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학교도서관 활용수업 - 중등 1]문화를 알면 언어가 보인다 - 중국어교사와 함께한 도서관 협력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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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4:41 조회 15,249회 댓글 1건본문
조심스러운 시도
“외국에서 하는 도서관 협력수업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굉장히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협력수업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는가, 그곳에 사서교사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어느 해보다도 작열하는 태양이 뜨거웠던 지난 여름, 대학원 강의 중에 담당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연수나 강의를 들을 때면 항상 원론적인 고민과 자아성찰에 빠지게 된다.
변명 아닌 변명을 좀 덧붙이자면, 희한하게도 나는 ‘어른 울렁증’이 있다. 나보다 연장자 앞에서는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처음 신규발령을 받은 학교는 말 그대로 베테랑 선생님들이 다수인 학교였고, 획일적인 교실 수업의 대안으로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알리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또래의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학생들에게 헌신적이고 활기찬 수업을 위해 항상 연구하는 중국어 선생님에게 무작정 졸라댔다.
“선생님, 저랑 도서관 협력수업 한번 해 볼래요?”
“응? 그게 뭔데요?”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연습시키는 건데요. 어쩌구저쩌구….”
짧지 않은 대화 끝에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기로 결정하였고, 도서실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학교도서관저널> 과월호를 모두 뒤적거리며 관련카페와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그중 송곡여고 이덕주 선생님의 중국어과 협력수업 사례가 있어 많이 참고할 수 있었다. 1차 자료 수집이 끝난 뒤 다시 중국어선생님과 도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중국 광고를 활용하여 협력수업을 구상했지만, 학습자의 수준과 난이도를 고려하여 광범위한 주제 속에서 학습자 스스로 ‘찾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동의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뼈대를 만들었다.
28명의 학생들을 6개 모둠으로 조직하고 내용적인 측면은 중국 문화와 어휘에 친숙해지는 것으로, 형식적인 측면은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면서 출처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아가 인용문헌 서지기술 방법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다음 논의하게 된 사항은 조사 과제를 모둠의 수보다 많이 제시하여 선택의 폭을 넓게 할 것인가, 아니면 모둠의 수만큼만 제시하여 효율을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결론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6가지 과제만 제시하기로 하였고, 그러한 틀을 가지고 수업지도안을 만들었다.
1. 중국의 음식지도 만들기 (각 지역별 대표 음식 소개하기)
2. 중국의 가장 큰 전통명절은? (춘절의 유래, 풍속, 음식)
3. 중국인에게 시계를 선물하면 좋아할까? (중국인의 금기, 해음현상)
4. 중국에는 왜 짝퉁(가짜상품)이 많을까? (중국인의 성향 또는 가짜상품 예시)
5. 중국 번안곡 찾아서 다 함께 노래 부르기
6. 중국에서는 외래어를 어떻게 읽을까? (3가지 용법, 예시)
도움의 손길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준비를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전문가 두 분을 우선 찾아가 보기로 했다.
우리 학교에는 마침 수석 선생님이 계신다. 외부로 출강도 많이 하시고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관대하신 분이라 조언도 얻을 겸 조심스럽게 찾아갔다. 지도안을 검토하시더니 의외로 세부적인 형식은 나중에 보겠다고 하셨다. 의아해하며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노라니, 이러한 시도 자체로서 이미 긍정적이며, 이 학습지도안이 실제 수업에서 발현되는 모습을 꼭 참관하고 싶다고 하셨고, 적극적으로 응원하셨다.
다른 전문가 한 분은 바로 교감선생님이시다. 컨설팅 장학, 연구학교 발표회 등 바쁘신 와중에도 갑자기 들고 온 학습지도안을 특유의 꼼꼼함으로 차근히 살펴주셨다. 나름대로 교안에 들어갈 필수요소들을 챙겨서 작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빠진 것이 너무 많았다.
