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활용수업 [초등] 최고다, 사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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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19 06:03 조회 18,569회 댓글 0건본문
박성희 성남 산운초 사서교사
수업컨설팅이 안기는 고민들
정신없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 주변의 나무에 꽃이 피었는지 졌는지도 알지 못한 채 한 달을 보내게 된다. 땅이 질퍽거려 아이들의 운동화에 묻어난 진흙 때문에 지저분해진 학교 계단을 보고서야 진짜 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다. 이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수업 컨설팅 이야기가 메신저를 타고 솔솔 날아온다.
그런데 수업컨설팅 이야기가 나오면 왜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첫째로 나는 사서교사인데 장학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연구부장 선생님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며 선택권을 나에게 넘기신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이 말이 더 한숨짓게 만든다. 사실 수업을 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비교과이기 때문인지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입장을 부러워하는 동료교사들이 있어 가끔은 슬퍼지기도 한다.
둘째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다. 다른 교사들은 교과서의 진도대로 하면 되지만 나는 배정받은 수업 차시가 얼마 없기 때문에 장학이 이루어지는 달에는 이미 나의 1학기 수업이 끝나버린다. 결국 장학을 받기 위해 했던 수업을 한 번 더 하거나 새로운 수업안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는 내가 얼마 안 되는 희귀 아이템(?) 사서교사라는 것이다. 장학을 받을 때마다 다들 사서교사가 무슨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한다. 거기다 작년 처음 학교를 옮겼고 본교는 도서관만 있었지 담당 인력이 없었던 곳이라 나에게 거는 기대가 부담스러울 만큼 높았다.
수업컨설팅 날짜가 잡힌 날부터 새로운 각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동료 교사들이 ‘역시 사서교사라 다르구나.’ ‘같이 수업연구 한번 해보고 싶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 신선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담임교사도 아니고 수업차시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인 것 같고, 그리고 교육과정 계획에도 맞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도서관이용교육시간 2차시, 독서교육시간 6차시 속의 내용과 잘 연결될 수 있는 수업이어야 했다.
고심 끝에 이번 독서교육의 주제인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계획했다. 자료를 모으다 보니 역시 요즘 ‘진로교육’이 중요해져서 그런지 자료가 다양했다.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 자료들이 구미를 당겼다. 나는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수업 협의회를 가지며 수집한 자료들을 펼쳐 보였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디어가 좋긴 한데 이런 수업들은 일반 교사들도 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아니냐고 했다. 사서교사면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렇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하든지 나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해야 하는 사서교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수업을 왜 해야 하고, 왜 하려고 하는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를 구원해 준 것은 경기도 선생님들이 만든 장학자료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진로 독서 프로그램」(경기도교육청, 2011)이었다. 학교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진로독서 프로그램을 어쩜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것인지!! 정말 이 자료집을 만든 선생님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장학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십진분류표를 활용한 직업의 종류 알아보기’ 수업지도안을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았다.
수업컨설팅 당일. 관내의 타 학교 교감선생님과 본교 교감선생님,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서 참관하셨다. 비디오 촬영까지 하니 괜히 떨려왔다. 아이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도입부분에서는 내가 즐겨하는 말랑말랑 두뇌게임의 일종인 마법의 삼각형으로 지난 차시에 배운 청구기호로 책 찾기 게임을 모둠별 활동으로 하였다. 이 게임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청구기호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만든 것이다. 도서관 이용교육 마지막 차시에는 이런 식의 게임을 통해 청구기호도 익히고 책도 찾아볼 수 있게 했는데 수업시간에 이것만 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로 재미있어 했다.
전개부분에서는 KDC 요목표를 보고 직업을 찾아보며 분류표를 한 번 더 익히고, 직업의 종류도 알아보도록 하였다. 그런 후 모둠별로 서가에서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찾아 책 제목을 연결하여 직업을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개수업을 마친 후 협의회에서 교감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가 그동안의 고민과 번뇌를 잊게 만들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서도 “사서교사가 이런 수업을 할 수 있구나.”라며 조금 놀라워하셨다. 그러나 욕심을 부려 학습활동이 많은 것을 지적 받았다.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나의 수업이 사서교사의 수업을 못 미더워했던 선생님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수업장학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욱 자주 받고 싶다. 그래서 더 깊이 연구하고 더 좋은 자료를 개발하고 싶다. 또, 아이들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수업의 달인이 되고 싶다.
