 치부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도 든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 점 한 가지만 깨닫는다면 나는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똑같은 논제를 주어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것. 그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해준다면 좀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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