수정을 마치고 난 뒤 내부결재 공문으로 기안하여 문서로 남겨 두었다. 어떻게 보면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공식적인 연구수업도 아닌데 기안을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정착되고 협력수업의 문화가 확산될 때까지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D–DAY
참고자료, 학습지도안, 기자재에서부터 학생들의 역할 명찰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 하였다고 생각했지만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 속 대사를 읊어가며 연습을 했는데, 꼭 교생실습 마지막에 연구발표 수업을 하는 것처럼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2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도서실로 들어왔다. 친근하게 농담도 하고, 평상시 장난스러운 학생에게 진지하게 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나니 다시 3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차렷! 경례!” 반장의 외침과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해 보는 것은 이에 따르는 설명이 길어진다. 학생들이 프로젝트 탐구학습에 대한 연습이나 경험이 없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고, 그만큼 학생들이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활동과제를 제시한 뒤 학생들이 모둠별로 선택하고 조사를 한 20여 분쯤 해서 무엇인가 본인들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에 익숙해질 때 즈음 학생들을 다시 자리로 불러모아야 했다. 큰 틀에서 놓고 보면 프로젝트 학습이 오히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강연식 수업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집중이수제와 블록타임제 등을 실시하는 학교들이 많으므로 선생님들의 열의와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마치고 중국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시간’에 대한 것이 공동의 고민이었다. 학습지도안이라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수업의 흐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안이므로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교사의 설명을 대폭 줄이고 학생활동의 시간을 늘리기로 하였다.
다음날, 학생들은 다시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도서실에 들어왔다.여전히 부족한 자료와 시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보다는 더욱 발전되고 익숙한 모습이었다. 책 바구니에 들어 있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고 여겨졌는지 스스로 서가를 돌아다니며 ‘뭐 다른 것은 없을까?’ 책을 뒤적이는 학생,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학생, 함께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학생….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학습하고 있었다. 준비된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았다.
제일 처음 발표를 시작한 모둠은 ‘번안곡 찾아 함께 노래 부르기’미션을 수행하였다. 신승훈의 ‘I Believe’를 중국어로 번안한 노래였는데 많은 학생들이 아는 노래여서 그런지 함께 따라 불렀다. 중국의 음식지도를 그려 권역별 대표적인 음식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발표하는 모둠, 중국 사람들이 외래어를 읽는 방법을 칠판에 판서하며 선생님처럼 설명하는 모둠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표현해 냈다. 발표를 모두 마치고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낸 뒤 중국어 선생님과 함께 남은 뒷정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서 선생님이 늘 구상해 오던 도서관 협력수업의 모습이었는지 걱정되네요. 시간이 너무 촉박했나….”라고 말해줄 때는 무엇인가 커다란 것을 마무리한 다음처럼 마음이 짠해져 왔고,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 낯선 제의에 흔쾌히 응해준 그 배려가 참 고마웠다.
한 번 더! OK?
사실 깜짝 놀랐다. 협력수업을 시작하려는 찰나 수석 선생님이 어느샌가 한 모퉁이에서 캠코더를 설치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의 거의 모든 행사 촬영은 내가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하는 일은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뜻도 된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탁할 만한 선생님들이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모두 수업이 있어서 결국 부탁을 못하고 캠코더 한 대만 고정시켜 놓은 상태였다. 대부분의 참관이라고 하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뒤편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관찰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수석 선생님은 부탁을 드린 것도 아니었는데 본인이 캠코더를 촬영하고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활동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주셨다. 선생님은 7교시쯤 함께 만나자며 수석 교사실로 초대하셨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협력수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나 강연 등을 통해서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수업에 대해서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수업의 차이를 느끼는 분은 많지 않지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앞으로의 교육으로 받아들인다면 도서관 협력수업은 상당히 좋은 대안이 될 거예요. 하지만, 실제적인 경험은 없죠. 교과 선생님도, 그리고 그것을 잘 도울 수 있다는 사서교사인 저 조차도 말이에요. 그래서 경험을 쌓고 싶어서 중국어 선생님께 함께 해주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서교사)
“제2외국어 수업을 단지 고등학교 2년 동안 듣고 학생들이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워요.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지는 정도지요.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을 혼자 공부해야 해요. 스스로 공부하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중국어교사)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그것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이에요. 이 선생님, 다음번에는 나랑 같이 합시다.”(수석교사)
도서관에서 만나요
얼마 전에 읽은 일본 소설의 제목이다. 『도서관에서 만나요』(다케우치 마코토, 웅진지식하우스, 2011). 한 개인에게 지니는 도서관의 의미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던 책이다. 문화적 차이나 허구의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책과 도서관이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데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번 도서관 협력수업이 반복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순간을 기약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뿌듯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도서관 협력수업은 학생들이 능동적인 학습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학교도서관의 관종 특성을 살려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도서관에서 만나요.”
“외국에서 하는 도서관 협력수업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굉장히 치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협력수업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는가, 그곳에 사서교사의 역할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어느 해보다도 작열하는 태양이 뜨거웠던 지난 여름, 대학원 강의 중에 담당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연수나 강의를 들을 때면 항상 원론적인 고민과 자아성찰에 빠지게 된다.