수업컨설팅이 안기는 고민들
정신없는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 주변의 나무에 꽃이 피었는지 졌는지도 알지 못한 채 한 달을 보내게 된다. 땅이 질퍽거려 아이들의 운동화에 묻어난 진흙 때문에 지저분해진 학교 계단을 보고서야 진짜 봄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니 말이다. 이렇게 바쁘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수업 컨설팅 이야기가 메신저를 타고 솔솔 날아온다.
그런데 수업컨설팅 이야기가 나오면 왜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첫째로 나는 사서교사인데 장학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의문과 마주하게 된다. 연구부장 선생님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며 선택권을 나에게 넘기신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이 말이 더 한숨짓게 만든다. 사실 수업을 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비교과이기 때문인지 항상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선택의 입장을 부러워하는 동료교사들이 있어 가끔은 슬퍼지기도 한다.
둘째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다. 다른 교사들은 교과서의 진도대로 하면 되지만 나는 배정받은 수업 차시가 얼마 없기 때문에 장학이 이루어지는 달에는 이미 나의 1학기 수업이 끝나버린다. 결국 장학을 받기 위해 했던 수업을 한 번 더 하거나 새로운 수업안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셋째는 내가 얼마 안 되는 희귀 아이템(?) 사서교사라는 것이다. 장학을 받을 때마다 다들 사서교사가 무슨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 한다. 거기다 작년 처음 학교를 옮겼고 본교는 도서관만 있었지 담당 인력이 없었던 곳이라 나에게 거는 기대가 부담스러울 만큼 높았다.
수업컨설팅 날짜가 잡힌 날부터 새로운 각오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동료 교사들이 ‘역시 사서교사라 다르구나.’ ‘같이 수업연구 한번 해보고 싶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 신선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담임교사도 아니고 수업차시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인 것 같고, 그리고 교육과정 계획에도 맞지 않았다. 나에게 주어진 도서관이용교육시간 2차시, 독서교육시간 6차시 속의 내용과 잘 연결될 수 있는 수업이어야 했다.
고심 끝에 이번 독서교육의 주제인 ‘진로’와 관련된 수업을 계획했다. 자료를 모으다 보니 역시 요즘 ‘진로교육’이 중요해져서 그런지 자료가 다양했다.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수업 자료들이 구미를 당겼다. 나는 같은 학년 선생님들과 수업 협의회를 가지며 수집한 자료들을 펼쳐 보였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디어가 좋긴 한데 이런 수업들은 일반 교사들도 할 수 있는 ‘진로교육’이 아니냐고 했다. 사서교사면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렇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수업을 하든지 나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해야 하는 사서교사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는 수업을 왜 해야 하고, 왜 하려고 하는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나를 구원해 준 것은 경기도 선생님들이 만든 장학자료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진로 독서 프로그램」(경기도교육청, 2011)이었다. 학교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진로독서 프로그램을 어쩜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것인지!! 정말 이 자료집을 만든 선생님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장학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십진분류표를 활용한 직업의 종류 알아보기’ 수업지도안을 다음과 같이 만들어 보았다.
수업컨설팅 당일. 관내의 타 학교 교감선생님과 본교 교감선생님,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서 참관하셨다. 비디오 촬영까지 하니 괜히 떨려왔다. 아이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수업을 시작했다.
수업 도입부분에서는 내가 즐겨하는 말랑말랑 두뇌게임의 일종인 마법의 삼각형으로 지난 차시에 배운 청구기호로 책 찾기 게임을 모둠별 활동으로 하였다. 이 게임은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청구기호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만든 것이다. 도서관 이용교육 마지막 차시에는 이런 식의 게임을 통해 청구기호도 익히고 책도 찾아볼 수 있게 했는데 수업시간에 이것만 했으면 좋겠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로 재미있어 했다.
전개부분에서는 KDC 요목표를 보고 직업을 찾아보며 분류표를 한 번 더 익히고, 직업의 종류도 알아보도록 하였다. 그런 후 모둠별로 서가에서 다양한 주제의 도서를 찾아 책 제목을 연결하여 직업을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개수업을 마친 후 협의회에서 교감선생님께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말씀하셨다. 그 한마디가 그동안의 고민과 번뇌를 잊게 만들었다. 같은 학년 선생님들께서도 “사서교사가 이런 수업을 할 수 있구나.”라며 조금 놀라워하셨다. 그러나 욕심을 부려 학습활동이 많은 것을 지적 받았다. 잘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한 나의 수업이 사서교사의 수업을 못 미더워했던 선생님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했다.
수업장학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더욱 자주 받고 싶다. 그래서 더 깊이 연구하고 더 좋은 자료를 개발하고 싶다. 또, 아이들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즐겁게 수업할 수 있는 수업의 달인이 되고 싶다.