변명 아닌 변명을 좀 덧붙이자면, 희한하게도 나는 ‘어른 울렁증’이 있다. 나보다 연장자 앞에서는 지나치게 긴장을 해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처음 신규발령을 받은 학교는 말 그대로 베테랑 선생님들이 다수인 학교였고, 획일적인 교실 수업의 대안으로서 도서관 협력수업을 알리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또래의 선생님들과 함께 근무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학생들에게 헌신적이고 활기찬 수업을 위해 항상 연구하는 중국어 선생님에게 무작정 졸라댔다.
“선생님, 저랑 도서관 협력수업 한번 해 볼래요?”
“응? 그게 뭔데요?”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연습시키는 건데요. 어쩌구저쩌구….”
짧지 않은 대화 끝에 함께 협력수업을 진행해 보기로 결정하였고, 도서실에서 열심히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학교도서관저널> 과월호를 모두 뒤적거리며 관련카페와 신문기사를 찾아보았다. 그중 송곡여고 이덕주 선생님의 중국어과 협력수업 사례가 있어 많이 참고할 수 있었다. 1차 자료 수집이 끝난 뒤 다시 중국어선생님과 도서실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중국 광고를 활용하여 협력수업을 구상했지만, 학습자의 수준과 난이도를 고려하여 광범위한 주제 속에서 학습자 스스로 ‘찾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에 동의를 하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뼈대를 만들었다.
28명의 학생들을 6개 모둠으로 조직하고 내용적인 측면은 중국 문화와 어휘에 친숙해지는 것으로, 형식적인 측면은 학생들이 자료를 조사하면서 출처를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나아가 인용문헌 서지기술 방법을 습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다음 논의하게 된 사항은 조사 과제를 모둠의 수보다 많이 제시하여 선택의 폭을 넓게 할 것인가, 아니면 모둠의 수만큼만 제시하여 효율을 높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결론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어 6가지 과제만 제시하기로 하였고, 그러한 틀을 가지고 수업지도안을 만들었다.
1. 중국의 음식지도 만들기 (각 지역별 대표 음식 소개하기)
2. 중국의 가장 큰 전통명절은? (춘절의 유래, 풍속, 음식)
3. 중국인에게 시계를 선물하면 좋아할까? (중국인의 금기, 해음현상)
4. 중국에는 왜 짝퉁(가짜상품)이 많을까? (중국인의 성향 또는 가짜상품 예시)
5. 중국 번안곡 찾아서 다 함께 노래 부르기
6. 중국에서는 외래어를 어떻게 읽을까? (3가지 용법, 예시)
도움의 손길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준비를 하면서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의 전문가 두 분을 우선 찾아가 보기로 했다.
우리 학교에는 마침 수석 선생님이 계신다. 외부로 출강도 많이 하시고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 관대하신 분이라 조언도 얻을 겸 조심스럽게 찾아갔다. 지도안을 검토하시더니 의외로 세부적인 형식은 나중에 보겠다고 하셨다. 의아해하며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노라니, 이러한 시도 자체로서 이미 긍정적이며, 이 학습지도안이 실제 수업에서 발현되는 모습을 꼭 참관하고 싶다고 하셨고, 적극적으로 응원하셨다.
다른 전문가 한 분은 바로 교감선생님이시다. 컨설팅 장학, 연구학교 발표회 등 바쁘신 와중에도 갑자기 들고 온 학습지도안을 특유의 꼼꼼함으로 차근히 살펴주셨다. 나름대로 교안에 들어갈 필수요소들을 챙겨서 작성했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빠진 것이 너무 많았다.
수정을 마치고 난 뒤 내부결재 공문으로 기안하여 문서로 남겨 두었다. 어떻게 보면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것에 대해서 공식적인 연구수업도 아닌데 기안을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정착되고 협력수업의 문화가 확산될 때까지는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D–DAY
참고자료, 학습지도안, 기자재에서부터 학생들의 역할 명찰까지 만반의 준비를 다 하였다고 생각했지만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나리오 속 대사를 읊어가며 연습을 했는데, 꼭 교생실습 마지막에 연구발표 수업을 하는 것처럼 긴장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2교시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학생들이 하나둘씩 도서실로 들어왔다. 친근하게 농담도 하고, 평상시 장난스러운 학생에게 진지하게 임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나니 다시 3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차렷! 경례!” 반장의 외침과 함께 수업이 시작됐다.
무엇이든 처음 시작해 보는 것은 이에 따르는 설명이 길어진다. 학생들이 프로젝트 탐구학습에 대한 연습이나 경험이 없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고, 그만큼 학생들이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활동과제를 제시한 뒤 학생들이 모둠별로 선택하고 조사를 한 20여 분쯤 해서 무엇인가 본인들이 수행해야 하는 작업에 익숙해질 때 즈음 학생들을 다시 자리로 불러모아야 했다. 큰 틀에서 놓고 보면 프로젝트 학습이 오히려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강연식 수업보다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집중이수제와 블록타임제 등을 실시하는 학교들이 많으므로 선생님들의 열의와 열정으로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마치고 중국어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시간’에 대한 것이 공동의 고민이었다. 학습지도안이라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수업의 흐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어디까지나 계획안이므로 상황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교사의 설명을 대폭 줄이고 학생활동의 시간을 늘리기로 하였다.
다음날, 학생들은 다시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도서실에 들어왔다.여전히 부족한 자료와 시간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지난 시간보다는 더욱 발전되고 익숙한 모습이었다. 책 바구니에 들어 있는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고 여겨졌는지 스스로 서가를 돌아다니며 ‘뭐 다른 것은 없을까?’ 책을 뒤적이는 학생,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학생, 함께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학생….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학습하고 있었다. 준비된 시간이 흐르고, 학생들을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려놓았다.
제일 처음 발표를 시작한 모둠은 ‘번안곡 찾아 함께 노래 부르기’미션을 수행하였다. 신승훈의 ‘I Believe’를 중국어로 번안한 노래였는데 많은 학생들이 아는 노래여서 그런지 함께 따라 불렀다. 중국의 음식지도를 그려 권역별 대표적인 음식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발표하는 모둠, 중국 사람들이 외래어를 읽는 방법을 칠판에 판서하며 선생님처럼 설명하는 모둠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표현해 냈다. 발표를 모두 마치고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낸 뒤 중국어 선생님과 함께 남은 뒷정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서 선생님이 늘 구상해 오던 도서관 협력수업의 모습이었는지 걱정되네요. 시간이 너무 촉박했나….”라고 말해줄 때는 무엇인가 커다란 것을 마무리한 다음처럼 마음이 짠해져 왔고,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 낯선 제의에 흔쾌히 응해준 그 배려가 참 고마웠다.
한 번 더! OK?
사실 깜짝 놀랐다. 협력수업을 시작하려는 찰나 수석 선생님이 어느샌가 한 모퉁이에서 캠코더를 설치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의 거의 모든 행사 촬영은 내가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하는 일은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뜻도 된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부탁할 만한 선생님들이 공교롭게도 그 시간에 모두 수업이 있어서 결국 부탁을 못하고 캠코더 한 대만 고정시켜 놓은 상태였다. 대부분의 참관이라고 하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뒤편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관찰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수석 선생님은 부탁을 드린 것도 아니었는데 본인이 캠코더를 촬영하고 사진을 찍으며 우리의 활동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주셨다. 선생님은 7교시쯤 함께 만나자며 수석 교사실로 초대하셨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협력수업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한 질문을 하셨다.
“많은 선생님들이 연수나 강연 등을 통해서 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수업에 대해서 알고 계실 거예요. 하지만 도서관 활용수업과 협력수업의 차이를 느끼는 분은 많지 않지요.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앞으로의 교육으로 받아들인다면 도서관 협력수업은 상당히 좋은 대안이 될 거예요. 하지만, 실제적인 경험은 없죠. 교과 선생님도, 그리고 그것을 잘 도울 수 있다는 사서교사인 저 조차도 말이에요. 그래서 경험을 쌓고 싶어서 중국어 선생님께 함께 해주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사서교사)
“제2외국어 수업을 단지 고등학교 2년 동안 듣고 학생들이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워요.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지는 정도지요.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기간보다 훨씬 더 많은 날들을 혼자 공부해야 해요. 스스로 공부하는 연습을 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중국어교사)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자기주도적 학습과 그것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이에요. 이 선생님, 다음번에는 나랑 같이 합시다.”(수석교사)
도서관에서 만나요
얼마 전에 읽은 일본 소설의 제목이다. 『도서관에서 만나요』(다케우치 마코토, 웅진지식하우스, 2011). 한 개인에게 지니는 도서관의 의미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던 책이다. 문화적 차이나 허구의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책과 도서관이 여러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데에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결국 이번 도서관 협력수업이 반복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순간을 기약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뿌듯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도서관 협력수업은 학생들이 능동적인 학습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학교도서관의 관종 특성을 살려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도서관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